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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아이 담임선생님 ‘우리편’ 만드는 면담법 몇가지[중앙일보] 입력 2011.04.04 00:28 / 수정 2011.04.04 00:28

주부 김정아(40·서울 반포동)씨에겐 요즘 큰 걱정거리가 있다. 매사가 느린 초등 2학년 딸의 새 학년 적응 문제다. “공책 꺼내라”는 교사의 지시에도 느릿느릿, 알림장 쓰는 것도 느릿느릿,

수업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과제도 느릿느릿이니 번번이 지적을 당할 수밖에. 혼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잔뜩 위축돼 있고 “우리 반 여자애들 중 내 칭찬 스티커가 제일 적다”는 아이의 말에 김씨도 애가 탄다. 김씨는 “담임선생님을 한 번 만나야 하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이제 한 달. ‘담임 만날 일’은 김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 해 동안 아이를 잘 키우려면 교사와 부모가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데, 교사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면담 요령은 없을까. 현직 초등교사들과 심리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글=이지영 기자
도움말=김범준 고양풍산초등 교사, 송춘섭 서울중광초등 교사, 송재환 서울동산초등 교사, 신철희 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김혜경 다미솔언어연구원 상담교사

칭찬은 교사도 춤추게 한다

초등 5학년 A군. 지난해 초만 해도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문제아로 꼽혔지만 올해는 다르다. A군을 격려하고 인정해 준 4학년 담임교사 덕에 1년 만에 수업 태도도 좋아지고 친구들과의 다툼도 현저히 줄었다. A군의 어머니 한모(39)씨는 “학년 초 선생님을 만나 ‘선생님이 만들라고 하신 자율학습 공책이 정말 좋다’며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던 게 아이와 선생님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사도 칭찬을 들으면 신이 나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e-메일이나 문자 등으로 “○○가 선생님의 격려를 받고 참 좋아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등의 감사 표시를 하면, 교사들은 “내 교육방법이 효과가 있구나, 이 아이 정말 변화시켜 봐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는 것이다.

교사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부모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면담날 화려한 옷차림, 또각또각 소리가 거슬리는 하이힐 등은 피해야 한다. ‘음료수라도 사 가야 하 나’는 고민은 안 해도 좋다. “1만원짜리 음료수 박스 하나 때문에 ‘뭘 받는 교사’란 이미지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하고 불안하다”는 게 교사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수수한 옷차림과 빈손이 진지한 상담으로 연결된다.

담임교사와의 면담 효과를 배가시키는 비법도 있다. 바로 ‘1주일 전 면담시간 잡기’다. 학부모가 상담하러 온다고 하면 교사도 긴장한다. 1주일 동안 교사는 해당 아이를 ‘주인공’처럼 바라보면서 수업 태도와 교우 관계 등을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자연히 상담 내용이 알차진다.

아이 결점에 귀와 입을 열어라

교사들은 “아이가 나무랄 데 없어 상담이 필요 없는 부모들은 학교에 자주 오고, 꼭 와야 하는 부모들은 불러도 안 온다”고 말했다. 자기 아이가 지적당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부모일수록 학교 방문을 꺼린다는 것이다. 가정 불화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 문제 환경에 대해서도 터놓는 부모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자랑과 덕담만 오가는 상담에선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와 가정의 문제를 교사에게 솔직히 알리면서 인간적으로 다가가면 대부분의 교사가 아이에 대해 훨씬 너그러워진다.

교사의 지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하다. 흔히 부모들이 첫 질문으로 내놓는 “우리 아이 학교에서 잘하나요?”는 어리석은 물음이다. 긍정적인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아니요”란 부정적 답을 하기 부담스러워진 교사들은 의례적인 칭찬을 하게 될 테고, 면담은 그냥 눈인사에 그치고 만다.

교사가 아이의 결점을 말할 때 “제 아이가요? 집에서는 안 그런데요”라는 반응은 금물. 애써 이야기를 꺼낸 교사의 입을 다물게 하는 말이다. 일단 담임교사가 무슨 말을 하면 끝까지 듣는다. 그리고 “그럼, 제가 집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교사에게 대안을 묻자. 부모가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인정하고 신뢰하는 태도를 보일 때 교사 역시 아이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교육자로서 사명감을 갖게 된다.

그래도 ‘열쇠’는 부모가 쥐었다

아이와 담임교사의 코드가 맞지 않으면 아이의 학교 생활 전반이 삐걱댄다. 아이가 교사에게 지적받는 일이 잦아질수록 문제는 점점 부각되고 친구 사귀기도 어려워진다. 성적 하락과 등교 거부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담임교사가 예뻐하는 아이는 단박에 기가 살아 학교 생활을 즐거워한다. 담임의 위력은 그만큼 세다.

산만하고 늦된 아이만 걱정인 것도 아니다. 초등 4학년인 B양은 수학과 영어 모두 교외 경시대회에서 큰 상을 받을 만큼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지만 지난해 담임교사와 맞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B양의 엄마 김모(38)씨는 “담임교사가 ‘아이가 교사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하는 일이 많다’며 번번이 교내 상 시상에서 제외시켜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아는 척’하는 아이를 유달리 못마땅해하는 교사를 만났던 것이다.

이렇게 ‘담임 잘못 만났다’ 판단될 때 관계 개선을 위해 촌지 등 무리수를 두거나 교사와 정면 대결을 하는 건 위험하다. 그냥 ‘올 한 해 부모가 할 일이 더 많겠구나’ 하고 대범하게 마음먹는 게 낫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가 아이 삶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부모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는 걸 명심한다. 교사 험담을 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말고 아이가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서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배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꼼꼼한 교사에게 지적당하는 일을 줄이려고 ‘대충대충’ 성향이 강한 아이에게 집에서까지 계속 잔소리할 경우 아이는 숨 쉴 틈을 잃게 된다. 집에서는 아이를 편안히 대하면서 담임교사에게 가끔 “아이가 ○○를 못하는 것을 알고 있고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부모가 무관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린다. “아이와 부모 관계에만 문제가 없으면 성장기의 크고 작은 고민거리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해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담임 교사와의 상담으로 충분치 않을 땐 상담 기관을 이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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