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통배짱이 시험대에 섰다. 반찬 값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출산 전 다니던 회사에 파트타임으로 나가 일하는 영란씨. 한 달에 기십만원 하는 학원비가 벅차 겨울방학 동안 학교가 시행한 방과후수업에 3학년 아들 녀석을 등록했던 것인데, 하필 영어는 오전에, 수학은 오후에 있어 도시락을 싸서 보내게 되었다. 한데 퇴근길 동네 수퍼에 들렀더니 같은 학교 학부형인 주인 아주머니가 혀를 찬다. "에이그, 우리 애 데리러 학교에 갔더니 그 댁 아들이 차가운 학교 계단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습디다." "진짜요?" 사실 확인차 집으로 뛰었다. 아들내미 왈, 도시락 먹으러 제 교실로 갔더니 자물쇠로 잠겨 있고 다시 영어 수업했던 교실로 돌아오니 그 사이 문이 잠겼더라고 했다. 그래서 계단에 앉아….
이튿날 열일 제쳐놓고 학교로 달려갔다. 교무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당직 선생님 앉아 계신다. "어쩐 일이세요?" 나이 오십줄에 밝게 웃는 여교사와 눈이 마주치자 영란씨 잠시 흔들렸지만 애써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아이가 찬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도시락을 까먹을 때 선생님들은 뭘 하고 계셨습니까. 그렇잖아도 다른 애들처럼 풍족하게 뒷바라지 못해 피눈물이 나는데요, 흐억…." 설움에 북받친 영란씨, 잠시 숨을 골랐다 다시 쏟아부을 태세인데, 선생님 그녀의 손을 덥석 잡는다. "일단 앉으시지요, 추운데 차 한 잔 드시지요."
#
"방학이라 수업 없는 교실들은 문이 잠겼을 테고 당직 서는 교사들 한둘뿐이니 미처 못 봤을 테지요. 보았다면 그렇게 놔둘 리 없지요. 저희도 자식 키우는 사람인데요." "그러니까 서운하다는 겁니다. 솔직히 일하는 엄마 애들은 뒷전이고 찬밥 아닌가요? 남편 월급만 갖고 살 수 있다면 저도 학교 봉사 열심히 할 수 있다 이겁니다. 아이 손에 열쇠 쥐여주고 집 나서는 심정, 선생님은 모르시잖아요." "재미난 얘기 해 드릴까요? 30년 교직에 있어도 우리 애 선생님 뵈러 갈 땐 심호흡을 했지요. 담임이 까마득한 20대 후배교사인데도 허리 굽혀 인사하게 되데요. 저도 죄 많은 취업맘 아닙니까." "……" "아이 몸에 열이 펄펄 끓어도 학교로 나서야 하는 날엔 남의 집 아이들 잘 키우려고 내 아이를 이렇게 버려둬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눈물 뚝뚝 흘리며 등교했지요." "……" "재미난 얘기 또 해 드릴까요? 5학년 딸아이가 구구단을 못 외니 그 책임을 선생에게 엄중히 묻는 어떤 어머님 글이 인터넷에 떴더라고요. 뜨끔하고도 통쾌했지요. 우리 딸도 4학년 되도록 구구단 못 외웠거든요. 흐흐!" "…근데, 그 따님 대학은 갔나요?" "가다마다요. 엄마 믿었다간 밥 굶고 대학도 못 간다 싶었는지 알아서 밥 차려 먹고, 알아서 병원 가고,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사윗감 물어오고. 그러니까 돈 워리(Don't worry)! 21세기 최고의 경쟁력은 '헝그리 정신'인 거 아시죠? 그거 하나는 제대로 길러준 셈이에요, 하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 | 유학시 학적 처리방법 | 마을지기 | 2015.09.11 | 51851 |
18 | 초등학교 신입생 수 변화 추이 | 마을지기 | 2014.01.13 | 3465 |
17 | 2014학년도 1학기 초등학교 교과서 구성 | 마을지기 | 2013.11.14 | 4097 |
16 | 2014학년도 의무취학 요강 | 마을지기 | 2013.10.07 | 4076 |
15 | 학부모를 위한 자녀진로지도프로그램 커리나비 CAREer NAVIgation | 마을지기 | 2013.06.19 | 5048 |
14 | 자녀와 함께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정보 안내 | 마을지기 | 2013.06.18 | 4851 |
13 | 초등학교 학부모가 알고 싶은 교육과정 | 마을지기 | 2013.05.04 | 5497 |
12 | 2013년 학부모 자기주도학습코칭 자료 | 마을지기 | 2013.05.04 | 5735 |
11 | 행복한 자녀교육 길라잡이 | 마을지기 | 2013.05.04 | 5371 |
10 | 2013 새내기 학부모 길라잡이 | 마을지기 | 2013.05.04 | 5558 |
9 | 2013학년도 의무취학 관련 Q&A | 마을지기 | 2012.10.08 | 6212 |
8 | 이나미 “자식 공부한다고 떠받들면 부모들 나중에 피눈물 흘려요 | 마을지기 | 2011.11.17 | 6979 |
7 | 2011신입생 안내자료-우리아이 행복한 학교 생활-서울시교육청 | 마을지기 | 2011.04.15 | 11618 |
6 | 아이 담임선생님 ‘우리편’ 만드는 면담법 몇가지[중앙일보] | 마을지기 | 2011.04.04 | 11227 |
5 | 학부모 학교 참여 메뉴얼-서울시교육청 | 마을지기 | 2011.04.02 | 12449 |
» |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통배짱 엄마'가 되는 그날까지 - 김윤덕 기획취재부 차장대우 | 마을지기 | 2011.03.22 | 12144 |
3 | 학교운영위원회가 하는 일 | 마을지기 | 2011.03.07 | 12970 |
2 | 어렵지만 잉꼬 부부 되는 비법(학부모 자료실) | 마을지기 | 2011.03.06 | 10795 |
1 | 초등학부모가꼭알아야할119가지-서울시교육청 | 마을지기 | 2011.02.11 | 124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