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06 03:19
美낙오학생 방지법 10년… 교육개혁 실험 왜 실패했나
공립학교 수학 학력 평가해 기준미달 땐 지원끊는 방식, 음악·미술 시간 축소 부작용… 열등생들은 퇴학시키기도
"학교평가 필요" 인식은 확산
미국이 추진한 사상 최대의 교육 개혁 프로젝트로 꼽히는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8일로 도입 10년을 맞으면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1월 8일 서명한 낙오학생방지법은 초·중학교는 매년 1회, 고등학교는 재학 기간 중 1회 주 정부가 마련한 일제 학력시험을 치러 그 결과로 학교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교육 개혁 조치다. 성적이 좋은 학교는 예산 증액 등 특혜를 받지만, 성적이 떨어질 경우 학생에게 전학 갈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예산이 삭감되는 등 징계에 처해진다.
낙오학생방지법 회의론자들은 '인종·소득계층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한다'는 이 법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교육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미국 초등학교 4학년 흑인 학생의 수학 성적은 500점 만점에 평균 222점으로 백인 학생보다 26점 낮았다. 이 격차는 2003년과 비교해 단 1점 줄어든 것이다.
낙오학생방지법은 또 예산 삭감을 두려워한 일부 교사들을 시험 부정행위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7월 전모가 드러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시험 성적 조작에는 44개의 공립학교, 178명의 교사가 연루됐다. 이들은 학생들이 적은 오답을 지우고 정답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학력시험 성적을 올렸고, 일부 학교 교장들은 이를 발설하는 교사를 해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당시 조지아주가 발표한 감사 보고서는 광범위한 부정행위의 원인을 "낙오학생방지법의 기준에 따라 학력 평가 점수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50개 주 중 30개 주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조작하다가 발각됐다. 2010년 뉴욕시에선 학교 평균 성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학교들이 수천 명의 문제 학생을 학교에서 퇴학시켜 문제가 됐었다.
시험에 집중하는 교육으로 예술·문학·과학 등 전인교육에 필요한 과목의 수업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개인 교습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고소득층 자녀보다는 저소득층 자녀가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11월 교육 관련 비정부기구 '커먼 코어' 설문 결과 66%의 교사가 "낙오학생방지법 때문에 예체능·과학·사회 과목 수업 시간을 줄였다"고 답했다.
낙오학생방지법이 '학교 평가'라는 개념을 자리 잡게 한 점은 성과로 꼽힌다. 워싱턴DC에 있는 RAND 연구소 로라 해밀턴 박사는 "낙오학생방지법은 공립학교와 교사도 평가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전파했고 각 교육청이 학생들의 탄탄한 학력 관련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