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영감은 갑자기 오지 않아
쓰지 않고는 머리 쥐어짜도 안 돼
감동적이고 거창한 주제 집착 말고
좋은 재료로 아는 만큼만 담담하게
감정과 생각이 쌓이고 넘치면
짧은 글로도 세상 움직일 수 있어
평생 글쓰기 시대라지만 공교육에서 글쓰기 교육은 취약하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 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글쓰기 분야 책을 검색했더니 1700종이 넘는다. 예전에는 ‘문장 작법’류의 책이 주종이었으나 요즘에는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만큼 옥석을 가리기도 어려워졌다. 글이 좋지 않은 자가당착 글쓰기 책, 지은이의 한정된 경험을 무리하게 강조하는 책, 너무 당연한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책도 허다하다. 예스24의 글쓰기 분야 스테디셀러 등을 참고해 글쓰기 책 4권을 골라 장단점을 살폈다.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스티븐 킹 = 글쓰기 분야의 스테디셀러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글쓰기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럼, 글쓰기의 기본은 무엇일까?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말은 우리의 지상 명령이다.”
창조적 영감은 느닷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영감의 신 뮤즈는 절대로 노트나 타자기 위로 마법을 뿌려주고 가지 않는다. 오히려 뮤즈가 살 집을 미리 지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쓰지 않고 머리를 쥐어 짜본들 소용없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조언 몇 가지를 보면 이렇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화려하게 치장하고 어려운 낱말을 쓰는 것이다. 수동태로 쓴 문장은 나약하고 괴롭기까지 하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副詞)로 뒤덮여 있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이며, 글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 “자기만의 글을 써라.” - 강원국=지은이의 청와대 연설비서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의 글쓰기』는 자신감을 주는 글쓰기 책이다. 예컨대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본다면,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트로 쓰면 된다. 이런 점에서 누구나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뭘 쓸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은 자료를 충분히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 보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좋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책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전하려는 내용을 전할 수만 있다면 글과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감동을 줘야 한다거나 거창하고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자. 글의 얼개를 분명하게 세우고, 아는 만큼만 담담하게 쓰자.
은유 지음, 메멘토
◆ “나를 설명할 말을 찾는 글쓰기” - 은유=『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 글쓰기가 인생에서 지니는 의미, 글쓰기를 통한 삶의 변화 같은 주제가 깊게 다가온다. “사노라면 거대한 물살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왜 내 뜻대로 살아지지가 않을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게 최선이고 전부일까. 그러한 물음에서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책에는 지은이가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온 경험이 녹아 있다. 글쓰기 수업의 구성은 이렇다.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함께 읽기’, 독서를 바탕으로 자기 관점에서 질문하고 생각하는 ‘독서를 통한 사유 연마’, 언어 감수성을 새롭게 하고 활성화하는 ‘시 낭송과 암송’, 글을 소리 내 읽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는 ‘합평.’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쓸 때라야 나로 살 수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찾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의 다른 목소리와 공감하고 감응한다는 것. 이 점에서 글쓰기는 곧 삶의 옹호다.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 유시민=파워 라이터 유시민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세부적인 방법까지 차림표가 풍성하다. 유시민이 강조하는 글쓰기의 기본 규칙은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사토론을 보면 많은 출연자가 자기 취향을 내세우면서 주장으로 착각한다. 주장을 하더라도 근거나 논리가 취약한 강변에 그친다. 주제에서 벗어나 지엽말단으로 흐르거나 감정 다툼으로 치닫는다. 한 곳에만 밑줄을 그으라면 단연 이 부분이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은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글쓰기 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네 가지
스티븐 킹이 말한다.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을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유시민도 강조한다.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예외는 없다.”
2 기술보다 진정성
은유가 강조한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욕망을 아는 일이 먼저다.” 강원국도 역설한다.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3 간결하고 명료하게
거의 모든 글쓰기 책이 최소 문장, 최소 길이로 최대 효과를 내는 글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분명한 단문을 권한다. 스티븐 킹이 말한다. “글은 덧붙이며 만드는 게 아니라 생략하면서 창조하는 것이다.”
4 고치고 또 고쳐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시민이 말한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400번 이상 고친 결과다. 글은 ‘시작이 반’이 아니라 ‘다 써야 반’이다. 나머지 반은 퇴고(推敲)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나에게 맞는 단계별 글쓰기 책
① 1단계 - 글쓰기 입문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하는 서적. 정희모·이재성의 『글쓰기의 전략』, 이권우의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 등을 추천 한다.
② 2단계 - 문장력 강화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문장 습관이나 오류를 바로잡고 더 나은 문장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서적. 단 이런 책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되 자신의 스타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얽매일 필요는 없다.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남미의 『친절한 국어문법』, 박태하의 『책 쓰자면 맞춤법』, 최종규의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이수열의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 등을 소개할 수 있겠다.
③ 3단계 - 특정 분야 공략
기획서라면 패트릭 G. 라일리의 『The One Page Proposal』, 웹소설은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전 10권), 자서전은 강진·백승권의 『손바닥 자서전 특강』, 이공계에게는 『이공계 X의 글쓰기 책』을 추천한다.
④ 4단계 - 문학 창작
문학 작가가 쓴 창작에 관한 책도 많다. 구체적인 창작 방법도 담겼지만, 작가의 태도와 삶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어도 작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이 의미 있는 저작이다.
글쓰기의 기본 원칙부터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하는 서적. 정희모·이재성의 『글쓰기의 전략』, 이권우의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 등을 추천 한다.
② 2단계 - 문장력 강화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문장 습관이나 오류를 바로잡고 더 나은 문장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서적. 단 이런 책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되 자신의 스타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얽매일 필요는 없다.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남미의 『친절한 국어문법』, 박태하의 『책 쓰자면 맞춤법』, 최종규의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이수열의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 등을 소개할 수 있겠다.
③ 3단계 - 특정 분야 공략
기획서라면 패트릭 G. 라일리의 『The One Page Proposal』, 웹소설은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전 10권), 자서전은 강진·백승권의 『손바닥 자서전 특강』, 이공계에게는 『이공계 X의 글쓰기 책』을 추천한다.
④ 4단계 - 문학 창작
문학 작가가 쓴 창작에 관한 책도 많다. 구체적인 창작 방법도 담겼지만, 작가의 태도와 삶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어도 작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이 의미 있는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