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155
어제:
479
전체:
1,681,712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해외 토픽에 등장할 아침 급식

마을지기 2012.02.07 06:15 조회 수 : 2359

해외 토픽에 등장할 아침 급식[중앙일보] 입력 2012.02.07 00:00 / 수정 2012.02.07 00:00
- 이상언 런던 특파원
 
오전 8시, 잠이 덜 깬 표정의 학생들이 등교한다. 교실에서는 배식 준비가 한창이다. 학생들은 차례대로 식판을 받아들고 일사불란하게 식사를 한다. 곧이어 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아침 급식이 이뤄지는 한국의 학교를 상상해 봤다.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이 제안한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의 모습이다. 외신들은 이 진풍경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자율학습’을 마치고 어둠 속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을 신기하게 봐온 그들은 “이제는 아예 아침 식사까지 단체로 학교에서 한다. 집에 다녀온다는 표현이 더욱 실감난다”고 소개할 것 같다.

 “미국·영국·스웨덴에는 이미 아침 급식이 활성화돼 있다”고 의원들은 주장했다. 살펴보니 ‘활성화’라고 표현하기는 좀 어렵다. 미국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이뤄져 왔을 뿐이고, 스웨덴에서는 원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지만 단체 급식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아침 급식이 가장 일반화된 곳은 영국 웨일스 지방이다. 2003년 지방의회 선거 때 노동당 공약으로 채택돼 이듬해 시작됐다. 당초 계획은 2년 안에 1600여 개의 웨일스 지역 전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반대, 식사 준비와 배식의 어려움 등으로 난항을 겪어 아직도 1000개가량의 학교에만 도입됐다.
 
 웨일스 의회 노동당 의원들의 취지는 ‘불평등 해소’였다. 논리는 이랬다. “가난한 집 자녀 상당수가 아침을 거른다. 그래서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 식사를 건너뛰니 몸이 허약해져 결석도 잦다. 결국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된다. 그렇다고 저소득층 아이에게만 아침식사를 주면 ‘낙인’이 된다. 따라서 부모가 거부하는 집을 빼고는 모두에게 아침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급식 실시 뒤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가 여러 편 나왔다. 아침을 거르는 비율은 분명히 낮아졌다. 과일 섭취 등으로 학생들의 영양 상태도 다소 좋아졌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생의 수업 태도 개선이나 학업 성적 향상은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비용 대비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는다. 교사 단체도 “차라리 그 돈으로 수업에 뒤처지는 학생을 별도로 지도할 교사를 충당하자”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아침을 거르는 초·중·고 학생이 37%다. 그중에는 가난하거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못 먹는’ 학생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1분이라도 더 자려고 이불 속에서 버티다 허둥지둥 뛰어나가는 학생일 것이다. 의원들은 아침 급식이 “국가 교육경쟁력 차원에서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밥 먹여서 공부 더 잘하게 하자”는 말처럼 들린다.

 학원 때문에, 부모의 늦은 귀가 때문에 한국에선 그나마 아침이 가족이 마주할 수 있는 때다. 그 시간마저 ‘경쟁력’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무리 급조된 공약이라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 잠자는 교실 마을지기 2010.09.06 1670
40 [서소문 포럼]요즘 40대 이상의 학부모들의 고민- 차라리 전두환 시절이 낫다고? 마을지기 2012.08.18 1736
39 [분수대] 꽃은 흔들리며 피는 것 안 흔들렸다고 감추는 게 과연 교육적인가-중앙일보 마을지기 2012.08.18 2475
38 할렘 고교의 기적 비결은 마을지기 2012.06.24 1823
37 가정, 처음이자 마지막 배움터 마을지기 2012.05.27 1737
36 <美교육장관 "교사존경, 한국 따라해야"> 마을지기 2012.05.08 1743
35 ‘놀토’ 연착륙, 기업도 나서라 마을지기 2012.03.10 2016
34 ‘놀토’에 놀면 안 되는 거니? 마을지기 2012.03.10 2162
33 “없이 산 애는 독해서 안 돼” 오래전 사모님 말씀 이제 와 답하고 싶은 건 마을지기 2012.03.06 3348
32 학교폭력 추방? 공문부터 추방하라 마을지기 2012.02.18 2183
31 창조적 아이디어는 지루하다 느낄 정도로 빈둥거릴 때 나온다 마을지기 2012.02.18 2216
30 경찰·검찰·법원이 너무 가까운 세상은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다 마을지기 2012.02.08 3449
» 해외 토픽에 등장할 아침 급식 마을지기 2012.02.07 2359
28 하루 3시간 쉬는 서울 초등생 `사실상 고딩' 마을지기 2012.02.05 3113
27 초등교사들의 스트레스 마을지기 2012.01.10 2917
26 美 성적나쁜 학교 예산 깎자, 교사가 점수 조작 마을지기 2012.01.06 3901
25 ‘자유’ 못 가르치는 인권조례 마을지기 2011.12.30 2468
24 우리 교육, 우리 아이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아파트 투신자살 김모군의 유서 全文 마을지기 2011.12.27 2573
23 '감사와 감동'을 가르치지 않는 무상 교육 마을지기 2011.08.18 3808
22 [삶의 향기] 나는 교사다 마을지기 2011.06.23 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