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짜 문제는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다. 세계의 코딩 교육 열풍, 그리고 한국 코딩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한 본지 시리즈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를 취재하며 자주 든 생각이다. 컴퓨터 교육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얘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건 코딩이 아니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시리즈 1회에 소개된 영국 6학년 학생의 코딩 교육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 정인기 춘천교대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6학년 학생은 1년 내내 모바일 앱을 만든다. 이미 다섯 살 때부터 250시간이 넘게 코딩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다. 앱 만들기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뉜다. 첫째, 앱 기획으로 어떤 앱을 만들고 왜 만드는가. 둘째, 프로젝트 관리로 우리 팀에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 셋째, 시장조사 단계로 비슷한 앱은 어떤 게 있고 우리는 어떻게 앱을 차별화할 것인가. 넷째, 앱의 메뉴는 어떻게 나누며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다섯째, 어떻게 프로그래밍해 앱을 완성할 것인가. 끝으로 어떤 마케팅을 해 시장에 앱을 퍼뜨릴 것인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영국 아이들은 각 단계를 매주 1시간씩 6주 동안 탐구한다. 어떤 앱을 만들지 토론하고 왜 이 앱이 사회에 필요한지 발표하고 친구들의 지적을 받아 구상을 수정한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자료 수집하는 법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발표하는 법을 함께 배운다. 더불어 그들이 사는 사회와 시장을 배운다. 이 사회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가, 나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 사회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붙잡고 가야 할 질문이다. 온 세상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되고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움직이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 말이다. 그 질문을 던지는 법을 영국의 학생들은 다섯 살 때부터 배우고 있다. 컴퓨터 교육계가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있는가.
“산업혁명의 동력은 수학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선 코딩이 수학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2014년 초·중·고교에 코딩 공교육을 도입하며 당시 영국의 교육부 장관이 한 말이다.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은 다음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적어도 우리보다는 앞서있다. 이 흐름에 한발 뒤처진 한국이 언제까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혁명이 오면 기존 질서는 순식간에 바뀌는데 말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 다니는 윤수혁(13)군은 요즘 코딩 기자재 ‘아두이노’에 푹 빠져 있다. 일종의 회로 기판인 아두이노는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전자기기를 제어한다. 얼마 전에는 학교의 코딩 시범 수업에서 배운 대로 아두이노에 프로그램을 장착해 어두운 장소에 가면 저절로 조명이 켜지는 모자를 만들었다. 윤군은 “방학 때 수강한 무료 코딩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교육 틈새 메울 대안들 기업·단체, 온·오프라인 무료 교육 “부모가 함께하면 아이도 쉽게 배워” 모니터 연결하면 되는 ‘손가락 PC’ 개당 1만원 값 낮춰 학교 보급 추진
윤군처럼 무료로 코딩을 배우는 학생이 늘고 있다.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가 무료 코딩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본지의 코딩 교육 시리즈를 읽고 여러 독자·전문가들은 본지에 연락해 코딩 교육에서 소외된 ‘코딩 푸어(Coding Poor)’를 위한 다양한 교육 방안을 소개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은 무료 코딩 교육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무료 사이트로는 ‘엔트리’와 ‘소프트웨어야 놀자’ ‘코리아 SW’와 ‘SW 중심사회’ 등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부분 전문 소프트웨어 언어 대신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을 사용해 처음 코딩을 접하는 아이들도 차근차근 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린 학생이 어른의 지도 없이 혼자 공부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코딩 교육 사이트 ‘코들리’를 운영하는 그렙의 이확영 대표는 “부모가 먼저 사이트를 둘러보라”고 권한다. 이 대표는 “이런 사이트에선 전문 지식 없는 어른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며 코딩을 할 수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같이 애니메이션이나 간단한 게임을 만들며 하나씩 성취를 해나가다 보면 자녀가 저절로 코딩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외의 유명 코딩 교육 사이트 중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코드닷오알지’나 ‘스크래치’ ‘팅커’ 등이 대표적이다. 정인기 춘천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진짜 중요한 건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키우는 것인데 이는 지도 교사 없이 학생 혼자의 공부로는 무리가 있다”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다양한 방과후 교실, 코딩 체험 수업 등을 적극 찾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현재 3만~5만원대의 ‘손가락 PC’도 코딩 교육 확산에 기여할 전망이다. [사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컴퓨터실이 없어 제대로 된 코딩 수업을 하지 못하는 학교에는 크기가 작고 저렴한 ‘손가락PC’를 활용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측이 소개한 손가락PC는 어른 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PC다. 모니터·키보드와 연결해 컴퓨터처럼 쓸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 에디토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개당 가격이 3만~5만원이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이를 1만원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초·중등생을 위한 무료 코딩 교육은 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키워 내는 대기업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추세다. 5일 네이버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13년 문을 연 NHN넥스트인스티튜트(NHN넥스트)가 방향을 크게 바꾸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4월 이사회에서 ‘향후 NHN넥스트의 신입생 선발에 신중을 기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는데 초기에 구상했던 방식의 신입생 선발은 지금의 3기로 종료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수의 인력에게 2년간 집중 투자해 전문가를 길러 내는 방식에서 다수에게 현장형 실무교육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NHN넥스트는 이미 대폭 축소된 상태다. 2년 교육을 약속받고 입학한 1, 2기 입학생이 각 90명인 것과 달리 1년 교육과정으로 입학한 3기 신입생은 12명에 불과하다.
“10년간 1000억 투자” 약속했다가 네이버, 단기간에 성과 없자 정보소외계층 지원으로 전환 모색
앞서 삼성전자도 자사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의 정기 공채를 25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본지 5월 23일자 B2면). 매년 두 차례 실시하던 정기 공채를 없애고 신입생 규모를 크게 줄여 상시 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NHN넥스트는 네이버가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고도의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출범한 비영리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다. NHN커넥트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출범 당시 “학력도 경력도 따지지 않고 성장 가능성만 보고 뽑는다. 어떤 교육기관보다 파격적인 지원, 창의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겠다”고 알려 큰 화제가 됐다. 실제로 NHN넥스트 신입생 중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거나 회사를 다니다 입학하는 등 이색 경력자가 많았다.
출범 3년 만에 초기 구상을 접게 된 배경엔 재단 경영진과 NHN넥스트 교수진 간의 갈등이 있었다. 2014년 취임한 윤재승 NHN커넥트재단 이사장은 “NHN넥스트가 소수의 엘리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더 많은 이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교수진은 “당초 약속대로 2년 교육 과정을 지원해 달라”고 맞섰다. 내홍 끝에 2대 이민석 학장이 사임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네이버 관계자는 “처음 출범할 때 너무 큰 꿈을 꾼 게 NHN넥스트가 축소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 NHN넥스트가 IT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성과를 당장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단기간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을 경영진이 깨달은 것 같다”며 “차라리 정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 활동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코딩 교육 붐이 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이 일자리에서 우대를 받으면서 문과생까지 컴퓨터 학원을 다닐 정도로 코딩을 배우는 학생이 많아졌다”며 “오랜 시간 큰돈을 들여 소수 인력을 양성할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이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런 변화를 안타깝게 보는 시각도 많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10년을 내다보고 출범했어야 할 교육기관이 2, 3년 만에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것은 그만큼 깊이 있는 교육 철학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이들 기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더 신중하게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NHN커넥트재단 측은 “출범 초기에 구상했던 형태로 신입생을 선발하지는 않겠지만 방향을 바꿔 NHN넥스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도 한 여자중학교의 과학 교사 임모(42)씨는 이번 학기 들어 컴퓨터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가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한 학급을 대상으로 코딩(Co 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이 개설된 것이다. 그는 원래 컴퓨터를 가르치는 정보 교사였다. 국립대 컴퓨터교육학과를 졸업해 2001년 여자고등학교에 부임했다. 그가 임용되던 즈음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은 유례없는 각광을 받았다. “초·중등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 이상 컴퓨터를 가르치라”는 김대중 정부의 교육 지침 덕분이었다.
“자부심이 있었죠. 미래에 꼭 필요한 지식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임 교사의 회고다. 하지만 컴퓨터 교육에 대한 관심은 정부가 바뀌면서 조금씩 식어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선 ‘컴퓨터 교육 의무 이수’ 지침이 폐지됐다. 2012년 임 교사는 전과를 위한 연수를 신청했다. 학교에서 정보 과목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2018년 코딩 공교육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또 저 같은 정보 교사가 우르르 교단에 서겠죠. 그런데 다시 정책이 바뀌면 그분들은 어디로 갈까요. 저는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드네요.”
DJ 정부 때 초·중 매주 1시간 교육 MB 정부 때는 의무교육 폐지 벤처 붐 꺼지며 SW시장 위축된 탓 정보교사들, 다른 과목 전과 늘어 중학 2934곳 정보교사 1217명뿐
다시 정보 교사로 돌아갈 길은 열렸지만 그는 아직 고민 중이다. “과학 과목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정보 과목은 또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컴퓨터 교육 정책을 한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의 관련 학과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많은 교사가 담당 과목을 바꾸며 진통을 겪었다. 2018년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교육계가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전문성 있는 중·고등학교 정보 교사를 길러내는 컴퓨터교육학과는 전국에 8곳뿐이다. 한때 컴퓨터교육학과를 확보한 대학은 18곳(2005년)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가 컴퓨터 교육을 강조하며 1995년만 해도 7곳이던 관련 학과가 2000년 15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컴퓨터 교육에 가장 심하게 찬물을 끼얹은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정보 교육 의무화 폐지’다. 이듬해엔 정보 과목이 일반 과목이 아닌 심화 과목으로 지정됐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선 굳이 컴퓨터 수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학급 수 기준으로 한때 43.2%에 달하던 중학교 정보 과목 선택 비중(2007년)은 2012년 7.6%로 떨어졌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이명박 정권에선 컴퓨터실 기자재 예산도 단독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학교 운영비에 포함시켜 학교장이 재량껏 조정할 수 있게 했다”며 “컴퓨터 교육에 관심이 적은 학교장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려운 컴퓨터실을 없애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급격히 꺼지며 소프트웨어 관련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것도 컴퓨터 교육 시장이 쪼그라든 원인 중 하나다. 컴퓨터를 배우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 이 기간 사교육 시장조차 성장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대 교수는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하청을 받아 일하다 보니 저임금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조차 ‘내 자식은 소프트웨어 안 가르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코딩 공교육 도입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는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경쟁률이 치솟고, 교양 과목으로 컴퓨터를 배우는 학생이 느는 게 대표적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문과 졸업생들이 컴퓨터 학원에서 코딩을 배우는 경우도 흔하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는 단기간에 꺼지지 않을 걸로 보인다”며 “늘어나는 컴퓨터 교육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급한 것은 공교육·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난해 기준 중학교의 정보 교사는 전국 2934곳 학교에 1217명으로 학교당 0.4명꼴이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정보 교사를 채용하는 학교가 늘며 삼성·LG 그룹에 취직했던 제자들이 회사를 접고 교사로 변신하기도 했다”며 “2018년 공교육 도입을 전후로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육대학원 등에서 관련 전공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 대치동의 한 컴퓨터 학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최모(16)군이 어머니와 함께 “속성으로 코딩(Coding)을 배우고 싶다”며 학원을 찾았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월스트리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할 거예요. 그러려면 컴퓨터공학 복수 전공이 필수예요. 요즘은 투자도 다 인공지능(AI)이 하잖아요.”
서울 대치동의 한 컴퓨터 학원에서 원장(오른쪽)이 중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이 학원은 1년 전보다 여름방학 수강생이 5배 정도 늘었다. 학원장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에 학부모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해외에서 코딩 교육 바람이 세다 보니 국제고를 다니는 학생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SW도 부의 대물림…‘코딩 푸어’우려 4년 뒤 컴퓨터 직업 55% 늘어 빈곤층 자녀 PC방서 게임할 때 부유층은 게임 만드는 법 배워 중학교 SW교육, 경기 48% 울산 2% 관련 직종 여성 비중도 13% 그쳐 “컴퓨터·인터넷망 예산 전액 지원을”
강원도 원주의 문과생 윤모(18)군은 자타 공인 게임 마니아다. 하루에 보통 5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을 한다. 컴퓨터 앞에서 살다시피 하지만 게임 말고는 컴퓨터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코딩을 배워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코딩이 뭐냐”고 되물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학교에 컴퓨터 수업도 없고 이 동네엔 학원도 없고요.” 윤군의 장래 희망은 “안정적이니까 공무원”이다.
공교육을 믿지 못하니 찾을 곳은 사교육 시장이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코딩 사교육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문제는 여건이 안 돼 코딩 사교육 시장에서 소외되는 계층이다. 사교육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격차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코딩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이 미래 일자리 시장에서 차별받는 ‘코딩 푸어(Coding Poor)’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딩이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힐 거란 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일단 컴퓨터 관련 직업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코딩 교육 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선 컴퓨터 관련 직업이 140만 개로 지금(90만 개)보다 55% 늘어난다. 그러나 같은 해 배출될 컴퓨터 전공자는 40만 명에 불과할 걸로 예측된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만 코딩을 배우는 게 아니다.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 만드는 법을 알면 여러 업무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코딩을 아는 변호사나 의사는 자기 업무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도움이 될지, 이를 어떻게 설계해 도움을 받을지를 떠올릴 수 있다”며 “프로그래밍을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체계를 갖춘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사교육은 서민이 접근하기엔 너무 비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치원은 만 3세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월 수강료 100만원이 넘는 수업을 실시한다. 기자가 방문한 대치동의 학원은 방학 속성 교육이 3시간에 40만원. 원장은 “보통 16회 정도를 기본으로 수강한다”고 말했다. 보름 남짓한 수업에 640만원을 내는 것이다.
지역별 격차도 심하다. 본지가 전국 3204개 중학교의 지난해 정보·컴퓨터 과목 선택 비율을 조사해 보니 경기도(47.5%)와 대구(41.9%)는 절반 가까운 학교가 컴퓨터 교육을 이미 실시하고 있었지만 울산(1.6%)과 대전(5.7%), 강원도(8.0%)는 학교 열 곳에 한 곳도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지 않았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운이 좋아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배운 학생들은 디지털 경제에선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일 확률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별 격차도 컴퓨터 교육학계의 큰 숙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컴퓨터·통신 관련 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2만1429명 중 여학생은 5799명(27.1%)에 불과하다. 성균관대가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야 놀자’의 지원자 역시 남녀 비율이 8대 2 정도다. 지난해 한국의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에서 여성 인력은 12.5%로 미국(22.9%)과 영국(19.1%)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민관이 힘을 합쳐 코딩 교육을 전담 지원할 조직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국회가 나서 수업 시수(時數)와 시설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수업 시수는 최소한 지금의 두 배로 확보하고 컴퓨터와 인터넷망 관련 예산은 학교 운영비와 상관없이 충분히 밀어줘야 한다”며 “교육 현장에 전문성 있는 교사가 부족한 문제는 컴퓨터를 전공한 젊은 학생들에게 교직 이수의 기회를 늘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여자중학교. 올해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엔 컴퓨터실이 없다. 2018년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공교육 도입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보라고 정한 학교인데도 그렇다. 교육당국에서 올해 12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기자재를 살 수 있는 돈은 그중 30%(360만원)로 제한돼 있다. 컴퓨터 서너 대 사면 없다. 시범 수업을 맡은 임모(42) 교사는 “컴퓨터 없이도 가능한 사고력 증진 수업 위주로 일단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컴퓨터로 구현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 시범 실시 현장 가보니 “블루투스 연결해야 하는 로봇실험 자꾸 멈추니 학생들이 집중하겠나” 정부 컴퓨터 지원금은 360만원뿐
한 달 1시간뿐인 코딩 수업 왜 교과과정 개편 때 실과 교수들 주도 “자기 수업 줄까봐 코딩수업 확 줄여” SW교육 해본 교사는 4.7% 불과
#지난해 가을 마무리된 2018년 초등학교 실과 교과과정 개편 작업. 초등학교에서 시작되는 코딩 교육이 처음으로 반영되는 중요한 작업이었지만 정작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수는 개편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큰 틀의 교육 범위를 정하는 1차 교과과정 개편 작업엔 전공 교수가 참여했지만 구체적인 수업 내용을 결정하는 2차 개편 작업에선 해당 교수가 빠진 채 논의가 진행됐다. 실과를 전공한 교수들이 모여 코딩 교육 내용을 짠 것이다.
영국의 비영리 코딩 교육 단체인 코드클럽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 코드클럽]
컴퓨터교육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초·중학교에서 코딩 수업 시간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실과·기술 수업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양쪽 교사들 사이에 알력이 심했다”며 “코딩 공교육의 수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교과과정 개편이 파행적으로 흘러간 것 모두 밥그릇 싸움의 결과”라고 전했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은 코딩 공교육. 하지만 “이조차 제대로 시행될 것 같지 않다”는 게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다. 2018년 공교육 도입을 앞두고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돼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10여 곳의 학교를 취재한 결과 곳곳에서 고충이 터져나왔다. 현장 교사들은 부족한 수업 시수(時數)와 열악한 컴퓨터실 환경, 전문성 있는 교사의 부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 수박 겉핥기식 교육만 하게 된다”는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나왔다. 2018년 공교육이 시작돼도 초등학생은 5~6학년 2년간 17시간, 중학생은 1~3년간 34시간 코딩을 배우게 된다. 한 달에 1시간 남짓이다. 만 5세부터 매주 1시간씩 코딩을 가르치는 영국은 물론 중학교 3년 과정 동안 70시간 교육을 의무화한 중국이나 중학교에서 55시간, 고등학교에서 70시간 동안 컴퓨터를 배우는 일본보다 훨씬 적다. 올 9월 공교육에 코딩 수업을 도입한 프랑스는 초등학생에겐 78시간, 중학생에겐 매주 최소 1시간 반 코딩을 가르친다.
이렇게 수업 시수가 적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코딩 교육이 강조하는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쌓기는커녕 기초 코딩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도 짧은 시간이란 지적이다. 한선관 경인교대 미래연구소장은 “2년간 17시간이란 시수는 실질적인 교육보단 이런 게 있단 걸 소개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조금씩 코딩 기초를 닦아나간 해외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를 활용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컴퓨터실 환경도 수업에 큰 걸림돌이다.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데도 간단한 프로그램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낡은 컴퓨터를 보유했거나 보안 등의 이유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무선 인터넷 시설이 없어 블루투스로 로봇을 조종했다. 로봇이 자꾸 멈추니까 아이들이 시시하다며 수업에 집중하질 못하더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생이 컴퓨터실을 돌려쓰니 늘 컴퓨터실이 부족하다”며 “10시간 수업을 하면 1, 2시간만 컴퓨터를 활용하고 대부분의 수업은 컴퓨터 없이 하는 사고력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교원 확보도 비상이다. 지난해 교육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중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이는 4.7%뿐이다. 나머지 교사들은 15시간 안팎의 연수를 받고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 한 50대 초등학교 교사는 “컴퓨터 문서 작업도 버거운 나이인데 코딩을 가르치라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중학교의 경우 정보·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사가 따로 있지만 전국 2934곳 학교에 1217명으로 학교당 0.4명꼴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코딩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계에 코딩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교육이 도입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로 보고 교육 시간과 예산을 늘려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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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Co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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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코딩 교육’이란 표현엔 컴퓨터적 사고능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가르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이를 ‘소프트웨어 교육’이라 부르지만 워드·엑셀 등의 사용법을 가르치던 ‘소프트웨어 활용 교육’과 혼동될 여지 등을 감안해 본지는 코딩 교육으로 기재하기로 했다.
#2022년 영국 런던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열두 살 찰스는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을 가장 좋아한다. 이번 학기 주제는 직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만들어 보기. 찰스는 런던 시내 자전거 주차장을 안내하는 앱을 10주째 만들고 있다. 그동안 왜 이 앱을 만들기로 했고 어떻게 다른 앱과 차별화할 계획인지 발표했다. 이번 시간엔 프로그래밍을 한다. 이렇게 직접 앱을 만들 수 있는 건 찰스가 유치원 때인 2015년부터 코딩 교육을 받아와서다. 다섯 살 때부터 매주 한 시간씩 지금까지 250시간이 넘는 코딩 수업을 받았다.
6년 뒤 초등 수업 비교하니 한국 17시간, 영국 250시간 “소프트웨어서 미래 일자리 지금 못 배우면 소외될 우려”
#같은 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철수는 처음으로 코딩을 배운다. 이번 시간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자,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표현해 볼까요.” 선생님의 설명에 학원에서 코딩을 배워 온 친구들이 “시시하다”며 툴툴거린다. 학원 갈 형편이 안 되는 철수는 이번 학기에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 코딩을 배우는 게 전부다. 두 사례는 가상이다. 본지는 한국 코딩 교육의 주소를 진단하기 위해 영국의 현 교과과정과 2018년 한국이 도입할 교과과정을 비교해 달라고 정인기 춘천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팀에 의뢰했다. 정 교수는 “찰스가 받는 수업은 우리나라 초·중·고교 여건에선 불가능하고 대학에서나 배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반면 한국 초등학생이 받는 수업은 영국의 유치원 과정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은 세계 교육계의 뜨거운 화두다. 디지털 혁명으로 미래엔 모든 사물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다. 소프트웨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능력을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딩이 ‘디지털 시대의 언어’라고 불리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코딩 교육에 40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의 예산 투입을 발표했다. 영국은 2014년 “디지털 혁명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초·중·고교에 코딩 공교육을 도입했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선진국보다 훨씬 늦게 도입되는 코딩 교육조차 수업 시수(時數)가 부족하고 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라며 “소프트웨어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딩을 못 배워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딩(Coding) 배우기’ 열풍이 뜨겁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은 창업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코딩에서 시작됐다.
코딩은 C, C++, 스위프트 등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PC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앱) 등 소프트웨어(SW)를 제작하는 작업을 말한다. 올해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시합을 벌여 4승 1패로 승리한 인공지능(AI) ‘알파고’도 코딩이 탄생시킨 괴물이다.
▲ 레고 마인드스톰EV3를 사용해 로봇을 만들고 있는 모습 /박성우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코딩을 가르치려는 부모도 늘고 있다. 부모와 자녀들이 쉽고 재미있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레고(LEGO)사가 만든0 코딩·로봇 교육용 제품인 ‘마인드스톰EV3’에 주목해보자. 레고 마인드스톰을 사용하면 남녀노소(男女老少) 누구나 즐기면서 코딩에 대한 기본 개념을 배울 수 있다.
◆ 레고 마인드스톰EV3, 코딩 배우지 말고 즐기자
마인드스톰의 구성품은 일반적인 레고와는 다르다. 일반 레고의 경우 ‘브릭(Brick)’으로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블록만 들어있다. 하지만 마인드스톰의 경우 일반 레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어·동력 모듈(아래 사진 가운데)과 색상·터치·적외선 센서 등이 있다. 제어·동력 모듈은 사용자가 코딩으로 작성한 명령어를 인식하고 계산해 여러 모터와 센서들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센서로부터 받은 정보를 입력 받아 처리하며 브릭으로 만든 조립물을 움직이는 심장과 두뇌 역할을 하는 것도 제어·동력 모듈이다.
▲ 레고 마인드스톰 제어·동력 모듈(가운데)과 연결되는 각종 센서, 모터의 모습
마인드스톰은 기존 레고의 ’테크닉’ 시리즈 브릭과 호환이 가능하다. 레고 테크닉 시리즈를 보유한 소비자라면 브릭을 모두 합쳐 자동차나 중장비 등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실제 마인드스톰 설명서에는 4~5가지 예제만 나왔지만, 마인드스톰 홈페이지나, 인터넷 커뮤니티, 우튜브 등을 찾아보면 일반 사용자들이 만든 창작물을 볼 수 있다.
마인드스톰은 일반 레고와 달리 조립하는 데 드는 시간은 짧다. 1~2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대신 조립품을 어떻게 작동시킬 지에 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
마인드스톰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먼저 레고 마인드스톰 홈페이지를 통해 코딩을 입력하는 ‘프로그래머용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설치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와 애플 맥 운영체제(OS)를 모두 지원한다. 또 모바일에서도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용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다.
▲ 레고 마인드스톰EV3 구성품의 모습 /박성우 기자
프로그램 설치가 끝나면 일반 레고처럼 브릭을 조립해야 한다. 설명서에 나온 ‘EV3RSTORM’이라는 로봇을 만들어봤다. 조립하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됐다.
로봇을 완성한 뒤에는 생명을 불어넣는 코딩 과정이 필요하다. 코딩이라는 말에 살짝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마인드스톰 코딩은 그야말로 간단하다. 마인드스톰은 이른바 ‘비주얼 코딩’ 방식을 채택해 누구나 쉽게 코딩을 할 수 있다. 비주얼 코딩은 말 그대로 ’보면서 코딩한다’는 뜻이다.
프로그래머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전진, 후진, 회전 등의 아이콘을 마우스로 드래그(Drag) 해서 타임 스케줄에 넣으면 된다. 마치 윈도우를 사용할 때 아이콘을 드래그 해 파일을 이동하는 방법과 똑같다. 어렵지 않다.
▲ 프로그래머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직진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명령어를 만든 모습.
예를 들어 자신이 만든 로봇을 3초 간 전진, 2초간 멈춤, 오른쪽 회전, 음악 재생, 적외선 센서 감지 시 동작 멈춤 등의 명령어를 넣고 싶다면, 아이콘을 타임 스케줄에 넣으면 된다. 이후 코딩을 완료한 명령 데이터를 제어·동력 모듈로 전송하면 로봇이 명령에 따라 작동하게 된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레고로 만들어진 창작물을 ‘RC(Radio Control)카’처럼 조종을 할 수도 있다. RC는 전파를 사용해 무선으로 조종하는 장난감을 말한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로봇이 움직인다. 버튼을 누르면 작은 공을 잡고 있던 로봇이 공을 던지기도 한다. 로봇의 제어·동력 모듈이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 무선 신호를 인식해 스마트폰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 MIT에서 출발한 마인드스톰…비싸지만 값어치는 충분
레고 마인드스톰을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은 ‘재미’였다. 자신이 만든 창작물이 직접 움직이고 계산까지 한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마인드스톰을 이용해 큐브의 색상을 맞추는 장비를 개발하는가 하면, 위조지폐를 감별하는 장비나 피아노를 치는 로봇을 만든 사람도 있다. 그동안 레고로 만든 창작물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웠던 사용자라면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레고 마인드스톰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레고는 원래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코딩을 쉽게 배우는 방법을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 연구했다. 레고는 15년의 연구 끝에 1998년 마인드스톰RIS(1세대)을 출시했다.
마인드스톰RIS를 만든 주인공은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 MIT 교수다. 페퍼트 교수는 지난 1980년 ‘마인드스톰즈’라는 저서를 통해 아이들이 적극적인 환경 속의 대상을 다룰 때 가장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구성주의 교육이론’을 만들었다.
이후 그는 레고와 함께 1986년부터 코딩이 가능한 레고 브릭을 개발하는데 연구했고 1998년 페퍼트 교수의 저서에서 이름을 딴 레고 마인드스톰을 출시하게 됐다. 이러한 공로로 페러트 교수는 MIT로부터 ‘레고석좌교수’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 레고 마인드스톰을 개발한 MIT 시모어 페퍼트 교수의 모습 /서드솔루션닷컴 캡처
이후 레고는 2006년 2세대 모델인 마인드스톰NXT를 선보였고, 2009년 8월에는 성능을 개선한 마인드스톰NXT 2.0을 내놨다. 현재 판매 중인 3세대 모델인 마인드스톰EV3이며, 이 제품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레고 창작물을 제어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마인드스톰EV3는 ‘암9(ARM9)’ 프로세서를 사용해 전작 마인드스톰NXT 보다 처리속도가 2배 이상 향상됐다. 메모리 용량도 80메가바이트(MB)로 커져, 명령어를 넣었을 때 메모리 부족으로 멈추는 현상이 사라졌다. 또 SD 카드를 이용해 데이터 저장공간을 최대 32기가바이트(GB)까지 확장할 수 있어 배경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마인드스톰을 사용해보면서 재미, 창작성, 어떤 사물도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자유성 부분에서 만족스러웠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코딩에 관심 있는 어른들도 재미있게 가지고 놀기 충분했다.
결정적이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레고 마인드스톰을 시중에서 구입하기 위해서는 38만~44만원 정도 수준. 부모가 아이의 장난감으로 사주기에는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다. 하지만 조립만 하는 일반 레고 시리즈의 제품이 10만원대 이상의 고가인 만큼, 코딩 교육에 관심있는 소비자라면 구입해도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 또 중고나라 등 중고 장터를 이용해 20~30%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이 수학·읽기·과학 시험에서 더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8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호주 로열 멜버른 공대 연구팀이 호주 고등학생 1만 2000여명의 2012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와 학생의 개인 취미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특히 거의 매일 온라인 게임을 한 학생들이 수학과 읽기 영역에서 각각 평균 15점, 과학에서는 17점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를 이끈 알버터 포소 교수는 “분석 결과는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경우 온라인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PISA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얻는 정확한 이유를 찾아내진 못했다.
연구팀은 온라인 게임을 하며 레벨을 높이기 위해 수학·읽기 등의 지식을 이용해 퍼즐을 푸는 행위가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수학·과학·읽기 등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게임을 더욱 좋아할 가능성과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학생들이 공부도 잘 하면서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게임을 하게 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온라인 게임이 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실제 최근 콜럼비아 대학교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디오게임을 많이 하는 6~11살 어린이들이 높은 학업 성취도나 지적 능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포소 교수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사용정도와 PISA 성적 간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평균보다 4% 가량 낮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학생일수록, PISA 성적은 더욱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 반응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집중력이 낮아져 학습 성적도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영국의 배스 스파 대학 연구팀이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집중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