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다들 놀랐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수시로 이런 말을 던집니다. “밖에 나가서 놀지만 말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 좀 해! 제~발.” 돌아오는 길,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해서 필요로 하는 힘은 뭘까. 그건 어떤 근육일까.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왼팔로만 매달리는 턱걸이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입시라는 무게감에 부모가 먼저 겁을 먹고서. 사회에 나가면 오른팔의 근육도 필요하고, 두 다리의 근육도 필요하고, 배와 등의 근육도 필요한데 말입니다. 우선 입시부터 해결하자, 나머지는 대학 가서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핑계 반, 위안 반으로 위장한 채 말입니다.
생각해 봤습니다. 책상에서도 배울 건 많습니다. 들판에서도 배울 건 많습니다. 그럼 어떤 교육법이 가장 지혜로운 걸까요. 두 마리 양이 있습니다. 한 마리는 주로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합니다. 다른 한 마리는 목장이란 울타리 안에서 마음 가는 대로 뛰어다닙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저는 그게 ‘내 안에서 올라오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하게 하는가?’라고 봅니다.
들판에서 친구와 놀고, 싸우고, 어울리면서도 숱한 물음이 자기 안에서 올라옵니다. 그게 무슨 물음일까요. 자신의 생활에서 부닥치는 문제들, 그걸 풀기 위한 물음들입니다. 친구가 화났을 때 어떻게 풀까, 전학 온 친구와 어떻게 사귈까, 사과를 할 때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이 모두가 결혼 생활, 직장 생활, 사회생활의 문제를 푸는 근육입니다. 그런 물음에 스스로 답할 때 아이들은 사회생활의 리더십을 미리 갖추게 됩니다.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운 양이 울타리 밖에서도 자유로우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의 안목이 참 중요합니다. 책상에 앉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판에서 뛰어다니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증권사 부사장은 회사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책상의 리더십’이 아니라 ‘들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닭장에서 사육한 닭은 고기 맛이 퍽퍽하다. 반면 방목한 닭은 쫄깃쫄깃한 고기 맛이 끝내준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인생에서 책상의 근육이 전부일까요. 들판의 근육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내 아이를 ‘제대로 된 물건’으로 키우고 싶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