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아이를 키운다] [2] 뇌 의학 전문가 인터뷰,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
'운동 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존 레이티(Ratey·71)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학원들도 아이들 성적을 올리려면 수업 전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0교시 운동'이 뇌를 깨운다
레이티 교수는 '운동이 학생들의 뇌를 활성화해 공부를 더 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고 얘기다. 네이퍼빌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 전에 운동을 시켰더니 2005~2011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1년 만에 평균 19.1점 올랐다. 같은 기간 운동 안 한 학생들은 9.9점만 올랐다. 이후 '0교시 운동'은 인근 학교들로 퍼져나갔다. 펜실베이니아주 평균 성적에 못 미쳤던 타이터스빌 학군 학생들도 체육 수업을 강화하자 학력평가에서 읽기는 평균보다 17%, 수학은 18%씩 높게 나왔다.
레이티 교수는 "뇌도 근육이라, 써야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한다"면서 "운동으로 뇌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뇌에 공급되는 피와 산소가 늘어나고, 세포 생성 속도가 빨라지고, 뇌 안의 신경세포(뉴런)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한국인 상당수가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고 믿는다. 레이티 교수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는 "임상 실험에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운동하면 집중력·성취욕·창의성이 증가하고 뇌의 능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운동화 신은 뇌'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학교 체육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한국도 '학교스포츠클럽'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면 "왜 공부할 힘 빠지게 운동 시키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간단한 운동도 두뇌 깨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핀란드와 함께 학업성취도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한국인은 주당 69시간 30분, 핀란드는 38시간 28분을 공부에 투입한다. 핀란드 아이가 놀면서 공부 잘할 때, 한국 아이는 같은 점수를 따기 위해 두 배 오래 책상에 묶여 있다.
그럼 어떤 운동이 뇌 자극에 효과적일까. 레이티 교수는 "뇌를 깨우기 위해선 하루 20~30분 정도 달리기같이 약간 부담되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판단력·기획 능력·창의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자극돼,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
또 유산소운동과 머리 쓰는 운동을 함께 하면 두뇌를 깨우는 데 더 효과적이다. 테니스, 요가, 암벽 등반처럼 복잡한 동작을 배워야 하는 운동을 하면 뇌세포 네트워크를 강화해 학습 능력을 더 키워준다는 것이다. "탱고가 좋은 예예요. 탱고는 파트너의 행동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복잡한 운동이라 집중력, 판단력, 정확도를 모두 요구해요. 이런 운동을 한 직후 90~120분까지가 뇌가 뭔가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상태 예요."
레이티 교수는 간단한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라고 했다. 작은 움직임도 뇌를 깨운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강연 전에도 참석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1~2분만 앉았다 일어섰다 하시라"고 한다.
"심지어 비디오게임도 몸을 움직이는 거라면 두뇌를 자극해요. 10분 걷는 것만으로 더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죠. 자, 조금이라도 움직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