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도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김세웅의 공기반, 먼지반]

문과생도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김세웅의 공기반, 먼지반]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입력 2020-03-09 03:00수정 2020-03-09 03: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내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는 인문사회계열로 입학한 학생에게 졸업 때까지 과학교양과목을 3가지 이상 이수할 것을 요구한다. 대학에 오면 지긋지긋한 수학, 과학은 이제 끝이라는 기대가 깨져 불만이 가득한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배우는 그들만큼이나 가르치는 나에게도 고역이다. 한편에선 대학교육은 안정적인 커리어를 위한 실용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런 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풍파를 정면으로 헤쳐 나가는 사회인이 되기 전에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대학 때 배워두는 것 또한 직접적인 직업교육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교양수업은 합리화될 수 있다. 

실제로 과학적인 방법론을 이용하면 세상에 어지럽게 돌아가는 일들이나 듣기에는 번드르르한 말들의 진위를 생각 외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그럴듯한 말들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위해 간단하게 해보는 검증을 ‘연습장 계산(back of the envelope calculation)’이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하게 벌어지던 핵무기 개발사업에 큰 공을 세운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특히 이러한 간단한 계산을 즐기던 과학자였다. 그는 핵실험 당시 자신의 연구실 바닥에 작은 종이 한 조각을 두고 그 종잇조각이 핵폭탄 폭발의 충격으로 어느 정도 이동이 됐는지를 바탕으로 역산을 하여 대략적인 핵폭탄의 위력을 계산하곤 하였다. 레이저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196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찰스 타운스 박사는 그의 연구가 공원에 앉아 주머니에 있던 편지봉투에 적고 계산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우리가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일반인에게 과학적 교양을 강조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량적인 방식으로 생활 속의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을 체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접근법으로 대중들 사이에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초미세먼지가 아주 극심한 날, 즉 농도가 m³당 100μg(마이크로그램)인 날을 가정해보자. 지상에서 1km 정도의 상공까지는 공기가 잘 섞여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상당 부분 일정함을 고려하여 수도권(1만1851km²) 전체에 존재하고 있는 초미세먼지의 무게를 계산하면 약 1200t으로 산정된다. 물론 초미세먼지는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며 또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 대략 초속 2m의 바람이 분다고 가정하고 서해안을 따라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초미세먼지가 m³당 100μg의 농도로 유입된다면 시간당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양은 약 50t이다. 작년 3월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살수차나 높은 건물에서 물을 뿌려 위의 미세먼지를 없애보겠다거나, 야외 공기청정기를 설치하자는 제안들은 막대한 미세먼지의 양을 생각할 때 효과가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를 우리가 기술적인 수단으로 ‘저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직접적인 미세먼지 배출원이나 미세먼지를 대기 중에서 만드는 물질들의 배출을 강력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비상 저감대책’은 ‘미세먼지 유발 물질 배출 저감대책’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는 늘 새로운 도전거리가 나타난다. 작년과 올해 우리 사회뿐 아니라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가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려면 정량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과학적 분석으로만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부분에는 정치적 혹은 외교적인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자명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해법에 정치적 외교적 셈법을 적용할 경우 문제의 해결은 점점 멀어지고 사회는 혼란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학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는 영웅적인 과학자가 나와서 우리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날을 기다리지 않는다. 과학적인 사고체계를 존중하고 우리가 모르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토양이 구축될 때 노벨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씨앗도 뿌려질 수 있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

[궁금한 화요일] 무인항공기에 숨은 과학-드론의 비행 원리

[궁금한 화요일] 무인항공기에 숨은 과학

[중앙일보] 입력 2015.08.18 00:55 / 수정 2015.08.18 15:13

프로펠러 개수가 왜 2, 4, 6, 8
드론을 날게 하는 ‘짝수의 법칙’

지금은 드론(drone) 시대다. 지난주 200여 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중국 톈진(天津)항 폭발사고의 처참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한 건 드론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맹독성 시안화나트륨이 유출되면서 반경 3㎞ 인근엔 주민 소개령을 내린 상태였다. 지난 4월 사망자 8000여 명이 발생한 네팔 지진 현장에서도 드론은 인명 구조에 동원됐다. 험준한 히말라야산맥을 넘나들며 생존자를 찾는 역할을 맡았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관내 소방서에 드론을 도입해 운영키로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드론은 이제 저널리즘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 방송사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1986년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유령도시’ 체르노빌의 풍경을 드론으로 촬영해 방송했다. 취미용 드론 시장도 활짝 열렸다. 마트에서 3만~4만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레저용 저가 드론이 지난해 3만여 대가 팔린 것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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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은 원래 ‘낮게 웅웅거림’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엔 조종사 없이 원격조종하는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를 지칭한다. 드론은 비행 방법에 따라 고정익기(固定翼機)와 회전익기(回轉翼機)로 나뉜다. 고정익기는 날개가 고정됐다는 의미다.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 활용되고 있는 군사용 프레데터가 대표적이다. 헬리콥터는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익기의 대표 선수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 부르는 무인항공기를 통칭하는 말은 멀티콥터(multi-copter)인데 프로펠러 수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4개는 쿼드콥터(quad-copter), 6개는 헥사콥터(hexa-copter), 8개는 옥타콥터(octa-copter)다.

산림청 소방헬기. 2개의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 반작용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꼬리 프로펠러가 없이도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날개가 짝수인 건 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엄지손톱만 한 프로펠러 4개를 가진 초소형 드론이 중력을 이기고 떠오르는 원리는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헬리콥터에서 멀티콥터까지 회전익기의 프로펠러는 짝수다. 뉴턴 역학 제3법칙(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이다. 멀티콥터에 앞서 회전익기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헬리콥터를 살펴보자. 동체 중심에 있는 메인 프로펠러와 꼬리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상승한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다면 헬리콥터는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2001년 개봉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헬리콥터 격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바주카포에 의해 꼬리 프로펠러가 망가진 블랙 호크(UH-60)는 메인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빙빙 돌면서 추락한다.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돌아가는 힘(역 토크)이 동체에 작용해서다. 작용-반작용의 원리다.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정거장을 담은 영화 ‘그래비티’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담겼다. 주인공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는 소화기를 추진장치로 삼아 이동(반작용)하는데 마찰력이 없는 우주에서 추진력(작용)이 없다면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릴 뿐 움직일 수 없다. 꼬리 프로펠러는 작용-반작용 원리에 따라 동체가 회전하지 못하도록 잡아 주는 동시에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헬리콥터와 새 등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에 적용되는 힘도 짝수다. 양력(lift·위로 들어 올리는 힘), 추력(thrust·앞으로 밀어내는 힘), 항력(drag·공기가 뒤로 끄는 힘), 중력(weight·지구가 당기는 힘) 4가지 힘이 작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덕관 회전익기연구팀장은 “메인 프로펠러가 공기를 휘저어 일으키는 양력이 중력보다 크면 동체가 떠오르고 추력은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로터를 앞으로 기울이거나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하면 생긴다”고 설명했다.

 요즘 가장 흔하게 접하는 드론,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의 비행 원리도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쿼드콥터 프로펠러는 대각선 방향으로 2개씩 짝을 이뤄 같은 방향으로 돈다. <그래픽 참조> 시계 방향 2개와 반시계 방향 2개로 나뉘는 건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반작용력을 상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는 대형 헬기 치누크의 앞뒤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가 다르다=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의 비행 원리도 4가지 힘이 그 기반이다. 다만 멀티콥터와 비교해 효율 면에서 훨씬 앞선다. 프로펠러 회전에 의해 양력과 추력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정익기는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에 의해 상승하는 힘(양력)을 얻는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윗부분의 공기 압력은 아랫부분에 비해 낮다. 항공대 배재성(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항공기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무선 모형비행기의 경우 고정익기가 효율 면에서 두 배 정도 앞선다”고 말했다. 고정된 날개 덕분에 공기 밀도가 낮아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날개 길이가 20m에 달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AV-3는 이달 10일 성층권(고도 14.12㎞)까지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헬리우스는 29㎞까지 상승해 무인기로선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름 등 대기현상이 없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어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도 가능하다. 태양을 이용한 국내산 드론인 EAV-2H는 지난해 25시간 연속 비행에 도달했다. 배 교수는 “멀티콥터는 배터리 한계 등으로 최대 비행시간이 60분 정도”라며 “공기를 회전시켜 양력을 얻는 탓에 공기 밀도가 낮은 높은 고도까지는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레데터의 순항 속도는 시속 580㎞인데 반해 멀티콥터의 이동 속도는 시속 50~80㎞에 불과하다. 다만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도 단점은 있다. 멀티콥터는 수직 이착륙 및 정지 비행이 가능한 데 비해 프레데터는 이착륙할 때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지상 가까이 붙어 비행하는 근접비행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드론 개발자들은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융교 공력성능연구팀장은 “비행시간이 긴 고정익 드론은 대규모 농장의 작황 상태를 파악하거나 산불 감시 등에 활용되고 있고 정지 비행이 가능한 멀티콥터는 항공 촬영이나 재난 및 화재 현장 등에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통신 이어 전력도 선 없는 세상] 이젠 ‘와이파워’ … 집에 있으면 휴대폰이 그냥 충전된다

[통신 이어 전력도 선 없는 세상] 이젠 ‘와이파워’ … 집에 있으면 휴대폰이 그냥 충전된다

[중앙일보] 입력 2015.05.12 00:46 / 수정 2015.05.12 08:38

통신 이어 전력도 선 없는 세상
전송거리 짧은 자기유도방식
스마트폰·전동칫솔에 이미 사용

          

KAIST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차세대 KTX ‘해무’를 무선 전력으로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궤도 사이에 설치된 무선급전장치(점선 표시 )가 열차에 자기공진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했다. [중앙포토]

 
지난 3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전기자동차전시회(EVS28). 자동차 메이커가 대부분인 행사장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업체 퀄컴이 새로운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았는데 전기차가 저절로 충전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선 방식으로 3~4시간이면 완충된다. 2~3년 내 실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선(電線) 없는 세상’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삼성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채택돼 화제가 된 ‘무선 전력 전송(Wireless Power Transfer)’ 기술이 전기차 충전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무선 인터넷(Wi-Fi·와이파이)에 빗대 ‘와이파워(Wi-Power)’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조만간 의료기기, 교통수단 등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무선충전 원리는=삼성 스마트폰과 퀄컴 전기차의 무선충전 원리는 같은 걸까. 결론적으로 같지 않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은 자기유도(MI) 방식인 반면 전기차는 자기공진(MR) 방식이다.

 MI 방식은 중학교 물리 수업 시간에도 나온다. 둘둘 감은 코일에 교류 전기를 흘려 자기장을 만들면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코일에 전기가 유도되는 원리를 말한다. 물기 많은 욕실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무선충전 전동칫솔이나 금속 냄비를 올려놨을 때만 가열되는 인덕션레인지가 이 원리를 이용한다. 갤럭시S6도 마찬가지다. 충전패드와 본체에 송수신 코일이 들어 있어 서로 전력을 주고받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박세호 수석연구원은 “두 종류의 국제 표준(WPC·PMA)을 만족시키는 코일을 내장하고도 디자인을 슬림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품의 구조·소재를 혁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MI 방식은 전력을 거의 고스란히(이론상 최대 90%) 무선으로 보낼 수 있는 반면 전송 거리가 짧다. 고작 몇 ㎜다. 송수신 코일이 거의 맞닿아 있어야 충전이 된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MR 방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머린 솔랴치치 교수가 2007년 개발했다. MR을 이해하려면 먼저 진동을 알아야 한다. 모든 물체는 자기만의 진동수를 갖고 있다. 진동수가 같은 힘이 외부에서 가해지면 진폭이 커지고 에너지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소리굽쇠를 때려 진동시킬 때 이 소리굽쇠와 진동수가 정확히 일치하는 다른 소리굽쇠는 때리지 않아도 진동한다. 이를 공진(共振) 현상이라고 한다.

 MR 방식은 코일에 전류를 흘려 자기장을 만드는 것까지는 MI 방식과 같다. 자기장 주파수와 수신 코일의 진동수를 맞춰 먼 거리에서 강한 전기를 유도하는 게 차이다. MI 방식에 비해 전송효율은 떨어지지만 전송 거리는 수m로 훨씬 길다. 같은 공진 주파수를 갖는 여러 단말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다.

 솔랴치치 교수가 설립한 와이트리시티란 벤처기업은 이런 방식의 충전기를 천장·벽·바닥 등에 삽입해 실내 전체를 무선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성공하면 가전 제품의 전선을 모두 없앨 수 있다. 방전된 스마트폰은 방에 들고 들어가기만 해도 저절로 충전이 된다.

 MR 방식은 의료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보청기는 크기가 작아 고령자들이 배터리를 갈기 힘들다. 한국전기연구원 융복합의료기기연구센터는 이에 착안해 무선충전식 스마트 보청기를 만들고 있다. 박영진 센터장은 “잠자리에 들 때 보청기를 빼 그릇 모양의 충전기에 담아두면 MR로 전원이 공급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박 센터장은 “무선충전 심박조율기(페이스메이커)도 수년 내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는 환자들이 몇 년에 한 번씩 페이스메이커를 몸 밖으로 빼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달리는 전기차·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조동호 교수팀이 개발한 올레브(OLEV) 전기버스가 대표적인 예다. 차고지·종점·정류장 바닥에 무선 송전 장치를 묻어둬 전기버스가 달리면서 저절로 충전이 된다. 이 버스는 현재 경북 구미에서 운행 중이며 다음달 세종시에도 도입된다. 조 교수팀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차세대 KTX(해무)에 버스보다 더 큰 전력을 무선으로 공급해 시속 3~4㎞로 움직이는 데도 성공했다.

 ◆우주에서도 가능하다=수㎞ 이상 떨어진 곳에 전력을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파수가 ㎓(1㎓=1000㎒=100만㎑) 이상인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면 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75년 이 방식으로 약 1.6㎞ 떨어진 곳에 30㎾의 전력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파 방식은 미래 ‘우주 발전소’의 핵심 기술로도 꼽힌다. 우주는 태양복사에너지가 지상의 10배쯤 된다. 낮과 밤, 계절, 날씨의 변화도 없다. 이 때문에 지구정지궤도(지상 3만6000㎞)에 태양광발전위성(SPS)을 띄우면 전력을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이 전력은 마이크로파로 지구에 무선 전송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윤용식 박사는 “워낙 발전량이 커 전송 효율이 좀 떨어져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20년까지 10~100㎿급, 2030년까지 1GW(1GW=1000㎿)급 태양광발전위성을 우주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발전용량이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와이파워(Wi-Power)=네트워크 케이블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 기술처럼 전선 없이 전력을 공급받는 기술을 가리킨다.

[Why] [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식물의 피’ 수액, 어떻게 115m 나무 끝까지 올라갈까

[Why] [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식물의 피’ 수액, 어떻게 115m 나무 끝까지 올라갈까(조선일보)

  •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 봄바람이 건듯건듯 불어 하루가 다르게 잎이 돋고 꽃이 핀다. 온갖 나뭇가지가 싱그럽게 풀빛을 띤다. 말 그대로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힘차게 물오름(수액 상승)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여 이미 고로쇠나 다래나무 줄기에서 ‘식물의 피’ 수액(樹液)을 받았다.

    이 수액이 나무 꼭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는 것일까? 키가 10m 넘는 큰키나무는 물론이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세코이아 나무(115.72m)의 우듬지까지 나뭇진은 거뜬히 올라간다.

    봉숭아 뿌리에다 사프라닌(safranine) 용액을 뿌려주면 붉은 물이 물관을 타고 세차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방사능을 투과해 살펴보면 보통 수액의 이동 속도는 1분에 60~75㎝쯤 된다고 한다.

    속씨식물은 물관을, 양치식물과 겉씨식물은 헛물관을 타고 수액이 올라가 잎에서 증산한다. 이때 흙의 무기물(거름)도 물에 녹아 옮겨진다. 또 양분은 물관의 바깥에 자리한 체관을 통해 물관부와 엇방향으로 내려온다.

    수액 상승의 원리를 근압(根壓)·음압(陰壓)·모세관현상(毛細管現象)·응집장력(凝集張力)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로도 딱 떨어진 설명을 내놓을 수 없다. 하나하나 그 이치를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로 뿌리에 생기는 수압(水壓)에 따라 수액이 밀려 올라간다는 근압설이다. 근압은 식물체의 농도가 토양보다 짙어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으로, 2월 말에 시작하여 3월 말쯤에 최고에 달하니 그때 수액을 채취한다. 늦가을에 수세미 밑동을 자르고 남은 아랫동아리를 큰 병에 꽂아두면 밤새 차고 넘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로 물체의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은 상태를 음압이라 한다. 물이 잎의 기공에서 증산한 만큼 물관부에 음압(압력차)이 생겨 물이 가뿐가뿐 딸려 올라간다. 물이나 음료수가 빨대에 빨려드는 것처럼 말이다.

    셋째, 가는 물관부의 모세관 현상설이다. 액체가 유리관 같은 매우 좁은 공간의 벽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모세관 현상이다. 흡수지나 천의 섬유가 모세관 구실을 하여 물이 번지거나, 알코올 램프 심지를 통해 잇따라 연료가 올라가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가뭄에 밭을 매는 것도 흙의 모세관을 잘라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함이다. 사람의 핏줄을 모두 이으면 12만~13만㎞나 된다고 한다. 심장 힘이 세다고 하지만 인체 구석 구석에 피가 퍼져나갈 수 있는 까닭은 모세혈관의 직경이 5~10마이크로미터(㎛)로 미세하기 때문이다.

    넷째, 물 분자끼리 작용하는 인력(引力)을 응집력이라 한다. 물관부의 물 분자들이 수소 결합을 하여 서로 잡아당기는 응집장력과 물관부 벽 언저리의 접착력이 하나의 물기둥을 이뤄 끊임없이 상승한다는 응집장력설이다. 여러 주장 중에서 물오름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여기는 이론이다.

    거듭 말하지만 앞의 어느 이론도 수액 상승의 원리 원칙을 선뜻 설명하지 못한다. 나무라는 생물체 하나에 이렇듯 복잡한 화학과 물리학 이론이 들어 있다. 신비로운 과학 세계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수십·수백 배 많다.

    마무리로 묶어 말하면, 수액은 뿌리의 근압, 증산에 따른 물관부의 음압, 모세관 현상, 물기둥의 응집장력과 접착력이 각각 한몫씩 하여 나무를 오른다. 나무 한 그루, 예사로운 생명체가 아니다.

    철새 V자 비행의 비밀 풀었다

    자료출처 : 철새 V자 비행의 비밀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4.01.16 03:00 / 수정 2014.01.16 03:00

    영국 왕립수의대팀, 네이처에 발표
    선두와 박자 맞춰 날갯짓 하며
    앞쪽서 만든 상승기류 최대 이용
    에너지 절약 이론, 실험 첫 입증

    철새들이 V자 대형을 이루며 나는 것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영국 연구진의 실험 결과 확인됐다. 사진은 한국의 철원 평야를 찾은 겨울철새들. [중앙포토]

    이맘때 전국 유명 철새 도래지에 가면 가창오리·큰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이동할 때 수십 마리씩 V자(字) 대형(隊形)을 이룬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이란 게 그동안의 추정이었다. 예컨대 펠리컨은 혼자 날 때보다 V자 대형을 이뤄 날 때 심장 박동과 날갯짓 횟수가 11~14% 감소한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편대 비행을 하면 연료 소모가 최대 18%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기역학적 원리를 이용해 V자 비행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왕립수의대 스티븐 포르투갈 박사팀은 15일 붉은볼따오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그 비밀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또 새들이 V자 비행을 할 때 뒤따라가는 새가 앞서가는 새의 ‘박자’에 맞춰 날갯짓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다. 새들의 V자 비행의 비밀을 이론이 아닌 실제 실험을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붉은볼따오기는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몸 길이는 70~80㎝, 날개 폭은 120㎝ 안팎이다. 아프리카·중동 등지에 산다. 특히 중동 시리아에 사는 새의 일부는 겨울에 홍해를 따라 아프리카 북부로 옮겨간다.

    새는 날갯짓을 하며 상하로 요동치는 난기류를 만든다. V자 비행을 하면 앞선 새가 만드는 하강기류를 피해 상승기류를 탈 수 있다(왼쪽 그림). 앞 새의 ‘박자’에 맞춰 날갯짓을 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반면 앞뒤 일렬로 줄을 지어 날아갈 때는 반대로 ‘엇박자’로 날갯짓을 한다(오른쪽 그림). 앞 새가 만드는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자료 네이처]

     연구팀은 오스트리아 빈의 동물원에서 무리 비행 훈련을 받고 있는 어린 붉은볼따오기 14마리를 이용해 실험했다. 새들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관성측정장비를 채운 뒤 소형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며 비행 대형 속 위치, 속도, 날갯짓 횟수 등을 기록했다. 그 결과 새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V자 비행을 할 것이란 그동안의 추정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따오기들은 약 45분간 비행하는 동안 때론 V자를 만들고, 때론 앞뒤 일렬로 줄지어 서서 날았다. V자 대형을 이룰 땐 앞서가는 새와 평균 45도 각도, 0.49~1.49m 거리 간격을 뒀다. 날개 끝단의 위치는 서로 약 0.115m씩 겹쳤다.

     새가 날 때 날개 양 끝단에는 위아래의 공기 흐름 차이로 인해 소용돌이(Tip vortex)가 생긴다. 이 소용돌이는 뒤쪽으로 튜브 형태로 늘어지며 난류(亂流)를 형성한다. 이 기류는 아래쪽을 향하다 중간쯤부터 위쪽으로 흐름을 바꾼다. 선두를 뒤따르는 새가 이 위치에서 날갯짓을 하면 추가 양력(揚力·유체 속을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방향과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을 받아 더 쉽게 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붉은볼따오기들은 비행 내내 이 같은 ‘최적의 위치’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였다. 또 앞서가는 새의 날갯짓 ‘박자’에 맞춰 날개를 움직였다. 앞선 새의 날갯짓에 따라 상하로 요동치는 난류 흐름을 타기 위해서다. 반면 앞뒤 일렬로 서서 비행을 할 땐 달랐다. 뒤따르는 새는 앞서가는 새와 ‘엇박자’로 날갯짓을 했다. 앞서가는 새가 만든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새들이 옆에서 비행하는 동료가 만드는 난류 패턴을 정확히 알고 있고, 또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한별 기자

    뇌과학의 메시지-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중앙일보

    1.5kg 고깃덩어리의 선언 … 애쓰고, 노력하고, 그게 바로 행복

    [중앙일보]
    입력 2013.08.20 00:35 / 수정 2013.08.20
    00:40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② 뇌과학의 메시지-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어떤 이미지를 원하나?”라는 물음에 뇌 영상을 만지던 김대식 교수는 “미친 과학자”라고 답했다. 그만큼 그는 인간의 바닥을
    보고 싶어 하는 철학자이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문제는 뇌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슬픔도, 행복도 뇌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자아, 혹은 세계라고 믿는 것은 모두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일 수 있다.
    사람의 기억조차 조작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단순히 SF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렇듯 행복에 대한 탐구는 결국 뇌의 실체를 찾는 작업과 다름 아니다. 요즘 서점가에 뇌과학
    책이 줄을 잇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 뇌과학은 인문학일까, 아니면 자연과학일까. 이른바 융합의 시대, 둘의 구분은 무의미할
    터다.

     뇌과학자인 김대식(46·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문학에 행복의 길을 묻는 기획이다. 뇌과학자로서
    당신은 여기에 답할 수 있나?” 그는 “뇌과학은 자연과학인데…”라며 잠시 망설였다. 곧장 질문을 던졌다. “뇌과학에선 ‘상처’를 어떻게 보나?”
    김 교수는 “뇌과학자는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세계를 일종의 전기적 신호로 본다. 다시 말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뜻밖이었다. 그건 “세계가 정말 존재하는가” “자아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철학의 궁극적 물음과 통하는 답이었다. 요즘
    뇌과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허물며 ‘첨단을 달리는 인문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슴을 겨누었던 인문학이 가슴 대신 뇌를 문제
    삼는 뇌과학 앞에서 ‘헤쳐 모여’를 하고 있다. 14일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젊고, 열정이 넘쳤다.

     -뇌과학이란 창문을 통해서
    ‘상처와 치유, 행복’을 알아보려 한다. 먼저 뇌과학이 뭔가.

     “철학적 질문을 실험을 통해 짚어가는 거라
    생각한다.”

     김 교수는 12세 때 독일로 갔다. 다름슈타트 공과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처음에 그의 관심은
    인공지능이었다. 학부생 때 몇 달씩 밤을 새며 ‘탁구 치는 로봇’을 만든 적이 있다. “공을 딱 쳤는데 30초가 지나자 로봇이 헛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고민했다. 어린 아이도 하는 걸 기계는 왜 못할까. 거꾸로 기계에게 너무 쉬운 ‘2870억×3876’같은 걸 인간은 왜 못할까.
    인공지능보다 자연지능을 먼저 알아야겠다 싶었다.” 결국 그는 뇌과학으로 전공을 돌렸다.

     -뇌 안에는 무엇이
    있나.

     “나도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가 뇌를 직접 봤다. 그때 가장 신기했던 게 뭔지 아나. 신기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게 없다. 무슨 뜻인가.

     “뇌는 그냥 머리 안에 들어있는 1.5㎏짜리 고깃덩어리였다.
    눈으로 보면 진짜 그런 덩어리다. 생각과 감정, 지각이 그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우리의 가설이다. 그런데 뇌를 아무리 잘라보고, 해부해 봐도
    없었다. 영상도 없고, 소리도 없고, 자아도 없었다. 그냥 세포들이었다. 뇌가 심장에 있는 세포와 다른 점은 각각의 신경세포들이 수천 개, 수만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 신경세포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소통을 하고 있다.”

     -뇌는 어떻게 세상을
    알아채나.

     “우리가 꽃밭을 보고 있다. 그럼 빛이 망막으로 들어온다. 빛은 전기적 신호로 바뀐다. 그리고 뇌에 전달된다. 뇌는
    형체를 알아본다. 그럼 마지막에 ‘빨간 장미’라는 것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도 빨간 장미가 나타나는 그 마지막 부분은 설명이 안
    된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는 것이 뇌가 작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거다. 나는 뇌가 지능과 정신, 감정을 만든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뇌에서 감정을 만든다고 했다. 그럼 뇌과학은 ‘상처’를 뭐라고 보나.

     “나는 뇌가 자신의 주된
    기능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상처’가 생긴다고 본다.”

     김 교수는 뇌과학을 고고학에 빗댔다. 2000년 된 도시를 들여다보면
    길이 누더기처럼 엉망이다. 그렇지만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길이 생길 때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거다. 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교뇌·중뇌·대뇌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차례대로 생겨났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예전의 생명체들이 가졌던 뇌 구조를 대부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생겨난 게 현재 생존을 위한 뇌(교뇌)다. 눈 앞에 맛있는 게 있으면 그냥 먹는 거다. 그 다음에 생겨난 게 과거 위주의
    뇌(중뇌)다. 여기에는 예전의 경험과 경험마다 매겨둔 가치가 입력된다. 그래서 좋다, 나쁘다, 선하다, 악하다를 구별한다. 가장 뒤늦게 생겨난
    게 대뇌피질이란 미래예측의 뇌(대뇌)다. 이게 용량도 가장 크고, 중요도도 가장 높다. 그래서 인간은 현재의 상태,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한다.”

     그는 대뇌피질의 미래 예측이란 주 기능이 외부의 데이터와 어긋나면 상처가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나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누가 와서 ‘너 바보야’라고 하면 상처를 받는다. ‘나는 똑똑하다’는
    예측과 ‘너 바보야’라는 외부의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 그럼 이 상처를 어떻게 풀
    수 있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내가 똑똑하지 않구나’하고 내가 만든 모델을 바꾸는 거다. 그럼 외부의 데이터와
    일치하게 된다. 또 하나는 ‘저 사람 말이 틀렸다. 나는 똑똑하다’라며 바깥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무시하는 거다.”

     -모델과
    데이터, 결국 둘 중 하나를 바꾸는 건가.

     “맞다. 재미있는 건 과학에선 대부분 나의 모델을 바꾸라고 말한다. 그런데 뇌는 거꾸로
    한다. 외부의 데이터를 무시하는 경향이 오히려 강하다. 왜 그럴까. 나의 모델은 수십 년에 걸쳐서 차곡차곡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그게 바로 ‘에고(ego)’인가.

     “그렇다. 어렸을 때 우리는 데이터를 따라서 모델을 계속 바꾼다.
    그걸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나의 모델은 안 바꾸고 외부의 데이터를 바꾸려 한다. 그게 완고해지는 거다.”

     -어떤
    게 효과적인가. 모델을 바꾸는 건가, 데이터를 바꾸는 건가.

     “처음에는 나의 모델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존재성이 생긴다.
    불일치 하는 데이터가 한두 번 들어와도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데이터가 계속해서 들어온다고 하자.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적당한 순간부터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 이걸 잘하지 못하면 상처를 자주 받거나, 상처를 오래 받는 사람이 된다.”

     - 그럼 나의 미래예측과 외부
    데이터가 일치할 때 우리는 행복해지나.

     “상처가 치유될 때 예측과 데이터는 일치한다. 그런데 우리가 ‘행복’이라고 말할 때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만족감이다. 배 부르고, 편하게 쉴 수 있고, 내가 예측한 것과 세상의 메시지가 일치해서 돌아가는 거다. 그때는
    아픔도 없고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건 만족이지,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그럼 행복이란 어떤 건가.

     “지금
    나의 상황이 만족스럽다고 하자. 그럼에도 일치하던 세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불일치하게 만드는 거다. 이때는 외부에 의한 수동적 불일치가
    아니다. 나의 주도에 의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불일치다. 그걸 통해 새로운 레벨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시 일치를 향해 가는
    거다.”

     김 교수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이들은 영국에서 먹고 살만한 인생들이었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 불일치를 만든 것이다.

     “저 산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도전하고, 정상에 오르고, 만족을
    느끼는 거다. 그 다음엔 또 다른 불일치를 찾아 간다.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과 나의 불일치를 만들어내고, 그걸 극복하는 절차와 과정이
    행복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주도’ ‘내가 원하는 방향’ ‘스스로 만든 불일치’가 중요하다. 창의적인 행복은 변화를
    동반한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대식 교수의 추천서

    “뇌과학자로서 당신이 서있는 마지막 낭떠러지는
    어디냐”고 물었다.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이 마지막에 풀어야 할 것은 결국 철학적 문제다. 뇌라는 물질이 어떻게 정신이란 비물질을 만들어낼까.
    그게 정말 있는 건가, 아니면 없는 건가. 정신이란 게 없다면 단순히 우리의 착각인가. 이런 물음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읽으면
    재미있고, 우울해지거나 행복해지는 스토리들”이라며 뜻밖에도 과학서가 아닌 소설책 세 권을 추천했다. 소설만큼 세상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계속되는 이야기(세스 노테봄 지음, 김용주 옮김, 이레)=여행작가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세스 노테봄의 대표 소설. 철학 선생님이 어린 학생을 사랑했다. 너무 어리고 아름답기에 ‘영원함’이라는 단어를 감히 쓸
    정도였다. 학생은 교통사고로 무의미하게 죽는다. 먼 훗날 자신이 죽는 날, 선생은 학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픽션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단어들의 모든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무한개의 책들을 보관한
    도서관이 있다면. 그 어딘가에 존재에 대한 모든 비밀을 푸는 정답이 적혀있지 않을까. 보르헤스의 『픽션들』중 ‘바벨의 도서관’ 이야기다. 작가는
    존재의 원리와 그 비밀을 묻는다.

    ◆만약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영어 제목 If on a Winter’s Night a
    Traveler, 이탈로 칼비노 지음)=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한번 상상해보자. 오랜만에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책 내용이 중간에 갑자기
    끊긴다면.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주인공은 책 원본을 찾아 전세상을 떠다닌다. 인생은 결국 무엇일까. 이탈리아 대표작가 칼비노는
    인생을 끝나지 않는 스토리로 바라본다.

     
    ◆김대식 교수=1967년생. 12세 때 부모를 따라 독일로 갔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막스플랑크 뇌연구소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현재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로 있다. 주로 뇌과학과 뇌공학, 사회 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자료출처] 중앙일보 : http://joongang.joins.com/article/239/12380239.html?ctg=

    [기고] 과학관 교육으로 창의적 인재를

    [기고] 과학관 교육으로 창의적 인재를

    [중앙일보] 입력 2012.11.03 00:46

    인간의 대뇌는 논리·이성 등 지능지수(IQ)를 담당하는 좌뇌와 감성·상상 등 감성지수(EQ)를 관장하는 우뇌로 이뤄졌다. 단일품종의 대량생산이 경쟁력이었던 산업사회에선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주입해 정형화된 인재를 양산하는 방식, 즉 IQ 위주의 교육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결국 좌뇌 중심의 자연과학적 사고는 발달했지만 우뇌가 관장하는 인문·철학적 소양은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

      반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의 현대사회는 감성과 창의력, 즉 EQ가 경쟁력인 시대다. 창의적 인재의 대명사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는 기발한 생각과 집념으로 세계를 선도했다. 최근 한국도 시대 흐름에 맞춰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체험과 탐구에 중점을 두고 과학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교육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과학과 예술, 이성과 감성, 좌뇌와 우뇌를 조화롭게 개발하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창의성 교육의 핵심이다.

      이러한 창의성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과학관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체험공간이기 때문이다. 과학관은 과학이라는 이성 분야를 인문과 예체능의 체험을 통해 다양하게 느끼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과천과학관에서도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4000여 점의 체험전시물과 다양한 과학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생태공원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물의 신비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선진국은 많은 학생이 과학관을 찾아가 IQ와 EQ를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는 체험 기회를 많이 갖도록 정부 차원에서 유도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골라 할 수 있는 과학관 교육으로 IQ와 EQ를 모두 증진시킨 창의적 인재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최은철 국립과천과학관장

    “아빠, 달이 왜 낮에 보여요?” 자녀의 과학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

    “아빠, 달이 왜 낮에 보여요?” 자녀의 과학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 -조선일보

    입력 : 2012.01.21 03:14 | 수정 : 2012.01.21 08:19

    영국 맨체스터大 조사
    ① 달이 왜 낮에 보여요? ② 왜 하늘은 파랗죠? ③ 외계인 볼 수 있나요? ④ 지구의 무게는 얼마죠? ⑤ 비행기가 뜨는 원리는?

    부모는 늘 아이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흔히 보는 나무나 새의 이름을 묻는 것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왜 가끔 낮에도 달이 보이느냐”와 같이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한 질문을 해 난처하게 만들 때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물리학과의 브라이언 콕스(Cox) 교수는 최근 열린 영국 빅뱅 청소년 과학축전에서 5~16세 자녀를 둔 학부모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19일(현지시각)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3분의 2는 과학과 관련된 아이의 질문이 가장 곤혹스럽다고 답했다. 3분의 1은 그런 질문을 매일 받는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꼽은 아이들이 묻는 5대 과학 난제(難題)는 “낮에 왜 달이 나오는가”와 함께 “왜 하늘은 푸른가” “외계인을 발견할 수 있을까” “지구의 무게는 얼마인가”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에 뜰 수 있나” 등이었다.

    부모의 31%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직접 답을 찾아본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얼버무리거나, 아내나 남편에게 답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답해주세요

    5대 난제에 대한 답은 이렇다.

    ①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햇빛을 반사시켜 우리 눈에 보인다. 보통 달은 해가 진 뒤 뜨고 해가 뜨기 전 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정반대 위치에 있는 보름달에만 해당한다. 다른 위치에 있을 때는 낮에도 떠 있다. 다만 햇빛이 강하고 보름달보다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낮에 뜬 달도 하늘에서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햇빛이 약할 때는 흐릿하게나마 모양을 알아볼 수 있다.

    ② 햇빛은 지구에 와서 대기에 있는 아주 작은 입자들에 반사돼 우리 눈에 들어온다. 그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이 작은 입자와 잘 부딪혀 가장 많이 반사되므로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③ 현재 과학기술로는 아직 알 수 없다. 과학자들은 최근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환경을 가진 행성이 우리 은하에도 많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④ 무게는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다. 중력이 달라지면 무게도 달라진다.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달에서는 몸무게가 지구의 6분의 1로 줄어든다. 따라서 지구의 무게를 무중력인 우주에서 재면 당연히 ‘0’이 된다. 이에 비해 질량은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의 원인이 되는 절대적인 값으로 중력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물체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에 있는 물체와 지구 사이의 인력인 중력가속도, 지구와 물체 간 거리인 지구 반지름, 물체의 질량을 알고 있다. 이를 이용해 지구 질량을 구하면 5.9722×10²⁴㎏, 즉 약 59해7000경t이다.

    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을 보면 위는 불룩 솟아 있고 아래는 평평하다. 이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면 위쪽이 아래쪽보다 공기가 빨리 흐른다. 이렇게 되면 날개 위쪽이 아래쪽보다 공기압력이 낮아져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揚力)이 발생한다. 양력이 비행기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보다 크면 비행기는 공중에 뜰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 피, 우리 안에 흐른다(종과 속의 의미)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와 교배로 DNA 상속 … 아시아인에게 많아

    3만 년 전에 멸종(滅種)된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s)의 피가 한국 사람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몸속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Cro-Magnon man)의 유전자 외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아시아인과 백인에게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26일 사이언스 데일리와 디스커버리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의 면역유전학 연구팀은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호모속(屬·Genus)의 다른 종(種)들과 교잡(交雜)하고 유전자를 교환했음을 보여 주는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다리뼈에서 추출한 DNA와 데니소바인(Denisovans)의 손가락뼈에서 추출한 DNA를 현재 지구상의 여러 인종과 비교했다. 특히 인체 면역 시스템의 핵심 요소이면서 변이가 심한 인간백혈구(HLA) 유전자 분포를 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갖고 있던 HLA-B*13이라는 특유의 변이 유전자는 아프리카인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서아시아인에게는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갖고 있던 HLA-A 변이 유전자는 현재 파푸아뉴기니인의 95.3%, 일본인의 80.7%, 중국인의 72.2%, 유럽인의 51.7%, 아프리카인의 6.7%에서 관찰됐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기 전까지 유럽에 주로 살았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치아와 손가락뼈로 그 존재가 처음 밝혀진 호모속의 별개 종이다. 이 역시 약 5만∼3만 년 전 사이에 유라시아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인류가 6만7500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아시아로 이동했기 때문에 이들과 한동안 공존했던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아프리카인에게 HLA-B*13 등 변이 유전자가 드물게 나타난 것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날 무렵에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이 아프리카에 없어 교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에 정착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을 만나 교잡으로 유전자를 받았다는 얘기다. 아프리카인에게 적은 비율로 나타나는 이들 유전자는 최근에 현생인류 사이에서 전달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생인류는 원래 HLA 다양성이 제한된 작은 집단이었다. 그러나 다른 인류와의 교잡을 통해 다양한 HLA 변이 유전자를 받아들임으로써 생존력이 강해졌고 질병 저항력도 높아져 거대 집단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또 현대 아프리카인이 다른 대륙 주민들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현생인류도 네안데르탈인은 아니지만 다른 호모속 종들과 아프리카 내에서 교잡 활동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박홍석 유전체연구단장은 “네안데르탈인과 교잡해 후손이 계속 생겨났다는 것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별개 종이라기보다는 아종(亞種)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현생 유라시아인의 유전자 중 4%는 네안데르탈인에서, 남태평양 원주민인 멜라네시아인의 유전자 중 4~6%는 데니소바인으로부터 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500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 과정에서 초기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원인(猿人)이 등장했으며, 약 250만 년 전에 호모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屬)으로 분화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쪽은 약 100만 년 전에 멸종했으며, 호모속은 직립원인으로 불리는 호모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크로마뇽인) 등으로 진화를 계속했다.

    강찬수 기자

    ◆네안데르탈인=현생인류와 같은 사람속(Homo 屬)에 속하는 종으로 1856년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화석이 발견됐다. 60만~35만 년 전 유럽에 처음 나타났고 주로 유럽과 아시아 서부 지역에서 살았다. 아시아에서는 5만 년 전, 유럽에서는 약 3만 년 전에 사라졌다. 뇌 부피는 1200~1900㎤로 현생인류(1330㎤)보다는 대체적으로 컸다. 도구를 사용하며 무리 지어 살았다. 언어 사용 여부는 불확실하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

    자료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mmonsense/principle/2921

     

    바람이 부는 것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날씨가 더울 때 부채질을 하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부채가 주변의 공기를 걷어내 저기압 상태를 만들고, 기압차이로 인해 이 공간으로 공기가 밀려들어오게 되면 바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바람은 피부의 땀이나 체액의 증발을 가속시킨다. 액체가 증발할 때는 열이 필요하기 때문에 땀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간다. 그래서 체온이 내려가게 되고 우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발명

    부채질을 하여 더위를 식히는 것은 우리 몸을 직접 움직이는 일이라 좀 지나면 다시 열이 나고 힘이 들게 된다.  사람이 힘들게 바람을 만드는 대신에 지속적으로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내는 기구가 여름철에 우리가 사용하는 선풍기나 에어컨이다. 선풍기의 원조는 큰 부채를 천정에 매달아 시계추처럼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지금과 같은 날개가 달린 선풍기가 나온 것은 1800년대 중반쯤으로 태엽을 감아서 선풍기 날개를 돌아가게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동력이나 사용의 편리함을 위해 기능이 조금씩 변화 하긴 했지만 선풍기를 떠올리면 풍차나 바람개비와 같은 날개가 회전하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이 떠오르는 사실에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법, 2009년 영국의 다이슨(Dyson) 회사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했다. 날개가 없는데 어떻게 바람이 생기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너무 간단한 구조라 도대체 바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궁금할 것이다.  실제로 선풍기 날개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의 날개(팬)는 모터와 함께 원기둥 모양의 스탠드에 숨어 있다. 스탠드 안을 들여다보면 비행기의 제트 엔진을 연상시키는 팬과 모터가 있다. 즉 공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트엔진 의 원리 를 이용한 것이다.

    다이슨(Dyson)사에서 만든, 날개 없이 바람을 만들어 내는 선풍기.

     

    제트엔진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공기를 팬을 회전시켜 흡입하듯이 날개 없는 선풍기도 스탠드에 내장된 팬과 전기 모터를 작동하여 아래쪽으로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렇게 빨아 올린 공기를 위쪽 둥근 고리 내부로 밀어 올린다. 이 모터는 1초에 약 5.28갤런(약20리터) 정도의 공기를 흡입하여 끌어올릴 수 있고 비교적 적은 양의 전력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좋은 편이다.

     

     

    둥근 고리 속의 비밀: 베르누이 원리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둥근 고리의 단면은 속이 빈 비행기 날개의 모양이다. 속이 빈 둥근 고리 내부로 밀려 올라간 공기는 고리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약 88km/h정도로 유속이 빨라진다.  이 빠른 속력의 공기가 빈 고리 내부의 작은 틈을 통해 빠져나오면서 둥근 고리 안쪽 면의 기압은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선풍기 고리 주변의 공기는 고리 안쪽으로 유도되어 고리를 통과하는 강한 공기의 흐름을 생기게 한다. 이 때 고리를 통과하는 공기의 양은 모터를 통해 아래쪽으로 빨려 들어간 공기의 양보다 15배 정도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원리로 바람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고리가 날개 없는 선풍기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날개 없이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의 원리.

     

     

    속이 빈 고리의 단면 위쪽(고리 바깥 면)은 비행기 날개 윗면과 비슷한 곡면이고, 아래쪽(고리 안쪽 면)은 비행기 날개 아랫면처럼 상대적으로 평평하다. 고리를 이루는 바깥 면과 안쪽 면은 약 1.3mm정도의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맞물려 있다. 그런데 고리 단면은 왜 비행기의 날개모양을 닮았을까?

    비행기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가 비행기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의 비밀은 비행기 날개 모양에 있다.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아랫면보다 불룩하다. 공기가 비행기의 평평한 아랫면보다 불룩한 윗면을 지나갈 때 마치 좁은 관 속을 지나는 것처럼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공기의 속도가 빠른 윗면은 기압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평평한 아랫면의 기압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공기의 힘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작용하므로 기압이 높은 아래쪽에서 위로 힘이 작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비행기는 뜨게 된다. 이를 베르누이 원리 라고 하는데 날개 없는 선풍기의 고리 모양도 이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비행기 날개 모양을 닮은 빈 고리 내부에서 빠른 공기의 흐름이 생기게 되고 이 공기가 맞물린 작은 틈을 통해 강하게 불어나오며 고리 바깥 주변의 공기가 둥근 고리를 통과하게 되는 일정한 방향의 강한 기류가 생기게 된다.

     

     

    속이 빈 고리 내부와 그 주변에서 바람이 생기는 원리.

     

     

    날개 없는 선풍기의 좋은 점

    날개 없는 선풍기는 크기가 작고 구조가 매우 간단하다. 고리와 모터가 있는 부분이 분리되기 때문에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고, 먼지가 쌓일 날개가 없기 때문에 위생적이며 청소도 간편하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회전날개가 없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날개 달린 선풍기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1900년 초에는 어린아이들이 손가락을 넣어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어린아이들이 실수로 선풍기 날개에 손을 넣거나 장난을 하지 않도록 집에서 선풍기망을 씌우고 주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수로 아이들이 날개가 없는 선풍기 고리에 손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산꼭대기에서 계곡으로 바람이 불어 오듯이 시원한 바람을 맞게 될 뿐 사고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람이 훨씬 부드럽다는 것이다. 날개 있는 선풍기는 바람개비처럼 날개가 돌기 때문에 공기를 비스듬하게 쪼개면서 바람을 만든다. 이 때문에 불규칙한 바람이 불게 되는데, 선풍기 앞에서 소리를 내면 소리가 요동치는 듯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날개 없는 선풍기는 균일한 바람을 불게 한다.

     

     

    1. 제트엔진의 원리

      열을 발생시켜 일로 바꾸는 장치인 열기관의 한 종류이다. 열기관 내부로 흡입된 공기와 연료가 섞여 연소하면 고온의 기체가 발생한다. 이 기체가 외부로 분출되면 분출 기체의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장치이다. 보통 항공기에 사용되는 엔진을 말하며 내부에 팬이 있어 공기를 흡입 압축하는 역할을 하거나 추진력을 높이는 기능이 더해지기도 한다.

    2. 베르누이 원리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가 빠른 속력으로 흐르면 압력이 작아지고, 느린 속력으로 흐르면 압력이 커진다. 비행기가 뜰 수 있는 이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옆을 지나면 주변의 공기가 빠른 속력으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등을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3.  

       

       

      강옥경 / 경인중학교 교사, 서울과학교사모임

      서울과학교사 모임은 딱딱한 과학수업을 재미있게 풀기 위해 모인 수도권 지역 과학선생님들의 모임이다. 재미있는 과학 교육을 위해 [묻고 답하는 과학 톡톡 카페1,2], [숨은 과학] 등을 출간하였다.

      그림 곽윤환 / 일러스트레이터

      전남 진도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교육원에서 수묵화를 전공하고 만화,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동화, 교과서 삽화 등을 그리고 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삽화팀을 맡고 있다. http://blog.naver.com/redeye21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