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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총채 든 남자, 걸레 든 아이

[중앙일보] 입력 2014.03.24 00:13 / 수정 2014.03.24 00:18
강홍준 논설위원
 
얼마 전 이사 갈 집에 미리 가 아이의 옷장이 들어갈 수 있는지 치수를 잰 적이 있다. 주인 허락을 받고 그 집 딸아이가 쓰는 방에 들어가긴 했다. 방 구석구석에 머리카락이 뭉쳐져 굴러다녔고 도처에 속옷이 깔려 있어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그 집으로 이사 갈 생각이 똑 떨어졌다.

 사실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대체 넌 치울 줄도 모르느냐”라는 부모의 아우성이 나오지 않는 집이 있을까 싶다. 전날 밤 먹고 자기 책상에 고스란히 놔둔 접시, 컵, 과자 봉지…. 그런데 따져보자. 요즘 청소, 누가 하나.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도 좀처럼 청소하지 않는다. 학교가 용역을 써서 학교 청소를 시키고 있다. 오히려 학교에서 청소는 벌이다. 교복을 입고 오지 않았다고, 과제물을 하지 않았다고 내리는 벌 말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청소는 부정적으로 읽힌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40대 이상 부부가 사는 가정에서 청소는 엄마의 몫이다. 청소기가 소음을 내며 오가는 도중에 아빠가 하는 일이란 소파에 앉아 두 발을 드는 게 고작인 가정들도 많은 것 같다. 심지어 청소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공부하라고 가르치는 부모까지 있으니 좀처럼 치울 줄 모르는 아이는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청소는 내가 사는 공간에 일정 기간 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행위다. 타조털로 된 총채를 들고 책장 구석구석, 선반 위, 심지어 방 문짝 위에 쌓여 있는 먼지를 털어낸다. 의외로 많은 곳에 숨겨진 먼지가 있다. 진공청소기로 그 먼지를 빨아들인다. 침대 밑 공간에도 비스듬히 청소기를 넣어 숨은 먼지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젖은 걸레를 가지고 구석구석 닦아낸다. 변기에 끼어 있는 때를 닦아내고, 화장실 바닥을 솔로 살살 문질러 생활의 때를 벗겨낸다. 청소는 이처럼 나로 인해 생겨난 생활의 때를 벗겨내는 종결 행위이자 새로운 한 주를 청정하게 맞이하는 시작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의 초·중·고교가 청소라는 행위를 부정적 의미로 가르치고 있는 이상 가정에서라도 부모가 이를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 매주 한 차례 시간을 정해 온 가족이 대청소를 하는 건 어떨까. 아빠는 먼지떨이를 들고 한 주간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아이는 최소한 자기가 머물고 있는 공간만이라도 쓸고, 닦게 하는 것이다. 손은 그냥 둔 채 머리 회전만 요구하는 교육은 기본이 덜 된 교육이다.

강홍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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