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악교육학자 베스 볼튼
가사 없는 곡 라이브로 듣는 게 좋아
전문 교육기관에 보낼 필요는 없어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접하면 충분
볼튼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리투아니아 음악교육 협회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음악교육 컨소시엄을 만든 전문가다. 아이들을 위한 노래 600곡을 만든 작곡가이기도 하다.
① 아이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좋다?
“아이들에게 좋은 건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볼튼 교수는 “아이의 정서에 좋은 장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록·재즈·포크 등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볼 때 아이들에게 음악은 소통의 도구다. 아직 언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음악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볼튼 교수는 “부모가 스스로 즐기는 음악을 아이에게 불러주거나 같이 들으며 감정을 나눠야 음악이 진정한 소통 도구가 된다”고 했다.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외따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서 일종의 효과를 기대한다. 볼튼 교수는 “그러지 말고 부모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나눠야 한다”며 “부모의 음악 취향을 비밀로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음악을 즐기는 게 좋다는 뜻이다.
② 음악교육은 언어능력을 향상시킨다?
볼튼 교수는 음악과 언어의 강한 연관성을 믿는다. 그는 “둘 다 청각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학습의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 음악이 도움을 준다고 본다. “사람의 신체 구조상 낼 수 있는 발음은 53개다. 그런데 보통의 언어는 14~18개 발음을 가지고 있다. 2~3세 이전에 다른 언어에 노출되면 구사 가능한 발음의 종류가 많아진다.”
다양한 발음을 배우는 과정은 음색·음계를 익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는 “실제로 뇌에서도 인접한 부위에서 음악과 언어를 처리한다”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톤·멜로디·리듬의 음악을 접하게 하면 언어 능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전문적인 음악교육이 필요하다?
“녹음보다는 라이브로, 가사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으로.” 볼튼 교수는 “아이들의 음악교육 방법에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가사 없는 음악을 현장에서 듣기를 권한다”고 했다. 음악을 소통 방법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 같은 것을 함께 들으며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과 함께 하는 몸의 움직임, 얼굴 표현 같은 것을 강조한다. 꼭 전문적인 음악교육 기관에 보내야할 필요는 없다.
볼튼 교수는 “나는 손주 7명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음악을 함께 들으며 그들을 관찰한다”며 “음악이 별도의 장소에 가서 따로 하는 활동이 돼서는 안된다.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음악을 듣거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초청으로 한국에 온 볼튼 교수는 지난달 24~27일 강연을 하고 아이들과 음악 체험 워크숍을 함께 했다. 그는 강연에서 청중에게 어린 시절의 음악을 떠올려 함께 노래해보도록 했다. 그때 느끼는 감정과 상상력을 말로 표현하도록 유도한 후 음악과 상상력, 감정과 창의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볼튼 교수는 “음악은 인생의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