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악필… 연필 쥐는 법부터 가르쳐요

초등생들 메신저 대화에 익숙해 글씨 엉망에다 맞춤법도 틀려
교사들 “악필 학생 너무 많아”

1~2학년 한글 쓰기·읽기 교육 내년부터 두 배 늘리기로

초등학생 3학년에 한 달간 '쓰기 교육' 해보니 외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인 정모(37)씨는 지난 학기 내내 곤욕을 치렀다. 한글을 떠듬떠듬 겨우 읽는 상태로 입학한 아들이 입학 3주 만에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글씨 쓰는 순서를 몰라 받침부터 그리는 수준인 아이는 매주 받아쓰기 시험에서 20~30점을 받아왔다. 담임교사가 “다른 아이들이 다 쓸 줄 알기 때문에 한 명만 붙잡고 가르쳐 주기 어렵다”며 “엄마가 집에서 좀 챙겨주시라”고 연락해 왔다. 정씨는 “어린이집에서 한글 학습지를 권유할 때 거절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한글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적어도 모국어는 공교육에서 책임지겠다는 취지에서다. 취학 전 한글을 떼는 과정에서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한글을 익히지 못한 채 입학한 아이가 학습 부진을 겪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수업 92시간 중 한글 읽기·쓰기에 55시간을 배정했다. 1주일에 3시간씩 배우는 셈이다. 아직 교과서 개발이 덜 끝난 1학년 2학기와 2학년 과정까지 더하면 한글 교육 시간이 60시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초등 1·2학년 때 27시간 한글을 배운다. 지금보다 배 이상 한글 익히기 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연필 쥐는 법부터 체계적으로 한글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학부모들이 조기 한글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글 안 떼고 오면 수학도 뒤처져”

현재 학부모들 사이에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어린이집이나 학습지를 통해 한글을 당연히 떼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초등 1학년 담임인 김모(52)씨는 “우리 반 27명 중 한글을 모르고 입학한 아이는 1명뿐”이라며 “가나다 배우는 단원은 다 같이 읽어보기만 하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글을 익히지 못한 채 입학하는 소수의 아이들이다. 한글을 아는 대다수 학생에게 맞춰 수업하다 보니 처음부터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는 점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민모 교사는 “최근 수학도 단순 연산이 아니라 이야기식으로 바뀌면서 한글을 모르면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런 아이들이 점점 자신감을 잃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 저학년 때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여러 과목에서 학습 결손이 일어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며 “특히 급증하는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데도 한글 교육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수학 교과서도 스토리텔링 방식을 유지하되 글의 양을 줄이고 그림을 많이 넣어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악필(惡筆) 초등학생 없앤다

교육부는 특히 ‘쓰기’ 교육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길든 학생들이 한글을 종이 위에 정확하게 써보는 경험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장 교사들도 “아이들이 맞춤법을 틀려도 상관하지 않고 글씨도 점점 엉망이 돼 간다”며 “어려서부터 연필로 글씨 쓰기보다 스마트폰 메신저로 대화 나누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총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교사 620명 중 94.2%(584명)가 “(과거에 비해

) 글씨를 잘 못 쓰는 학생이 늘었다”고 답했다.

다만 교육부는 교사용 지도서에 ‘입학 초부터 어려운 받침이 들어가는 글자를 무리하게 받아쓰게 해 한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는 유의 사항도 명시하기로 했다. 또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에는 보호자에게 은근히 한글 교육을 권하거나 일기 쓰기 등 초등 저학년 수준의 한글 교육을 하지 않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4차 산업혁명, 세계 5룡만 살아남는다

[책 속으로] 4차 산업혁명, 세계 5룡만 살아남는다

힐러리 최측근인 선거 전략가 로스
콩고 난민촌 ‘모바일 혁명’에 충격
“IoT·로봇 주도 산업 빅뱅 이미 시작”
미래 헤쳐갈 방법은 “교육” 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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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보고서
알렉 로스 지음
안기순 옮김, 사회평론
438쪽, 1만8000원

4차 산업혁명은 엄포가 아니다. 남의 나라, 남의 일로 치부할 얘기도 아니다. 바로 나의 일이고 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 현실의 문제다. 앞으로 10년 내에 그 충격파가 나를 덮칠 가능성이 크다.

『미래산업보고서』는 그저 막연했던 4차 산업혁명이 몰고올 미래 사회를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렇게 가슴 와닿는 책이 나온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바로 저자의 특별한 경력이다. 알렉 로스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기술·미디어·텔레커뮤니케이션 정책위원장을 맡아 오바마 당선에 핵심적 기여를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당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로스를 공들여 영입해 자신의 오른팔로 만들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혁신자문관으로 임명된 그는 세계 41개국을 돌며 정보기술(IT)혁명의 뒤를 이어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코앞에 직면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2009년 8월 로스가 클린턴으로부터 난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고 콩고의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발목까지 빠지는 오물을 헤치며 걸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상당수 난민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먹고 입는 것조차 버거운 아프리카 난민촌의 삶조차 모바일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아찔한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 혁신은 실리콘 밸리의 구글과 애플만 독점하는 게 아니다. 아프리카 난민촌, 인도의 빈민가, 뉴질랜드의 농촌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가 시작되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빅뱅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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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로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에 의해 혁신 담당 수석자문관으로 영입됐다. 4년간 전 세계를 돌며 급변하는 산업현장과 혁신 기술을 살폈다. [사진 사회평론]

저자는 이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로 미국·일본·한국·독일·중국 5개국을 꼽았다.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인터넷을 산업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다시 휘어잡았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이끌고 구글·페이스북·아마존은 모바일 시대의 첨병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지구촌에는 승자와 패자가 엇갈렸다. 승자는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한 투자자와 기업인, 숙련직 근로자였다. 중국에선 5억 명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고비용 노동시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기술 변화와 시장의 세계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낙오자들이 속출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경쟁력을 잃은 노동자의 분노와 반발을 반영하고 있다.

아찔한 것은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로봇공학이 미래를 주도하는 고성장 산업으로 실용화되기 때문이다. 로봇의 실용화는 턱밑까지 와 있다. 언제 상용화될까 싶지만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은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재료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외피까지 철판 대신 부드러운 소재로 된 로봇을 만난 날이 멀지 않았다.

이런 빅뱅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지 않고, 수학 공부를 충분히 시키지 않는다면 대안을 찾으라고 권장한다. 이미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모든 기계 문명이 코드화하므로 프로그램 코딩이 지식 세계에서 대화의 기본수단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나침반이자 사용설명서다. 내 일자리와 우리 사회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대비에 나서길 바란다.
 

[S BOX] 세계 80만 ㎞ 누빈 힐러리 자문관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차기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알렉 로스를 중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그의 뛰어난 통찰력이다. 로스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혁신자문관을 지내는 동안 1435일간 전 세계 80만㎞를 돌면서 남들이 포착하지 못한 미래를 내다봤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가 18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IT혁명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꿔놓을 것이란 통찰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여성’이라는 시각도 예리하다. 로스는 일본과 중국의 비교를 통해 여성 역할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때 미국을 능가할 것 같던 일본의 경제력이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밀려난 건 여성 인력 활용의 차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중용할 거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4차 산업혁명, 세계 5룡만 살아남는다

“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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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개정판 낸 페스트라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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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인공 지능 등 급격한 기술 변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생각과 흐름을 수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키울 방법으로 ‘인문학 교육의 부활’을 제안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2)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외국인이다. 한국 문화의 가치와 잠재력을 입이 닳도록 역설하고 다닌다. “한국이 일군 경제 기적의 배후엔 수천년 동안 지속된 지적(知的) 전통이 있다”는 주장도 그의 단골 메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해 화제가 됐던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도 선비 정신과 예학·풍수 등 우리 전통문화의 강점을 끊임없이 내세웠다.

“공부를 취업수단으로 보는게 문제
도덕적 삶, 학문 성취 전통 되찾아야
서당식 낭독교육법도 되새겨 볼만
한국인들 자부심 양극화현상 심해
이젠 한국 아닌 지역 문화 강조할 때
이태원·청계천 등 가치 짚어낼 것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소식을 화제로 올렸다.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활기에 세계가 주목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자신의 ‘선견지명’에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질의 :2011년 출간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의 개정판이 나왔다. 지난 5년 사이 한국인들의 의식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응답 :“자부심이란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헬조선’이라며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전통문화의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인생은 …』는 속도에 치중하다 방향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은 책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전통 문화의 재해석 등을 제안한다. 그는 “한국 교육의 혁신 모델을 다른 선진국에서 찾지 말고 전통교육에서 찾아라.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해법도 홍익사상 등 전통문화에 있다”고 말했다.

질의 :어떤 전통이 유효할까.
응답 :“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공급자는 돈벌이 도구로, 수요자는 취업을 위한 자격으로 생각한다.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를 강조하는 선비정신은 한국의 교육 체계를 다시 세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칠 때 썼던 ‘낭독’교육법도 되새겨봐야 한다. 지식을 내면화시키는 일종의 체험 교육이라는 점에서 암기 위주의 2차원 교육에 머무르는 현 시스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또 스승과 제자가 평생을 두고 인연을 이어갔던 전통도 되살릴 가치가 있다.”

미국 내슈빌에서 태어난 그는 예일대에서 중문학을, 일본 도쿄대에서 비교문화학을 공부하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익혔다. 1995년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서울대 중문학과에 연구생으로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부상하리라 생각해 83년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동아시아 3국의 언어를 모두 통달하면 동아시아 비교문학의 진정한 대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아 전략적으로 한국어 공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 학생들이라면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를 배워두는 것이 유용한 미래 전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97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한국식 이름 ‘이만열’을 즐겨쓰며, 한국어도 유창하다. 하지만 1남 1녀를 한국에서 키우면서 ‘다문화 가족’의 고충을 직접 겪었다. “2007년부터 계속 한국에 살고 있다. 처음엔 두 아이 모두 한국학교에 보냈는데 결국 국제학교로 옮겼다. ‘미국사람이냐, 한국사람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한국 사회 적응 여부가 ‘(한국인같은) 외모’에 달려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질의 :줄곧 ‘단일민족’을 강조했던 전통 탓 아닐까.
응답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 문화를 조금 깊이 공부해보면 보편성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국기에도 국가의 특수성을 내세우지 않고 태극같이 형이상학적·보편적 의미를 담은 나라다. 또 고려시대에 이미 다문화의 전통과 경험이 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서울’이다. 서울의 저력과 매력을 소개하는 책을 준비 중이다. “이젠 한 나라의 문화가 아닌 각 지역의 문화를 강조해야 할 단계”라면서 “프랑스가 프로방스·노르망디 지역 등을 독립적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이태원과 청계천 등의 가치를 따로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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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예일대를 나와 도쿄대·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일리노이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조지 워싱턴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 해외홍보원 공식 온라인 신문 ‘Dynamic Korea’ 수석편집장, 주미한국대사관 홍보원 이사 등을 지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10권을 영어로 옮긴 책(서울대출판부 출간)도 펴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자녀와 제자의 모습은 부모와 스승이 살아온 삶의 반영
그 닮음은 뿌듯한 보람일 수 있지만 미안한 후회일 수도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직업 중에는 역할과 실제 삶이 구분돼도 좋은 직업이 있는가 하면 역할과 실제 삶이 일치해야 하는 직업도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시간 외에는 역할에서 해방되거나 맡겨진 성과물만 완성하면 자유로워지는 직업이 많지만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서 책임이 요구되는 직업이 있다. 아마도 교육자와 종교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내일로 다가온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자 직업을 살펴보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같은 말은 이미 화석화돼 버린 시대에서 중·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대학은 취업용 스펙을 쌓는 통과 과정이 돼 버린지도 모른다. 과장해 표현하자면 수업료를 내고 적절한 노력을 투입구에 넣으면 졸업장이 자동으로 나오는 자판기처럼 돼 버린 시대, 성과와 업적 때문에 교육의 인격적 접촉은 점차 희미해져 가는 쓸쓸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를 탓하기에 앞서 과연 내가 교육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면 한없이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특히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윗세대의 스승님들이 보여 주셨던 인격적인 가르침을 우리 시대의 교육자는 하고 있는가?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먼 젊고 부족한 교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스승이 되고 싶은 선생’이라고 프로필에 썼던 적이 있다. 직업적인 명칭으로서의 교수와 삶의 지표가 되는 스승은 다른 뜻일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합격하고 등록한 지위로서의 학생과 공자의 표현처럼 “공경하는 사람”으로서 가르침을 얻는 제자의 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스승과 학생·제자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조합이 있다. 교수와 학생의 건조한 직업적 관계 혹은 스승과 학생, 교수와 제자의 일방향적 관계와 달리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드는 인격적 만남이 있을 것이다. 학문과 인생의 지혜를 나누고 순자(荀子)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꿈꾸는,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그려 본다.

스승의 날 반성이 길어져 버렸지만 교육자보다 훨씬 더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직업은 바로 ‘부모’가 아닐까. 경제적 보상을 얻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업의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사회적 유용성과 책임성이라는 점에서 직업이라 불러도 가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절로 주어진 역할인 듯 착각하기도 하지만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인 동시에 소명이기도 하다. 또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불안한 일이며 처음부터 훈련받은 부모는 없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성공적인 장년이 성취해야 할 이슈로 ‘생산성’을 제시했다. 이때의 생산성이란 일의 성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돌보고 양육하는 중요한 과제를 포함한다.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음 세대를 기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교육자와 부모가 그러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역할은 말과 지시로 전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가 하는 모습이 투영되는 것이며 모델링을 통해 가감 없이 투명하게 전해진다. 앨버트 반두라가 사회학습이론을 통해 설명했듯이 인간행동발달은 관찰을 통해 이뤄지며 일상에서 노출되는 부모와 스승의 모습은 스펀지처럼 흡수된다.

‘365일 24시간 직업’이라는 표현은 긴장 속에서 완벽하고 그럴듯한 모습을 항상 연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오히려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 문제에 고민하는 모습, 고난을 견디는 모습, 좌절을 극복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진솔함, 그리하여 삶이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양육과 교육의 과정일 것이다.

이 직업군의 특징이라면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누구를 ‘닮는다’는 단어처럼 감동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양가감정의 단어가 어디 있으랴. 자신의 삶이 반영된 자녀와 제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삶의 선명한 결과로 남는다. 그 닮음이 뿌듯한 보람일지, 아니면 마주 보기 미안한 후회일지를 직면해야 하는 그런 ‘365일 24시간 직업’이기에.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출처: 중앙일보]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조절초점 이론’ 심리학자 히긴스 컬럼비아대 교수

[인문학 속으로] 미국인 65% 성취지향형 한국인 65% 안정지향형


‘조절초점 이론’ 심리학자 히긴스 컬럼비아대 교수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밤늦게까지 일하는 팀원이 있다. 팀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잘하고 있어! 이번 일이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받게 될 거야!”

이 격려는 적절했을까. 20여 년간 목표 달성과 동기 부여에 대해 연구해온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70)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팀장의 말은 누군가에겐 의욕을 불어넣지만 누군가에겐 효과가 없다. 세상에는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성취지향형(Promotion Focus)’ 인간이 있는 반면 ‘지지 않기 위해’ 게임을 하는 ‘안정지향형(Prevention Focus)’의 인간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보상’보다 ‘실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이들에겐 이런 말이 더 효과적이다. “긴장하라고. 이번 일이 실패하면 우리 팀과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거야!”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으로 분류한 것이 히긴스 교수의 ‘조절초점 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이다. 이 이론은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된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원제 FOCUS)라는 책을 통해 알려지면서 심리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긍정적 암시가 행복을 부른다’는 기존 긍정심리학의 메시지를 뿌리째 흔드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성향에 맞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그의 이론은 조직관리·마케팅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게임회사 ‘4시33분’의 초대로 한국을 찾은 히긴스 교수를 18일 만났다.

| 성취형·안정형 기질 다 타고나지만
사회 분위기, 양육 환경 따라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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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히긴스 교수는 인간의 심리 성향을 ‘성취지향형’과 ‘안정지향형’으로 분류한다. 그는 “성취지향적인 사람도 아이를 데리고 길을 건널 땐 안전 지향이 되듯 상황에 따라 성향이 바뀔 수 있다”면서도 “한 사람의 행동 전반을 지배하는 우세한 성향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질의 :연구 주제가 독특하다.
응답 :“오래전 이혼 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심리학자로서 인간이 왜 우울해지며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을 하면서 실직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두 가지의 반응이 나타난다는 걸 발견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에 빠지고(depressed), 어떤 이들은 불안에 시달린다(anxious). 왜 이런 차이가 나올까란 의문이 ‘조절초점 이론’으로 발전했다. ‘성장’과 ‘이상’에 집중하는 성취지향형은 이상적 자아(ideal- Self)에 도달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 한편 ‘현상유지’ ‘안정’을 중요시하는 안정지향형은 당위적 자아(ought- self)에 이르지 못한 자신의 상태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다.”

| 안정형, 현상 유지 ‘방어적 비관론자’
위기 때 불안 느끼나 최대 능력 발휘

 

질의 :두 유형의 가장 큰 차이는.
응답 :“현재를 제로(0)의 상태, 즉 중립으로 볼 때 ‘플러스(+)1’의 상황을 희망하는 성취지향형에게 ‘0’은 불만족스럽다. 이들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목표인 안정지향의 사람들에겐 ‘0’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다. 이들은 ‘마이너스(- )1’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어적 비관론자’다. 이들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닥칠 때 최대치의 능력이 나온다.”
질의 : 미국엔 성취지향형이 많을 것 같다.
응답 :“내가 소장으로 있는 컬럼비아대 동기과학센터에서 20년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미국인의 경우 65% 정도가 성취지향형이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경우 70%까지 높아졌다. 반면 일본이나 한국·중국은 65% 정도가 안정지향형이었다. 이는 각 사회가 도전(challenge)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의 나라다. 기본적으로 더 나은 삶, ‘+1’을 추구하는 사회다. 반면 일본의 경우 영토도 넓지 않고 자연재해가 많다. 이들에겐 도전보다 현재의 상태(0)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질의 : 타고난 기질에도 영향을 받나.
응답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질을 다 타고난다. 사회 분위기와 양육 환경이 결정적인 변수다. 예를 들어 ‘인생은 도전’ ‘열심히 공부하면 보상받을 것’이란 성취지향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들은 아이와 ‘세상은 무서운 곳’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라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를 듣고 자란 아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 성취형, 성장·이상에 집중 낙관론자
도달 못하면 자살 등 극단적 선택도

 

질의 :성취지향이 더 좋아 보인다.
응답 :“그렇지 않다. 성취지향형은 기쁨과 흥분을 많이 느끼지만 환상(illusion)에 휩싸이기 쉽다. 반면 안정지향적인 사람은 비관적일지라도 현실을 똑바로 보려 한다. 또 성취지향의 사람은 이상적인 자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극도로 우울해져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안정지향형은 불안해 하더라도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많지 않다. 두 성향 다 장단점이 있다.”

조절초점 이론은 경제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어떤 물건의 가치(가격)가 수요와 공급,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던 기존 학설을 반박하며 새로운 가치 개념을 만들어냈다. 히긴스 교수에 따르면 가치란 결국 심리적인 것이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성향(성취지향 또는 안정지향)에 부합할 경우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즉, 같은 물건이라도 ‘동기적합성(fit)’의 정도에 따라 다른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로 그는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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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조절초점 이론을 조직에 적용한다면.
응답 :“두 가지 성향을 갖춘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한 골을 넣기 위해’ 뛰는 선수와 ‘한 골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가 모두 필요하다는 거다.”
질의 :결국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의 문제인데.
응답 :“한때 항공기 회사 보잉에서 비행기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 성과가 없었다. 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인센티브보다 규범이나 의무, 예방 등 안정지향적 메시지에 반응한다. 이들에게는 안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강조하는 편이 낫다. 마케팅에서도 중요하다. 의약품을 광고할 때 ‘당신의 건강을 증진시킵니다’(성취지향)와 ‘당신의 건강을 지켜드립니다’(안정지향) 중 어느 카피를 선택할 것인가. 타깃층이 어떤 성향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 트럼프, 보수·진보 모두 자극 메시지
클린턴, 중립적인 발언 잘 안 먹혀 

 

질의 :정치인들에게도 중요할 것 같다.
응답 :“미국 대선 후보들의 메시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현재를 지키자는 안정지향적 메시지에, 진보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성취지향적 메시지에 반응한다. 그런 측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아주 영리한 정치인이다. 그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우리는 현재 마이너스 상태이며 원래의 위대함을 되찾아야 한다’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로 보수층을 끌어들인다. 동시에 ‘그레이트(Great)’라는 단어는 성취지향적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버니 샌더스의 연설도 ‘우리는 현재 마이너스이며, 함께 플러스로 가자’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발화는 놀랍게 닮아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현 정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중립적으로 발언한다. 이런 메시지는 먹히기 어렵다.”

히긴스 교수는 “내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지만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삶이란 목적지(destination)가 아니라 여정(journey) 그 자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자신에게 맞는 일과 방식을 선택하라. 그래야 좋은 삶이 가능해진다.”
 

성취-성취 커플 쉽게 깨지고, 안정-안정 조합은 연애 힘들어
나 자신과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는 건 사랑과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 획득에 초점을 맞추는 성취지향형은 사랑할 때 ‘해변가에서의 다정한 포옹’ 같은 이상적인 장면을 꿈꾸며 열정과 만족감 등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반면에 안정지향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은 사랑에서 안도감과 안정감을 얻기 원한다. 모호한 관계, 소위 ‘썸’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성취지향이 다양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고 열린 관계를 즐긴다면 안정지향의 사람은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못 견뎌 한다. 이런 차이가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가 일정 단계에 들어서면 성취-안정 커플은 그 어느 유형보다 ‘환상의 콤비’가 될 수 있다. 성취-성취 조합이 불같은 사랑을 하는 대신 열정의 진도가 맞지 않을 경우 깨지기 쉽고, 안정-안정 조합은 친밀감을 쌓는 속도가 느려 관계 자체가 형성되기 힘들다. 반면에 성취-안정 조합은 한쪽에서 속도를 내면 상대방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식으로 관계를 유지해 간다. 토리 히긴스 교수는 “성향이 같은 부부에 비해 성향이 혼합된 부부의 관계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커플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책임지고 나머지는 상대방에게 맡기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인문학 속으로] 미국인 65% 성취지향형 한국인 65% 안정지향형

효도와 한국의 미래

[임마누엘 칼럼] 효도와 한국의 미래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나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쓸 때 한국의 전통문화 중에서 어느 부분이 한국의 미래 발전에서 청사진 구실을 하게 될지 가늠해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미래에서 효도(孝道)가 차지하게 될 가치에 대해 한 장(章)을 쓰기로 하고 개요를 작성했다. 결국에는 그만뒀다. 한국 친구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효도가 의무라고 말하면서도 딱히 효도에 대한 열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효도는 어떤 ‘진기한(quaint)’ 습관이 아니었다.

효는 추상적인 도덕과 구체적인 실천 사이에 다리를 놓는 윤리체제의 핵심이었다. 효도는 또한 개인 영역과 공공 영역을 한데 묶어 지속 가능한 정치체제를 만들었다.

18세기 중국인들은 한국의 효도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인들은 연장자와 조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경심을 문명 사회의 징표라고 파악했던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설계할 때 효도를 빼려는 생각은 틀렸다.

나는 안동에 있는 유교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디오라마(diorama) 장치들이 웅장한 유교랜드 건물을 가득 채웠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해 유교적 가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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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테마파크형 전시체험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교적 덕성의 함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관람객 유치가 목표인 것으로 보였다. 12세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내용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효도라는 의미에 내재한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자식들이 노부모를 내다 버리는 일까지 발생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 마찬가지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나머지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 젊은이도 나오고 있다.

효도는 반드시 부흥시켜야 할 한국의 전통이다. 하지만 효도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도를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효도가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효도를 만들어 내려면 상상력을 동원하는 게 필요하다. 효도의 전통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려면 예술가와 작가, 그리고 보통 시민들과 같이 작업하는 지식인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작업은 어떤 ‘브랜드 추진위원회’라든가 홍보 컨설턴트들이 수행할 수 없다.

우선 효도는 여성에 대한 모든 편견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유교 전통은 성 중립적(gender neutral)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례가 있다. 그러한 개혁의 사례가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후손들이 추앙해야 할 조상에는 여성이 포함돼야 하며 여성은 제사 등 유교 의식에 남성과 동등한 방식으로 참가해야 한다. 전통을 개혁하는 데 실패하면 결과는 그 전통 자체의 소멸이다.

또한 효도는 도덕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에 이르는 과정으로도 이해해야 한다.

효도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정체성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비록 우리가 조상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는 조상들의 공헌이 낳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효도의 전통을 부흥시키려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 부모는 조상에 대해 자녀에게 말해줌으로써 그들의 생각이나 몸의 생김새 그리고 경험이 어떻게 지난 세대의 조상들과 연결되는지 자녀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효도는 프로이트적 접근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효도는 보다 건설적인 심리학적 이해를 제공한다. 효도를 통해 자녀의 삶에서 부모가 차지하는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추상적인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어버이-자녀 관계의 긍정적인 것들을 강화하는 매일매일의 실천을 통해서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1920년 베이징에서 한 해 동안 체류하며 강연 활동을 했다. 그는 22년 출간된 『중국의 문제(The Problem of China)』에서 서구 국가에서 “어떤 개인의 충성심을 전투부대로 유도하는 애국주의”보다 유교의 효도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훨씬 바람직한 체제라고 지적했다.

이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효도는 개인의 영역과 국가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철학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효도 철학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념’이 아니며 군국주의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애국주의’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19세기에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가족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로 효도가 한국이 제국주의적인 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으며 한국이 인간애가 넘치는 통치제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게 만들었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출처: 중앙일보] [임마누엘 칼럼] 효도와 한국의 미래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중앙일보]입력 2015.10.17 01:18수정 2015.10.18 00:27 | 종합 16면 지면보기

   

하워드 가드너 미 하버드대 교수는 신간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아울러 지능·문화·배움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Stephanie Mitchell/Harvard University

하워드 가드너(72)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그가 『다중지능: 인간 지능의 새로운 이해』에서 제시한 이 이론은 당시까지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IQ(지능지수) 테스트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인간의 잠재능력을 탐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문학 속으로] ‘다중지능 이론’ 창시자,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다중지능 이론을 포함해 교육심리학자로서 그의 관심은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이를 이뤄 갈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원제 The Disciplined Mind·사회평론)는 이런 그의 교육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잘 훈육됐으며 비판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새로운 발견과 대안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적극성을 갖춘 사람,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사람”(31쪽)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가드너 교수를 e메일로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교육심리학자인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부터 질문 구성과 답변 해석 등에 자문을 받았다. 가드너 교수는 “한국은 학업의 성취와 성과 면에서 돋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며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한국 학생들의 태도는 자기 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Rose Lincoln / Harvard University

 -당신은 일반인들에게 다중지능 이론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를 비롯한 주요 저작을 살펴보면 보다 폭넓은 의미로 ‘마음(Mind)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신의 전체적인 이론 중 다중지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다중지능 이론을 개발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오늘에도 전 세계에서 다중지능 이론을 문의하는 e메일이 날아온다. 다중지능 이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다양한 연구작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나는 인간의 존재를 질적으로, 윤리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더 굿(the good)’에 대해 연구해 왔다. 예를 들면 누가 선한 근로자일까, 선한 시민(성)이란 무엇일까 등이다.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에는 ‘다중지능’이 오용된 것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오용의 사례가 있다고 본다. 다중지능이 ‘선한 방향(good way)’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에는 이 이론을 발표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연구하는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며,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마음의 작용은 무엇인가. “나는 인간의 마음을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정신 활동은 인간의 뇌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뇌를 훌쩍 뛰어넘어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기술 영역,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적 영역, 역사와 문화와 예술의 영역까지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지능, 창조성, 리더십, 윤리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게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학습하는가와 같은 ‘고급’ 인지까지, 인간 인지의 복잡하고 다양한 면들이 나의 관심 분야다.” -당신의 책은 창조적 능력을 지닌 많은 위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나라와 기업이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창의력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조적인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오늘날의 창조성은 백년 전, 천년 전, 만년 전의 창조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먼저 우리는 기술, 특별히 디지털 기술로부터 이미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둘째로 우리는 자신과 친밀한 사이든, 낯선 사람이든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를 더 선호한다. 어두컴컴한 다락방이나 동굴에서 홀로 작업하거나 연구하는 창조적 개인의 이미지는 오늘날의 창조성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번에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학문적 사고체계를 익히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기존의 지식체계를 익히는 것은 창의성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책 『미래 마인드(Five Minds for the Future)』에 이와 관련된 설명이 있다. 창조적이 된다는 것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은 그 틀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기간을 통해 습득하고 학습한 훈련된 지식이 그 틀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 과도하게 시간을 쏟는다면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무엇을 배워왔고 어떻게 배웠는지를 알아야 참신하고 독창적(혁신적)이며, 유용하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한국 교육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학생들은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문제풀이에 능하다. 하지만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시험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더 뛰어나고 재주가 있는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이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한국은 학업의 성취와 성과 면에서 돋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을 자주 엄하게 대하는데, 아마 그들이 어렸을 때 이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경험상 한국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 있지만 자기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동아시아인들은 서양 사람에 비해 창조적이지 않다는 통설이 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한국 출신의 창조적 예술가, 음악가, 과학자들이 한국과 해외에서 활발하게 창조적 능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입시 문제와 함께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행되고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인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훈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즉,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일상생활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친구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교과서 정답을 듣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위에서 소개한 ‘더 굿 프로젝트’가 주목하는 점도 이 지점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에서는 ‘툴 키트(Tool Kit)’를 개발해 왔다. 이 툴 키트는 학교폭력, 부정행위, 의미 없는 경쟁 등 다루기 어려운 상황과 딜레마와 씨름하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은 약자를 괴롭히는가를 성찰해 보고,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에 무엇이 악하고 해로운 것인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학과가 폐지되는 ‘대학의 붕괴’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 “기초학문과 교육이 본질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직업인으로서나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 필수적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면담할 때가 있는데, 그들에게 교육의 목적을 물으면 ‘취업’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과학, 예술, 철학, 역사와 같은 기초학문 교육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2015년 바로 오늘을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2020년 혹은 2050년의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또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기 위함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은 물론이고 필요로 하는 정보의 종류도 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학교 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미래를 예측해 봐도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 청소년, 젊은이들에겐 동료를 사귀고 시민의 자질을 익히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또 부모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그들을 돌볼 곳이 매우 필요하다. 미래의 교사들은 코치나 큐레이터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일은 검색 엔진 같은 기계가 대체할 것이다. 몇 년 전 ‘똑똑한’ 학생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가드너 교수님,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데, 왜 학교가 존재해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맞네요. 스마트폰으로 그렇고 그런 모든 질문에 대해 답할 수는 있겠네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나 인문학이 영원히 지속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중지능 이론이 발표된 지 30여 년이 됐다. 30년 후에 다중지능 이론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다중지능’이 유익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 자신만의 고유의 잠재력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 부모와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다르게 보는 통로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능’이란 용어를 복수형으로 만들어 부모와 교사와 아이들이 한 가지 방식 이외의 더 다양한 방식으로 똑똑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든, 놀이든, 무엇이든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최고의 방식으로 그 강점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다중지능’과 내 이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관심도 없고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로 희망하는 것은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똑똑할 수 있다’라는 것이 상식이 되고, 이 사회의 지혜가 되는 것이다.” “다중지능 개발” 사교육업체 교재에 혹하지 말라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은 인간의 지능이 언어·음악·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인간친화·자기성찰·자연친화 등 독립된 능력들로 이뤄져 있으며, 이런 지능의 조합으로 개인의 다양한 재능이 발현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이 예기치 않은 여러 오해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이론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가 엄격한 교육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교육적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평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은 언어 및 논리수학적 능력만을 강조하는 표준화된 전통적 시험을 비판하는 것이지 교육에서의 ‘기준’이나 ‘엄격함’, ‘기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다중지능 이론이 주장하는 교육은 “학생과 교사, 개인과 사회, 그리고 독자와 저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교육이다. 한국에서 그의 이론은 주로 사교육 업체들에 의해 이용돼 왔다. 그의 이론이 알려진 후 ‘다중지능을 개발시켜 준다’고 홍보하는 학원이나 영·유아용 교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부분은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격화된 상품이었다.그는 지난해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주고받은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왜곡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우려하며 “한국의 부모와 교사들은 사교육업체의 다중지능 이론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시론] 인성교육, 소통능력 기르는 게 핵심이다

[시론] 인성교육, 소통능력 기르는 게 핵심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8.03 00:05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부각되며 인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어 터진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인성의 문제가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해결하려는 제도권의 움직임이 법제화로 이어져 인성교육진흥법이 7월 21일 시행됐다. 인성과 관련된 사회적 덕목을 교육체계 안에서 키우기 위한 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성은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의미한다. 사회적 환경, 가정, 제도교육이 인성 형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가정과 사회가 인성교육의 주 무대가 돼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법과 제도가 인성 함양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 정치를 보면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대신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는 일이 빈번하다.

 언론에 비춰진 사회지도층의 모습을 보면 인성 함양이 사회적 성공에 도움이 되는지 의심을 갖게 된다. 공부는 안 하고 왜 문학책을 읽느냐고 자식을 나무라고,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가정의 문화 속에서 긍정적 인성이 자라날 여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인성 함양의 시대적 요청을 환기시키고 긍정적 인성을 가정과 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법이라는 강제적 장치를 통해 인성을 육성하는 시도에서 주의할 점들이 있다. 첫째, 제도적 인성교육은 성급하게 특정 가치를 주입하려는 유혹을 넘어서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봤듯이 특정 가치관 주입을 일차적 목표로 한 인성교육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 인성교육은 절차적 덕성을 함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절차적 덕성이란 의견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에 기반해 합리적 대화를 하며, 우월한 의견에 승복할 줄 알고, 이견이 드러날 때 합의를 도출하는 등 절차와 관련된 능력이다. 제도적 인성교육은 절차적 덕성 함양에 초점을 두고 출발할 때 순항할 수 있다. 절차적 토양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아야만 그 토대 위에서 우리를 결속시키는 건강한 공동체적 이념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 주려 해서는 안 된다. 특정 주제에 대한 교육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를 담당하는 별도의 교과목·교과과정을 만든 후 성취도를 수치화하는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10조 3항),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관련된 인증제 시행(11조, 12조), 교사 양성 관련 대학들 내에 인성 관련 교과목 필수화(17조 2항), 인성교육의 추진성과 및 활동에 대한 매년 평가(16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또 하나의 과목들이 학교 교육과정에 설치될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활동, 재량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이 자유학기제와 더불어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하여 이미 시행돼 어느 정도 성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별도의 인성 함양 범주가 교육과정에 도입되면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적자생존의 반인성적인 틀에서 운영되는 기존 교과목을 그대로 놓아 둔 채 인성을 위한 별도 범주를 도입하는 것은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안은 기존의 교육과정을 인성 함양의 관점에서 평가·강화·정비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국가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지식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인성교육 강화가 지식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교과목 교육과 인성교육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라면 하나를 강화하는 게 다른 것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 따로따로라는 생각은, 지식은 정보를 습득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이라는 구시대적인 지식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창조경제로 이행했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술 관련 정보가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인간 친화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핵심을 차지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생각들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에서도 공동 연구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점차 개인지성에서 집단지성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지식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소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를 산출하는 것이 요구된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이해에 닻을 내리고 교과·비교과활동을 인성의 축으로 아우를 때 교육 따로, 인성 따로라는 불필요한 비판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소셜미디어에 비친 교사와 스승

교사 관련 검색어 1위 임용, 2위 사건·사고…교육은 맨 마지막

[중앙일보] 이 기사는 2015-05-13 오전 00:02:00 에 실린 기사입니다.

소셜미디어에 비친 교사와 스승

우리나라 교사 다섯 명 중 한 명은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중학교 교사 10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해 발표한 직업 만족도 조사를 토대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분석한 ‘2013 교수·학습 국제조사’ 결과다. 교사가 된 걸 후회하는 교사의 비율은 한국이 20.1%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대조되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가 바로 교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발표한 ‘2014년 학교진로교육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생 희망직업 1위로 교사가 꼽혔다. 현직 종사자들은 “후회한다”고 말하고, 청소년은 “되고 싶다”는 직업이 교사인 셈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와 스승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분석해봤다.

교사 키워드 ‘폭력적인’ ‘비도덕적인’ 등 84% 부정적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인 또는 교육 기능인으로 인식
청소년 선호 직업 1위지만 정작 교사 20% “직업 후회”

폭력적인, 비도덕적인, 걱정스러운, 부족한. 소셜미디어에 비친 ‘교사’의 모습이다. 江南通新이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실시한 ‘교사 및 스승에 대한 소셜미디어 상 담론 분석’의 결과 교사에 대한 키워드는 부정적인 내용이 전체의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28일까지 약 1년간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카페·커뮤니티 등 소셜미디어 상에 나타난 교사와 관련된 단어 10억8600만3078건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반면 스승에 대한 키워드는 71%가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감사한, 훌륭한, 뛰어난, 사랑하는, 소중한, 따뜻한 등의 키워드가 많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이 언급된 건 스승(32%)이 아닌 교사(68%)였다. 교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직업으로서의 교사’였다. 임용·채용·취업·경력·자격증 등의 연관어가 많았다. 교사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도 ‘편한’ ‘안정적인’ 등 직업적인 이점을 표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직업으로서의 교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교사 관련 담론은 ‘이슈 및 사건 당사자로서의 교사’(20%)였다. 폭력·폭행·처벌·아동학대·성추행 등이 교사라는 말과 함께 언급됐다. 정치·시국선언·인권·급식 등 사회참여자로서의 교사(20%)도 소셜미디어에 비친 교사의 주요한 모습이었다. 수업이나 교실, 과목이나 성적 등 가르치는 사람, 즉 교육 주체로 언급한 건 18%로 다른 담론보다 낮았다. 교사를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직업인’이자, 정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폭력과 폭행 등 ‘사건 사고와 관련’돼 있으며,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교육적 기능인’으로 인식한다고 풀이됐다.

 교사과 강남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함께 사용될 경우 어떤 담론이 형성될까. 사립학교, 자격증 등 채용 관련 키워드와 강남 엄마, 서울대 등 입시 관련 키워드가 두드러졌다. 스승과 강남이라는 단어가 함께 사용된 경우는 선물, 감사, 강남역, 맛집 등의 키워드가 가장 많이 검색됐다.

 안예나 타파크로스 팀장은 “지난 1년간 스승을 주제로 한 담론이 크게 늘어난 건 지난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담론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급격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교사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던 건 지난 1월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 사건 때였다. 두 번째는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과 관련하여 비판 교사 징계 및 시국선언 언급 확산’ 때였고, 그 다음은 지난해 7월 얼차려로 다리 근육이 파열된 학생과 체벌 교사 논란 등이었다. 안 팀장은 “과거에는 스승이라는 말과 교사라는 말이 비슷하게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교사와 스승이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으로서의 교사는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급여 수준도 괜찮다. ‘2013 교수 학습 국제조사’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의 초봉은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경력이 높아질수록 임금 수준이 높아져서 나중엔 세계 최상위권이 된다. 미국 교사들과 달리 여름·겨울방학에도 임금을 보장 받는다. 경제적 처우만 따지면 세계적 수준이라 해도 손색 없는 수치다.

초등학교 교사를 희망하는 최모(17·서울 도곡동)양은 “오후 3시면 근무가 끝나는 데다 방학 때 한 달 가량 쉴 수 있고, 봉급도 대기업 못지않다고 들었다”며 “가르치는 게 좋아서라기보다는 이만한 근무 조건이 없다고 생각해 희망직업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교사를 ‘가르치는 스승’이 아닌 ‘편한 직장인’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심모(42·서울 방배동)씨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심은 아이나 학부모 모두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에게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물었다. 교사 경력 30년차인 한 초등학교 교사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현직 교사에 대해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의 시선이 있었지만, 요즘엔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사를 자신의 이권을 위해 얼마든지 협상하고 조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기 초에는 학부모들이 ‘친한 친구들끼리 같은 반으로 편성해달라’거나 ‘학급 회장을 바꿔달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도 전했다. 말 붙이기조차 어렵고 힘든 상대에서 친근한 교사로 바뀌는 시점에,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과도기’라는 분석도 했다. 경력 22년차인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성 키워드에 ‘실망스러운’이나 ‘답답함’이 있다는 건 뼈아프다”며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수업의 질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교육 교사들이 실력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 데서 나타난 권위 추락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교사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고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4.03 03:00

미 존스홉킨스대, 11개월 아기 실험
비탈서 내려오는 장난감 자동차
벽에 부딪혀 멈추면 본체만체
벽 통과 등 신기할 땐 주의 집중
만져보고 두드리며 저절로 학습

갓 태어난 아이에겐 온 세상이 낯설다. 처음 보는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다. 한데 아이는 그중 어떤 것에는 관심을 보이고 어떤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도대체 기준이 뭘까. 전 세계 엄마와 인지심리학자들의 오랜 궁금증이다. 미국 연구팀이 그 답을 찾아냈다. ‘놀라움(surprise)’이었다.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탈무드)이라는 유대인들의 경구(警句)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심리·뇌과학과의 리사 페이젠슨 교수팀은 어린 아기들이 예상한 것과 반대되는 경험을 할 때 그 대상에 대해 가장 잘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왜 그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원리가 뭔지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아이들은 보통 신기한 것을 발견하면 뚫어져라 쳐다본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이 단순히 보는 데 그치는지,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후 11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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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아이들 앞에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한 그룹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장면을, 다른 그룹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보여줬다. 가령 내리막 비탈길 앞에 벽을 세워 놓고 자동차를 굴린다. 벽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를 치웠을 때 한 그룹에겐 자동차가 벽에 부딪혀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다른 그룹에게는 차가 마치 벽을 통과한 듯 벽 뒤편에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어 아이 앞에서 자동차를 흔들며 특별한 소리를 들려줬다. 자동차란 물체와 소리를 서로 연결하는 학습을 시킨 것이다. 잠시 뒤 아이에게 자동차와 다른 장난감을 함께 보여 주며 먼저 들려줬던 소리를 다시 들려줬다. 마술처럼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리자 그 자동차를 주목했다. 반면 벽에 부딪혀 멈춰 선 ‘평범한’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려도 자동차를 본체만체했다. ‘신기한’ 경험이 자동차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높였고, 그 결과 자동차와 소리를 연결 짓는 학습을 더 잘하게 된 것이다.

 상자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밀어내도 계속 ‘허공을 달리는’ 자동차를 보여 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자동차 옆면과 뒤편 벽이 연결돼 있었지만 아이는 ‘비행 자동차’에 큰 호기심을 보였고 다른 장난감을 같이 보여 줘도 자동차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관찰했다.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가 딱딱한지 확인하기 위해 ‘탕탕’ 내리쳤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를 집어 든 뒤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페이젠슨 교수는 1일 기자들과 연 원격 전화회의에서 “아이들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할 때 더 잘 배우게 된다”며 “‘놀라움’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도구로 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의 사회과학 담당 편집자인 길버트 친 박사는 “아이들이 신기한 것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알아내려 애쓰는 학습 과정은 성인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