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팅컴퓨팅교사협회
[월:] 2016년 04월
‘조절초점 이론’ 심리학자 히긴스 컬럼비아대 교수
[인문학 속으로] 미국인 65% 성취지향형 한국인 65% 안정지향형
‘조절초점 이론’ 심리학자 히긴스 컬럼비아대 교수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밤늦게까지 일하는 팀원이 있다. 팀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잘하고 있어! 이번 일이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받게 될 거야!”
이 격려는 적절했을까. 20여 년간 목표 달성과 동기 부여에 대해 연구해온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70)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팀장의 말은 누군가에겐 의욕을 불어넣지만 누군가에겐 효과가 없다. 세상에는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성취지향형(Promotion Focus)’ 인간이 있는 반면 ‘지지 않기 위해’ 게임을 하는 ‘안정지향형(Prevention Focus)’의 인간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보상’보다 ‘실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이들에겐 이런 말이 더 효과적이다. “긴장하라고. 이번 일이 실패하면 우리 팀과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거야!”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으로 분류한 것이 히긴스 교수의 ‘조절초점 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이다. 이 이론은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된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원제 FOCUS)라는 책을 통해 알려지면서 심리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긍정적 암시가 행복을 부른다’는 기존 긍정심리학의 메시지를 뿌리째 흔드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성향에 맞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그의 이론은 조직관리·마케팅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게임회사 ‘4시33분’의 초대로 한국을 찾은 히긴스 교수를 18일 만났다.
| 성취형·안정형 기질 다 타고나지만
사회 분위기, 양육 환경 따라 달라져

토리 히긴스 교수는 인간의 심리 성향을 ‘성취지향형’과 ‘안정지향형’으로 분류한다. 그는 “성취지향적인 사람도 아이를 데리고 길을 건널 땐 안전 지향이 되듯 상황에 따라 성향이 바뀔 수 있다”면서도 “한 사람의 행동 전반을 지배하는 우세한 성향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질의 :연구 주제가 독특하다.
- 응답 :“오래전 이혼 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심리학자로서 인간이 왜 우울해지며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을 하면서 실직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두 가지의 반응이 나타난다는 걸 발견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에 빠지고(depressed), 어떤 이들은 불안에 시달린다(anxious). 왜 이런 차이가 나올까란 의문이 ‘조절초점 이론’으로 발전했다. ‘성장’과 ‘이상’에 집중하는 성취지향형은 이상적 자아(ideal- Self)에 도달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 한편 ‘현상유지’ ‘안정’을 중요시하는 안정지향형은 당위적 자아(ought- self)에 이르지 못한 자신의 상태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다.”
| 안정형, 현상 유지 ‘방어적 비관론자’
위기 때 불안 느끼나 최대 능력 발휘
- 질의 :두 유형의 가장 큰 차이는.
- 응답 :“현재를 제로(0)의 상태, 즉 중립으로 볼 때 ‘플러스(+)1’의 상황을 희망하는 성취지향형에게 ‘0’은 불만족스럽다. 이들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목표인 안정지향의 사람들에겐 ‘0’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다. 이들은 ‘마이너스(- )1’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어적 비관론자’다. 이들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닥칠 때 최대치의 능력이 나온다.”
- 질의 : 미국엔 성취지향형이 많을 것 같다.
- 응답 :“내가 소장으로 있는 컬럼비아대 동기과학센터에서 20년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미국인의 경우 65% 정도가 성취지향형이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경우 70%까지 높아졌다. 반면 일본이나 한국·중국은 65% 정도가 안정지향형이었다. 이는 각 사회가 도전(challenge)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의 나라다. 기본적으로 더 나은 삶, ‘+1’을 추구하는 사회다. 반면 일본의 경우 영토도 넓지 않고 자연재해가 많다. 이들에겐 도전보다 현재의 상태(0)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질의 : 타고난 기질에도 영향을 받나.
- 응답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질을 다 타고난다. 사회 분위기와 양육 환경이 결정적인 변수다. 예를 들어 ‘인생은 도전’ ‘열심히 공부하면 보상받을 것’이란 성취지향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들은 아이와 ‘세상은 무서운 곳’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라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를 듣고 자란 아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 성취형, 성장·이상에 집중 낙관론자
도달 못하면 자살 등 극단적 선택도
- 질의 :성취지향이 더 좋아 보인다.
- 응답 :“그렇지 않다. 성취지향형은 기쁨과 흥분을 많이 느끼지만 환상(illusion)에 휩싸이기 쉽다. 반면 안정지향적인 사람은 비관적일지라도 현실을 똑바로 보려 한다. 또 성취지향의 사람은 이상적인 자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극도로 우울해져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안정지향형은 불안해 하더라도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많지 않다. 두 성향 다 장단점이 있다.”
조절초점 이론은 경제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어떤 물건의 가치(가격)가 수요와 공급,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던 기존 학설을 반박하며 새로운 가치 개념을 만들어냈다. 히긴스 교수에 따르면 가치란 결국 심리적인 것이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성향(성취지향 또는 안정지향)에 부합할 경우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즉, 같은 물건이라도 ‘동기적합성(fit)’의 정도에 따라 다른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로 그는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 질의 :조절초점 이론을 조직에 적용한다면.
- 응답 :“두 가지 성향을 갖춘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한 골을 넣기 위해’ 뛰는 선수와 ‘한 골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가 모두 필요하다는 거다.”
- 질의 :결국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의 문제인데.
- 응답 :“한때 항공기 회사 보잉에서 비행기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 성과가 없었다. 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인센티브보다 규범이나 의무, 예방 등 안정지향적 메시지에 반응한다. 이들에게는 안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강조하는 편이 낫다. 마케팅에서도 중요하다. 의약품을 광고할 때 ‘당신의 건강을 증진시킵니다’(성취지향)와 ‘당신의 건강을 지켜드립니다’(안정지향) 중 어느 카피를 선택할 것인가. 타깃층이 어떤 성향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 트럼프, 보수·진보 모두 자극 메시지
클린턴, 중립적인 발언 잘 안 먹혀
- 질의 :정치인들에게도 중요할 것 같다.
- 응답 :“미국 대선 후보들의 메시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현재를 지키자는 안정지향적 메시지에, 진보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성취지향적 메시지에 반응한다. 그런 측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아주 영리한 정치인이다. 그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우리는 현재 마이너스 상태이며 원래의 위대함을 되찾아야 한다’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로 보수층을 끌어들인다. 동시에 ‘그레이트(Great)’라는 단어는 성취지향적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버니 샌더스의 연설도 ‘우리는 현재 마이너스이며, 함께 플러스로 가자’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발화는 놀랍게 닮아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현 정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중립적으로 발언한다. 이런 메시지는 먹히기 어렵다.”
히긴스 교수는 “내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지만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삶이란 목적지(destination)가 아니라 여정(journey) 그 자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자신에게 맞는 일과 방식을 선택하라. 그래야 좋은 삶이 가능해진다.”
나 자신과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는 건 사랑과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 획득에 초점을 맞추는 성취지향형은 사랑할 때 ‘해변가에서의 다정한 포옹’ 같은 이상적인 장면을 꿈꾸며 열정과 만족감 등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반면에 안정지향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은 사랑에서 안도감과 안정감을 얻기 원한다. 모호한 관계, 소위 ‘썸’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성취지향이 다양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고 열린 관계를 즐긴다면 안정지향의 사람은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못 견뎌 한다. 이런 차이가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가 일정 단계에 들어서면 성취-안정 커플은 그 어느 유형보다 ‘환상의 콤비’가 될 수 있다. 성취-성취 조합이 불같은 사랑을 하는 대신 열정의 진도가 맞지 않을 경우 깨지기 쉽고, 안정-안정 조합은 친밀감을 쌓는 속도가 느려 관계 자체가 형성되기 힘들다. 반면에 성취-안정 조합은 한쪽에서 속도를 내면 상대방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식으로 관계를 유지해 간다. 토리 히긴스 교수는 “성향이 같은 부부에 비해 성향이 혼합된 부부의 관계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커플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책임지고 나머지는 상대방에게 맡기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인문학 속으로] 미국인 65% 성취지향형 한국인 65% 안정지향형
효도와 한국의 미래
[임마누엘 칼럼] 효도와 한국의 미래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나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쓸 때 한국의 전통문화 중에서 어느 부분이 한국의 미래 발전에서 청사진 구실을 하게 될지 가늠해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미래에서 효도(孝道)가 차지하게 될 가치에 대해 한 장(章)을 쓰기로 하고 개요를 작성했다. 결국에는 그만뒀다. 한국 친구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효도가 의무라고 말하면서도 딱히 효도에 대한 열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효도는 어떤 ‘진기한(quaint)’ 습관이 아니었다.
효는 추상적인 도덕과 구체적인 실천 사이에 다리를 놓는 윤리체제의 핵심이었다. 효도는 또한 개인 영역과 공공 영역을 한데 묶어 지속 가능한 정치체제를 만들었다.
18세기 중국인들은 한국의 효도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인들은 연장자와 조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경심을 문명 사회의 징표라고 파악했던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설계할 때 효도를 빼려는 생각은 틀렸다.
나는 안동에 있는 유교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디오라마(diorama) 장치들이 웅장한 유교랜드 건물을 가득 채웠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해 유교적 가치를 보여줬다.
?

이 테마파크형 전시체험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교적 덕성의 함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관람객 유치가 목표인 것으로 보였다. 12세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내용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효도라는 의미에 내재한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자식들이 노부모를 내다 버리는 일까지 발생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 마찬가지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나머지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 젊은이도 나오고 있다.
효도는 반드시 부흥시켜야 할 한국의 전통이다. 하지만 효도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도를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효도가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효도를 만들어 내려면 상상력을 동원하는 게 필요하다. 효도의 전통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려면 예술가와 작가, 그리고 보통 시민들과 같이 작업하는 지식인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작업은 어떤 ‘브랜드 추진위원회’라든가 홍보 컨설턴트들이 수행할 수 없다.
우선 효도는 여성에 대한 모든 편견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유교 전통은 성 중립적(gender neutral)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례가 있다. 그러한 개혁의 사례가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후손들이 추앙해야 할 조상에는 여성이 포함돼야 하며 여성은 제사 등 유교 의식에 남성과 동등한 방식으로 참가해야 한다. 전통을 개혁하는 데 실패하면 결과는 그 전통 자체의 소멸이다.
또한 효도는 도덕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에 이르는 과정으로도 이해해야 한다.
효도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정체성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비록 우리가 조상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는 조상들의 공헌이 낳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효도의 전통을 부흥시키려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 부모는 조상에 대해 자녀에게 말해줌으로써 그들의 생각이나 몸의 생김새 그리고 경험이 어떻게 지난 세대의 조상들과 연결되는지 자녀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효도는 프로이트적 접근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효도는 보다 건설적인 심리학적 이해를 제공한다. 효도를 통해 자녀의 삶에서 부모가 차지하는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추상적인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어버이-자녀 관계의 긍정적인 것들을 강화하는 매일매일의 실천을 통해서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1920년 베이징에서 한 해 동안 체류하며 강연 활동을 했다. 그는 22년 출간된 『중국의 문제(The Problem of China)』에서 서구 국가에서 “어떤 개인의 충성심을 전투부대로 유도하는 애국주의”보다 유교의 효도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훨씬 바람직한 체제라고 지적했다.
이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효도는 개인의 영역과 국가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철학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효도 철학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념’이 아니며 군국주의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애국주의’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19세기에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가족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로 효도가 한국이 제국주의적인 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으며 한국이 인간애가 넘치는 통치제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게 만들었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출처: 중앙일보] [임마누엘 칼럼] 효도와 한국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