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글쓰기 책의 이구동성…"많이·깊이·짧게·다시"

[책 속으로] 글쓰기 책의 이구동성…"많이·깊이·짧게·다시"

                

      

[그림=안충기 기자·화가]

[그림=안충기 기자·화가]

한 사람의 생애 주기는 곧 ‘생애 글쓰기 주기’다. 중·고생은 수행평가와 대입 논술, 대학생은 리포트와 수업 발표 자료,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 직장인은 보고서·기획서·제안서. 여기에 SNS 글쓰기와 은퇴한 시니어의 자서전 쓰기까지 합하면 글쓰기는 생애 내내 동반한다. 마침 대입 논술시험이 코앞이고, 신춘문예 마감도 목전이다.
 

창조적 영감은 갑자기 오지 않아
쓰지 않고는 머리 쥐어짜도 안 돼

감동적이고 거창한 주제 집착 말고
좋은 재료로 아는 만큼만 담담하게

감정과 생각이 쌓이고 넘치면
짧은 글로도 세상 움직일 수 있어

 
평생 글쓰기 시대라지만 공교육에서 글쓰기 교육은 취약하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 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글쓰기 분야 책을 검색했더니 1700종이 넘는다. 예전에는 ‘문장 작법’류의 책이 주종이었으나 요즘에는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만큼 옥석을 가리기도 어려워졌다. 글이 좋지 않은 자가당착 글쓰기 책, 지은이의 한정된 경험을 무리하게 강조하는 책, 너무 당연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책도 허다하다. 예스24의 글쓰기 분야 스테디셀러 등을 참고해 글쓰기 책 4권을 골라 장단점을 살폈다.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스티븐 킹 = 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글쓰기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럼, 글쓰기의 기본은 무엇일까?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말은 우리의 지상 명령이다.”
 
창조적 영감은 느닷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영감의 신 뮤즈는 절대로 노트나 타자기 위로 마법을 뿌려주고 가지 않는다. 오히려 뮤즈가 살 집을 미리 지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쓰지 않고 머리를 쥐어 짜본들 소용없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조언 몇 가지를 보면 이렇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화려하게 치장하고 어려운 낱말을 쓰는 것이다. 수동태로 쓴 문장은 나약하고 괴롭기까지 하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副詞)로 뒤덮여 있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이며, 글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 “자기만의 글을 써라.” – 강원국=지은이의 청와대 연설비서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의 글쓰기』는 자신감을 주는 글쓰기 책이다. 예컨대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본다면,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트로 쓰면 된다. 이런 점에서 누구나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뭘 쓸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은 자료를 충분히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 보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좋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책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전하려는 내용을 전할 수만 있다면 글과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감동을 줘야 한다거나 거창하고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자. 글의 얼개를 분명하게 세우고, 아는 만큼만 담담하게 쓰자.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의 최전선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 메멘토
 
◆ “나를 설명할 말을 찾는 글쓰기” – 은유=『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 글쓰기가 인생에서 지니는 의미, 글쓰기를 통한 삶의 변화 같은 주제가 깊게 다가온다. “사노라면 거대한 물살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왜 내 뜻대로 살아지지가 않을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게 최선이고 전부일까. 그러한 물음에서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책에는 지은이가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이 녹아 있다. 글쓰기 수업의 구성은 이렇다.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함께 읽기’, 독서를 바탕으로 자기 관점에서 질문하고 생각하는 ‘독서를 통한 사유 연마’, 언어 감수성을 새롭게 하고 활성화하는 ‘시 낭송과 암송’, 글을 소리 내 읽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는 ‘합평.’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쓸 때라야 나로 살 수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찾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의 다른 목소리와 공감하고 감응한다는 것. 이 점에서 글쓰기는 곧 삶의 옹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 유시민=파워 라이터 유시민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세부적인 방법까지 차림표가 풍성하다. 유시민이 강조하는 글쓰기의 기본 규칙은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사토론을 보면 많은 출연자가 자기 취향을 내세우면서 주장으로 착각한다. 주장을 하더라도 근거나 논리가 취약한 강변에 그친다. 주제에서 벗어나 지엽말단으로 흐르거나 감정 다툼으로 치닫는다. 한 곳에만 밑줄을 그으라면 단연 이 부분이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은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글쓰기 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네 가지

1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스티븐 킹이 말한다.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을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유시민도 강조한다.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예외는 없다.”
 
2 기술보다 진정성
 
은유가 강조한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욕망을 아는 일이 먼저다.” 강원국도 역설한다.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3 간결하고 명료하게
 
거의 모든 글쓰기 책이 최소 문장, 최소 길이로 최대 효과를 내는 글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분명한 단문을 권한다. 스티븐 킹이 말한다. “글은 덧붙이며 만드는 게 아니라 생략하면서 창조하는 것이다.”
 
4 고치고 또 고쳐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시민이 말한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400번 이상 고친 결과다. 글은 ‘시작이 반’이 아니라 ‘다 써야 반’이다. 나머지 반은 퇴고(推敲)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나에게 맞는 단계별 글쓰기 책

① 1단계 – 글쓰기 입문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하는 서적. 정희모·이재성의 『글쓰기의 전략』, 이권우의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 등을 추천 한다.
 
② 2단계 – 문장력 강화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문장 습관이나 오류를 바로잡고 더 나은 문장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서적. 단 이런 책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되 자신의 스타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얽매일 필요는 없다.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남미의 『친절한 국어문법』, 박태하의 『책 쓰자면 맞춤법』, 최종규의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이수열의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 등을 소개할 수 있겠다.
 
③ 3단계 – 특정 분야 공략
 
기획서라면 패트릭 G. 라일리의 『The One Page Proposal』, 웹소설은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전 10권), 자서전은 강진·백승권의 『손바닥 자서전 특강』, 이공계에게는 『이공계 X의 글쓰기 책』을 추천한다.
 
④ 4단계 – 문학 창작
 
문학 작가가 쓴 창작에 관한 책도 많다. 구체적인 창작 방법도 담겼지만, 작가의 태도와 삶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어도 작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이 의미 있는 저작이다.

[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글쓰기 책의 이구동성…"많이·깊이·짧게·다시"

 

행복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대

반포 33평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도 '강남 서민' '하우스 푸어'를 입에 달고 산다. 자기 집이 아니라 은행집(주택담보대출)이며, 아이들 학원비 때문에 저축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예외적인 하소연일까. 1년 전 NH투자증권의 100세 시대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중위 소득의 150% 이상을 버는 상대적 고소득층 가운데 자신을 '빈곤층'으로 여기는 비율이 49%였다. 중위 소득의 150%면 4인 가족 기준 월 563만원. 월 600만원 가까이 버는데 중산층도 아니고 빈곤층이라. 물론 스스로가 그렇게 여긴다는 데 핵심이 있다.

이번에는 세대의 사례. 소설가 장강명의 장편 '한국이 싫어서'는 꽤 화제가 됐지만, 비슷한 시기에 번역된 일본의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한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지은이는 도쿄대 박사과정인 85년생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 제목이 곧 메시지다. 취업률이 바닥이고, 결혼도 힘들며, 고령화로 청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자기 또래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이후 일본 경제가 불황을 탈출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이 책의 일본 출판은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정점이던 2011년의 일이었다.

'절망의…'가 한국에서 번역된 뒤 장강명이 노리토시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만약 일본 소설가가 '일본이 싫어서'라는 책을 쓴다면 반응이 어떨 것 같으냐고.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공감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대다수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을 버려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일본에 태어나서 좋다'고 대답한 젊은이들이 10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조선일보 DB

까닭은 뭘까.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는 소박한 행복에 안주하는 '자기만족적 삶'으로 봤다. 스마트폰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가 있고, 이를 함께 즐길 만한 친구나 연인 등 사회관계자본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길. 사회 시스템에 책임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소박한 자기만족적 삶'이 절대 가치라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강남에 아파트 가진 사람도 못살겠다 푸념하고, 이 땅에서가 아니라 이민을 통해 '자기만족적 삶'을 찾겠다는 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의 성장 못지않게 해체도 압축적이다. 대학 진학→취업→결혼→4인 가족→아파트 마련. 이전의 기성세대가 '행복'의 필요조건이라 믿었던 연결 벨트는 지금 역순으로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AI와도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하지 않는가.

'교육 사다리' 복원이나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양극화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는 별도로 행복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대비가 필요하다. 이 유동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행복을 정의할 수 없다면 매일매일이 지옥일 테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8/2017041803429.html

일자리 50%는 지금 당장 로봇 대체 가능

현재 직업 가운데 5%는 100%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60%는 30% 정도 디지털화할 수 있다.”
 

조너선 워첼 맥킨지글로벌 연구소장

조너선 워첼(사진) 맥킨지글로벌연구소장이 기술 혁신과 4차 산업혁명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산업과 일자리 구조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자동화, 일자리, 그리고 직업의 미래’ 조찬 강연회에서다.
 
그는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기술 혁신을 꼽았다. 과거에는 인구증가가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을 주도했지만, 고령화 추세로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워첼 소장은 “기술력 같은 ‘총요소생산성’ 증가가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고 말했다.

워첼 소장은 “기술 수준으로만 보면 지금 당장 일자리의 50%, 2050년이면 100%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 2050년이면 지금 일자리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 같은 일부 저임금 직종은 자동화 비용보다 인건비가 싸다는 경제적 측면 때문에 오히려 전환이 늦춰질 수 있다”며 “연봉은 높은데 대면 접촉이 적은 일부 전문직과 사무직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디지털화 수준에 따라 기업 간 양극화도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화 수준이 상위 10% 이내에 든 기업이 전체 기업이익의 45~55%를 가져갈 것”이라며 “이윤 독식으로 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제로는 교육제도 개선을 꼽았다. 특히 직업훈련 투자를 강조했다. 워첼 소장은 “기술의 진화속도를 봤을 때 지금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10년 뒤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산업 일선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며 “직업훈련을 통해 산업과 교육을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agng.co.kr

[출처: 중앙일보] “일자리 50%는 지금 당장 로봇 대체 가능”

훌륭한 지도자의 으뜸 조건은 ‘머리보다 성격’

[톱클래스] 훌륭한 지도자(리더)의 으뜸 조건은 ‘머리보다 성격’

 

입력 : 2017.04.09 09:25

대통령 리더십 연구자 월러 R 뉴웰 미국 칼턴대 정치학과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에 대한 온갖 여론조사와 분석 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온라인 뉴스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말만 그럴싸하고 실제 행동은 별로다’ ‘인품이 좋아 보인다’ 등 인물에 대한 평가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구매 후기같이 시시각각 달린다. 이 모든 게 다 ‘훌륭한 리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일 것이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 중 으뜸으로 쳐야 할 것은? 혹은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여기 한 의견이 있다. “머리보단 성격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러 R 뉴웰 미국 칼턴대 정치학과 교수가 그의 책 《대통령은 없다》(21세기북스)에서 리더의 자격 10가지를 제시하며 선두에 내건 조건이다. 뉴웰 교수는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며 현실 정치를 경험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 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와 런던 대학교 국제연합 사회개발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그는 정치 및 문화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뉴웰 교수는 이 책에서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을 평가하며 좋은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대통령의 조건》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가, 최근 개정판이 출간됐다. 뉴웰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인 유학생들로부터 한국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자유시장이 번영하고 민주적 자치가 살아 있는 요새(bastion)처럼 보인다”며 “국정 위기를 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모습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왜 성격인가?

“역사적으로 지능이 꼭 정치적 리더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서 밸푸어 영국 총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교육받은 사람이었다. 철학과 고전에 흠뻑 빠져 늘 책을 끼고 살았다. 그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외무장관으로 일하며 했던 일을 보라. 유대계 돈을 빌리려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약속했고, 이 ‘밸푸어 선언’은 두고두고 팔레스타인 재앙의 불씨가 됐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윈스턴 처칠은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 둘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한 지도자인가? 링컨은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대학도 못 나왔다. 대신 그는 셰익스피어를 읽었고, 어머니가 늘 들려주던 성경 말씀을 인생의 지혜로 삼았다. 용기와 자기 통제, 도덕적 규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등을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성격이 지적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친구 성격 알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지도자의 성격을 알 수 있는가?

“대중이 지도자들을 진짜 인간으로 느낄 때가 있다. 링컨과 처칠 같은 지도자들은 생생한 말하기 실력, 패션,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인상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중이 개인적으로 그들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링컨은 농담과 과장된 이야기를 즐겼고, 처칠은 언제나 시가를 입에 문 채 대담하고 서민적인 위트를 구사했다.”

과거 리더십과 현재 리더십에 차이가 있나?

“과거와 달리 ‘신비로운 아우라’가 없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비롯한 미 대통령들은 언론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고, 언론도 사생활을 비밀에 부쳤다. 루스벨트 재임 동안 미국 국민은 그가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언론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췄다. 당시 미국 국민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좌절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거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역시 백악관의 많은 성희롱을 숨겼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진실을 더 알길 원한다. 지도자와 대중과의 거리는 24시간 돌아가는 뉴스 채널로 완전히 좁혀져 버렸다. 빌 클린턴은 래리 킹 쇼에서 자기가 입은 속옷 브랜드를 공개했고, 버락 오바마는 매일 TV에 나와 소통했다.”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은 누구였나?

“링컨. 17세기 영국 정치가 조지 새빌이 만든 ‘트리머(trimmer, 잔디 다듬는 기계)’란 용어가 있다. 왼쪽과 오른쪽 극한을 오가면서도 중간 코스로 꾸준하게 잔디를 손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링컨은 노예제도에 반대했지만, 늘 전술적인 양보와 타협을 했다. 그러면서 결국 목표를 이룬 위대한 트리머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링컨을 늘 존경한다고 말한다. 링컨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정적들을 대통령 취임 후 국무장관, 재무장관 등에 임명하며 포용했던 방식을 따라해 최대의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링컨의 지상 과제는 결국 노예제 폐지였다. 그 장거리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그가 했던 일을 살펴보자. 그의 신념은 강철처럼 강했지만, 현실 세계에선 늘 자기 자신을 유연하게 ‘구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남북전쟁 이전, 링컨은 전략적으로 남부에서 노예제가 확산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만 쓰기도 했다. 당시 이 결정은 남부와 북부 양쪽에서 반발을 샀다. 남부 쪽에선 이 결정 자체를 싫어했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 쪽에선 “노예제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배짱 없는 타협론자”라고 그를 비난했다. 이런 결정이 노예제 폐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결국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성취했다. 미국 소설가 해리엇 비처 스토는 소설 《엉클 톰스 케빈(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생활과 운명을 그렸고, 이 책은 인기를 얻으며 노예 해방 운동에 불쏘시개가 됐다. 그녀는 백악관에서 링컨을 만났을 당시를 술회하며 “사람들은 링컨의 부드럽고 온유한 태도, 반대자들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보고 그를 ‘나약한 인간’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링컨의 내면은 사실 ‘강철’ 같았다”고 말했다. 링컨은 늘 정중한 태도로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자기 뜻을 관철해 나갔다. 링컨은 노예제 폐지라는 대의를 위해 반대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밀실 협상을 하기도 하고, 의원들을 관직으로 매수하기도 했다. 역사상 최고 리더로 일컬어지는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등도 뜻을 이루기 위해 비도덕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대의 혹은 선을 위해 때때로 폭력적인 마키아벨리적 수단을 쓰기도 했던 것이다. 정치란 매우 복잡한 퍼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떨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내 예상이 다 틀려서 판단하길 중지했다. 정치 커리어가 없기에 그의 성격을 아직 충분히 파악 못 했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건 말할 수 있다. ‘고립주의’ ‘원주민주의’ ‘보호주의’ 세 가지 주요 정책은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 정치 초기에 계속된 특징이었다. 트럼프 당선은 레이건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다. 미국의 노동·농촌 계급이 레이건부터 이어진 자유무역과 군사 개입을 더는 지지하지 않은 결과다.”

훌륭한 리더의 10가지 조건

① 머리보다는 성격이 좋아야 한다.
② 감동적인 수사법이 필요하다.
③ 도덕적 확신이 필요하다.
④ 리더는 시대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⑤ 두세 개의 주요 목표가 있어야 한다.
⑥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⑦ 역사가 지도자를 선택한다.
⑧ 위대한 지도자는 권력욕이 강하다.
⑨ 위대함은 사악함의 이면일지 모른다.
⑩ 위대한 지도자는 앞의 아홉 가지 교훈 모두를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1/2017030100945.html

4차 산업혁명- 혁신의 역설

R&D 세계 1위인데 생산성은 32위 … 한국도 혁신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2017.01.27 01:00   수정 2017.01.27 01:21

혁신을 열심히 하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지만 개개인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고민거리인 ‘혁신의 역설(Innovation Paradox)’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대로라면 대선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4차 산업혁명’ 구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ICT분야 혁신 정체기 빠져
투자가 성장으로 못 이어져
전기 발명 같은‘강한 혁신’
4차 산업혁명 위해 꼭 필요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혁신과 제도 개선을 통한 한국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6~2010년 5년간 연평균 2.58%에서 2011~2015년 0.97%로 떨어졌다. 노동·자본 투입 증가분을 빼고 경제성장 요인의 기여도를 총합한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of Productivity)으로 따져 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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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P가 하향하는 사이 경제성장률도 하락했다. 2006~2010년 한국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4%. 2011~2015년엔 2.92%였다. 이 기간 한국의 기술 혁신 수준은 외형상 세계 최상위였다. 2015년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4.23%로 세계 1위, 국내 민간 기업의 R&D 투자액은 첫 5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 R&D 예산도 지난해 19조원까지 증가했다. 그중 3조원 이상이 차세대 성장동력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투자였다. 한국은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17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2017 혁신지수’에서 4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7개 항목에서 점수를 매긴다. 한국은 R&D 지출액 등 3개 항목에서 1위였지만 생산성은 32위였다.


혁신 노력에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기업들이 혁신에 자원·역량을 쏟고 있음에도 생산성 향상은 억제되는 ‘혁신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기술의 혁신 강도가 약해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개선의 원동력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단적인 예로 비행기를 들었다. 비행기는 1960년대 이후론 더 빠르게 날고 있지 않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같은 낙관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충분한 기술 혁신으로 미래의 경제성장을 담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로버트 J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금은 혁신의 정체기”라고 단언한다. 전 세계가 혁신의 역설을 뚫고 과거처럼 폭발적 경제성장을 하려면 전기·비행기를 발명했을 때와 같은 ‘강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

제조업과 최신 ICT 등의 융합으로 경제·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산업혁명.

“생활·업무·인간관계까지 바꿀 융합 기술혁명 이미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17.01.27 01:00   수정 2017.01.27 01:09

4차 산업혁명 ‘전도사’ 슈바프 vs ‘회의론자’ 고든 가상 대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물리·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라며 “그 복잡성을 감안하면 기존 1~3차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했다. [로이터=뉴스1]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물리·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라며 “그 복잡성을 감안하면 기존 1~3차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했다. [로이터=뉴스1]

클라우스 슈바프(78)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펴낸 저서 『클라우스 슈바프의 제4차 산업혁명』은 칩거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차기 대권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열독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
인터넷 정보 가치, GDP로 측정 안돼
혁신 속도도 성장률로 파악 힘들어
융합 혁신, 디지털 3차 혁명과 달라
모든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 올 것

로버트 J 고든(76)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기술 회의론자’다. 그는 저서 『The Rise and Fall of American Growth: The U.S. Standard of Living since the Civil War(미국 경제 성장의 흥망)』 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이 생각만큼 큰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주지는 못했음을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기에 앞서 ‘혁신의 역설’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믿는 일각에선 그의 분석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4차 산업혁명은 너무 이상적이며 과장된 개념일까, 아니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진정한 혁신의 길일까. 저서와 기고문, 강연 및 주요 외신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본지가 두 석학의 가상 대담(對談)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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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교수=“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담론 열기가 고조됐다. WEF의 기여도가 높았겠다.”

▶슈바프 회장=“과찬이다. 1~3차 산업혁명은 각각 증기기관·전기·인터넷(디지털)으로 생산의 기계화와 대량화·자동화를 가능케 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물리·생물학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다. 인간의 실생활과 업무 방식,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바꿔놓을 기술혁명이다. 그 복잡성을 감안하면 인류가 지금껏 경험했던 산업혁명과는 한 차원 다를 것이다.”

▶고든=“예의 분류에 따르면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중반 시작된 디지털혁명과 궤적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다. 디지털이 일정 부분 실생활 개선에 기여했음은 분명하지만 그 혁신성이 다소 과장되지 않았나 싶다. 1970년 무렵 이후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실생활 개선의 바로미터라 할 경제 성장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예컨대 1920~70년 미국 노동자의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은 연평균 2.82%였지만 1970~2014년엔 1.62%에 그쳤다. 디지털 최강국 미국에서 과거보다 외려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진 건 디지털 기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바가 생각보다 적음을 보여준다.”

▶슈바프=“스마트폰의 경우만 봐도 ICT가 우리 실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꿨음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세계적 붐을 일으키고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 등은 스마트폰과 가입자들, 정보 제공자, 데이터를 통해 제품·서비스의 소비 과정을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고든=“스마트폰은 인간 활동 중 유흥이나 통신·정보의 수집과 처리라는 제한된 영역에서만 혁신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마찬가지다. 과거 전기나 자동차·비행기 같은 발명만큼 실생활 전반의 개선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은 가져오지 못했다. 2004~2012년만 놓고 보면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고작 1.3%였다. 또 미국 내 하위 90% 계층의 연평균 실질소득증가율이 1948~72년 2.65%에서 1972~2013년 -0.17%로 줄어들 동안 상위 10% 계층은 같은 기간 2.46%에서 1.42%로 변화하는 데 그쳤다. 부자들은 선방한 셈이다. ICT가 정보를 보다 평등하게 공유할 기회를 제공해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슈바프=“미래는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공저한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경제 논설위원은 ‘세계 경제 규모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 전반에서 노동 생산성의 연평균 성장률 2% 달성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쪽을 살펴봐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 생산성 향상이 어렵다고 밝혀진 산업 부문의 GDP 대비 비중은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노동 생산성이 급성장하는 부문의 비중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의 함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 부의 불평등 심화로 흐를 가능성은 경계해야겠다.”
 

“ICT, 전기 발명만큼 큰 경제효과 없어 … 더 강한 혁신 필요”

로버트 고든 교수
디지털 기술 발전, 혁신성 과장돼
생산성 증가율은 도리어 낮아져
1970년 이후 사실상 혁신 정체기
AI ‘21세기의 전기’ 등극할지 주목

로버트 J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도 생산성 증가율은 떨어지는 등 기대만큼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지 못했다”며 “1970년 무렵 이후 혁신은 정체됐으며 계속 이 수준에 머물면 향후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TED.com]

로버트 J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도 생산성 증가율은 떨어지는 등 기대만큼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지 못했다”며 “1970년 무렵 이후 혁신은 정체됐으며 계속 이 수준에 머물면 향후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TED.com]

▶고든=“어제는 내일을 바라보는 거울일 수밖에 없다(E H 카). 전기는 밤에도 생산활동이 가능케 했다. 전기세탁기와 냉장고는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 자동차는 도시화로, 비행기는 전 세계적인 비즈니스 기회 제공으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이에 비해 TV나 인터넷·스마트폰은 작은 혁신에 불과하다. 지금은 ‘혁신의 정체기’다. 1970년 이후 사실상 혁신이 정체됐다고 봐야 한다.”

▶슈바프=“『제2의 기계 시대』의 저자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무료 정보의 크나큰 가치가 숫자로 측정되지 않으며, GDP 통계 같은 데서도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여기에도 동의한다. GDP 측정은 종종 무형의 자산에 대한 투자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로 이어지곤 한다. 교수께서 함께 논쟁을 벌였던 조엘 모키르 노스웨스턴대 교수 역시 ‘기술의 혁신 속도는 GDP 성장률 추이만으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혁신의 가속도와 파괴의 속도는 이해하기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고든=“미국 ICT 가격지수(price index)의 연간 변동률을 보면 73년 -1%대에서 2000년 무렵까지는 점차 낮아져 -13%대가 되기도 했다. PC 보급의 활성화로 관련 가격지수도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약 13년간은 급격히 반등해 2013년엔 40년 전인 73년 수준으로 회귀해 버렸다. 가격지수는 실생활 개선의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3차 산업혁명의 파급 효과가 과장된 건 아닐까. 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슈바프=“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2007년 6월 이전엔 어떤 부유층도 그걸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그 가격은 무한했다고 봐야 한다. 무한했던 가격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내려가는 건 가격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은 ICT나 제조 어느 한 분야만의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종 기술의 융합·조화에 기반을 두는 혁신이다. 디지털화만을 의미했던 3차 산업혁명과는 다르다. ICT와 제조·서비스업이 결합된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서비스나 웨어러블 기기가 예다. 새로운 기술 플랫폼은 진입장벽을 낮춰 개인이 부를 창출하도록 하고 근로자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유전공학처럼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될 신기술이 더 많은 실생활 개선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이끌어내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것이란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고든=“결국 관건은 전기 등처럼 경제성장까지 주도할 만한 큰 혁신의 재등장이다. 오늘날 인류가 맞닥뜨린 인구 문제나 부의 불평등은 경제 성장률을 반 토막 낼 만큼 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이를 상쇄하려면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이 지금 수준에 머무른다면 향후 150년간 경제성장이 반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AI 같은 신기술이 세간의 기대처럼 ‘21세기의 전기’로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슈바프=“AI 등을 통한 강한 혁신이 미래에 ‘아이언맨’ 같은 증강인간을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성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겠다. 전 세계에 르네상스를 불러올 대전환기는 이미 시작됐다. 미래를 기대해 보자.”
 

클라우스 슈바프

1938년 독일 출생
스위스 연방공과대 공학 박사
프리부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전 유엔개발계획(UNDP) 부의장
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로버트 J 고든

1940년 미국 출생
미국 MIT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미국 보스킨위원회 멤버
현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적게 일하고 더 잘살게 될 것” vs “부의 불평등 더 심화될 것”

[중앙일보] 입력 2017.01.27 01:00   수정 2017.01.27 01:00

4차 산업혁명은 각종 신기술뿐 아니라 수많은 담론도 양산하고 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강연과 저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담론에 뛰어들어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MIT의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와 앤드루 맥아피 디지털경제연구소 공동창립자는 낙관론자다. 공저한 『제2의 기계 시대』에서 “과거 증기기관을 통한 1차 산업혁명이 인류를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켰듯 이젠 디지털기술이 정신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이들은 미래의 후손들이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더 적은 시간 일하면서 더 잘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왼쪽부터 에릭 브리뇰프슨, 레이 커즈와일, 누리엘 루비니, 피오나 모턴.

왼쪽부터 에릭 브리뇰프슨, 레이 커즈와일, 누리엘 루비니, 피오나 모턴.

조엘 모키르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 원리 이해를 위한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오늘날의 기술 혁신은 지금까지의 어떤 혁신과도 질적으로 다르며,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라고 했다. 괴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낙관론자를 넘어 신봉론자에 가깝다. 그는 『특이점이 온다』에서 “놀라운 기술 혁신 속도를 감안하면 2045년께 인공지능(AI)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모두는 신기술이 강한 혁신의 산물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확신한다.

신중론자 혹은 비판론자들은 이 같은 얘기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전과 비교할 때 기술 혁신 수준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것이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기술 혁신이 기대한 만큼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피오나 모턴 예일대 교수도 “혁신에 몰두하는 기업도 생산성 유지엔 어려움을 겪는다”며 “초기 혁신으로 일단 지배적인 기업이 되고 나면 혁신에 소홀해져도 고객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혁신 기업의 생산성이 점차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낙관론 이면에서 신중·비판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대평가가 미래 사회를 어둡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과소평가로 이어지면서 경제·사회적 실패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정보의 비대칭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는 공저 『4차 산업혁명의 충격』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미래에는 일반적인 노동·자본 대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혁신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가치 있고 희소한 자원’이 될 것이다. 일과 보수는 더 불평등하게 분배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이루려면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으니 인재들의 창의적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미래 지향적인 교육 등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낙관론자(브리뇰프슨, 맥아피)도 이와 의견을 같이한다.

브리뇰프슨·커즈와일 낙관론
“기술 혁신이 저성장 해결할 열쇠
디지털기술이 정신노동 대체할 것”

루비니·스펜스 신중론
“기술 혁신, 생산성 향상 연결 안돼”
“노동자 대신 혁신가 몸값만 오를 것”

‘혁신의 역설’을 문제 제기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달 보도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WSJ는 기사에서 스탠퍼드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금보다 많은 수의 연구자가 과거와 동등하게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만한 혁신을 창출해야 한다. 미래 사회가 지금까지와 같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이제부터) 연구개발(R&D)에 인력과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기술 혁신의 현 수준을 과대평가하면서 안주하기보다는 지금보다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문함으로써 세계 각국이 보다 발전적인 미래 전략을 세우게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시선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기술만 개발하고 사업화 지지부진 … 한국, 실속 없는 R&D 강국

[중앙일보] 입력 2017.01.27 01:00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4.23%로 이스라엘(4.11%), 일본(3.59%)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였다. 20여 년 전인 1996년 ‘R&D 투자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상대다. 경제활동 인구 1000명당 연구자 수도 13.2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이에 힘입어 블룸버그 등의 최근 주요 혁신지수 발표에서 수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혁신의 역설’ 극복하려면
95% 쏠린 기술개발 투자 분산해
SW 인적·물적 투자 대폭 늘려야
과거 성공 버리고 ‘퍼스트 무버’를

그러나 내실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5년 국내 기업의 전년 대비 R&D 투자 증가율은 2.6%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였다. 믿었던 대기업들의 R&D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해 글로벌 2500대 기업의 R&D 투자 증가율이 6.6%였던 것과 대조된다. 중소기업 쪽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3년간 기술 혁신으로 신제품이나 크게 개선된 제품을 출시한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의 17.1%에 불과했다.

양현봉 KIET 연구위원은 “정부의 R&D 투자가 개발에만 과도하게 집중돼 기업들의 기술 사업화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R&D 예산의 약 95%가 기술 개발에 집중될 동안 기획·사업화에는 5% 정도만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이 소비자의 실생활 개선과 노동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려면 사업화가 필수지만 다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구자 1인당 R&D 비용 역시 1억8504만원으로 선진국 대비 하위권에 머물렀다.

혁신의 효율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한국의 R&D 효율성은 여전히 OECD 내 중위권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OECD도 보고서에서 “한국의 R&D 시스템은 ‘국산화’와 ‘한국형’ 사업에 집착해 비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뒤떨어지는 R&D 효율성은 ‘혁신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단기 실적 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존에 잘하던 부문에만 R&D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마트폰·반도체·모니터 등 3대 부문의 수출액이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R&D와 생산이 일부 하드웨어에 편중됐다.

반면 ICT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소프트웨어(SW) 부문에 대한 인적·물적 투자는 미미하다. 국내 SW 전문 인력은 2014년 20만 명에 불과했고, R&D 투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R&D 투자액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이래서는 반쪽짜리 혁신일 수밖에 없다. 혁신의 역설을 극복할 만큼의 강한 혁신을 한국이 이뤄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처럼 수동적 ‘패스트 팔로어’ 양산에 머물거나, ICT 분야 접목으로 침체된 기성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데 R&D 투자의 초점이 맞춰진다면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지금보다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한국에선 현실로 나타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기업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을 따라하는 데 급급해 생산성 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모만 앞선 R&D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나아갈 방향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 간 융합과 조화를 목표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김준연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라 새로운 혁신이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최대한 다양한 영역에 뛰어들어 과감한 탐색과 R&D로 신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때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선 기초체력 확보가 필수다. 정부가 미래형 기술 인력 양성과 지적재산권 보호, 글로벌 교류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분석이다. 각종 담론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보다 거시·장기적인 관점을 형성하고 미래 전략을 세울 때다.

도킨스 “생물학적 진화 아닌 문화적 진화, 그게 인류의 미래”

도킨스 “생물학적 진화 아닌 문화적 진화, 그게 인류의 미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첫 내한해 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도킨스는 22일 세종대에서 강연을 했고, 25일엔 고려대에서 장대익 서울대 교수와 대담을 할 예정이다. [사진 우상조 기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첫 내한해 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도킨스는 22일 세종대에서 강연을 했고, 25일엔 고려대에서 장대익 서울대 교수와 대담을 할 예정이다. [사진 우상조 기자]

종교와 신을 부정하고,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간주한 현대과학의 문제적 인물 리처드 도킨스(76)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 다윈의 진화론을 유전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입증하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대중의 호응을 끌어낸 진화생물학자다. 종교계 및 동료 과학자와의 치열한 논쟁을 마다하지 않은 전투적 무신론자이자 독설가로도 한 시대를 풍미해왔다.

외부 재앙에 인류 멸망 않겠지만
동식물 감소 등 내부 위협이 문제
AI로봇, 인류 파괴할 씨앗 될 수도
인간 뇌 더 이상 커지지는 않을 것

이번 내한에서 그가 꺼낸 화두는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다. 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특유의 통찰력으로 과학기술의 위험을 경고했다.
 

 
인류는 멸종할까

지구의 숱한 생명체가 사라져왔다. 인류라고 과연 예외일까. 인간의 근원적 불안감에 대해 도킨스는 ‘생존 지속’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공룡을 예로 들며 “6500만 년 전 거대한 운석과의 갑작스러운 충돌로 수백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 공룡을 소멸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정 수준의 기술 발전을 이룩한 현존 인류는 그 같은 재앙이 닥쳐도 “땅을 파고 벙커 속으로 들어가 연명하거나, 아예 화성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공룡을 멸종시켰던 유성의 진행 방향을 예측해 “충돌을 미리 방지하거나 로켓 등을 쏘아 궤도 자체를 수정시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진정한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비롯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도킨스는 “지구촌 생태계 동식물의 다양성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인류는 어떻게 진화할까

도킨스의 원리는 ‘방사진화론’이다. 진화가 일직선상으로 진행되지 않고, 지리적 격리 등으로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결과는 비슷하다는 점에서 패턴화된 진화의 방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상은 어떨까. 도킨스는 뇌에 주목했다. 우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현재까지 300만 년 동안 계속 뇌는 커졌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큰 뇌가 생존과 번식에 더 이상 유효한 도구가 아니란 진단이다. 대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장려하는 특정 종교에서 보듯 문화적 이유가 진화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화적·기술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보다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동차·컴퓨터를 보라. 생물학적 진화보다 수백만 배나 빠르다. 문화적 진화에 자연선택 법칙이 적용되긴 어렵다. 서로 영향을 주겠지만 생물학적 진화가 문화적·기술적 진화를 따라갈 것이다. 향후 인간의 진화는 문화적 진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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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류를 대체할까

그럼 과학기술의 진화가 과연 장밋빛일까. 도킨스는 인공지능(AI)을 언급하며 “앞으론 로봇이 이 강연장에서 실리콘과 탄소 기반 시대에 대해 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간의 지위를 위협할 지경이다. 우리는 지금 자기 파괴의 씨를 뿌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낙관적 시선을 놓지 않았다. 도킨스는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확대 등 수세기가 지나 되돌아보면 역사의 바퀴는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과학을 통해 우주와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인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ichard Dawkins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1941년 케냐 나이로비생. 35세에 쓴 『이기적 유전자』를 필두로 『확장된 표현형』(1982), 『만들어진 신』(2006) 등으로 과학계·종교계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2013년 ‘프로스텍트’지가 전 세계 100여 개국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최고 지성’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다

살아남은 유전자 ‘이기적 선택’…명쾌하게 밝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1.23 01:06   수정 2017.01.23 02:57

도킨스의 진화생물학은

논쟁과 도발의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21일 처음 방한했다. 『이기적 유전자』 등 베스트셀러로 현대 과학계에 충격을 던진 그의 이론을 정리한다.
 

병아리의 쪼기 행동 관찰로 박사 논문
40여년간 논쟁의 중심에 섰던 진화론자 도킨스. 21일 첫 내한해 강연과 사인회를 열었다. [사진 우상조 기자]

40여년간 논쟁의 중심에 섰던 진화론자 도킨스. 21일 첫 내한해 강연과 사인회를 열었다. [사진 우상조 기자]

리처드 도킨스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킨스는 1966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왜 병아리가 특정 색깔의 점을 다른 색깔의 점보다 더 많이 쪼아대는지에 대해 일종의 병아리 ‘심리학적’ 모형을 만들어 설명했다. 병아리의 쪼기 행동이 적당한 제한 조건을 만족하는 특정한 수학 규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는 마치 경제학에서 합리적 소비자가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한다고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생존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긴 팔’
포크레인·우물·댐으로 확장해 설명
이슬람·기독교의 인격화된 신 부정
과학이 도덕사회 만들 수 있다 주장

이처럼 동물행동학은 기본적으로, 동물의 행동이 진화론적으로 유리한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렇기에 동물행동학은 그 방법론 자체에서 인간과 동물의 행동에 대한 설명에서 차이를 두지 않는 ‘통섭적’ 특징을 보인다. 이런 방법론적 가정은 사회과학의 근본 전제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운다. 사회과학의 출발점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한 ‘이유’에서 행동을 하는 주체적 존재라는 것인데, 인간 행동의 양상이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론적으로 유리한 특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부분적으로라도) 결정되어 있다면 이를 ‘주체적 인간’의 관점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유명한 ‘본성-양육’ 논쟁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 채널4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찰스 다윈의 천재성’ 촬영 중 고릴라를 바라보고 있는 도킨스.

영국 채널4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찰스 다윈의 천재성’ 촬영 중 고릴라를 바라보고 있는 도킨스.

도킨스는 95년 시모니 석좌교수직에 취임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는 동물행동학자로 연구했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그가 진가를 발휘한 점은 76년 발표한 『이기적 유전자』 등 일련의 대중과학서를 통해 유전자 중심의 진화생물학적 관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이었다. 시모니 석좌교수 자체가 도킨스의 업적을 인정해 새롭게 설립된 ‘대중의 과학이해’를 전담하는 교수직이었을 정도였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은 출판사가 제안한 것이고 원래 도킨스는 ‘불멸의 유전자’라는 표현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도킨스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일정한 수명을 갖고 탄생했다 죽음을 맞는 개체가 아니라 여러 개체를 관통해서 복제되어 살아남는 유전자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더 결정적이라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기적인’ 부분에 주목했고, 이 과정에서 도킨스 스스로도 유감을 밝힌 오독이 발생했다. 도킨스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명 현상을 설명하려면 ‘마치’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의미의 비유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비유가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의미로 이해됐고, 많은 독자들이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기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됐던 것이다.
 

유전자의 ‘긴 팔’과 문화의 응축 ‘밈’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 선 도킨스. 이곳에서 의무로 착용해야 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김영사]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 선 도킨스. 이곳에서 의무로 착용해야 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김영사]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유전자만으로 인간을 비롯한 고등 동물의 행동, 특히 문화적 행동과 그 결과물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그의 또 다른 개념인 ‘확장된 표현형’과 ‘밈’이 중요해진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비버의 댐(비버는 댐을 만드는 습성을 갖고 있다)을 비롯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유전자의 ‘긴 팔’을 설명한다. 유전자의 ‘긴 팔’이란 또 다른 은유다. 우리가 물을 마시고 싶어 팔을 뻗어 물컵을 잡는다면 팔은 우리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물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해 우물을 판다면 포크레인이나 우물도 의지 실현을 위해 몸을 확장한 일종의 ‘긴 팔’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표현형이란 ‘파란 눈’처럼 원래 유전자의 결과물로 나타난 생명체의 특징(형질)을 의미한다. 그런데 동물의 행동을 ‘이기적’ 유전자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면 동물의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 예를 들어 비버의 댐도 일종의 유전자의 ‘긴 팔’의 결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자에 의해 직접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만이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그 결과물 또한 ‘확장된’ 표현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 ‘확장된 표현형’의 개념으로 인간의 문화적 생산물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실상부 유전자의 ‘긴 팔’이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만이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특징에까지도 뻗어 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밈 개념을 도입한다. 밈은 ‘특정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 전달되는 생각·행동·스타일’을 지칭한다. 즉, 유전자와 유사하게 (하지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문화적 단위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밈은 유행어나 대중가요의 곡조겠지만 좀 추상적으로는 정치적·종교적 원리나 철학적 주장도 해당된다.

도킨스의 밈 개념이 가장 논쟁적으로 활용된 예가 종교다. 도킨스가 보기에 종교적 믿음, 특히 ‘신’ 개념은 가장 나쁜 종류의 밈이다. 도킨스는 아인슈타인의 신 개념처럼 온 우주에 퍼져있는 추상적 원리의 은유로서의 신 개념에는 별 불만이 없다. 도킨스가 문제 삼는 것은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인격신 개념이다. 그는 이런 인격신이 진정으로 존재하는지를 과학적 가설로 간주해서 경험적 판정을 내리자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처럼 부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이렇게 분명한 결론이 났음에도 종교적 믿음과 신 개념이 이토록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킨스는 이에 대한 설명을 밈이 전파되는 과정에 대한 자신의 이론에서 찾는다. 종교를 가진 부모 밑에서, 혹은 종교가 사회 전체에서 널리 수용되는 환경에서 자라난 어린이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 밈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도킨스 역시 종교가 우리의 삶에 도덕적·교육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런 기여가 종교가 아닌 과학을 통해서 더 잘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이 종교적 근본주의자만이 아니라 상당히 온건한 방식으로 종교와 과학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사람들도 불편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점에서 도킨스의 ‘전투적 무신론’은 과학지식의 긍정적 힘을 확신하는 21세기의 신계몽주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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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 과학자에게도 훌륭한 교양서

도킨스의 영향력은 그의 수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끼친 ‘대중의 과학 이해’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동물행동학 및 진화생물학 연구가 결코 하찮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저술가로서의 그의 유산에 비해 학계에 끼친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의 ‘대중의 과학 이해’ 영역에서의 업적을 어려운 과학 내용을 ‘쉽게 해설’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분화된 연구주제를 탐구하는 것만큼이나 과학적 세계관이 보여주는 전망과 함의를 통합적 시각에서 제시하는 것은 대중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과학자에게도 훌륭한 ‘과학 교양’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전문화된 주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대 과학자들은 자칫 나무만 보다가 숲은 보지 못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도킨스가 저술한 일련의 책들은 이런 과학자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현대 생물학의 세계관과 첨단 학술 연구의 지평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한다. 비록 그의 구체적인 주장은 논쟁적일 수 있지만, 도킨스 스스로 강조했듯 그 논쟁성 자체가 건강한 과학이 발전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과학철학)

[출처: 중앙일보] 도킨스 “생물학적 진화 아닌 문화적 진화, 그게 인류의 미래”

로봇이 사회·정치 부패 척결할 것-4차 산업혁명과 로봇

“로봇이 사회·정치 부패 척결할 것”

입력 : 2016.09.29 08:07

‘인공지능 분야 대가’ 벤 괴르첼, 합리적 결정하는 ‘로바마’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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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 객원기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공 로봇이 조만간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오픈코그재단의 벤 괴르첼(Goertzel· 50·사진) 회장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편견이나 사리사욕이 없는 인공지능이 공정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되면 ‘김영란법’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유엔미래포럼이 28일 개최한 ‘미래 사회 전략 조찬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돼 한국에 왔다.

1989년 미국 탬플대에서 수학학 박사 학위를 받은 괴르첼 회장은 인간형 인공지능 제어 프로그램인 ‘오픈코그(Open Cognition)’의 소스를 공개해 세계 AI 개발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2년 전부터 사회·정치적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 ‘로바마(ROBAMA)’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로봇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한 것으로 ‘로봇 대통령’이란 뜻이다. 그는 “국민을 대표해 사회·정치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정작 전문 지식이 부족하거나 사리사욕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로바마는 알파고(바둑)처럼 특정 분야에만 전문화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상황 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이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 완벽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로바마를 개발하는 것이 괴르첼 회장의 목표다. 그는 “그때까지 법률이나 정책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정보와 알고리즘을 입력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10년 뒤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괴르첼 회장은 “로바마는 SNS나 인터넷에 올라온 방대한 정보를 1분 이내에 분석해 여론을 반영한 정책을 실시간으로 내놓을 수 있다”며 “로바마가 완성되면 부패를 척결하는 사회·정치적 혁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바마가 비이성적인 감정에 지배되는 인간 두뇌의 단점을 배제하고 가장 공정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면 부정부패가 자리 잡을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이 한국에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처음 시행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들었다”며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한국이 AGI 로봇 개발에 앞장선다면 이러한 법 자체가 필요 없는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인류 5번 걸쳐 대륙간 대이동, 급격한 기후 변화 때문

중앙일보

[단독] “인류 5번 걸쳐 대륙간 대이동, 급격한 기후 변화 때문”

[중앙일보] 입력 2016.09.22 02:30   수정 2016.09.22 16:10

하와이대팀, 네이처에 새 학설 제시
10만년 전 아라비아 반도 정착 땐
사막 줄고 수온 올라 식물 번성
유라시아로 갈 땐 빙하기 끝나
유럽 간 일부는 아프리카 U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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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저서 『호모 노마드(Homme Nomade)』에서 인류를 “정처 없이 유랑하는 존재”라고 정의한다. 인류가 미지의 세계를 찾아 유랑하는 건 500만 년 동안 유전자에 기록된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주로 언제 대이동(migration)을 감행했을까. 이들은 왜 안전한 주거지를 버렸고,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액슬 티머먼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팀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제시했다.

특히 이 논문은 인류가 최초로 유럽에 정착한 시점을 기존 6만 년 전에서 8만~9만 년 전으로 수정했다. 또 인류의 확산 경로에 대한 기존 학설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인류가 단일 방향(아프리카→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으로만 이동했다는 가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일부는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되돌아왔다는 학설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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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먼 교수

놀라운 것은 이렇게 컴퓨터가 추정한 이동 경로가 그간의 지구과학적 증거와 고고학적 사료, 그리고 유전자분석 결과와 톱니바퀴처럼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모델을 적용해 인류의 분포(인구밀도)를 추론하고 인류의 이동 과정을 연도별로 복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 미국 유전학자들은 유전자(DNA) 연구로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인류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밝히기 위해 하와이대 연구팀은 ‘기후학 모델’을 도입했다. 기상청이 수퍼컴퓨터에 변수를 입력해 날씨를 예측하듯, 연구팀도 이 모델에 다양한 변수를 대입했다. 주요 변수는 인간이 수렵·채집할 수 있는 식량과 수자원, 기온 등이다. 예컨대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 이베리아 반도의 강수량과 습도 데이터를 입력하면 식량이 어느 정도 존재했는지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요인이 충분한 지역은 인구밀도가 증가하고, 반대로 이런 요인이 부족하면 인구밀도가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조상(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인구밀도를 정량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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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결과,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는 총 다섯 번에 걸쳐서 대이동을 감행했다. 첫 번째는 12만5000년 전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벌어졌다. 10만 년 전엔 처음으로 아라비아 반도에 정착했고, 8만~9만 년 전에는 남부 유럽과 남중국에 진출했다. 인류가 유럽에 최초로 정착한 시점은 6만 년 전이라는 기존 학설이 뒤집힌 순간이다. 네 번째 대이동은 약 6만 년 전에 벌어졌다. 이때 인류는 최초로 오세아니아 대륙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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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처녀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에는 약 1만4000년 전에 본격 진출했다. 특히 세 번째 이동 당시 호모 사피엔스 일부는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되돌아왔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동저자인 토비어스 프리드리히는 네이처에서 “인류가 단일 방향(아프리카→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으로만 이동했다는 고고학의 가설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처가 이 논문을 게재한 건 바로 연구팀의 결과가 지질학적 증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논문이 주장하는 인류 대이동 다섯 번의 시점엔 공통적으로 급격한 지질학적 변화의 증거들이 있다. 다섯 번 모두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 비율이 급감했고, 수온이 상승했으며, 이주를 쉽게 하는 식물 분포가 급격히 증가했다.

빙하 이동 시점과도 일치한다. 예컨대 1만2000년 전엔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됐다. 빙하가 녹으면 평균기온이 2~3도 상승하고 열대·아열대 지역 식물이 급격히 번식한다. 당시 이집트 북부 시나이 반도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 바다에 식물들이 번성했다는 증거를 화석이나 고고학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번 분석은 딱 그 시점에 인류가 유라시아 반도로 건너갔다는 결과를 내놨다.

한편 이번 연구를 수행한 액슬 티머먼 교수는 내년 1월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연구단장은 자율적으로 연구 과제를 선정해 20억~11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 파격적 권한을 갖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중앙시평] 리더는 갑다운 갑이어야 한다

[중앙시평] 리더는 갑다운 갑이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6.08.21 18:52   수정 2016.08.2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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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를 포함해 많은 교수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 학자로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교수 스스로는 물론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교수상은 명확하다. 정년퇴임 때까지, 심지어 그 이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일평생 연구에 매진하면서 훌륭한 업적을 지속적으로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청년 때의 열정을 유지하면서 살 수 없듯이 교수도 세월과 더불어 열정을 잃어 간다. 체력과 함께 기억력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최근의 학문 발전 속도는 개인이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쫓아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는 좀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교수들도 평균적으로 나이가 들어 가면서 연구업적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면 자의건 타의건 연구의 열정을 잃어 가는 교수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의미가 없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 교수들도 자기만의 뭔가를 찾아간다. 그래서 연구보다 후학 양성이나 교육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 교수들이 일반적으로 늘어 간다. 이건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부 교수는 교내외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학회나 교내 보직을 통해, 때로는 정치·행정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여에 매진하기도 한다. 그 자체로는 나쁠 이유도 좋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런 어떠한 활동에서도 스스로 존재 의미를 찾기 힘든 교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이런 교수에게 가장 편한 선택은 그냥 학교에서 학생들(특히 자신의 대학원생들)만 상대하며 사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교육과 연구를 위해 학생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가장 편하고 만만해서 그렇다. 학교 내에서 교수의 지위는 영원한 갑이다. 교육 시스템 자체가 교수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사회규범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교수를 따르게 한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그런다. 그러니 을인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따르고 교수가 항상 옳다고 떠받든다(최소한 겉으로는). 슬프게도 대부분의 교수는 학교 밖 어디에서도, 심지어 자기 집에서도 이만한 대우를 받기 힘들다. 그러니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에 이만큼 달콤한 유혹이 없다.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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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이 갑질에 중독돼 간다는 것이다. 중독의 핵심 증상 중 하나가 의존증이다. 학생들의 사랑과 존경을 즐기는 단계를 넘어 그것이 자신의 삶의 이유가 되면서 이제는 그것에 매달리게 된다. 이제는 학교 밖에 나가길 거부하고, 학생이 원하지 않아도 학생들과 항상 같이 다니려 하고, 학생이 멀어지려 하면 심각한 금단증세와 함께 격한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 정도 되면 갑과 을이 바뀐 거다. 그리고 학생들도 점점 그걸 느끼게 되고, 그걸 이용하는 학생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이 들어 가장 불행한 교수가 되는 전형적인 행로다.

최근 일련의 정부 인사를 보면서 이런 슬픈 교수의 모습이 생각난다. 모든 정치리더는 자신의 정치적 가치와 지향점을 공유하는 사람을 써야 한다. 이게 측근 정치나 코드 인사로 비난받아도, 그래야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따르고 아끼는 측근과 부하 직원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너무 쉽게 버리면 인간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만약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이제 리더가 측근과 부하 직원에게 의존하게 된다. 어디 가도 자신을 그만큼 지지해 주고 존경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최소한 겉으로는). 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은 항상 자신이 옳고 그만큼 행복하다. 물론 리더는 자신이 의존하고 있다고 절대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그들을 보호해 주고 아껴 주고 있다고 믿는다. 마치 교수들이 자신은 그러기 싫은데 학생들이 하도 원해서 그런다고 착각하듯이.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된 논란의 실체적 진실이 뭔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그 내용이 도덕적인 문제인지 법적인 문제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우 수석 입장에선 나름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헷갈린다. 누가 누구에게 더 의존하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알려진 우 수석의 능력이나 재산을 보면 지금 그만둬도 앞으로 잘 살아갈 것 같다. 별로 그 자리에 연연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바로 그가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누구한테 그리 중요한 것일까. 리더는 절대 나쁜 갑질은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리더가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이 되는 순간, 그 조직은 불행해지기 시작한다. 리더는 수많은 부하 직원을 누구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그게 갑다운 갑이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