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푹 빠진 삼성 이재용

[이철호의 시시각각] 인공지능에 푹 빠진 삼성 이재용

[중앙일보] 입력 2016.07.31 20:41 수정 2016.08.01 15:26

부자일수록 돈 냄새를 잘 맡는다. 올여름 부자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대한상공회의소는 정재승 KAIST 교수를 초청해 제주에서 뇌공학을 공부했다. 정 교수는 “20~30년 안에 인공지능(AI)이 완성될 것”이라며 “AI가 잘하는 영어와 수학 공부는 제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신 “멍 때리거나 산책하면서 불현듯 창의가 샘솟는 ‘유레카 모멘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CEO 회원들도 강원도 평창에서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의 AI 강의를 들었다. 박 원장은 “2020년이면 AI 혁명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장 눈여겨볼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6월 호암상 공학상을 받은 오준호 KAIST 교수에게 심상찮은 질문들을 던졌다. 오 교수는 인간형 로봇 ‘휴보’의 아버지다. “AI가 언제쯤 인간을 따라잡을까요?” “하느님이 인간을 고칠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을 가장 고치고 싶어 할까요?”…. 7월에는 이 부회장이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IBM의 지니 로메티 CEO와 나란히 걷는 사진이 공개됐다. 팀 쿡 애플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 그가 해마다 이 모임에서 만난 인물들은 화제를 모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IBM과의 접촉은 AI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도체·바이오에 이어 이 부회장이 AI에 푹 빠진 것이다. 현재 AI의 최고봉은 구글의 알파고가 아니라 IBM의 왓슨이다. IBM은 2005년 과감히 PC 사업을 접고 왓슨에 집중하고 있다. 왓슨은 금융·유통·교육·의료 분야로 뻗어가고 있는데, 특히 의료 분야가 돋보인다. 2013년 60만 건의 진단서와 200만 쪽의 의학서적을 학습한 왓슨은 주요 병원에 투입돼 놀라운 기적을 이뤄냈다.

미 종양학회는 “전문의들의 암 진단 정확도는 약 80%인데 왓슨은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 자궁경부암은 100%를 기록했다”고 인정했다. 폐암 진단의 정확성도 의사들이 50%인 반면 왓슨은 90%까지 올라갔다. 미국에서 400만 명이 앓는 당뇨성 망막증은 초기 진단을 놓치면 실명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딥러닝을 거친 AI는 이 병에 대해 84.9%의 초기 진단 성공률을 기록해 전문의(정확도 83%)를 뛰어넘었다.

AI 전문가들은 “지금 절대 의대에는 가지 말라”며 “10년 뒤 인턴·레지던트까지 마치면 아마 정신과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AI에 의해 마취→영상의학→병리학 순으로 퇴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취 로봇인 세더시스는 이미 의료비용을 90%나 줄였다. 2000달러였던 미국 수면내시경 비용을 150~200달러로 낮춘 것이다. 하지만 평균 연봉 3억원이 넘는 미 마취 전문의들의 결사 반대로 1년 만에 병원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현장 취재 결과 세더시스가 마취 전문의보다 더 엄격한 기준 아래 작동됐다”며 곧 복권을 점치고 있다.

최근 미 타임지는 “구글이 죽음을 해결할 수 있을까”를 표지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왜 병원이나 제약회사가 아니라 구글에 생명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까. 바로 AI 때문이다. 요즘 미 대학의 AI 연구팀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IBM으로 옮겨가고 있다. 높은 연봉 때문만이 아니다. 첨단 AI 연구에는 강력한 컴퓨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대학 연구실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은 100만 대 이상,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50만 대 이상의 서버를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한국 AI의 선구자인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AI는 이미 예측이 아니라 대비의 대상이다. 미 스탠퍼드대는 매년 660명(공대생의 44%)의 컴퓨터과학 전공자를 쏟아낸다. 반면 서울대는 55명(공대생의 7%)만 배출할 뿐이다. 또 미국·영국은 초등학교부터 필수과목이 소프트웨어다. 우리는 교사들의 반발로 간신히 기술·가정 교과군에 포함됐을 정도로 한심하다.” 그만큼 한국 AI의 미래는 어둡다. 다행히 기업 CEO들이라도 AI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부자들을 눈여겨볼 때다. 그들이 AI에서 미리 돈 냄새를 맡고 있다.

이철호 논설실장

[출처: 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 인공지능에 푹 빠진 삼성 이재용

[사람 속으로] 해커 출신 무료 ‘코딩 강사’ 이두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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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내 지식 모두 나눠줘요 … 창업정신 키우죠

 

[중앙일보] 입력 2015.08.29 00:38 / 수정 2015.08.29 00:39

[사람 속으로] 해커 출신 무료 ‘코딩 강사’ 이두희씨
낮에는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 문과생 위주 500명 12주 교육
수강생들 미국 페북 본사 등에 취업
직접 앱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도

           

           

이두희 대표는 “기본적인 코딩 실력에 비즈니스 감각까지 더해진다면 누구라도 세상이 놀랄 만한 멋진 IT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대학생들이 내가 만들고 싶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직접 배워서 직접 만듭니다. 단 81일 만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마치 개발자처럼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수 있게끔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부터 ‘컴퓨터 박사’로 이름을 알린 이두희(33)씨가 그 주인공이다. 더군다나 수강료를 전혀 받지 않는 공짜 강의다. 낮에는 신생 기업(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연합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강사로 활동하는 이씨를 27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만났다.

 - 우선 이름이 독특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멋쟁이사자처럼’인가.

 “생각나는 대로 지었다. (웃음) 석사 시절 창업한 게임 회사에서 2012년 말 쫓겨났다. 개발자들과 함께 숙소에서 생활했는데 거기 비밀번호조차 바꿔놨더라. 교대역에서 이틀, 강남역에서 하루 노숙을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강 다리에도 올라갔다. 그렇게 2013년을 맞았는데 정말 할 일 하나 없는 백수(白手)가 됐다. 불현듯 ‘백수(百獸)의 왕은 사자가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단순히 ‘사자’만으로는 심심했다. 그래서 택한 게 ‘멋쟁이 사자’다.”

 -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나.

 “작은 실험이었다. 딱히 무슨 의도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고 집에서 보름 정도 놀다가 몸이 근질거리던 찰나였다. 처음엔 서울대생 30명을 대상으로 동아리실 하나를 빌려 코딩 강의를 했다. 그런데 컴퓨터 언어를 하나도 모르던 학생들이 석 달 만에 ‘총학생회 전자투표’ 앱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때부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코딩을 가르치면 어떤 놀라운 일이 발생할지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무료 코딩 강의를 이어온 이유다.”

 올해 멋쟁이사자처럼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157개 대학 3812명이 몰려 수강 인원을 지난해(140명)보다 세 배 이상 많은 501명으로 늘렸다. 구직을 목표로 한 취업준비생들의 코딩 열풍에 더해 이씨가 TV 예능 프로그램(tvN ‘더 지니어스’)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덕분이다. 지원자의 80%는 코딩 교육에서 소외받은 문과생이다.

 - 프로그래밍 과정을 수강한 학생들의 진로는 어떤가.

 “3기 참여자 가운데는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합격한 학생이 있다. 인문계 학생 가운데서도 코딩 기본 지식을 배워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삼성·LG에 취직한 학생도 있다. 요즘은 마케팅에서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영업 직군이 많다. 또 다음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학생, 스마일게이트·옐로모바일 등 신흥 스타트업에 붙은 학생도 있다. 직접 만든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씨가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건 2006년이다.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씨가 학교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 배우 김태희(35)씨의 학교생활기록부 사진을 유출하면서다. 본래 그는 보안에 취약한 학교 전산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대 측으로부터 묵살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대 담당 신문사 기자 한 명이 “이슈를 키우기 위해 김태희 사진을 해킹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10분 만에 전산망에 침입해 유유히 사진을 건네줬다. 2008년엔 서울대 강의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사이트(snuev.com)를 제작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강의평가사이트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본래 컴퓨터를 좋아하는 ‘컴돌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까진 ‘코딩 열등생’이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 평점이 1.97밖에 안 됐다. 물리학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 컴공과를 지원한 건 분명 오판이었다.”

 - 그렇게 싫은 전공을 계속 붙들어 매고 하게 된 이유는.

 “전과를 시도해 보니 또 학점이 높아야 가능했다. 결국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으로 생각했다. 대신 3학년 때부터 매일 8시간 넘게 실습을 했다. 이 악물고 의지 하나로 공부하니 실제로 따라잡게 되더라.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스스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 2018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은 주 1회 한 시간씩 총 34시간 SW 교육을 할 예정이다. 영국·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한국도 학교 코딩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코딩을 배우면 분명 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IT가 주도하는 경제에서 코딩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딩 교육을 수행평가 점수 매기듯이 하면 안 된다. 40~50대 교사가 젊은 선생님처럼 SW 교육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도 고등학생들이 하루에 12시간 정도씩 학교에 있는데 학교 수업만 일찍 끝내줘도 스스로 코딩에 흥미를 가질 학생이 많다.”

 출중한 컴퓨터 실력에 유머감각까지 갖춘 이씨를 좋아하는 팬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페이스북 친구는 이미 한도(5000명)를 꽉 채운 상태다. 이씨의 열성 팬들을 위해 TV 화면에선 볼 수 없는 그의 일상생활을 물었다.

 “24시간, 월화수목금토일 모두 코딩의 연속이다. 하지만 약간씩 다르다. 낮에는 회사 일, 밤에는 멋쟁이사자처럼 강의, 주말에는 내가 하고 싶은 코딩을 한다. 멋쟁이사자처럼과 주말 코딩은 취미다. 틈틈이 카레이싱 같은 취미를 즐긴다. 예능 출연도 스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취미의 일부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단순한 발상뿐이다.”

글=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 BOX] 수강생들 ‘메르스 맵’ 만들어 위험 지역 알려

지난 6월 3일, ‘멋쟁이사자처럼’ 출신 학생들은 ‘메르스 맵’이라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국 지도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격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는 병원 위치를 표시해 시각적으로 메르스 위험 지역이 어딘지 알 수 있게끔 했다. 서비스 운영 일주일 만에 네티즌으로부터 받은 제보 340여 건을 처리했다. 불과 2주간 운영됐지만 페이지 순방문자 수는 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화제였다.

 81일간 ‘멋쟁이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 가운데는 직접 창업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박수상(25·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 출신)씨는 지난해 8월 대학에 입학하려는 고등학생, 구직자의 자기소개서를 첨삭·지도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박씨는 “동기생 25명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친구가 10명 정도밖에 없었다”며 “ 프로그래밍을 배워 창업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비프로’ 강현욱(24) 대표는 로스쿨 준비생이었다가 이 교육을 수강하고 창업했다. 그가 만든 SW ‘비프로 11’은 아마추어도 마치 프로축구 구단처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DB)로 각종 경기 내용을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팀별 골득실, 선수당 활동 거리 같은 정보를 수기(手記)로 쓸 필요가 없다.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공식 계약을 해 유소년 리그를 지원하기로 했다.

컴퓨터와 대화하는 법-코딩을 배우는 사람들

  [커버 스토리] 컴퓨터와 대화하는 법

 

[중앙일보] 이 기사는 2015-07-22 오전 00:02:00 에 실린 기사입니다.

코딩을 배우는 사람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모든 걸 바꿨다.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들을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공장이 들어섰고,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가 열렸다.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다. 산업화에 앞선 나라들은 세계 시장의 주역이 됐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뒤처졌다. 사회·경제적 변화는 교육의 내용도 바꿨다. 산업기술 발전을 위해선 수량에 대한 분석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했다. 교육 기관들은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수학은 산업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됐다. 그리고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가 전 산업에 충격을 주고 있다. 모든 것이 컴퓨터와 연결된다. 세상 모든 것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아니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 시대다. 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내 의사를 전달하고, 컴퓨터의 동작을 이해하는 능력,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코딩, 즉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시대 공용어 … “프로그래밍 언어가 영어 못잖게 중요해질 것”

 

#지난 8일 서울 사당동 신남성초등학교 4학년 4반 교실. 교실에는 학생 20여 명이 코딩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봇’을 배우고 있었다. 스크린에 뜬 가상 로봇이 자신이 입력한 화살표 순서로 척척 움직이자, 곳곳에서 “우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화살표 순서를 반대로 입력하자, 이번엔 로봇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학생들은 “입력한 명령어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최근 강동구 둔촌고 1학년 학생들이 컴퓨터실에서 코딩 소프트웨어인 ‘비트브릭’을 실습하고 있다. [사진 둔촌고]

#지난 16일 서울 둔촌고 컴퓨터 교실. 30여 명의 학생이 ‘비트브릭’이란 코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퐁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공과 막대의 크기, 움직임, 속도를 수치로 입력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설계했다. 한 학생이 명령어를 입력해 공의 크기를 부풀렸다. 공을 튕겨내는 막대보다 훨씬 커다란 공이 만들어지자 주위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생은 공의 이동 속도를 올리면서 게임을 어렵게 만들었다. 게임의 구성과 난이도는 제각각이었지만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은 한결같았다.

 

#지난 18일 신촌 연세대 인근의 한 카페. 10여 명의 대학생이 코딩을 공부하고 있었다. 서울대 무료 코딩 교육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의 동영상 강의를 활용해, 실제로 프로그램 짜보기를 실습하는 스터디 모임이었다. 이날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아이디어가 정해진 날이었다. 한 학생이 “포털 사이트의 추천 맛집이 엉터리”라며 “고객 취향에 맞는 진짜 맛집 추천 앱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동의한 학생들은 어떤 코딩 언어를 활용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한 경영학과 학생은 인터넷으로 학교 근처 식당과 고객군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윤채원(23)씨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이다. 그도 처음엔 전공에 맞춰 행정고시를 거쳐 공무원이 되거나 법조계·언론계에서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3년 가을 교환학생으로서 스위스 취리히대 정외과에 가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스위스 학생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에 대해 잘 알고 있더군요. 그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소외감을 느낄 정도였죠.” 그곳에서 컴퓨터 언어 ‘파이썬’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온 지난 학기에는 교양과목 ‘C프로그래밍’을 들었고, 여름방학에도 소프트웨어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를 배우면서 전공에 상관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러 나라에서 살고 싶은데 그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엄청난 부자가 되지는 않아도 능력을 발휘하며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능한 많이 배워놓으려고 해요.”

 

 경영학과 학생인 손규빈(26)씨는 C언어, 자바 등의 컴퓨터 언어를 배웠다. “소프트웨어를 알면 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죠. 그런데 프로그래밍 배우는 거 무척 재밌더라고요. 이제는 ‘스타트업’(시작 단계에 있는 소규모 벤처기업)에 취직해서 1~2년 정도 일을 배우고 맘 맞는 동료를 만나 제대로 된 나만의 서비스를 해보고 싶어요.”

 

 윤씨와 손씨는 ‘멋쟁이 사자처럼’을 통해 무료 코딩을 공부하고 있었다. 멋쟁이 사자처럼이 3개월 무료 코딩 교육을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처음엔 30명에 불과했던 교육생이 지난해 1100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38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오프라인 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온라인 동영상 교육으로 바꿨다. 이두희 대표는 “참가자 중엔 이것저것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자신만의 다른 길을 개척해 보려는 이들이 많다”며 “대부분의 무료 교육들은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프로그래밍 교육은 학생들이 따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공부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참여하는 학생들의 전공은 다양하다. 2013년 1기 무료 교육 땐 수의대 학생들이 참가해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컴퓨터를 전혀 모르던 학생들이 코딩을 배운 후 강아지 예방접종 알람 프로그램을 짰다. 강아지의 품종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해당 시기에 알람이 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대표는 “기술 관련 분야뿐 아니라 인문·정치·경제·의약 등 모든 학문이 소프트웨어와 결합하고 있다”며 “코딩 교육은 머지않아 영어 교육 열풍 못지않게 수요가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 만드는 초등생, 앱 개발하는 대학생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든 도전할 수 있어”

기업서도 채용 시 프로그래밍 능력 주목

 

     

“신입 사원이라면 코딩할 줄 알아야”

 

코딩은 ‘컴퓨터 명령어를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일컫는다. 과거 컴퓨터 교육이 한글이나 MS오피스 같은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가르치는 일에 치중했다면 최근 기업이나 현장에 원하는 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코딩 능력이다.

 

 이봉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인사팀장(전무)은 지난달 18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코리아리더스 포럼에서 “현업 부서의 임원들을 만나면 신입사원이라면 적어도 기술적인 결과를 분석해낼 수 있는 통계 역량과 코딩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상경계열과 인문계열을 주로 채용하던 은행업계도 코딩 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때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코딩) 언어 능통자를 우대한다’고 밝혔다. 핀테크 등 IT와 금융의 결합 상품이 등장하면서 관련 인력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공학 전공자만 그 대상인 건 아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삼성소프트웨어아카데미’(SCSA) 라는 교육 과정을 만들어 인문계 출신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6개월간 실시하고 있다. 6개월 교육을 수료하면 삼성전자와 SDS에 SW 개발자로 입사하게 된다. 인문계 출신을 SW 개발자로 훈련 시키는 건 인문학적 상상력이야말로 SW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애플이 SW 생태계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이 교육 과정에 들어가면 우선 컴퓨터의 구조 및 작동 원리를 기초부터 배운다. 그러고 나서 삼성전자 지원자는 제품SW와 반도체SW를, 삼성SDS 지원자는 웹 기반 SW를 배운다. 언어를 배우고 나서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실전 훈련을 한다.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SDS 멀티캠퍼스에는 SCSA 교육생들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로봇 자동차를 조종하고 있었다.

 

 “자동차가 직선 말고 곡선으로 갈 수 있도록 조정해보자.” “공이 너무 가벼워서 예상보다 멀리 튕겨 나가네요.”

 

 교육생들은 자동차의 움직임에 따라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이 프로그램 담당자는 “프로그램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도 한두 달이면 스스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사교육 시켜야 하나, 불안한 학부모

 

이처럼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건 모든 산업이 IT 기술과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엔 그런 능력을 갖춘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양석원 디캠프 사업운영팀장은 “80~90년대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전자공학과나 의대를 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소프트웨어가 3D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SW 전문가 지망생이 크게 줄었다. 최근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면서 SW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현실은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조현정, 이찬진 등 스타 창업자들이 등장했던 80~90년대 한국 SW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IMF)로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무너지고, 불법 복제가 판을 치면서 자체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대부분의 SW 업체들이 대기업의 2, 3차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이 가운데 9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컴퓨터 언어 배우기 열풍도 환멸만 남긴 채 사그라졌다.

 

 최근 정부가 중고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하겠다는 정책을 밝혔지만 학부모와 학원가의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건 이런 과거가 배경이다. 또 입시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지나 않을까, 추가 사교육이 필요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

 

 

인문·의약·금융 등 모든 산업이 IT와 결합

개발자 외에도 수요 폭증…초교부터 교육

“10년 내 읽기·쓰기보다 코딩이 중요해져”

 

 

 

 

지난 8일 사당동 신남성초교의 한 학생이 코딩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봇’의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다. [조진형 기자]

 

 

점점 중요해지는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SW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이들은 앞으로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지훈(45)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타자기를 다루는 것, 워드프로세서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코딩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딩을 ‘컴퓨터와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읽고 쓰는 걸 통해 사람과 사람이, 세대와 세대가 소통하는 것처럼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서 컴퓨터와 소통하고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게 꼭 필요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고 박철균 정보부장 교사는 “코딩은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라고 했다. “코딩은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만들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논리와 사고력을 계발시키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코딩 수업을 받은 둔촌고 1학년 이진형군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물체의 크기·움직임·위치·각도 등을 모두 고려해서 무엇을 어떻게 입력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력과 창의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 15년간 초중등 교육정보화 정책을 담당했던 둔촌고 정금배 교장은 “코딩 교육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SW 교육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병모(51) 과천고 교사는 “앞으로는 직장에 들어가든 사업을 하든 자신이 아는 걸 디지털 콘텐트로 만들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W 교육봉사단은 2년 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무료로 코딩 교육을 해온 컴퓨터 관련 대학교수와 교사들의 단체다.

 

 하지만 한두 시간 배운다고 누구나 코딩을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비영리 온라인 커뮤니티인 ‘코딩클럽’을 만든 하은희 대표는 미국의 유명 파일 공유 서비스업체 ‘드롭박스’ 창업자의 말을 빌려 “코딩이란 악기를 연마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악기 하나를 연마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소질도, 지도하는 교사도,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과정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시스코’는 2025년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코딩이 읽기와 쓰기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모든 국민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 코딩은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영국은 5세부터 의무적으로 코딩을 배우고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약 4개의 컴퓨터 언어를 배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비디오게임을 사는데 그치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라”고 했고,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는 2013년부터 일주일에 한 시간 코딩을 공부하자는 ‘아워오브코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018학년도부터 초·중 코딩 교육 의무화

 

한국은 2018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은 주 1회 한 시간씩 총 34시간 정보 과목을 통해 SW 교육을 할 예정이다. 초등학교는 실과 시간을 이용해 SW 교육을 17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고 고등학교는 선택과목이다. 현재는 교육청이 지정한 연구학교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정한 선도학교를 통해 시범적으로 코딩과 SW 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입시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부터 컴퓨터 교육을 수행할 만한 장비조차 없는 곳이 많아 SW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W 교육을 담당할 교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중고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을 실시하기로 하고, 오는 9월 구체적인 SW 교육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철 고려대 사범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만 수학을 배우는 게 아닌 것처럼 SW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만 SW를 배우는 건 아니다”라며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SW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민·조진형·조한대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어떤 코딩이 있을까

 

코딩은 C언어, 자바(JAVA), 스크래치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용도에 따라 쓰임새가 제각각 다르다. 텍스트를 직접 입력하는 ‘언어형 코딩’, 그래픽 아이콘을 입력하는 ‘블록형 코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학교나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코딩에 대해 알아봤다.

 

 

1 스크래치 아이콘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대표적인 블록형 코딩이다. 2006년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교육용 도구로 처음 개발했다. ‘앞으로 가기’ ‘방향 90도 틀기’ 등 명령어를 블록 형태로 입력해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 쉽게 코딩의 원리를 배울 수 있어 국내외 초·중·고교에서 교육용으로 쓰인다. 스크래치와 연계된 소프트웨어로는 3D 환경을 개발하는 코듀(Kodu), 가상 로봇을 움직이는 라이트봇(Lightbot) 등이 있다.

 

2 아두이노 이탈리아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교육기관인 이브레아(Ivrea)가 2005년 개발했다. 언어·블록형 코딩이 모두 활용되고, 컴퓨터 공학을 비롯한 대학 강의에서 자주 쓰인다. 무인자동차, 스마트 온도조절계 제작 등 상업용으로도 쓰인다.

 

3 비트브릭 올 2월 한국의 스타트업인 헬로긱스가 개발한 블록형 코딩이다. ‘direction’(방향), ‘power’(강도), ‘degree’(각도) 등이 입력된 블록을 작업 창에 하나씩 끌어와 연결하는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직접 움직여볼 수 있다. 아두이노보다 조작법이 간단해 대학생을 비롯한 코딩 입문자의 교육용으로 쓰인다.

 

4 앱 인벤터 2010년 12월 구글이 제작한 블록형 코딩이다. 명령어가 입력된 퍼즐 블록을 작업 창으로 끌어와 끼워 맞추는 식으로 안드로이드 체제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일반인도 쉽게 선물용 카드나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다.

 

5 C언어 컴퓨터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쓰이는 기초적인 언어 코딩이다. 1972년 미국의 AT&T 벨연구소가 초기 컴퓨터 운영 체제인 유닉스에 활용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 도스·윈도 등 컴퓨터 운영체제 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윈도의 바탕화면·아이콘·폴더 등 기본·응용 프로그램이 모두 C언어로 만들어졌다.

 

6 자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어 코딩이다. 1991년 미국의 IT 회사인 썬(Sun)이 C언어를 이용해 가전제품용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언어체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더 간편한 언어인 오크(Oak)를 직접 개발했다. 이후 썬이 시작한 인터넷 개발 사업에 오크가 쓰였고, 95년 ‘자바’로 이름이 바뀌었다. 엔지니어와 IT 개발자가 웹 개발에 주로 활용하는 자바는 웹페이지의 검색창·그림·단어 등을 구성하는 데 쓰인다.

 

정리=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소프트웨어 교육 컨텐츠 활용 안내(네이버와 EBS)

네이버-EBS 소프트웨어 학습 프로그램

 

1. 소프트웨어야 놀자

http://tvcast.naver.com/software

http://campaign.naver.com/software

 

2. coding 소프트웨어 시대

http://tvcast.naver.com/thecoding

http://campaign.naver.com/software

 

2. SW  온라인 교육 사이트 :  “소프트웨어야 놀자”

http://campaign.naver.com/software

 

피지컬 컴퓨팅’으로 기다려지는 과학수업 만들었죠

피지컬 컴퓨팅’으로 기다려지는 과학수업 만들었죠

자료출처 : http://www.hangyo.com/APP/news/article.asp?idx=43795&search=피지컬+컴퓨팅

 

경기 호암초 STEAM 교사연구회

거리·무게·소리 등 다양한 센서 활용
신체활동과 접목, 과학에 흥미 높여

협동정신은 물론 정리정돈도 스스로
교사 간 교환수업으로 연구 질 제고

“마이크로컴퓨터인 ‘아두이노’ 활용
컴퓨터실 없는 융합수업 시도할 것”

‘식물의 한살이’를 알아보는 4학년 과학시간. 학생들이 주어진 카드에 강낭콩의 한살이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린 후 설명을 적었다.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그림, 떡잎이 나오는 그림, 가지가 나고 잎이 달리는 그림 등 알록달록한 카드 6장을 완성한 아이들은 짝을 지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교사가 나눠준 거리센서를 카드에 가까이 대자 컴퓨터 화면이 그림과 같은 강낭콩의 한 살이를 나타내는 사진으로 바뀌었다.(사진)

이는 17일 경기 호암초(교장 박희양)에서 열린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을 활용한 STEAM 수업장면이다. 김석희 교사를 중심으로 호암초 교사연구회가 4년째 연구하고 있는 이 수업은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학교 현장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피지컬 컴퓨팅’이란 프로그램이나 센서 등을 이용해 컴퓨터가 인간의 감각 역할을 하거나 그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은 입력 방법 대신 소리, 동작, 빛, 열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표현하는 개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뉴욕의 중?고교에서도 활용되는 등 학생과 교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융합수업의 한 도구다. 평소 IT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사가 미국에서 직접 도구들을 수입해오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수업에 주로 사용되는 도구는 ‘핸즈온(hands on) 센서’다. 핸즈온 센서는 빛, 소리, 온도, 압력, 거리 등을 입력하면 프로그램을 통해 빛이나, 소리, 동작 등으로 결과 값이 표현되는 장비다. 즉 주제와 표현하고자하는 방식에 따라 거리센서, 압력센서, 소리센서 등 다양한 종류의 센서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사는 “피지컬 컴퓨팅을 활용한 STEAM 수업은 중요하지만 적용하기 어려운 요소인 T(technology)와 E(engineering)를 한 번에 해결해준다”며 “신체적인 활동과 접목되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흥미를 쉽게 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지컬 컴퓨팅을 활용한 융합수업의 분야는 매우 넓다”고 말했다. 기울기 센서를 달아 말하는 저울을 만들면 과학교과의 ‘용수철로 무게 재기’를 배울 수 있고, 모터 세기를 조절해 로봇 자동차의 빠르기를 비교하며 ‘속력’의 개념을 익힐 수도 있다. 이밖에도 전기가 흐르는 원리를 이용해 인간드럼 공연하기,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해 전기회로 연결방법 알기 등 어떤 센서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수업분야는 무궁무진해진다는 것.

김 교사는 “특히 식물의 한살이 같은 단원은 암기해야 할 부분은 많지 않지만 교과서로만 수업하면 자칫 지루해하기 쉬운 부분이어서 융합수업에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며 “그림을 그리고 시도 쓰면서 예술적 소양을 기를 수 있고 주변 자연환경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돼 인성교육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석희 경기 호암초 교사

“항상 2인 1조로 협력해야만 과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협동정신은 물론 정리정돈까지 아이들 스스로 익히게 됩니다. 수업 후에는 다른 친구들을 몇 명이나 도왔는지 물어보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등 조금만 독려해주면 자발적?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요.”

교사들끼리의 융합도 중요한 요소다. 호암초의 경우 4학년이 3학급이어서 3명의 교사들이 각자가 관심 있고 자신 있는 분야의 수업을 정해 교환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혜정 교사는 “좋아하는 수업을 더 열심히 개발할 수 있는 동기 부여도 되고 다른 반 학생들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어 학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덧붙였다.

4년간의 연구 결과 학생들의 과학탐구에 대한 태도, 과학에 대한 즐거움, 과학에 대한 직업적 흥미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 그는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해보니 과학자는 19위, 과학자를 꿈꾸는 중?고교생은 100명중 2명뿐이었던 자료를 본적이 있다”며 “피지컬 컴퓨팅이 과학에 대한 흥미 제고는 물론 진로선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공계 기피현상을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꾸준한 연구 덕분에 김 교사는 지난해 ‘2년간의 추적 연구를 통한 피지컬 컴퓨팅 기반의 STEAM 프로그램의 효과’로 논문을 냈다. 또 11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2014년 융합인재교육 전국 워크숍’에서 발표자로 나서 자신의 운영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연구에서 엿보인 열정만큼 호암초 연구회는 도전하고 싶은 STEAM 수업 분야도 다양했다. 김 교사는 “마이크로 컴퓨터인 ‘아두이노(Arduino)’를 활용한 융합수업 등 앞으로 더 많은 첨단기기를 활용한 STEAM 수업을 시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두이노는 컴퓨터 메인보드의 단순 버전으로 기판에 다양한 센서나 부품 등의 장치를 연결할 수 있다. 컴퓨터와 연결해 소프트웨어를 로드하면 동작하므로 새로운 창조물을 무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가격도 3~4만원으로 저렴하다.

“아두이노는 융합수업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장치라고 봅니다. 초등 STEAM 수업의 수준을 감안해보면 굳이 한 대에 100만원이 넘는 컴퓨터를 여러 대 구비해 컴퓨터실까지 갖출 필요는 없어요. 아두이노는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손바닥 크기만큼 작고 가격도 저렴해 바로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고 고장이 나도 큰 부담이 없죠.”

김 교사는 “연구를 진행하며 깨달은 것은 즐거운 학습경험은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진입 장벽이 낮은 좋은 기자재들을 많이 찾고 활용해 더 재미있고 능률적인 STEAM 수업을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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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업무에 도움되는 스펙은 컴퓨터·발표능력”

“직장 업무에 도움되는 스펙은 컴퓨터·발표능력”

전경련 조사…77%는 “영어점수 별 도움 안된다”

직장에서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스펙’은 영어가 아닌 컴퓨터활용 능력이나 스피치 능력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초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관, 외국계 기업의 20∼30대 대졸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직장인은 실제 회사업무 수행에 있어 도움이 되는 사항(복수 응답)들로 컴퓨터활용 능력을 77.5%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발표, 보고 등 스피치능력 48.9%, 업무자격증 38.1%, 전공지식 32.4%, 인턴경험 25.8% 순으로
답했다.

영어점수(23.0%)나 해외유학 경험(10.6%), 수상 및 참가 경험(7.9%) 등은 상대적으로 실무수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는 전경련이 지난해 4월 취업 준비 대학생 815명에게 취업을 위해 준비중인 스펙에 대해 설문한 결과
영어점수(69.2%), 자격증(64.5%), 학점관리(57.8%) 순으로 답한 것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어점수가 업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77%의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영어를 쓸 일이 없는 업무를 하고 있어서'(53.9%)라는 답변과 함께
‘영어점수가 높아도 실제 영어실력이 좋지 않아서'(20.8%), ‘영어가 필요할 때에는 통역사 등 전문인력을 고용하기 때문에'(16.9%) 등을
들었다.

영어를 쓸 일이 없는 업무를 하는 직장 유형은 공기업 직장인이 64.5%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49.2%),
금융기관(45.9%), 외국계 기업(30.8%) 순으로 이어졌다.

컴퓨터를 활용한 문서작성 능력이 업무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신속한 업무처리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54.2%)거나 ‘내부보고서 및 발표자료를 잘 만들 수 있다'(36.1%)는 점을
꼽았다.

업무처리의 신속성을 중시한 응답자는 외국계 기업(73.5%)이 공기업(59.8%), 금융기관(50.0%),
대기업(49.1%) 직장인보다 많았고 여성(58.2%)이 남성(49.8%)보다 높았다.

업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도 컴퓨터관련
자격증(42.6%)이었다.

직무관련 자격증(39.7%), 제2외국어 자격증(12.1%)이 그 뒤를 따랐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직장생활에 실제 많이 쓰이지 않는 영어점수를 높이려 취업 준비생들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컴퓨터활용능력, 스피치능력, 업무자격증 등을 갖추는데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