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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중앙일보]입력 2015.10.17 01:18수정 2015.10.18 00:27 | 종합 16면 지면보기

   

하워드 가드너 미 하버드대 교수는 신간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아울러 지능·문화·배움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Stephanie Mitchell/Harvard University

하워드 가드너(72)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그가 『다중지능: 인간 지능의 새로운 이해』에서 제시한 이 이론은 당시까지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IQ(지능지수) 테스트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인간의 잠재능력을 탐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문학 속으로] ‘다중지능 이론’ 창시자,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다중지능 이론을 포함해 교육심리학자로서 그의 관심은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이를 이뤄 갈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원제 The Disciplined Mind·사회평론)는 이런 그의 교육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잘 훈육됐으며 비판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새로운 발견과 대안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적극성을 갖춘 사람,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사람”(31쪽)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가드너 교수를 e메일로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교육심리학자인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부터 질문 구성과 답변 해석 등에 자문을 받았다. 가드너 교수는 “한국은 학업의 성취와 성과 면에서 돋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며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한국 학생들의 태도는 자기 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Rose Lincoln / Harvard University

 -당신은 일반인들에게 다중지능 이론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를 비롯한 주요 저작을 살펴보면 보다 폭넓은 의미로 ‘마음(Mind)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신의 전체적인 이론 중 다중지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다중지능 이론을 개발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오늘에도 전 세계에서 다중지능 이론을 문의하는 e메일이 날아온다. 다중지능 이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다양한 연구작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나는 인간의 존재를 질적으로, 윤리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더 굿(the good)’에 대해 연구해 왔다. 예를 들면 누가 선한 근로자일까, 선한 시민(성)이란 무엇일까 등이다.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에는 ‘다중지능’이 오용된 것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오용의 사례가 있다고 본다. 다중지능이 ‘선한 방향(good way)’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에는 이 이론을 발표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연구하는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며,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마음의 작용은 무엇인가. “나는 인간의 마음을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정신 활동은 인간의 뇌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뇌를 훌쩍 뛰어넘어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기술 영역,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적 영역, 역사와 문화와 예술의 영역까지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지능, 창조성, 리더십, 윤리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게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학습하는가와 같은 ‘고급’ 인지까지, 인간 인지의 복잡하고 다양한 면들이 나의 관심 분야다.” -당신의 책은 창조적 능력을 지닌 많은 위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나라와 기업이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창의력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조적인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오늘날의 창조성은 백년 전, 천년 전, 만년 전의 창조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먼저 우리는 기술, 특별히 디지털 기술로부터 이미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둘째로 우리는 자신과 친밀한 사이든, 낯선 사람이든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를 더 선호한다. 어두컴컴한 다락방이나 동굴에서 홀로 작업하거나 연구하는 창조적 개인의 이미지는 오늘날의 창조성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번에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학문적 사고체계를 익히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기존의 지식체계를 익히는 것은 창의성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책 『미래 마인드(Five Minds for the Future)』에 이와 관련된 설명이 있다. 창조적이 된다는 것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은 그 틀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기간을 통해 습득하고 학습한 훈련된 지식이 그 틀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 과도하게 시간을 쏟는다면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무엇을 배워왔고 어떻게 배웠는지를 알아야 참신하고 독창적(혁신적)이며, 유용하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한국 교육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학생들은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문제풀이에 능하다. 하지만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시험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더 뛰어나고 재주가 있는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이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한국은 학업의 성취와 성과 면에서 돋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을 자주 엄하게 대하는데, 아마 그들이 어렸을 때 이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경험상 한국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 있지만 자기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동아시아인들은 서양 사람에 비해 창조적이지 않다는 통설이 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한국 출신의 창조적 예술가, 음악가, 과학자들이 한국과 해외에서 활발하게 창조적 능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입시 문제와 함께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행되고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인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훈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즉,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일상생활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친구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교과서 정답을 듣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위에서 소개한 ‘더 굿 프로젝트’가 주목하는 점도 이 지점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에서는 ‘툴 키트(Tool Kit)’를 개발해 왔다. 이 툴 키트는 학교폭력, 부정행위, 의미 없는 경쟁 등 다루기 어려운 상황과 딜레마와 씨름하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은 약자를 괴롭히는가를 성찰해 보고,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에 무엇이 악하고 해로운 것인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학과가 폐지되는 ‘대학의 붕괴’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 “기초학문과 교육이 본질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직업인으로서나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 필수적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면담할 때가 있는데, 그들에게 교육의 목적을 물으면 ‘취업’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과학, 예술, 철학, 역사와 같은 기초학문 교육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2015년 바로 오늘을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2020년 혹은 2050년의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또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기 위함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은 물론이고 필요로 하는 정보의 종류도 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학교 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미래를 예측해 봐도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 청소년, 젊은이들에겐 동료를 사귀고 시민의 자질을 익히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또 부모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그들을 돌볼 곳이 매우 필요하다. 미래의 교사들은 코치나 큐레이터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일은 검색 엔진 같은 기계가 대체할 것이다. 몇 년 전 ‘똑똑한’ 학생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가드너 교수님,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데, 왜 학교가 존재해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맞네요. 스마트폰으로 그렇고 그런 모든 질문에 대해 답할 수는 있겠네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나 인문학이 영원히 지속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중지능 이론이 발표된 지 30여 년이 됐다. 30년 후에 다중지능 이론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다중지능’이 유익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 자신만의 고유의 잠재력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 부모와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다르게 보는 통로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능’이란 용어를 복수형으로 만들어 부모와 교사와 아이들이 한 가지 방식 이외의 더 다양한 방식으로 똑똑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든, 놀이든, 무엇이든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최고의 방식으로 그 강점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다중지능’과 내 이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관심도 없고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로 희망하는 것은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똑똑할 수 있다’라는 것이 상식이 되고, 이 사회의 지혜가 되는 것이다.” “다중지능 개발” 사교육업체 교재에 혹하지 말라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은 인간의 지능이 언어·음악·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인간친화·자기성찰·자연친화 등 독립된 능력들로 이뤄져 있으며, 이런 지능의 조합으로 개인의 다양한 재능이 발현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이 예기치 않은 여러 오해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이론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가 엄격한 교육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교육적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평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은 언어 및 논리수학적 능력만을 강조하는 표준화된 전통적 시험을 비판하는 것이지 교육에서의 ‘기준’이나 ‘엄격함’, ‘기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다중지능 이론이 주장하는 교육은 “학생과 교사, 개인과 사회, 그리고 독자와 저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교육이다. 한국에서 그의 이론은 주로 사교육 업체들에 의해 이용돼 왔다. 그의 이론이 알려진 후 ‘다중지능을 개발시켜 준다’고 홍보하는 학원이나 영·유아용 교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부분은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격화된 상품이었다.그는 지난해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주고받은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왜곡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우려하며 “한국의 부모와 교사들은 사교육업체의 다중지능 이론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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