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최측근인 선거 전략가 로스
콩고 난민촌 ‘모바일 혁명’에 충격
“IoT·로봇 주도 산업 빅뱅 이미 시작”
미래 헤쳐갈 방법은 “교육” 단언
알렉 로스 지음
안기순 옮김, 사회평론
438쪽, 1만8000원
4차 산업혁명은 엄포가 아니다. 남의 나라, 남의 일로 치부할 얘기도 아니다. 바로 나의 일이고 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 현실의 문제다. 앞으로 10년 내에 그 충격파가 나를 덮칠 가능성이 크다.
『미래산업보고서』는 그저 막연했던 4차 산업혁명이 몰고올 미래 사회를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렇게 가슴 와닿는 책이 나온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바로 저자의 특별한 경력이다. 알렉 로스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기술·미디어·텔레커뮤니케이션 정책위원장을 맡아 오바마 당선에 핵심적 기여를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당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로스를 공들여 영입해 자신의 오른팔로 만들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혁신자문관으로 임명된 그는 세계 41개국을 돌며 정보기술(IT)혁명의 뒤를 이어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코앞에 직면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2009년 8월 로스가 클린턴으로부터 난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고 콩고의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발목까지 빠지는 오물을 헤치며 걸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상당수 난민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먹고 입는 것조차 버거운 아프리카 난민촌의 삶조차 모바일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아찔한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 혁신은 실리콘 밸리의 구글과 애플만 독점하는 게 아니다. 아프리카 난민촌, 인도의 빈민가, 뉴질랜드의 농촌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가 시작되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빅뱅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구촌에는 승자와 패자가 엇갈렸다. 승자는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한 투자자와 기업인, 숙련직 근로자였다. 중국에선 5억 명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고비용 노동시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기술 변화와 시장의 세계화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낙오자들이 속출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경쟁력을 잃은 노동자의 분노와 반발을 반영하고 있다.
아찔한 것은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로봇공학이 미래를 주도하는 고성장 산업으로 실용화되기 때문이다. 로봇의 실용화는 턱밑까지 와 있다. 언제 상용화될까 싶지만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은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재료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외피까지 철판 대신 부드러운 소재로 된 로봇을 만난 날이 멀지 않았다.
이런 빅뱅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지 않고, 수학 공부를 충분히 시키지 않는다면 대안을 찾으라고 권장한다. 이미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모든 기계 문명이 코드화하므로 프로그램 코딩이 지식 세계에서 대화의 기본수단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나침반이자 사용설명서다. 내 일자리와 우리 사회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대비에 나서길 바란다.
[S BOX] 세계 80만 ㎞ 누빈 힐러리 자문관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차기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알렉 로스를 중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그의 뛰어난 통찰력이다. 로스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혁신자문관을 지내는 동안 1435일간 전 세계 80만㎞를 돌면서 남들이 포착하지 못한 미래를 내다봤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가 18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IT혁명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꿔놓을 것이란 통찰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여성’이라는 시각도 예리하다. 로스는 일본과 중국의 비교를 통해 여성 역할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때 미국을 능가할 것 같던 일본의 경제력이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밀려난 건 여성 인력 활용의 차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중용할 거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차기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알렉 로스를 중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결은 그의 뛰어난 통찰력이다. 로스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혁신자문관을 지내는 동안 1435일간 전 세계 80만㎞를 돌면서 남들이 포착하지 못한 미래를 내다봤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가 18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IT혁명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꿔놓을 것이란 통찰이다.
이런 변화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여성’이라는 시각도 예리하다. 로스는 일본과 중국의 비교를 통해 여성 역할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때 미국을 능가할 것 같던 일본의 경제력이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밀려난 건 여성 인력 활용의 차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중용할 거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