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단기기억이 대뇌로 이동
신경연결 생겨 창조적 아이디어도
“하룻밤 자고 나면 기억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잘 기억나지 않던 것이 자고 난 다음 날에는 잘 조합되어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인데, 잠을 자고 나서 오히려 기억이 더 좋아진다니 참으로 이상하다.” 로마
시대의 교육자인 퀸틸리아누스가 한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 어떤 문제로 고민하다가 자고 난 후에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는 동안 우리 뇌가 휴식을 취해서 더 똑똑해질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수면학회에 참석해보면, 수면과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가 봇물을 이룬다. 사이언스, 네이처 신경과학 파트에도 이런
연구 결과가 다수 실리고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기간과 평상시의 꿈의 밀도를 비교해보니 시험기간에 꿈을 더 많이 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를 많이 하면 그만큼 꿈수면도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쥐가 낮에 미로를 통해서 먹이를 찾아가는 실험을 할 때의 뇌파를 측정한 후,
잠을 잘 때 뇌파와 비교해보니 낮 동안 나타났던 뇌파가 ‘재생’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잠을 방해하면 그 다음 날 먹이를 찾아가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도 관찰했다. 수면 중에 낮에 경험한 것이 뇌에서 재생되면서 정리되고 저장되어 기억으로 남는데, 이런 과정을 방해하면
기억 즉 학습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사람 뇌에는 ‘해마’라는 단기기억 저장소가 있다. 낮에 공부한 것이 일단 여기에
저장된다. 해마에 있던 정보는 자는 동안 대뇌의 여러 부분으로 옮겨지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신경연결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기억이 단단해지고
기존 지식과 연결되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생긴다.
잠을 자지 못하면 해마에 저장된 기억들이 대뇌로 이전되지 못하고, 다음날
새로 경험한 사건들이 들어오면 밀려나서 없어진다. 시험 전날 밤, 잠을 자지 않고 공부했던 것이 며칠 후에는 전혀 남아있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성공하려면 잠을 줄여서 공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학습이 완성되지 않는다. 성인은
하루 7시간 이상, 청소년은 8~9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당신은 충분히 자고 있습니까?
신홍범
수면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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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3분의 1 가까이 잠으로 보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잠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불면증, 코골이,
잠꼬대, 낮 시간 졸음 등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잠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얼마나 자야 하나?’, ‘코골이는 그대로 놔두어도 괜찮은가?’,
‘자도 자도 졸리는 이유는 무얼까’ 등.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잠’의 비밀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