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힘이다 글쓰기가 경쟁력

언어가 힘이다 <37> 글쓰기가 경쟁력[중앙일보] 입력 2011.08.31 00:08 / 수정 2011.08.31 00:08

종이에 쓰는 것 자신 없다면 설계도 짜듯 개요 만들어보세요

집을 짓기 전에 설계도를 짠 뒤 공사에 들어가듯 글을 쓸 때도 구상을 가다듬고 글의 전체 윤곽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 봐야 한다. 특히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구상을 가다듬은 뒤 개요를 작성해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개요란 글을 쓰기 전에 글 전체의 윤곽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 내용을 도식화해 적은 것을 말한다. 평소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개요를 짠 뒤 써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

배상복 기자

1.개요 짜야 체계적 서술 가능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쓴다. 한글이나 워드 등 컴퓨터의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좌판을 두드리면서 글쓰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손으로 직접 종이에 대고 쓰면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항상 컴퓨터로 글을 쓰면 좋으련만 가끔은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바로 시험을 볼 때다. 시험 볼 때는 어쩔 수 없이 종이에 대고 직접 손으로 작성해야 한다.

연필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해두지 않으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종이 위에 잘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입 논술이나 기업체 입사 시험 등 글쓰기 시험을 앞둔 사람들은 손으로 직접 작성하는 연습을 해 두어야 한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개요 짜기다. 종이에 대고 글을 쓸 때는 한번 작성하고 나면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개요를 짠 뒤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평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시험을 볼 때만큼은 개요를 짠 뒤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에 맞춰 효과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 글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 나갈 수 있다. 불필요하게 내용이 중복되거나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수험생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 개요를 짠 뒤 서술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바로 알 수 있다. 개요를 짜지 않고 쓴 글은 체계가 엉성하고 논리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시험을 볼 때는 반드시 개요를 짠 뒤 그것을 봐가면서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서술해 나가야 한다. 평소 글쓰기 연습을 할 때도 이런 방법을 동원하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된다.

2.어구 또는 문장으로 개요 짜야

단계별로 중요한 내용을 핵심어만 사용해 구성하는 화제(話題)개요와 단계별로 중요 내용을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완전한 문장 형식으로 정리하는 문장(文章)개요가 있다. 화제개요는 제재를 나타내는 어구로 표현하는 개요이며, 문장개요는 소주제를 하나의 문장으로 작성해 표현하는 개요다.

화제 개요는 짧은 글이나 구조가 단순한 글을 작성할 때 주로 쓰인다. 문장 개요는 글의 구조나 주제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분야의 것이어서 어구만으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서술을 하기 곤란할 때 주로 사용된다. 화제개요보다 문장개요가 자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하는 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화제 개요: 독서의 중요성

*문장 개요: 독서는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한다.

*화제 개요: 세계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문장 개요: 세계화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3.대항목 아래에 소항목으로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개요를 짠다. 개요를 짤 때는 논의할 항목을 큰 것부터 세분화해 대항목·중항목·소항목 순으로 분류해 차례를 정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항목·중항목·소항목으로 단계를 정하고 세분화하면 복잡하고 어려워지므로 대항목 아래에 바로 소항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대항목 설정

대항목이란 하나의 주제를 크게 둘 이상의 대등한 논의 항목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세분할 때 가장 상위 범주에 속하는 소주제가 대항목이 된다. 주제의 내용, 문제의 요구 사항을 주요 논점으로 설정해 대항목을 정한다. ‘세계화’라는 주제를 예로 들면 대항목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설정할 수 있다.

2)하위항목 설정

하위항목이란 대항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말한다. 대항목에서 설정된 ‘긍정적인 측면’을 뒷받침하는 소항목으로 ‘경제효율의 극대화’ ‘자원배분의 최적화’ ‘규모의 경제이익 발생’ ‘생산과 소득 증대’ 등을 설정한다. 대항목 ‘부정적인 측면’에는 ‘일부 선진국이 세계경제 지배’ ‘개도국의 경제주권 침해’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국가 간, 계층 간 소득불균형 확대’ 등을 하위항목으로 설정하면 된다.

3)도식화

설정된 대항목과 하위항목을 서론-본론-결론의 틀에 대입해 도식화한다. 도식화 작업이 끝나면 반 이상 쓴 것이나 다름없다. 서론-본론-결론에 본론을 두 개의 대항목으로 나눈 개요는 가장 쉽고도 유용한 구조다. 논술뿐 아니라 일반적인 글도 이 구도를 기본으로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 긍정적 측면처럼 대항목이 두 개로 구분되면 쉽지만 항상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내용과 전체적인 분량에 따라 다르지만 세 개 정도의 항목으로 처리한다면 더욱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다만 개요를 이처럼 구체적이고도 정교하게 짠 뒤 글을 쓰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어진 시간을 고려해 적절한 선에서 하면 된다.

[도식화의 예]

1.서론:

1)관심 환기-도입 문장

2)문제 제기

2.본론1-대항목 1

소항목 1)

소항목 2)

소항목 3)

소항목 4)

본론2-대항목 2

소항목 1)

소항목 2)

소항목 3)

소항목 4)

3.결론: 주제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

[화제 개요]

1.서론

1)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

2) 긍정적 측면,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

2.본론1-1 긍정적인 측면

1) 경제효율의 극대화

2) 자원 배분의 최적화

3) 규모의 경제이익 발생

4) 생산과 소득 증대

본론2- 2 부정적인 측면

1) 일부 선진국이 세계경제 지배

2) 개도국의 경제주권 침해

3)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4) 국가간, 계층간 소득불균형 확대

3.결론

국제적 분업의 이득을 확보하고 구조조정과 고도화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나가야. 세계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문장 개요]

1.서론

1) 세계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2) 하지만 세계화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2.본론1-1 긍정적인 측면

1) 경제효율을 극대화한다

2) 자원 배분을 최적화한다

3) 규모의 경제이익을 발생시킨다

4) 생산과 소득을 증대한다

본론2- 2 부정적인 측면

1) 일부 선진국이 세계경제 지배하게 된다

2) 개도국의 경제주권이 침해당한다

3)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가 심화된다

4) 국가 간, 계층 간 소득불균형이 확대된다

3.결론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므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제적 분업의 이득을 확보하고 구조조정과 고도화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피해 산업과 농가의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등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완결된 문장을 써야 한다.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글에서는 완결되지 않은 문장을 쓰는 것이 유용한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즉 시·소설·수필 등 자기 표현이 목적인 글에서는 완결된 형식을 갖추지 않은 문장이 쓰는 이의 주관적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나 논술문·기획서·제안서·보고서 등과 같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글에서는 되도록 불완전한 문장을 피해야 한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겉멋을 부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늦추어선 안 된다. 신제품 개발을.

※목적어를 떼어내 강조한 듯한 표현이지만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글에서는 곤란한 표현이다.

→신제품 개발을 한시라도 늦추어선 안 된다.

써 볼 만한 방법은 모두 동원했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지….

※말줄임표로 문장을 끝내는 것은 소설이나 수필에서나 어울린다.

→써 볼 만한 방법은 모두 동원했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크게 실망했다. 이러한 결과가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서술어를 생략하고 명사로 문장을 끝내 어설프다. 문학적인 글이나 신문의 스케치 기사 등에서는 유용하게 쓰이나 일반 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는 크게 실망했다. 이러한 결과가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품의 허위·과장 광고, 불공정 거래 행위, 불량 식품의 증가.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강조하기 위해 이처럼 어구로 문장을 끝낼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한 문장 안에서 모두 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품의 허위·과장 광고, 불공정 거래 행위, 불량 식품의 증가 등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비관적이니까 생존이다-비관론자와 현실론자

정선구 산업부장(중앙일보)

 

두산이 묻고 맥킨지가 답했다.

 

 “우리 괜찮습니까.”

 “음…. 이대로라면 6개월 안에 망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룹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 두산이 그룹의 향방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맡겼고, 맥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일이다. 날카로운 면도날 위에 선 국내 최장수 기업 두산은 이후 일대 변신을 꾀한다. 먹고 마시는 업종을 버리고 중후장대 기업을 사들였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대표적이다. 만약 뼛속까지 확 바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내 최고(最古) 그룹의 영예는 다른 데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존의 힘은 역설적이게도 비관론에서 나온다. 긍정은 해이(解弛)요 낙관은 나태(懶怠)다. 미국의 유명한 젊은 목사 조엘 오스틴은 ‘긍정의 힘’을 주창했지만, 기업들엔 오히려 사치다. 돌이켜보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삼성은 늘 긴장 상태였다. 경제잡지 포춘(Fortune)은 2007년 7월 세계는 ‘사상 최대 초경제 호황(the greatest economic boom ever)’이라고 보도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고 낙관했다. 그때도 삼성은 “잔치는 끝났다”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일부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직책을 내놨다. 정말 앞날을 보는 눈이 있는 건가. 세계 금융위기는 이듬해 곧바로 찾아왔다. 지금 삼성전자 매출은 애플의 두 배요, 구글의 네 배나 된다. 그런데도 이건희 회장은 올해 일본 출장길에서 “더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칠순 때는 “정신 안 차리면 또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그랬다. 올해 내내 ‘궁변통구(窮變通久)’를 달고 살았다.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 간다”는 뜻이다. 그 덕일까. 올 한 해 세계의 유명 철강회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았을 때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몇 년 동안 ‘기업인’ 안철수와 주고받은 e-메일을 뒤져보다가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표현을 발견했다.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나오는 이야기다. 스톡데일은 미국의 전쟁영웅. 베트남 포로수용소에서 8년간 고문을 받으면서도 많은 미군 포로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인물이다. 처절한 수용소에서 스톡데일은 통념을 깨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존자들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라는 사실을.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희망에 차 있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했다. 이러기를 여러 번. 낙관론자들은 결국 상심해 죽었다. 반면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절대 나가지 못할 거야”라는 각오를 다지며 살아남았다. 안철수는 e-메일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의 냉혹한 현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제 새해가 이틀 남았다. 자존심 상할지라도 용의 비상을 꿈꾸기 전에 이무기 신세임을 먼저 깨닫는 각오가 우선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젊은 경영인들은 절망에서 경영을 배운다. 커피와 외식업계 대박 신화를 일구고 있는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비가 오면 천장에 실을 매달아 빗물이 타고 내려오도록 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 이렇게 절규했다. “왜 나만 찢어지게 가난한 건가. 나보다 더 처참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그래서 그의 아홉 가지 다짐 중 으뜸이 생존, 그저 살아남고 싶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보듯 결핍과 생존욕구가 성공 원동력이다. 이미 Good에서 Great가 된 삼성전자조차 내일의 생존을 위해 오늘을 비관한다.

정선구 산업부장

‘자유’ 못 가르치는 인권조례

‘자유’ 못 가르치는 인권조례

[중앙일보] 입력 2011년 12월 30일

문용린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

학생인권조례안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취임한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그리고 서울특별시에서 마침내 그 안이 통과돼 본격적인 실행을 앞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미숙한 조례안이다. 조례안이 거칠어서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첫째는 학생의 자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부족하다. J S 밀은 『자유론』의 절반을 자유의 가치와 중요성에, 나머지 반은 자유를 제한하고 한정해야 할 이유와 그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병행해야, 실질적인 자유의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학생조례안들은 학생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으나, 그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조례안에 허용된 자유가 남용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불편함과 손해를 주게 될 것이며, 그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재산이나 형사상 책임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 형법이나 민법 등 상위법으로는 대다수가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러면 학부모가 책임을 져야 하나. 교사와 학교가 져야 하나.

 법적으로는 친권자(특히 14세 미만인 경우)가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벌어진 일에 학부모가 순순히 책임을 떠안을 리 없다. 결국 학부모와 교사, 학교 사이에 끝없는 시비가 벌어질 것이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일을 벌여놓고는, 막상 책임질 일이 생기면, 말리지 않은 교사와 학교 탓을 하게 될 것이다. 교사와 학교는 학생을 막고 제지할 권한도 없어서, ‘그내두’(그냥 내버려 두는) 교사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결국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고, 이렇게 교사-학생-학부모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다. 교사와 학교의 손발은 묶어 놓고, 학생의 자유만 확대한 이 조례안의 미숙성 때문에 곧 벌어질 일들이다.

 두 번째는 학생의 자유에 대한 교육학적 성찰이 부족하다. 유사 이래 자유를 다룬 어떤 사상과 철학도 성인(成人)의 자유와 어린이, 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자유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자유에는 두 가지 격률(格律)이 있다. 하나는 ‘타인의 자유와 안전을 해치는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의 안전을 해치는 자유도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격률이 지켜지려면 최소한의 정신적 성숙과 판단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J S 밀도 미성년자에 대한 자유 제한을 이야기했고, 우리 민법(4, 5조)도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미숙하다고 규정해, 행위무능력자로 간주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두 가지 격률을 지키면서 자유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현재의 자유도 누려야 하지만, 미래에 자유를 올바르게 향유할 능력과 품성을 훈련 받고 연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생조례안의 미숙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의 현재적 자유 확대에만 집착하다가, 자유를 올바르게 행사할 능력과 품성을 기르는 교육의 본질은 외면하고 만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주형과 파형의 역설에 있다. 자유를 준다고 자유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규율 있는 제한을 통해서 진정한 자유를 배운다. 이 조례안들은 학생들의 자유 확대만 이야기했지, 이 자유를 옳고 바르게 훈육하고 주형시킬 교사와 학교의 자유와 책임과 열정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이 조례안이 교육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는 부분이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

젊은 부부가 부자 되는 길

젊은 부부가 부자 되는 길

[중앙일보] 입력 2011년 12월 10일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88만원 세대의 심리적 한풀이가 심각한 것 같다. 지난 20년간 지속돼온 국내 제조업 공동화, IMF 이후 해이해진 국민 정신력, 2000년대 이후 치솟은 대학 등록금…이 모든 게 합쳐져서 20~30대를 우울하게 해온 것 같다. 하지만 힘은 들겠지만 젊은 부부가 ‘새로운 부자 유형’을 만들어 나가는 길도 찾아보면 가능할 것이다.

 첫째, 연애할 때 배우자와 함께 부자에 대한 철학을 확립하는 게 좋다. 부자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갖는 것은 미래에 부자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젊은 부부가 ‘부자 중엔 나쁜 부자도 있지만 우리는 미래에 훌륭한 부자가 되자’는 결혼서약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집 크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라. 부부가 지내게 될 집의 규모를 희망하는 평수의 3분의 2 정도로 한다. 집값이 크게 뛸 가능성이 작을 경우라면 큰 집은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 약간 작은 집을 선택하고 가능하다면 양가의 형제들과 같이 사는 것도 빚내서 산 집의 상환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주중에는 부부가 각각 창업형 직업을 골라서 맞벌이를 한다. 그러나 이르면 3년, 늦으면 10년 이내엔 같이할 수 있는 미래형 사업을 추진하자고 약속한다. 직장은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니라 부부가 미래에 하고 싶은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을 찾아야 한다. 각자의 직업에서 새롭게 찾은 아이디어를 주말에 함께 논의하면서 1~2년은 이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방법, 그것도 국내 최초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넷째, 양가 부모님들 중 한 분 혹은 두 분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받아 남편이 먼저 창업을 시작하고, 부인은 직장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면서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자등록만 낸 남편이 초기 자본금을 아껴 가면서 한 2년 정도 버틴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년 정도 지나면 일이 손에 잡히면서 고객도 생기기 시작한다. 야간과 주말에 부인이 남편 일을 돕고, 가능하다면 시집과 친정의 형제들도 남편의 사업을 돕는 것이 부자 되는 길이다. 전 세계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일을 창의적으로 해나가는 것’이다. 망하면 그 분야에서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하면 된다. 분야를 바꿔버리면 10년 노하우의 대부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5년을 넘어서 남편 사업이 될 것 같으면 부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본금이 적은 회사를 세워 부부가 50대50의 비율로 공동주주가 된다. 여성이 그동안 모아온 돈으로 5년을 더 버틸 생각을 하고 무엇이든지 10년을 하면 성공은 보장되기 때문에 동등한 비율의 주주가 되라는 것이다.

 혹시 대박 나면 부부가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다 싸움이 난다(특히 부부가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에는 상대방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예비 경쟁자가 된다).

 “교수님. 저희가 같이 노력해서 이번에 만들었어요.” 대중음식점으로 돈을 번 이후 국가 이미지를 올려보겠다고 아주 독특한 최고급 국빈용 음식점을 낸 부부가 필자를 초대해서 18가지의 코스를 맛보게 한 뒤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이 부부는 “지난 20년 동안 30번 넘게 실패한 부모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아주 특이한 음식을 창안했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같이 걸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1년에 10만 명 정도 뽑는 대기업에 취직 지원을 하는 대졸자가 거의 매년 1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기업에서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간신히 임원이 돼야 약간 풍요로워진다. 직장에서 부자가 되려면 확률 1만분의 1인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

 그보다는 20~30대부터 자기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 남의 눈치도 안 보고. 단 혼자서 하면 지칠 수가 있으니 젊음을 같이 향유할 부부가 한마음으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더 나은 부자가 되는 미래의 길이다.

 고(故) 유일한 박사도, 고 정주영 회장도, 고 스티브 잡스도 모두 자신들의 창업을 했다. 창업한다는 것 자체가 블루오션이어서 경쟁자가 없고, 창업한다는 것 자체는 스스로 CEO가 되는 길이다. 20~30년 동안 남의 눈치를 보는 기간을 사업자등록 신청서 한 장으로 줄이고 애정의 파트너와 함께 손잡고 매일 어제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우울한 청년시대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우리 교육, 우리 아이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아파트 투신자살 김모군의 유서 全文

/뉴시스

같은 반 학생들의 시달림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중학생 김모(14·대구 수성구)군이 남기고 간 편지에는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아래는 유서 전문.

◇유서 전문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하고 ○○○이라는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어요. 매일 라면을 먹거나 가져가고 쌀국수나, 용가리, 만두, 스프, 과자, 커피, 견과류, 치즈 같은 걸 매일 먹거나 가져갔어요.

3월 중순에 ○○○라는 애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고 했는데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매일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의 돈까지 가져갔고,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 등수는 떨어지고, 2학기 때쯤 제가 일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 친구들이) 계속 돈을 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고, 빡지까지 써줬어요. 게다가 매일 우리 집에 와서 때리고 나중에는 ○○○이라는 애하고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키우라는 양은 더 늘고, 때리는 양도 늘고, 수업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시험문제 다 찍고, 돈벌라 하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고, 우리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공부 못하도록 다 가져가고, 학교에서도 몰래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는 등 그런 짓을 했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저도 정말 미치겠어요. 또 밀레 옷을 사라고 해서 자기가 가져가고, 매일 나는 그 녀석들 때문에 엄마한테 돈 달라하고, 화내고, 매일 게임하고, 공부 안하고, 말도 안 듣고 뭘 사달라는 등 계속 불효만 했어요. 전 너무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족이었기에 쉽게 죽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몸은 성치 않아서 매일 피곤했고, 상처도 잘 낫지 않고, 병도 잘 낫지 않았어요. 또 요즘 들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언제 오냐는 전화를 했을 거예요. 그 녀석들이 저한테 시켜서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 오시기 전에 나갔어요.

저, 진짜 죄송해요.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남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협박을 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쯤에 ○○○이나 ○○○이란 애들이 자세하게 설명해줄 거예요.

오늘은 12월 19일, 그 녀석들은 저에게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리고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5시 20분쯤 그 녀석들은 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또 제 몸에 칼등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제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저는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걔들이 나가고 난 뒤,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제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아마 여기 없었을 거에요. 매일 장난기 심하게 하고 철이 안든 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인지도 몰라요. 집에 먹을 게 없어졌거나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단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번도 안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다 끝이 났네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은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우리 집 도어키 번호 좀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12월 19일 전 엄마한테 무지하게 혼났어요. 저로서는 억울했지만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녀석들은 그날 짜증난다며 제 영어자습서를 찢고 3학년 때 수업하지 말라고 ○○○은 한문, ○○○는 수학책을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날 제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 하였고, 5시 20분쯤부터는 아까 한 이야기와 똑같아요.

저는 정말 엄마한테 죄송해서 자살도 하지 않았어요. 어제(12월 19일) 혼날 때의 엄마의 모습은 절 혼내고 계셨지만 속으로는 저를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저에게 잘 대해줬어요. 예를 들면 ○○○, ○○○, ○○○, ○○○, ○○○, ○○○, ○○○, ○○○, ○○○, ○○○, ○○○, ○○○, ○○○, ○○○, ○○○, ○○○ 등 솔직히 거의 모두가 저에게 잘해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저는 매일매일 가족들 몰래 제 몸의 수많은 멍들을 보면서 한탄했어요.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항상 그 녀석들이 먹을 걸 다 먹어도 나를 용서해주고,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그리고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던 내 친구들, 고마워.
또 학교에서 잘하는 게 없던 저를 잘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주세요. 걔들이 알고 있어서 또 문 열고 저희 집에 들어올지도 몰라요.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아빠 매일 공부 안 하고 화만 내는 제가 걱정되셨죠? 죄송해요.
엄마 친구 데려온답시고 먹을 걸 먹게 해준 제가 바보스러웠죠? 죄송해요.
형. 매일 내가 얄밉게 굴고 짜증나게 했지? 미안해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앞에서 밝혔으니 전 이제 여한이 없어요. 저는 원래 제가 진실을 말해서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지만 제가 진실을 말해서 억울함과 우리가족 간의 오해와 다툼이 없어진 대신, 제 인생 아니 제 모든 것들을 포기했네요. 더 이상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슬프지만 저는 오히려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려서 후련하기도 해요. 우리가족들, 제가 이제 앞으로 없어도 제 걱정 없이 앞으로 잘 살아가기를 빌게요.

저의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분명 행복할 거예요.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언젠가 우리는 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저는 좋은 곳은 못갈 거 같지만 우리가족들은 꼭 좋은 곳을 갔으면 좋겠네요.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막내 ○○○ 올림-

P.S.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법이란?

패러독스다. 규제와 자유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규제를 하면 자유가 제한되지만, 반대로 규제 없이는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질서 있는 사회, 모두가 좋은 것을 공평하게 누리려면 기본 틀이 필요하다. 법의 존재 이유다.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아시야 여성 첫 종신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