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한강의 기적과 경제위기를 모두 겪은 한국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체제에 길들여져 있다.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과정보다 결과로 이뤄진다. 학생의 능력도 곧 성적으로 쉽게 등치된다. 청소년들의 사회화 기관인 학교와 가정에서 사람됨을 가르치는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 자식을 둔 현재의 부모세대는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 사회 초년생이었다. 고속성장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증유의 경제위기에서 삶의 가치관과 목적의식에 큰 혼란을 경험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전근대적 교육을 받았지만 세계화와 정보화로 야기되는 무한경쟁 시대에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또한 부모와 수직적 관계를 맺고 성장해 자녀들과 수평적 관계를 맺고 이에 따른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매스컴을 통해 아이들이 학습하는 성공의 공식도 다르지 않다.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는 사회지도층의 온갖 불법과 비리.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진실과 거짓말 사이에서 공방을 벌이는 각종 사회 이슈들. 아이들은 손쉽게 온갖 부정과 불법·편법을 접하고 이를 배우게 된다. 인성은 교과서만으로 배울 수 없다. 일상 속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 배운다. ‘어른이 아이의 거울이 된다’는 진부한 옛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깊이 되새겨야 할 경구다.
인성지수는 이러한 구체적 실천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인성을 이루는 여러 덕목 중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점검하고 미흡한 점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가정과 학교·사회는 아이들의 미래를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물질적 성공만 주입시킬 게 아니라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모범을 보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제는 생각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