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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과 4차 산업혁명

마을지기 2016.09.23 07:59 조회 수 : 261

중앙일보

[전영기의 시시각각] 고도원과 4차 산업혁명

[중앙일보] 입력 2016.09.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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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논설위원

기억의 반대말은 망각이 아니다. 상상이다. 기억이 과거의 경험을 끌어오는 것이라면 상상은 미래의 경험하지 않은 일을 당겨오는 것이다. 생각의 방식을 약간 비틀면 통념이 이렇게 부서진다. 나는 요새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에너지가 통념의 파괴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창조적 파괴심을 어디서 퍼 올릴 것인가다. 나는 그 실마리를 매일 새벽 올라오는 e메일 한 통에서 찾게 되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다.

 2001년 8월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기억의 반대말이 상상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e메일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250명에게 보낸 첫 편지는 오늘날 수신자가 350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저 글쟁이였던 고도원은 ‘아침편지 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변신해 있다. 2007년엔 충주 임·농지 7만 평에 휴식과 치유의 힐링센터를 지었다. 현재 이 센터를 찾아 생활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한 해 10만 명, 연매출 260억원(‘깊은 산 속 옹달샘’ 40억원+‘꽃피는 아침마을’ 220억원)이고 정규 직원이 110명이다. 하루 종일 산골 속에 틀어박혀 있어도 직원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자족과 평안에 넘쳐 있다.

 추석 연휴, 충주의 고도원을 만나 지난 세월을 더듬었다. 그것은 말의 기적이었다. 매일 아침 퍼져 나간 e메일 1000글자의 힘이었다. 언어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마법임을 고도원처럼 증명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실제로 그의 글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사람을 일으켜 세운 사례는 적지 않다. 고도원은 “가지 않은 길,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모험”이란 말로 자기 행로를 요약했다.

 그러고 보면 ‘희망이란’ 제목으로 배달된 15년 전 아침편지 1호가 그런 내용이다. 믿으면 있고, 믿지 않으면 없는 희망의 성질에 관해서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희망도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으면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희망이 없다.”

 나는 64세 고도원의 성공담이 청·장년, 중·노년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길 바란다. 그러나 더 바라는 게 있다. 고도원의 언어와 명상, 상상의 세계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니라 습격이다. 피할 수 없다. 한국 사회를 덮치는 새 패러다임이다. 믿는 사람에겐 희망이고 안 믿는 사람에겐 불안이다.

 ‘인터넷 e메일’에서 ‘모바일 인간연결’을 거쳐 ‘지능형 기계세상’으로 이동하는 신세계의 전개다. 로봇·뇌과학·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재생에너지의 기술적 발전은 마침내 정치·경제·국제 체제와 사회조직, 문화와 사고방식 등 문명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것이다. 기계인간이 등장하고 기계와 인간이 어울리는 사회가 출현한다.

 장기 침체의 낭떠러지 앞에서 서성이는 한국과 한국인.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앞당겨 상상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몸을 던진다. 4차 산업혁명의 폭발력은 소프트 파워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자기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사과(물질)를 교환하면 여전히 사과 하나씩일 뿐이다. 그러나 자기 뇌에 들어 있는 아이디어(정신)를 하나씩 교환하면 둘은 처음 보다 두 배 이상의 아이디어를 축적하게 된다. 그들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소프트 파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고도원은 언어와 명상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는 마음이 이완→몰두→변화(기쁨)의 3단계를 거듭하면서 풍성하고 강력한 소프트 파워로 커간다고 말한다. 마음의 근력은 호흡으로 단련된다고 했다. 긴 날숨→잠깐 멈춤→깊은 들숨을 반복하면 마음의 3단계를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잠시 따라 해 보니 금세 그 느낌을 알 수 있었다. 고도원은 언어에서 명상을 거쳐 상상의 세계로 도약하려 한다. 그의 마음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통념의 파괴, 창조적 파괴심이 키워질 수 있다. 삼성의 경영진이 자기네 인력교육센터를 마다하고 고도원의 마을을 찾는 이유다.

전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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