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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원래 ‘낮게 웅웅거림’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엔 조종사 없이 원격조종하는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를 지칭한다. 드론은 비행 방법에 따라 고정익기(固定翼機)와 회전익기(回轉翼機)로 나뉜다. 고정익기는 날개가 고정됐다는 의미다.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 활용되고 있는 군사용 프레데터가 대표적이다. 헬리콥터는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익기의 대표 선수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 부르는 무인항공기를 통칭하는 말은 멀티콥터(multi-copter)인데 프로펠러 수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4개는 쿼드콥터(quad-copter), 6개는 헥사콥터(hexa-copter), 8개는 옥타콥터(octa-copter)다.
산림청 소방헬기. 2개의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 반작용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꼬리 프로펠러가 없이도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헬리콥터와 새 등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에 적용되는 힘도 짝수다. 양력(lift·위로 들어 올리는 힘), 추력(thrust·앞으로 밀어내는 힘), 항력(drag·공기가 뒤로 끄는 힘), 중력(weight·지구가 당기는 힘) 4가지 힘이 작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덕관 회전익기연구팀장은 “메인 프로펠러가 공기를 휘저어 일으키는 양력이 중력보다 크면 동체가 떠오르고 추력은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로터를 앞으로 기울이거나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하면 생긴다”고 설명했다.
요즘 가장 흔하게 접하는 드론,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의 비행 원리도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쿼드콥터 프로펠러는 대각선 방향으로 2개씩 짝을 이뤄 같은 방향으로 돈다. <그래픽 참조> 시계 방향 2개와 반시계 방향 2개로 나뉘는 건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반작용력을 상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는 대형 헬기 치누크의 앞뒤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가 다르다=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의 비행 원리도 4가지 힘이 그 기반이다. 다만 멀티콥터와 비교해 효율 면에서 훨씬 앞선다. 프로펠러 회전에 의해 양력과 추력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정익기는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에 의해 상승하는 힘(양력)을 얻는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윗부분의 공기 압력은 아랫부분에 비해 낮다. 항공대 배재성(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항공기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무선 모형비행기의 경우 고정익기가 효율 면에서 두 배 정도 앞선다”고 말했다. 고정된 날개 덕분에 공기 밀도가 낮아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날개 길이가 20m에 달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AV-3는 이달 10일 성층권(고도 14.12㎞)까지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헬리우스는 29㎞까지 상승해 무인기로선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름 등 대기현상이 없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어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도 가능하다. 태양을 이용한 국내산 드론인 EAV-2H는 지난해 25시간 연속 비행에 도달했다. 배 교수는 “멀티콥터는 배터리 한계 등으로 최대 비행시간이 60분 정도”라며 “공기를 회전시켜 양력을 얻는 탓에 공기 밀도가 낮은 높은 고도까지는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레데터의 순항 속도는 시속 580㎞인데 반해 멀티콥터의 이동 속도는 시속 50~80㎞에 불과하다. 다만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도 단점은 있다. 멀티콥터는 수직 이착륙 및 정지 비행이 가능한 데 비해 프레데터는 이착륙할 때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지상 가까이 붙어 비행하는 근접비행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드론 개발자들은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융교 공력성능연구팀장은 “비행시간이 긴 고정익 드론은 대규모 농장의 작황 상태를 파악하거나 산불 감시 등에 활용되고 있고 정지 비행이 가능한 멀티콥터는 항공 촬영이나 재난 및 화재 현장 등에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