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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주5일수업 전면시행에 앞서

마을지기 2011.04.21 05:34 조회 수 : 5997

[교단에서]주5일수업 전면시행에 앞서

[경향신문] 입력 2011.04.11 19:42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 학생에 비해 공부 시간이 2배가량 많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학습노동’에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낸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르면 2012학년도에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2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5일제를 시행하는 것과 함께 학교도 주5일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주5일제가 전면 실시되면 우리 아이들은 삶과 학습이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교육을 받게 될 것인가.

주5일제를 전면 실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간 220일을 기준으로 하던 수업일수가 190일 수준으로 축소되면 여기에 적합한 교육과정과 교수방법,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기반 등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 학교 현장은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2009 교육과정을 시행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교육과정을 학교 단위에서 자율로 20% 증감할 수 있도록 하고 집중 이수로 학습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이 교육과정에 따라 국·영·수 교과의 비중을 늘린 학교가 70%를 넘고 있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입시교육 강화로 귀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6년부터 토요일이 ‘놀토’와 ‘갈토’로 바뀌면서 학급회의 시간 등 학생 자치활동 시간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교육과정 개편 없이 주5일제가 전면 실시되면 중학교의 경우 매일 7교시 수업을 받게 될 상황이다. 주당 34시간을 줄이게 될 경우 교과별 시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교과별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5일제 수업이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실제 2006년부터 부분적으로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교육과정 개편에 반영됐어야 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의 교과부에 해당하는 중앙교육심의회가 ‘사회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학교 운영에 관한 협력자 회의’ 심의 보고서(1992년 2월20일)를 제출하고, 주5일제 도입에 따른 교육과정 목표를 삶과 여유의 교육과정(유도리 교육과정)으로 규정하면서 10여년의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도 ‘5홉들이 되에 6홉의 쌀을 담는’ 문제가 생겨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5일제 전면 실시가 소모적인 입시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행복한 질 높은 공교육이 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5일 시대 교육목표의 정립, 교육과정·교과서·교수방법의 재정립, 가정과 사회 교육 시설이 담당할 수 있는 교육의 수준과 방식 등에 대한 엄밀한 실태조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12년이 주5일제 원년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제에 대해 교과부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등을 포함한 범사회적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학벌과 학력구조에 아이들을 내모는 무한경쟁교육 체제를 놔둔 채 주5일제를 도입하면 학원가는 토요일 대비 사교육이 판치게 될 것이다.

주5일제 논의가 벌어지는 시점에 카이스트(KAIST)에서 올해 들어 네 번째 자살한 학생이 발생하고, 그제서야 징벌적 수업료 제도가 폐지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삶을 가꾸고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적 능력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익히는 교육으로 전환될 때 이러한 비극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한만중 | 개포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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