[책 속으로] 글쓰기 책의 이구동성…"많이·깊이·짧게·다시"

[책 속으로] 글쓰기 책의 이구동성…"많이·깊이·짧게·다시"

                

      

[그림=안충기 기자·화가]

[그림=안충기 기자·화가]

한 사람의 생애 주기는 곧 ‘생애 글쓰기 주기’다. 중·고생은 수행평가와 대입 논술, 대학생은 리포트와 수업 발표 자료,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 직장인은 보고서·기획서·제안서. 여기에 SNS 글쓰기와 은퇴한 시니어의 자서전 쓰기까지 합하면 글쓰기는 생애 내내 동반한다. 마침 대입 논술시험이 코앞이고, 신춘문예 마감도 목전이다.
 

창조적 영감은 갑자기 오지 않아
쓰지 않고는 머리 쥐어짜도 안 돼

감동적이고 거창한 주제 집착 말고
좋은 재료로 아는 만큼만 담담하게

감정과 생각이 쌓이고 넘치면
짧은 글로도 세상 움직일 수 있어

 
평생 글쓰기 시대라지만 공교육에서 글쓰기 교육은 취약하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 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글쓰기 분야 책을 검색했더니 1700종이 넘는다. 예전에는 ‘문장 작법’류의 책이 주종이었으나 요즘에는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만큼 옥석을 가리기도 어려워졌다. 글이 좋지 않은 자가당착 글쓰기 책, 지은이의 한정된 경험을 무리하게 강조하는 책, 너무 당연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책도 허다하다. 예스24의 글쓰기 분야 스테디셀러 등을 참고해 글쓰기 책 4권을 골라 장단점을 살폈다.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스티븐 킹 = 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글쓰기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럼, 글쓰기의 기본은 무엇일까?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말은 우리의 지상 명령이다.”
 
창조적 영감은 느닷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영감의 신 뮤즈는 절대로 노트나 타자기 위로 마법을 뿌려주고 가지 않는다. 오히려 뮤즈가 살 집을 미리 지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쓰지 않고 머리를 쥐어 짜본들 소용없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조언 몇 가지를 보면 이렇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화려하게 치장하고 어려운 낱말을 쓰는 것이다. 수동태로 쓴 문장은 나약하고 괴롭기까지 하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副詞)로 뒤덮여 있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이며, 글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 “자기만의 글을 써라.” – 강원국=지은이의 청와대 연설비서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의 글쓰기』는 자신감을 주는 글쓰기 책이다. 예컨대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본다면,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트로 쓰면 된다. 이런 점에서 누구나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뭘 쓸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은 자료를 충분히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 보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좋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책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전하려는 내용을 전할 수만 있다면 글과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감동을 줘야 한다거나 거창하고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자. 글의 얼개를 분명하게 세우고, 아는 만큼만 담담하게 쓰자.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 메멘토
 
◆ “나를 설명할 말을 찾는 글쓰기” – 은유=『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 글쓰기가 인생에서 지니는 의미, 글쓰기를 통한 삶의 변화 같은 주제가 깊게 다가온다. “사노라면 거대한 물살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왜 내 뜻대로 살아지지가 않을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게 최선이고 전부일까. 그러한 물음에서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책에는 지은이가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이 녹아 있다. 글쓰기 수업의 구성은 이렇다.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함께 읽기’, 독서를 바탕으로 자기 관점에서 질문하고 생각하는 ‘독서를 통한 사유 연마’, 언어 감수성을 새롭게 하고 활성화하는 ‘시 낭송과 암송’, 글을 소리 내 읽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는 ‘합평.’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쓸 때라야 나로 살 수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찾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의 다른 목소리와 공감하고 감응한다는 것. 이 점에서 글쓰기는 곧 삶의 옹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 유시민=파워 라이터 유시민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세부적인 방법까지 차림표가 풍성하다. 유시민이 강조하는 글쓰기의 기본 규칙은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사토론을 보면 많은 출연자가 자기 취향을 내세우면서 주장으로 착각한다. 주장을 하더라도 근거나 논리가 취약한 강변에 그친다. 주제에서 벗어나 지엽말단으로 흐르거나 감정 다툼으로 치닫는다. 한 곳에만 밑줄을 그으라면 단연 이 부분이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은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글쓰기 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네 가지

1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스티븐 킹이 말한다.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을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유시민도 강조한다.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예외는 없다.”
 
2 기술보다 진정성
 
은유가 강조한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욕망을 아는 일이 먼저다.” 강원국도 역설한다.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3 간결하고 명료하게
 
거의 모든 글쓰기 책이 최소 문장, 최소 길이로 최대 효과를 내는 글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분명한 단문을 권한다. 스티븐 킹이 말한다. “글은 덧붙이며 만드는 게 아니라 생략하면서 창조하는 것이다.”
 
4 고치고 또 고쳐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시민이 말한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400번 이상 고친 결과다. 글은 ‘시작이 반’이 아니라 ‘다 써야 반’이다. 나머지 반은 퇴고(推敲)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나에게 맞는 단계별 글쓰기 책

① 1단계 – 글쓰기 입문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하는 서적. 정희모·이재성의 『글쓰기의 전략』, 이권우의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 등을 추천 한다.
 
② 2단계 – 문장력 강화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문장 습관이나 오류를 바로잡고 더 나은 문장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서적. 단 이런 책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되 자신의 스타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얽매일 필요는 없다.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남미의 『친절한 국어문법』, 박태하의 『책 쓰자면 맞춤법』, 최종규의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이수열의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 등을 소개할 수 있겠다.
 
③ 3단계 – 특정 분야 공략
 
기획서라면 패트릭 G. 라일리의 『The One Page Proposal』, 웹소설은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전 10권), 자서전은 강진·백승권의 『손바닥 자서전 특강』, 이공계에게는 『이공계 X의 글쓰기 책』을 추천한다.
 
④ 4단계 – 문학 창작
 
문학 작가가 쓴 창작에 관한 책도 많다. 구체적인 창작 방법도 담겼지만, 작가의 태도와 삶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어도 작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이 의미 있는 저작이다.

[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글쓰기 책의 이구동성…"많이·깊이·짧게·다시"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3년 전 영국 텔레그래프에 이런 보도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 교육연구소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아이들의 집중력과 자제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다.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에 대해 교육을 받은 7~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미국 음악교육학자 베스 볼튼
가사 없는 곡 라이브로 듣는 게 좋아
전문 교육기관에 보낼 필요는 없어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접하면 충분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게 좋을까? 다른 음악은 어떨까? 지난달 한국에서 강연을 했던 미국의 음악교육학자 베스 볼튼(템플대 음악학과) 교수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음악’에 대한 통념을 질문했다.
 
볼튼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리투아니아 음악교육 협회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음악교육 컨소시엄을 만든 전문가다. 아이들을 위한 노래 600곡을 만든 작곡가이기도 하다.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 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① 아이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좋다?
 
“아이들에게 좋은 건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볼튼 교수는 “아이의 정서에 좋은 장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록·재즈·포크 등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볼 때 아이들에게 음악은 소통의 도구다. 아직 언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볼튼 교수는 “부모가 스스로 즐기는 음악을 아이에게 불러주거나 같이 들으며 감정을 나눠야 음악이 진정한 소통 도구가 된다”고 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외따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서 일종의 효과를 기대한다. 볼튼 교수는 “그러지 말고 부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나눠야 한다”며 “부모의 음악 취향을 비밀로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음악을 즐기는 게 좋다는 뜻이다.
 
② 음악교육은 언어능력을 향상시킨다?
 
볼튼 교수는 음악과 언어의 강한 연관성을 믿는다. 그는 “둘 다 청각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학습의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 음악이 도움을 준다고 본다. “사람의 신체 구조상 낼 수 있는 발음은 53개다. 그런데 보통의 언어는 14~18개 발음을 가지고 있다. 2~3세 이전에 다른 언어에 노출되면 구사 가능한 발음의 종류가 많아진다.”
 
다양한 발음을 배우는 과정은 음색·음계를 익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는 “실제로 뇌에서도 인접한 부위에서 음악과 언어를 처리한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톤·멜로디·리듬의 음악을 접하게 하면 언어 능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 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③ 전문적인 음악교육이 필요하다?

“녹음보다는 라이브로, 가사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으로.” 볼튼 교수는 “아이들의 음악교육 방법에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가사 없는 음악을 현장에서 듣기를 권한다”고 했다. 음악을 소통 방법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 같은 것을 함께 들으며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과 함께 하는 몸의 움직임, 얼굴 표현 같은 것을 강조한다. 꼭 전문적인 음악교육 기관에 보내야할 필요는 없다.
 
볼튼 교수는 “나는 손주 7명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음악을 함께 들으며 그들을 관찰한다”며 “음악이 별도의 장소에 가서 따로 하는 활동이 돼서는 안된다.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음악을 듣거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초청으로 한국에 온 볼튼 교수는 지난달 24~27일 강연을 하고 아이들과 음악 체험 워크숍을 함께 했다. 그는 강연에서 청중에게 어린 시절의 음악을 떠올려 함께 노래해보도록 했다. 그때 느끼는 감정과 상상력을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한 후 음악과 상상력, 감정과 창의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볼튼 교수는 “음악은 인생의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직업과 직장 그리고 꿈은 다르다

직장과 직업이 엄연히 다르다

직장은 맘에 들지 않다도 직업은 좋아할 수 있다.

 

또 직업과 꿈도 다르다.

나는 직업이 의사이지만 작가가 되는 꿈을 버린 적은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가 의심스러울 땐

직업, 직장, 꿈을 분리해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이 세 가지 모두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착가에 빠질 수 있다.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 중에서

전교 꼴찌→司試 18등… 고교 야구선수의 ’14년 집념’

전교 꼴찌→司試 18등… 고교 야구선수의 '14년 집념'

 

[알파벳 p와 q구분 못했던 그, 초시계 놓고 책과 승부]

– 고3때 프로야구 지명 탈락, 장권수씨의 '인생역전 홈런'
중학교 책부터 공부 새출발…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아요"

첫 수능 모의고사 70점 받아… 유일한 공부 밑천은 체력
"야구밖에 몰랐던 시절 원망… 다른 적성 알아볼 기회줘야"
 

"스무 살 때까지 알파벳 소문자 피(p)와 큐(q)도 구분 못 했던 사람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게 남 얘기였다면 저도 안 믿었을 겁니다(웃음)."
 

작년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장권수(33)씨가 지난 4일 사법연수원에서 법전을 들고 활짝 웃었다.
고3 때 프로 지명을 못 받아 야구를 그만뒀던 선수가 14년 뒤‘인생 역전 홈런’을 쳤다. 작년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장권수(33)씨가 지난 4일 사법연수원에서 법전을 들고 활짝 웃었다. /이진한 기자

사법연수생 장권수(33)씨의 관심은 고교 졸업 때까지 오직 야구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 선수로 활동했던 그의 꿈은 LG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유지현·김재현·서용빈처럼 뛰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야구부 코치, 주변 사람 모두가 장씨는 야구 이외의 다른 것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했다. 프로야구 팀 지명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고3 때 그의 타율은 2할대에 머물렀고, 키 176㎝의 체격 조건도 프로야구 구단의 부름을 받기엔 너무 평범했던 것이다. 2002년 7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광문고 3학년 3루수 장권수'라는 이름을 부른 구단은 없었다.

야구 글러브를 놓으면서 그는 꿈을 잃었다. 그해 가을 입시 학원에서 치른 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400점 만점에 70점, 대학 진학이 불가능했다. 장씨는 "남들이 꿈을 꾸는 스무 살에 나는 꿈을 잃은 청년이었다"며 "10년간 해오던 야구와 아무런 준비 없이 이별했다"고 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만난 장씨의 손에는 야구 글러브 대신 법전(法典)이 들려 있었다. 작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의 성적은 109명 중 18등. 고교 졸업 때 전교 꼴찌였던 장씨가 인생 역전 홈런을 친 것이다. 장씨는 고교 졸업 후 1년간 공부에 매달린 끝에 2004년 추가 합격자로 가톨릭대학 언어문화학부에 들어갔다. 중간에 법학으로 전공을 바꿔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돈이 없어 독학으로 사시에 도전한 지 9년 만에 합격증을 받아 들었다. 장씨는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야구가 아닌 공부에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봉황대기 전국 대회 2회전. 야구 선수로서 그가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주저앉은 아들에게 부모님은 "우리가 네 뒷바라지를 못 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앞에서 장씨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자신도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

장씨는 부모의 권유로 그해 겨울 노량진 재수 학원에 등록했다. 아버지 장순해(54)씨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운동 그만두고 나쁜 길로 빠질까 봐 아들을 등 떠밀어 노량진으로 보낸 것"이라고 했다. 입시 학원 강사는 "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 머리는 맑으니 열심히 하면 대학은 갈 수 있겠다"고 격려 아닌 격려를 했다. 첫 수능 모의고사에서 그는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모든 문제의 답을 3번으로 찍었더니 400점 만점에 70점이 약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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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권수씨는 영일초등학교 1년 후배인 김용의(32) LG트윈스 선수(왼쪽 사진 오른쪽)와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함께 운동했다. 오른쪽 사진은 장씨가 유소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했을 때 썼던 헬멧.

그는 일단 중학교 수학 문제집부터 샀다. 유일한 공부 밑천은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이었다. 매일 새벽 서울 대림동 집에서 지하철 첫차를 타고 학원에 갔다. 매일 밤 10시 학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부했다. 지하철에선 영어 단어장을 꺼냈고, 화장실에 갈 땐 수학 노트를 들고 갔다. 2003년 여름 모의고사 점수 250점을 넘겼다. 장씨는 "머릿속이 백지(白紙)여서 그런지 영어 단어 하나만 외워도 점수가 오르더라"고 말했다. 그해 가을 수능시험에서 서울 시내 대학에 진학 가능한 수준인 300점을 받았다. 하지만 고교 내신 성적이 전교 356등으로 꼴찌였던 게 발목을 잡았다. 3군데 대학에서 낙방하고 서울 가톨릭대 언어문화학부에 추가 합격으로 입학했다.

대학에서 노는 법부터 배우는 또래와 달리 장씨는 고전(古典) 읽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군대에 가서도 플라톤의 대화 편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나오면 노트에 정리했다. 휴가 나오면 교수를 찾아가 노트에 적은 걸 질문했다. 그는 암기만 있을 뿐 질문이 사라진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에겐 모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묻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전역 후 법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담당 교수가 매일 연구실을 찾아와 모르는 걸 물어보는 장씨의 모습을 보고 사법시험을 권했다. 2008년 본격적인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한 과목에 20만~30만원 하는 고시 학원 수업을 들을 형편이 안 돼서 독학으로 2년간 공부했다. 한 달 용돈 30만원으로 책값과 생활비까지 해결했다.

2010년 사시 1차 시험에 합격하자 자신감이 붙었다. 야구하던 시절처럼 삭발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책상 위에 초시계를 놓고 종일 책과 씨름했지만 다음해 2차 시험에서 떨어졌다. "야구도, 고시도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했는데 왜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장 돈이 없어 취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결국 2013년 2월 장씨는 직업도 없이 대학을 졸업했다.

가장 절망에 빠졌을 때 반전(反轉)이 찾아왔다. 2014년 취업을 준비하며 '마음을 달래볼까' 하는 생각으로 나간 클래식 음악 동호회에서 증권사에 다니던 지금의 아내 윤정미(31)씨를 만났다. 장씨는 고시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의 고민을 들은 윤씨가 "성실하니, 뭘 하든 성공할 것"이라며 응원했다. 아내의 격려로 장씨는 다시 책상에 초시계를 올려놓고 법전을 펼쳤다. 혼자서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노트에 정리해뒀다 한번씩 모교(가톨릭대) 은사였던 고려대 로스쿨 홍영기 교수를 찾아갔다. 홍 교수는 "법 철학을 유난히 좋아하고 고시 공부할 때도 한 문장이라도 이해가 안 되면 꼭 찾아와서 물을 정도로 집요하게 공부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에 사시 1차를 통과했고, 작년 10월 2차에 붙었다.

장씨는 야구를 하며 몸에 밴 규칙적 생활 습관과 집중력이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면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와 함께 야구하다 그만둔 친구 중엔 조폭이나 불법 도박 사업 등에 빠진 이도 있다고 한다. 장씨는 "야구를 하는 10년 동안 다른 삶에 대해서 알려준 사람도, 경험할 기회도 없었다"며 "유소년 운동선수들이 다른 적성도 알아볼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법연수원에도 초시계를 가져갔다는 장씨는 "법조인이 되면 저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으니 더 무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8/2017050800088.html

속도내는 ‘3D 프린팅 건설’..집 한 채, 24시간이면 ‘출력’

속도내는 '3D 프린팅 건설'..집 한 채, 24시간이면 '출력'

박근태 입력 2017.05.07. 19:25 댓글 179

 

글로벌 기술경쟁 후끈
건물 전체를 한꺼번에 3D 프린팅..현장서 바로 '찍어내는' 방식 대세
미국, 지름 14m 돔 13시간만에 완성
중국, 한 채당 4800달러 집도 등장
국내 3D 프린팅 건설은 걸음마..소형주택 2020년쯤에나 가능할 듯

[ 박근태 기자 ]

 

 

세계 인구는 늘고 있지만 거주 공간은 한정돼 있다. 1인 가정이 늘면서 주거 건물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는 3차원(3D) 프린팅에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집채만 한 3D 프린터 하나면 소형 주택 여러 가구를 불과 몇 시간 안에 뚝딱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2020년께면 개인 주택 건설 현장에 3D 프린터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국에선 3D 프린터로 하루 만에 집을 지어 파는 사업이 주목 받고 있다.

○설계도만 있으면 하루 만에 집 뚝딱

건설용 3D 프린터 원리는 일반 프린터와 비슷하다. 일반 프린터 헤드가 잉크로 종이 위에 그림을 출력하듯 크레인에 매달린 헤드가 건물 설계도에 맞춰 왔다 갔다 하면서 콘크리트나 건축 재료를 쌓아 올리는 원리다. 3D 프린팅 건설 기술이 주목 받는 이유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로 건물을 지으면 사람이 짓는 것보다 공사 기간을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건축 자재를 공사 현장으로 옮기고 현장에서 가공하는 기존 방식보다 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건축 부문에선 시간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난달 말 자유롭게 움직이는 긴 형태의 로봇팔을 개발해 13시간30분 만에 지름 14.6m, 높이 3.7m 돔 구조를 제작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콘크리트 거품을 분사할 수 있게 설계된 로봇팔은 시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한층 한층 콘크리트를 쌓아 올린다. 지금까지 단일 로봇이 지은 3D 프린팅 건축물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중국의 건축회사 윈선은 이미 3D 건축 분야에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대형 크레인에 달린 3D 프린터를 이용해 하루에 길이 32m, 높이 10m짜리 주택 10가구를 지었다. 재료는 주로 산업폐기물에서 얻기 때문에 주택 한 가구 가격은 4800달러에 머문다. 지난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용 3D 프린터 100대를 빌려주는 15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현장서 출력하는 일체형 방식 대세

건설에서 사용되는 3D 프린팅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장에서 3D프린터로 건물의 주요 구조물을 출력해 현장으로 가져가 조립하는 ‘모듈형 출력 방식’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조립한 부분을 통해 물이 새거나 강도가 약하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는 지적이 있다.

대안으로 공사 현장에 3D 프린터를 직접 설치하고 건물 전체를 한꺼번에 찍어내는 일체형 출력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중국도 이 분야를 주목하고 곳곳에 전용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러시아 건설벤처인 아피스코어는 올 2월 모스크바 스투핀스키구에 실증 단지를 만들고 건설용 3D 프린터로 넓이 38㎡ 규모의 1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었다. 콘크리트 혼합물로 벽과 지붕을 먼저 짓고 공사 인부를 투입해 문과 창틀을 달아 완성하는 데 24시간이 걸렸다. 회사 측은 “러시아에서 연중 가장 추운 날 지은 이 집의 수명은 175년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싸고 환경친화적인 소재 개발이 관건

3D 프린팅 건설 기술에서 온도와 습도에 잘 견디는 재료를 발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도가 높은 티타늄을 출력하는 기술을 포함해 건물 대들보로도 사용할 수 있는 항공기용 알루미늄 날개를 출력하는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향후 3D프린터에 사용할 목적으로 자가 보수·치유 능력이 있는 바이오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네 배 단단한 이 콘크리트는 최대 수명이 100년에 이른다. 다른 한편으론 공사 현장에서 쉽게 조달하거나 버려진 산업폐기물을 3D 프린터용 건축 재료로 쓰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3D 프린팅 건설기술을 주도하는 윈선사는 중국 100곳에서 건설폐기물을 수집해 변환시키는 공장을 중국 전역에 짓고 있다.

유엔은 2030년 세계 곳곳에서 30억명 이상이 자기가 살 집을 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제조 강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3D 프린팅 건설기술을 주목하는 이유다.

반면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해 가로·세로 10m, 높이 3m의 소형 건축물을 찍어내는 기술을 2020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세계 건설 시장에서 자유로운 곡선이 강조되는 비정형 빌딩이 주목 받으면서 안전하고 비정형인 공법을 확보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며 “3D 프린팅 기술도 이런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