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시대에 적응된 뇌, 앉아만 있으면 쪼그라듭니다"

"수렵시대에 적응된 뇌, 앉아만 있으면 쪼그라듭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1.02 03:17

[운동장이 아이를 키운다] [2] 뇌 의학 전문가 인터뷰,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
 

"우리 몸은 과거 수렵·채집하던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어요. 우리 뇌는 신체를 활발히 움직일 때 최상의 능력을 끌어내도록 진화했어요. 인류는 사냥하던 시절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성을 발휘했습니다. 온종일 학교나 학원에 앉아 몸을 쓰지 못하게 하는 한국식 교육은 오히려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어요."

'운동 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존 레이티(Ratey·71)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학원들도 아이들 성적을 올리려면 수업 전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온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면서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온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면서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이명원 기자

레이티 교수는 2008년 뇌와 체육의 관계를 밝혀낸 책 '운동화 신은 뇌'를 써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아랍에미리트 교육부, 미국 명문대 MIT,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본부에서 특강을 했다. 테드(TED) 강연 조회 수도 수십만 건에 달한다. 그는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학생들이 얼마나 학원에 많이 다니는지 보고 놀랐다"며 "아이들을 좁은 교실에 가둬놓고 몇 시간씩 움직이지 말고 공부하라는 건 뇌를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0교시 운동'이 뇌를 깨운다
 

미국 네이퍼빌 고교생 0시 운동 효과 그래프

레이티 교수는 '운동이 학생들의 뇌를 활성화해 공부를 더 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고 얘기다. 네이퍼빌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 전에 운동을 시켰더니 2005~2011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1년 만에 평균 19.1점 올랐다. 같은 기간 운동 안 한 학생들은 9.9점만 올랐다. 이후 '0교시 운동'은 인근 학교들로 퍼져나갔다. 펜실베이니아주 평균 성적에 못 미쳤던 타이터스빌 학군 학생들도 체육 수업을 강화하자 학력평가에서 읽기는 평균보다 17%, 수학은 18%씩 높게 나왔다.

레이티 교수는 "뇌도 근육이라, 써야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한다"면서 "운동으로 뇌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뇌에 공급되는 피와 산소가 늘어나고, 세포 생성 속도가 빨라지고, 뇌 안의 신경세포(뉴런)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한국인 상당수가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고 믿는다. 레이티 교수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는 "임상 실험에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운동하면 집중력·성취욕·창의성이 증가하고 뇌의 능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운동화 신은 뇌'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학교 체육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한국도 '학교스포츠클럽'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면 "왜 공부할 힘 빠지게 운동 시키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간단한 운동도 두뇌 깨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핀란드와 함께 학업성취도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한국인은 주당 69시간 30분, 핀란드는 38시간 28분을 공부에 투입한다. 핀란드 아이가 놀면서 공부 잘할 때, 한국 아이는 같은 점수를 따기 위해 두 배 오래 책상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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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그럼 어떤 운동이 뇌 자극에 효과적일까. 레이티 교수는 "뇌를 깨우기 위해선 하루 20~30분 정도 달리기같이 약간 부담되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판단력·기획 능력·창의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자극돼,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

또 유산소운동과 머리 쓰는 운동을 함께 하면 두뇌를 깨우는 데 더 효과적이다. 테니스, 요가, 암벽 등반처럼 복잡한 동작을 배워야 하는 운동을 하면 뇌세포 네트워크를 강화해 학습 능력을 더 키워준다는 것이다. "탱고가 좋은 예예요. 탱고는 파트너의 행동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복잡한 운동이라 집중력, 판단력, 정확도를 모두 요구해요. 이런 운동을 한 직후 90~120분까지가 뇌가 뭔가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상태 예요."

레이티 교수는 간단한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라고 했다. 작은 움직임도 뇌를 깨운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강연 전에도 참석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1~2분만 앉았다 일어섰다 하시라"고 한다.

"심지어 비디오게임도 몸을 움직이는 거라면 두뇌를 자극해요. 10분 걷는 것만으로 더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죠. 자, 조금이라도 움직이세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0310.html

"코딩 기술 교육? 차라리 추리소설을 쓰게 하세요” -데니스 홍

"코딩 기술 교육? 차라리 추리소설을 쓰게 하세요”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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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폐셜
내아이를위한 미래 편에서
출연하셔서
코딩교육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신
UCLA교수이자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님께서
서울시교육감과의 대담내용 기사입니다.

이분께서 평가하시는 좋은 코딩교육이
코딩앤플레이의 바탕인듯하여 발췌하였습니다^^

#한국일보 기사#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한국 교육에 조언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대담에서
“의무화된 코딩 교육, 방식엔 한계
문법 가르치는 대신 사고력 키워야
여러 식재료 놓고 요리 맛 생각하듯
논리적 해결 방법을 배우는 게 핵심”

“한국 교실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먼저 심어줘야 한다고 봐요. 질문을 할 때 남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든가, 틀리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장점이 분명한 데도 항상 자신의 단점만을 생각해 두려워한다는데 있죠.”

6ㆍ13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교실의 변화 행보에 어떻게 가속을 붙이느냐’다. 어떤 분야보다 변화 필요성이 크지만 역설적이게도 속도는 가장 더딘 한국 교육의 경직성을 지난 4년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해답을 찾기 위해 26일 조 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로봇공학자이자 미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인 데니스 홍(47)과 마주 앉았다. 홍 교수는 2009년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되고, 미국에서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인 찰리 등 다양한 로봇을 창작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인물. 한국에서 대학까지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한국 교육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히 체감한 듯 거침없이 조언을 쏟아냈다.

데니스 홍=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은 ‘인간 계산기’로 통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 문제는 기가 막히게 잘, 빨리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문제 혹은 답이 여러 개인 개방형 문제를 내면 딱 막혀버린다.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도 토론 참여의 적극성은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질문을 안 한다는 점이 한계다. 질문을 할지 모르는 건지, 질문을 하기 두려워하는 건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조 교육감(이하 조)=“앞으로 4년 간 ‘질문 있는 교실’ 정책을 도입하려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1등의 장점을 더 빨리, 많이 배우는 게 습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질문이나 의심을 갖지 않는 데 길들여진 게 아닐까 싶다.”

데니스 홍=“적극 동감한다. 대신 한국 교실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먼저 심어줘야 한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 성적을 100점 맞으면서도 수학이 0점이면 그 단점에만 파고들어 주눅이 든다. 잘 하는 부분을 격려해 주고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해 ‘제2, 제3의 데니스 홍’을 배출하기 위해 올해부터 코딩을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했다. 조 교육감도 이에 발맞춰 ‘서울형 메이커 교육(제품 기획ㆍ제작ㆍ완성을 모두 학생 스스로 판단해 이끄는 것)’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거점센터 구축 등을 약속했다.

홍 교수는 “코딩교육 의무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방식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고 했다. 한국은 아이들에게 코딩 문법만 가르치려 하는데 코딩 교육의 핵심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정부 고위 인사가 코딩교육에 대해 묻길래 문법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추리소설을 직접 쓰게 하고 요리 교실을 많이 만들라고 했어요. 당황하더군요. 추리소설을 쓴다는 건 단계적ㆍ논리적으로 단서를 마련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고, 요리는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서 어떤 맛이 날지 차근히 생각해보는 과정이에요.” 그는 “지금처럼 교사가 컴퓨터에 입력할 언어들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그걸 받아 넣어 결과를 내면 끝나는 식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대담 주제는 ‘융합 교육’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선 오래 전부터 융합 교육이란 용어가 교육 현장을 달궈왔다. 올해부터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이에 맞춰 문ㆍ이과 구분을 없앴고 학생 참여형ㆍ토론형 수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인공지능(AI)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어떻게 교육을 혁신시켜서 미래를 만들어낼지 고민이 많다. 학생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나.“

데니스 홍=“그간 제작한 로봇 중에 다리가 3개 달린 ‘스트라이더’ 로봇이 있다. 이건 어렸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 ‘찰리’라는 로봇을 만들 때는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사슴 무릎을 상상했다. 이렇게 관계 없는 것들을 연결 짓는 능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요소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소장으로 있는 로멜라 로봇연구소에는 밤낮 할 것 없이 학생들이 북적거리는데, 그게 약속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이후 탐구력, 창의성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조=“학부모들도 이제는 자녀들이 무조건적으로 공부를 잘 해야 한다기 보다는 ‘꿈을 이루는, 행복한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가치 있는, 담대한 꿈을 꾸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가.”

데니스 홍=“한국에선 꿈이 곧 직업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꿈은 직업과 같을 필요가 없다. 또 꿈이 여러 개 있어도 된다. 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제 꿈은 로봇공학자였지만 유일하진 않았다. 지금도 요리사, 마술사 등 많은 꿈을 좇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개교 기념사 때 한자 발음 틀리자 ‘문혁 교육’ 자성론
평균주의에 빠진 한국, 이웃나라 일로만 볼 수 있나 -평등교육
         

장세정 논설위원

탄생 200주년(5일)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는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안겨준 인물이다. 마르크스 혁명론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에 큰 영감을 줬다. 중국이 5.5 m 높이의 마르크스 동상을 생일날 그의 고향에 헌상한 것은 일종의 보은(報恩) 행위다. 반면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에 자극받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1966~76)은 중국인들에게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지난 4일 개교 120주년 기념식 도중에 ‘훙후’(鴻鵠·큰 기러기와 고니)를 ‘훙하오’(鴻浩)로 틀리게 발음해 파문을 일으킨 베이징대 린젠화(林建華·63) 총장의 사례는 아직도 문혁의 상처가 중국 사회에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문제의 한자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제비와 참새가 어찌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燕雀安知 鴻鵠之志哉)는 대목에 나오는데, 지금도 중학생이면 배운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린 총장이 한자 발음조차 틀렸다며 망신을 주고 조롱했다.
 
하지만 기념식 하루 뒤 린 총장이 발표한 진솔하고 용기 있는 공개 사과문을 보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총장 개인의 한자 실력 부족이 아니라 문혁 시절의 교육 파행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린 총장은 문혁이 시작된 66년에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문혁 직후인 78년 스물셋의 나이에 베이징대 화학과에 뒤늦게 입학한 전형적인 ‘문혁 세대’다.
 
2015년 모교 총장이 된 그는 이번 사과문에서 “문혁 기간에 배운 기초교육이 온전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움에 대한 의욕이 가장 강렬하던 10대 때 마오쩌둥 선집만 반복해 읽었다. 영어도 대학 입학 뒤에야 배워 무척 고생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고백처럼 “모두가 가난해도 평등하면 된다”는 극좌 노선이 문혁 10년간 팽배했다. 사회주의 사상만 앞세우고 학자와 전문가는 타도 대상이었다. 문혁 세대의 교육 공백은 이후 10년 이상 중국의 국가경쟁력에 큰 타격을 줬다. 문혁을 ‘10년 재앙(浩劫)’이라 부르는 이유다.
 
중국 사례를 보면서 문득 한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시대와 나라가 달라 단순히 동일시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짚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평균주의가 득세해온 교육계의 고질적 풍토가 큰 문제다. 영재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질시하고, 수재를 범재로 만든다. 쉬운 입시 때문에 서울대생들조차 입학 이후 별도로 수학 과외를 받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현재 고1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 수학부터 기하 영역을 빼기로 한 것은 오판”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기하는 이공계 학생에게 필수적인 기초 지식이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90점과 100점이 같은 1등급을 받다 보니 영어 수준이 가장 높다는 서울 대치동 학생들도 영어를 대충 공부해 실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영어 1등급을 받아도 영어 신문 사설을 못읽고 대학에 가서 영어 원서 강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지구촌 인재들과 경쟁해야 할 미래 주역들의 영어 실력 저하는 국가적 손실이다. 몇 년 전에는 서울대생이 ‘학문’(學問)의 한자를 ‘學文’으로 잘못 표기했을 정도로 한자 교육도 매우 부실하다. 의학이든 공학이든 한자어로 된 전문 용어를 이해 못 하면 학문이 얕아진다.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면 병이 생긴다. 한창 배울 나이에 필수 지식을 익히지 못한 배움의 공백은 결국 시차를 두고 부작용을 낳는다. 아이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치인과 교육계의 사탕발림은 인기영합주의일 뿐이다.
 
그런데도 지금 교육부는 새로운 입시제도를 공론화에 맡겨 수학·국어까지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는 황당한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 최고 명문 학부(學府) 총장이 뼈아픈 사과문을 낸 사건을 한국 교육계가 이웃 나라의 해프닝만으로 여길 게 아니라 그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학습혁명

최근 많은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태계가 좋아도 여기에서 혁신을 일으킬 인재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세계는 학습혁명에 주목한다. 드디어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가 왔다.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큰 방향도 서 있다. 어느 나라가, 누가 먼저 하느냐가 남아있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고, 차세대의 미래도 판가름날 것이다.
 

미 ASU, AI·빅데이터로 맞춤 교육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제공
수포자는 수학 흥미 가지게 하고
우수 학생에겐 수준 맞는 문제 내

4차 산업혁명은 학습혁명에 달려
에듀테크와 학습과학 결합하면
학생에게 특화된 전인교육 가능
한국을 학습혁명 허브로 만들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에서는 이미 6만5000명의 학생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을 통해 수학·생물학·물리·경제학 등 기초과목을 학습했다. 2016년 이 시스템이 도입된 기초수학의 경우 고교 때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의 성적이 평균 28% 향상됐다. 생물학의 경우 교육 기업인 코그북스(CogBooks)가 개발한 적응학습을 2015년 도입한 결과 봄학기 20%였던 탈락률이 1.5%로 줄었고, C 학점 미만의 비율이 28%에서 6%로 감소했다. 미시경제학도 2017년 적응학습을 도입한 결과 첫 시험에서 C 학점 미만 학생 비율이 38%에서 11%로 낮아졌다.
 
이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춘 학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수학 과목의 경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수업이 있다고 하면, 수요일 수업에서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을 통하여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한다. 수학에 소질이 있고 기초가 되어 있는 학생에게는 난이도를 빠르게 높여가며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수학이 약한 학생에게는 난이도를 완만하게 높이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도록 전혀 다른 유형의 문제를 학습하게 한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 교육
 

학습혁명

학습혁명

교수가 교실의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강의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에게는 재미가 없다. 반대로 수학을 못 하는 학생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흥미를 잃는다. 그러나 AI는 이러한 강의의 근본적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한다. 그렇다고 교수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ASU의 수학 수업에서 매주 월요일 교수는 강의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끼리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현실과 관련된 문제들을 수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학습하도록 지원하는 등 새로운 역할을 한다. AI의 적응 학습 체제가 교수의 강의 부담을 줄이면서 교수는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하이터치 학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심리학자 블룸(Bloom)의 분류를 적용하면 학생의 암기와 이해 역량을 키워주기 위하여서는 적응 학습과 같이 ‘하이테크 학습’을 도입한다. 반면 적용·분석·평가·창조와 같이 보다 고차원적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학생이 소규모 그룹으로 프로젝트를 하거나 학생에게 질문과 토론을 장려하는 하이터치 학습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학습혁명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학습을 결합하여 대량 맞춤의 전인적이고 개별화된 평생학습 체제를 실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이버 공간에서 AI와 빅데이터 등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한 후 모바일과 3D 프린터 등을 통하여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이 가능하다. 이러한 대량 맞춤 체제가 교육에서도 학생들 개개인의 잠재력과 소질에 맞춘 전인적이고 개별화된 교육을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학습혁명 없인 미래 대비 못 해
 
미국 고교에서도 학습혁명을 시작한 곳이 있다. 필자가 ‘뉴텍하이스쿨(New-Tech High School)’을 방문하였을 때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있는 것에 놀라고, 두 교사가 모두 강의를 하지 않는 것에 더 놀랐다. 이 학교는 모든 수업을 두 개 이상의 교과목을 융합한 프로젝트 학습으로 전환하였다. 예를 들어 역사 과목과 영어 과목을 융합하여 문학에서 묘사된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학생들이 팀별로 주도적으로 주제도 정하고 주제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에세이를 작성하고 발표하도록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뉴텍하이스쿨은 1995년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서 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 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개교했다. 이후 계속 수가 늘어나 현재 170개가 넘는 학교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프로젝트 학습 경험을 축적한 교사가 후배 교사를 교육하는 한편 새로운 프로젝트 학습 방식을 지속해서 디자인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뉴욕의 한 사립학교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이어받아 3세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거의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 학습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렇게 ASU나 뉴텍하이스쿨과 같은 곳에서 시작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결합하는 학습혁명을 지구상의 모든 아이가 누릴 수 있도록 확산시킬 수 있을까? 필자가 위원(Commissioner)으로 활동하는 유엔 산하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각 나라가 학습혁명을 하지 못하고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16억 명에 달하는 세계 청소년 중 절반이 넘는 8억 이상이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성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적으로 ‘학습 위기’의 시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나서서 학습혁명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최근 교직개혁위원회(EWI)를 발족하고 필자에게 의장직을 맡겼다. 미래 학교에서는 교사가 의사처럼 학습과학(Learning Science)과 에듀테크(edu-tech)를 기반으로 하이테크 및 하이터치 학습을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는 최근 MBE (Mind, Brain, and Education) 박사 과정을 개설하여 교육을 심리학은 물론 뇌과학 및 컴퓨터공학과 연계하여 연구하는 학습과학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교직과 학교, 혁명적으로 변화해야
 
교사를 학습에 관한 첨단 과학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로 만들려는 것이다. 병원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의사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에게  학교를 개방해 교사가 전인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이러한 비전은 교직과 학교의 혁명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특히 교총과 전교조를 포함한 각국의 교원노조가 가입한 국제교원노조(Education International)의 수장인 수전 햅굿(Susan Hapgood) 여사가 EWI  부의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동안 많은 나라에서 교원노조가 교육의 변화에 저항한 중요한 이유는 교직을 의사와 같이 파격적으로 전문화하기 위한 과감한 변혁을 정부가 시도하지 못한 탓도 있다. 사실 많은 교사가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하이터치 학습을 원하지만, 막상 교육과정에 따라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에듀테크와 학습과학을 과감히 적용한 하이터치 학습을 통하여 그동안 막연히 이상적으로만 여겨졌던 모든 아이에게 개별화된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은 그동안 변화를 막아 왔던 교육 갈등을 해소하고 교육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한국을 학습혁명 허브로
 
대한민국은 과연 학습혁명의 허브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모든 학습의 초점을 맞춰 대학에 진학하면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대입 중심 체제가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드는 이점이 있었을지 몰라도 빠른 기술의 변화와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대학 졸업 이후 평생학습을 지속하여야 하는 시대에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내가 만난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부러워하는 두 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모든 국민이 교육의 힘을 믿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이고, 미국·캐나다·일본에 각각 세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이다. 국민이 교육에 대한 개방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둘째, 가장 우수한 학생이 교사가 되는 나라이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연구에서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조사에서 상위 5% 학생 중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교직은 학교에서 중위권 이하 성적의 학생들이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해서 갖는 직업이다.
 
만약 우리가 다시 한번 국력을 교육에 집중하여 학습혁명을 선도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 2차 산업혁명 시기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던 것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세계 인재들을 유치하고 세계 교육기관들에 하이테크 및 하이터치의 새로운 학습법을 전파함으로써 세계에 기여하는 학습혁명 허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학습혁명의 허브가 된다면 전 세계 많은 아이에게 희망을 줄 것이고, 동시에 학습혁명의 엄청난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표류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전진하기 위한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바로 대한민국을 학습혁명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리셋 코리아 교육분과장

[출처: 중앙일보]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분수대] 예일대의 행복 수업

[분수대] 예일대의 행복 수업

기자
                   

 

         

안혜리 논설위원

예일대 316년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좌가 탄생했다. ‘심리학과 좋은 인생’, 이른바 행복학 수업이다. 이달 초 봄 학기 수강신청을 받았더니 이 학교 학부생 4분의 1에 달하는 1200명이 신청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인기에 “쉬어 가는 과목으로 쉽게 점수 따려는 학생이 몰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학생들의 행복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예일대 학생회가 2013년 내놓은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생 절반 이상이 과도한 스트레스 탓에 재학 중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세계 최고 명문대생에게도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예일대 학생들처럼 굳이 행복학 강의를 찾아 듣지 않더라도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매일매일 행복을 좇는다. 잘나가는 구글 엔지니어 모 가댓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행복의 공식을 연구해 책을 내기도 했다. 특정 공식만 입력하면 행복이 뚝딱 튀어나오면 좋겠지만 행복해지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게다가 현대인들이 말로는 행복을 좇는다면서 행동으로는 불행만 좇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진 트웬지 교수는 최근 한 연구를 발표했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10대 청소년 100만 명을 설문조사해 분석했더니 2012년을 기점으로 행복지수가 놀랄 만큼 뚝 떨어져 그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2년은 미국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선 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더 불행하다고 느꼈고, 거꾸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강제로 끊게 했더니 계속 사용한 이들에 비해 행복감이 높았다.
 
스마트폰 중독이 불행을 초래한다는 건 사실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지난해 TED에서 가장 인기 있던 강연 중 하나인 심리학자 애덤 알터의 ‘(스마트폰) 화면이 우리를 덜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는다. 2007년 아이폰이 탄생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할 때 수면시간이나 근무시간은 비슷한데 스마트폰 보는 시간만 크게 늘었다. 그나마 독서나 건강 등 기분 좋아지는 앱 사용엔 고작 하루 9분을 쓰면서 게임과 SNS, 웹 서핑 등 기분 나빠지는 앱에 27분을 쓴단다.
 
연결된 사회에서의 존재감을 파고드는 캐나다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에서 ‘SNS는 영양가 없는 관계만 채워 주는 사회적 패스트푸드’라고 경고했다. 사회적 패스트푸드만 먹다 사회적 비만아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 두면 어떨까. 
 
안혜리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예일대의 행복 수업

 

순천 ‘기적의 놀이터’엔 아이들이 다쳐 멍들 권리가 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엔 아이들이 다쳐 멍들 권리가 있다

                                        

기자 박신홍 기자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전남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편해문]

전남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편해문]

전남 순천에 가면 ‘기적의 놀이터’라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2년 전 조성된 ‘엉뚱발뚱’이란 이름의 놀이터에는 그 흔한 미끄럼틀도, 그네도, 시소도 없다. 넓은 모래밭과 팽나무 고목, 상하수도관 위로 잔디가 덮인 언덕, 마중물을 넣을 수 있는 옛날식 펌프와 얕은 개울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평일엔 200여 명, 주말엔 600여 명의 어린이가 찾는 인기 만점의 놀이터가 됐다. 그해 공공건축 최우수상과 창의행정 최우수상까지 휩쓸자 비결을 묻는 전국 광역·기초단체와 아동 전문가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만 300여 단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다.
 

300여 곳서 벤치마킹 인기
미끄럼틀·시소 없이 언덕·개울뿐
놀이기구 아닌 다른 아이 찾아 몰려

긁히고 까이며 터득
조금씩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쳐
안전한 놀이터가 더 큰 사고 불러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이·부모 함께 1년간 직접 설계
집에서 짜증 덜 내고 체력도 향상

순천시는 이후 ‘작전을 시작하~지’와 ‘시가모노(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놀이터)’ 등 2·3호를 연 데 이어 2020년까지 시내 곳곳에 기적의 놀이터 10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을 총괄한 주인공은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49)씨였다. 어린이날을 맞아 그가 20년 넘게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터득한 ‘아이들만의 비밀’이 뭔지 들어봤다. 겉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순천의 한 놀이터가 ‘기적’으로 불리게 된 사연도 궁금했다.
 
 
어릴 적 신나게 놀던 기억이 삶의 힘 돼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 가꾸기에 나선 편해문씨. [신인섭 기자]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 가꾸기에 나선 편해문씨. [신인섭 기자]

질의 :어린이 놀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응답 :“어릴 적 서울 사당동 산동네에서 변변한 놀이기구 하나 없이도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그때의 자유로웠던 기억이 이후 내 삶의 힘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은 커서 어떤 추억을 갖고 살아가게 될까 싶었다.”

 
처음엔 어린이 전래동요에 관심이 많았다. 국내 유일의 민속학과가 있던 안동대에 들어갔다. 그가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어 찾아낸 옛날 아이들 노래만 250곡이 넘는다. 창작과비평사의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뒤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했다. 그러던 중 자연스레 아이들 놀이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예전엔 아이들이 놀면서 노래를 불렀다. 두꺼비집 짓는 놀이와 노래가 함께였듯이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놀이가 사라지면서 노래도 자취를 감추게 됐더라. 놀이를 복원시켜야겠다 싶었다.”
 
그는 이후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와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를 잇따라 펴냈다. 그러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놀이터를 짓기 시작했다. 기적의 놀이터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엔 서울시와 세종시, 경기도 시흥시에서도 어린이 놀이터 재구성 기획을 맡았다.
 

‘엉뚱발뚱’은 기존 지형을 그대로 살려 아이들이 언덕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편해문]

‘엉뚱발뚱’은 기존 지형을 그대로 살려 아이들이 언덕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편해문]

질의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말이 도발적이다.
응답 :“먼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아이들을 위험천만하게 놔둬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위험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저드(hazard)고 또 하나는 리스크(risk)다. 놀이터에 깨진 병조각이 있거나 난간이 녹슬어서 아이들이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해저드는 당연히 미리 해소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에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놀다가 긁히고 까이면서 조금씩 자주 다쳐야 크게 다치지 않는다. 예방주사와 같은 이치다. 아이들에겐 멍들 권리가 있다. 그러면서 다치지 않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오히려 온실 속 화초처럼 안전하게만 자란 아이가 위험이 뭔지 배우지 못해 더 위험하다.”

 

질의 :그래도 다치게 놔둘 수만은 없지 않나.
응답 :“국내에 7만여 개의 놀이터가 있지만 어딜 가나 ‘조합놀이대 1대, 그네·시소 2대, 탄성 고무매트 바닥’ 3종 세트의 ‘재미없고 지루한 놀이터’로 획일화되고 있다. 놀이터의 두 가지 덕목 중 ‘안전’만 강조하다 보니 ‘도전과 모험’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런 지루함과 싫증이 더 큰 사고를 부른다. 놀이터에 한 번만이라도 가보라. ‘절대 거꾸로 타지 마시오’라는 팻말 옆에서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고 있다. 안전하다는 놀이터가 실제로는 훨씬 더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독일도 오랜 기간의 조사 끝에 ‘안전한 놀이터가 가장 위험한 놀이터’라는 결론을 내렸다. 호기심 유발이 안 되니 딴짓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늘더라는 거였다.”

 

질의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응답 :“놀이터의 주인은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란 명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지금의 놀이터는 어른들이 기획하고 만들었다. 실제 놀이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의견은 전혀 묻지 않은 채 이런 놀이기구를 좋아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하지만 붙박이식 놀이기구 위주의 놀이터는 아이들의 외면만 받을 뿐이다. 서울의 한 놀이터에 가봤더니 수억원짜리 놀이기구엔 아무도 없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놀이터 구석에 모여 놀고 있었다. 물어보니 ‘저거 재미없어요. 여기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요’라고 하더라. 아차 싶었다. 아이들을 놀이터에 오게 하는 건 빈 공간과 다른 아이들이지 놀이기구가 아님을 어른들은 잊고 있었던 거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놀이터가 재미없다 보니 아이들이 찾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비싼 놀이기구를 들여 놓고 아파트 안에서도 폐쇄회로TV(CCTV)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아이들은 없고 고양이만 오가는 게 지금의 놀이터”라고 우려했다.
 

기적의 놀이터는 동네 아이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들이 함께 모여 놀이터 모형을 만들어보고 있다. [사진 편해문]

기적의 놀이터는 동네 아이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들이 함께 모여 놀이터 모형을 만들어보고 있다. [사진 편해문]

 
비싼 놀이기구에 아이들은 없고 고양이만
 
그는 이 같은 생각을 기적의 놀이터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놀이터였다. ‘기적’이란 단어는 기적의 도서관에서 따왔다. “기존에는 책을 엎드려서 보거나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전무했다. 정작 어린이가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도서관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기적의 도서관이 편견을 깨니까 전국의 도서관이 따라왔다. 기적의 놀이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동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직접 놀이터를 설계하도록 했다. 디자이너 스쿨에 모인 아이들이 1년 넘게 내놓은 아이디어를 거의 대부분 반영했다. 부모들과 이웃 주민들도 참여하도록 했더니 모두가 만족스러운 놀이터가 완성됐다. 2·3호도 마찬가지다.”
 

질의 :실제 아이들 반응이 어떻던가.
응답 :“뭐가 좋냐고 하니까 ‘여기 오면 친구가 있어서, 다른 곳에서는 다 하지 말라는 말뿐인데 여기서는 뭐든 할 수 있어서’라는 답이 많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뭐든 옮길 수 있고 망가뜨릴 수도 있다. 주물로 만든 펌프 손잡이가 한 달에 3~4개씩 부러질 정도다. 그런데 부모들이 더 좋아하더라. 아이들이 집에서 짜증을 훨씬 덜 낸다면서다. 실컷 놀고 들어가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 처음엔 대부분의 아이가 언덕을 못 올라갔는데 이젠 다들 거뜬히 올라간다. 체력이 좋아지니 부모들도 흡족해 한다. 게다가 서로의 아이를 봐주면서 엄마들도 훨씬 여유로워졌고 이웃 간의 커뮤니티도 복원됐다.”

 

질의 :지자체 호응도 크다던데.
응답 :“시·군·구 담당간부들이 직접 찾아오길래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보니 그 지역 부모들이 빨리 가서 좀 보고 오라며 재촉했다고 하더라. 입소문이 퍼지자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선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서울시교육청과는 학교 놀이터를 바꿔나가기로 했다. 현재 초등학교 두 곳에서 시범 조성 중이다. 중요한 건 학교마다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현장 상황에 맞는 각각의 놀이터를 꾸며야 한다는 점이다. 이 또한 학생들의 참여가 필수다.”

 
그러면서 그는 “놀이터의 또 다른 장점은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몸소 배울 수 있는 공간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학습만으론 민주시민이 되기 어렵다. 놀이터는 이를 훌륭히 보완해줄 수 있다. 각자 주인이 돼서 생각이 다른 아이들과 만나 부딪히고 갈등을 빚으며 자연스레 관계를 익히고 조율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놀이터는 실제 삶을 배우는 곳이자 도시 속 아이들의 마지막 차크라(chakra)인 셈이다.”
 

기적의 놀이터 2호에도 아이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에펠탑 모양의 그물망을 설치했다. [사진 편해문]

기적의 놀이터 2호에도 아이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 에펠탑 모양의 그물망을 설치했다. [사진 편해문]

질의 :다른 아이들은 다 학원에 가는데 우리 아이만 놀이터에 보낼 순 없는 게 현실 아닌가.
응답 :“새도 두 날개로 날듯이 아이들도 공부 말고 자유와 놀이가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교육을 왜 하느냐. 균형 잡힌 아이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 언제까지 방에서 게임만 하게 놔둘 건가. 아이들에겐 놀이가 밥이다.”

 
 
어른 시각으로 만들면 ‘놀이터 토건’에 그쳐
 
그의 또 다른 걱정은 역설적으로 최근 놀이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자체는 물론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까지 놀이터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그런데 이 거품이 3년 갈까 싶다. 아이를 둘러싼 사회 구성원, 즉 부모와 교사는 물론 공무원과 기업가의 사고가 변하지 않는 한 놀이터만 바꾼다고 아이들 삶이 나아질 것이란 생각은 순진하다. 지금처럼 어른들 시각으로만 밀어붙이면 놀이터 토건, 놀이터 난개발, 놀이터 엔터테인먼트로 흐르기 십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놀이터 가꾸기’에 힘써야 할 때다.”
 

질의 :어린이날을 맞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응답 :“아이들을 제발 좀 놔둬라, 그만 좀 손대라, 부모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눈높이를 맞춰야 비로소 소통할 수 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공기와도 같은 거다. 채워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잘 채워지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또 놀이는 건강이다. 비만, 소아당뇨,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질의 :앞으로의 계획은.
응답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정의해 보라면 엄마에게 허락받아야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놀이터가 바뀌려면 부모의 생각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플레이 스타트’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영유아 때부터 생애 주기별로 아이들을 어떻게 놀게 해줘야 좋은지 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려는 취지다. 아이를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지니 초저출산 문제까지 제기되는 것 아니겠나. ‘다시 가고 싶은 놀이터’ 인증 운동도 펼칠 생각이다. 물론 평가 주체는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인공지능 시대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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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법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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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엔 해결해야 할 문제의 용량이 커져 개인 아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야"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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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만들 수 있는 개인의 창의력과 이를 기술로 연결하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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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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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중심 경쟁교육 해소하고 교사의 자율성으로 학교를 살려 미래 인재 길러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데니스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

데니스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영향이 커지는 때일수록 인성이 중요"
데니스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

 

박경미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대표

박경미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대표

"인지적 능력은 AI를 못 따라가. 인성과 감성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이 부각되는 시대"
박경미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대표

 

정병국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대표

정병국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대표

"한 분야를 깊이 파는 전문가가 아니라 우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인재 필요"
정병국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 대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4차 산업혁명의 상황적 본질은 불확정성. 미래가 불확실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출처: 중앙일보] [신년기획]사장 말에도 토달 수 있는 회사 … ‘소통 지능’이 미래 경쟁력

 

인공지능 시대 이렇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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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변호사·푸르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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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단순 노동이 아닌 자아실현 통한 행복 위해 대부분의 시간 쓰게 될 것”
강지원 변호사·푸르메재단 이사장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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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며 행복 공동체 일구는 게 인간 기계는 닿을 수 없는 것”
김용택 시인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미래는 혼자가 아닌 ‘함께‘ 서로 다른 분야 접목으로 낯선 답을 찾아내야”
박원순 서울시장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노동자 두 명 중 한 명이 로봇으로 대체되겠지만 고부가 서비스업은 증가”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융합 지속할 덕목 필요 상대방의 가치 인정하고 보상 공평하게 나눠야”
박태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잉이 한국 산업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유일함이 경쟁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신의진 연세대학교 정신건강학과 교수

신의진 연세대학교 정신건강학과 교수

“미래 인재 핵심 역량 중 70%는 6세 이하에 형성 영유아 교육 중요해져”
신의진 연세대학교 정신건강학과 교수 
 

이미도 번역가

이미도 번역가

“창조적 상상력 원천은 깊고 넓은 인문학 독서·사유 언어 한계가 세계의 한계”
이미도 번역가 

[출처: 중앙일보] AI 시대엔 직장이 학교 … 21세 고졸, 클라우드 엔지니어 되다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3년 전 영국 텔레그래프에 이런 보도가 나왔다. 영국 런던대 교육연구소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아이들의 집중력과 자제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다.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에 대해 교육을 받은 7~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미국 음악교육학자 베스 볼튼
가사 없는 곡 라이브로 듣는 게 좋아
전문 교육기관에 보낼 필요는 없어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접하면 충분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게 좋을까? 다른 음악은 어떨까? 지난달 한국에서 강연을 했던 미국의 음악교육학자 베스 볼튼(템플대 음악학과) 교수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음악’에 대한 통념을 질문했다.
 
볼튼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리투아니아 음악교육 협회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음악교육 컨소시엄을 만든 전문가다. 아이들을 위한 노래 600곡을 만든 작곡가이기도 하다.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 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① 아이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좋다?
 
“아이들에게 좋은 건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볼튼 교수는 “아이의 정서에 좋은 장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록·재즈·포크 등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볼 때 아이들에게 음악은 소통의 도구다. 아직 언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볼튼 교수는 “부모가 스스로 즐기는 음악을 아이에게 불러주거나 같이 들으며 감정을 나눠야 음악이 진정한 소통 도구가 된다”고 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외따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서 일종의 효과를 기대한다. 볼튼 교수는 “그러지 말고 부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나눠야 한다”며 “부모의 음악 취향을 비밀로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음악을 즐기는 게 좋다는 뜻이다.
 
② 음악교육은 언어능력을 향상시킨다?
 
볼튼 교수는 음악과 언어의 강한 연관성을 믿는다. 그는 “둘 다 청각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학습의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 음악이 도움을 준다고 본다. “사람의 신체 구조상 낼 수 있는 발음은 53개다. 그런데 보통의 언어는 14~18개 발음을 가지고 있다. 2~3세 이전에 다른 언어에 노출되면 구사 가능한 발음의 종류가 많아진다.”
 
다양한 발음을 배우는 과정은 음색·음계를 익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는 “실제로 뇌에서도 인접한 부위에서 음악과 언어를 처리한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톤·멜로디·리듬의 음악을 접하게 하면 언어 능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 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베스 볼튼 미국 템플대 음악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수학 수업이 주 1회라면 비정상이라고할 텐데 음악 수업은 1회도 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③ 전문적인 음악교육이 필요하다?

“녹음보다는 라이브로, 가사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으로.” 볼튼 교수는 “아이들의 음악교육 방법에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가사 없는 음악을 현장에서 듣기를 권한다”고 했다. 음악을 소통 방법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 같은 것을 함께 들으며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과 함께 하는 몸의 움직임, 얼굴 표현 같은 것을 강조한다. 꼭 전문적인 음악교육 기관에 보내야할 필요는 없다.
 
볼튼 교수는 “나는 손주 7명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음악을 함께 들으며 그들을 관찰한다”며 “음악이 별도의 장소에 가서 따로 하는 활동이 돼서는 안된다.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음악을 듣거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초청으로 한국에 온 볼튼 교수는 지난달 24~27일 강연을 하고 아이들과 음악 체험 워크숍을 함께 했다. 그는 강연에서 청중에게 어린 시절의 음악을 떠올려 함께 노래해보도록 했다. 그때 느끼는 감정과 상상력을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한 후 음악과 상상력, 감정과 창의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볼튼 교수는 “음악은 인생의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