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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장기·인공혈관·인공근육 ‘6백만불의 사나이’ 현실이 된다

                
인사이트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두 영화(드라마)가 있다. ‘아일랜드’와 ‘6백만불의 사나이’. 아일랜드는 2005년 개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과학소설(SF) 영화다. 서기 2019년 버려진 황야 속 지하 요새. 전 지구적 재앙으로 자신을 포함한 수백 명의 사람만 살아남았다고 믿는 주인공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가 어느 날 자신들의 정체에 관한 진실을 깨닫고 요새를 탈출한다는 스토리다. 이들의 정체는 복제인간. 고객에게 장기를 비롯한 신체 부위를 제공할 목적으로 복제돼 격리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때가 되면 ‘선발’돼 신체 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해야 할 운명이다.
 

바이오 인공장기의 현재와 미래
생명공학 기술 덕에 급속한 발전
10년 후면 상용화 가능할 듯
“국가 차원 전략적 지원 절실”

6백만불의 사나이는 40년 전 종영한 미국 ABC 방송국의 드라마다. 한국에서는 JTBC의 전신인 동양방송(TBC)에서 흑백 화면으로 내보내던 원조 인기 ‘미드’였다. 주인공인 스티브 오스틴은 우주 비행사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왼쪽 눈과 오른팔,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이식 수술 덕에 초인(超人)으로 거듭난다. 20배 줌과 열 감지 기능을 갖춘 생체공학 눈, 자동차도 들어 올릴 수 있는 인공 팔,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인공 다리로 무장한 ‘6백만 달러짜리’ 사나이 스티븐이 악당들을 소탕한다는 줄거리다.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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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1996년 세계 최초의 포유동물 복제로 화제가 된 복제양 돌리 이후 현실로 다가온 복제에 대한 인류의 공포를 담은 영화였다. 반면, 6백만불의 사나이는 40여 년 전 당시의 과학기술과 연결되지 않는, 그래서 부담 없이 상상할 수 있는 희망적인 먼 미래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아일랜드가 개봉한 지도 13년이 지났다. 생명공학(BT)은 정보기술(IT)과 더불어 21세기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등장했다. 유전체 분석과 줄기세포·유전자가위로 대표되는 생명공학 기술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10~15년 후면 일부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상용화되고 확산할 것으로 예견된다. 영화 아일랜드의 복제 인간은 당분간 잊자. 아직 인간은 그렇게까지 사악하지도, 발전하지도 않았다.  
 
왜 바이오 인공장기일까. 장기 이식의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혈액형을 가진 가족의 장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 중에서 장기를 기증받기란 쉽지 않고, 이식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기증 장기는 환자 수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4월 현재 국내의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3만3000명이 넘는다. 장기의 종류에 따라 길게는 7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 수도 2016년 1300명을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해가 갈수록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만성 질환자도 늘고 있어 장기이식 대기자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장기 이식

장기 이식

이 때문에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이 절실하다. 지난 2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표한 ‘2018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중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다. 바이오 인공장기는 크게 ▶다른 종의 동물을 이용한 ‘이종(異種) 장기’와 ▶줄기세포로 대표되는 ‘세포 기반 인공장기’ ▶‘전자기기 인공장기’로 구분된다.
 
이종장기 기술 중 미니돼지를 이용한 세포 및 조직 이식은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또는 그 직전 단계에 도달했다. 미니 돼지는 장기의 크기가 인간과 비슷하다. 임신 기간도 172일로 짧고, 한 번에 최대 12마리의 새끼가 태어나 어렵지 않게 쑥쑥 자란다. 게다가 2012년부터 미국을 필두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까지 개발됐다. 머잖아 이런 장기를 인간에 이식할 수 있을 날이 온다는 얘기다. 미국의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는 2015년 연간 1000개의 돼지 폐를 생산하기 위한 기업형 농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장기 기술 중에는 ‘키메라 장기’라는 것도 있다. 키메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자의 머리와 양의 몸통에 뱀의 꼬리를 한 괴물이다. 지난 2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파울로 로스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와 지놈 편집기술을 동원해 인간 세포를 갓 생성된 양과 염소의 배아에 이식, ‘키메라’배아(胚芽)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로스 교수는 “이식용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사람의 췌장을 가진 돼지를 만드는 키메라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이종장기

이종장기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술은 세포 및 생체 재료를 이용해 조직이나 장기를 개발하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는 이론상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일본을 필두로 주요국들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3D(차원) 바이오 프린팅 기술’도 있다. 인체 세포를 포함한 ‘바이오 잉크’를 3차원 구조로 찍어내는 방법이다. 2016년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재생의학연구소는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초소형 인공심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도 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에 분주하다. 국내 대표주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다. 축산과학원은 사람과 장기의 크기가 비슷한 미니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넘어서야 할 관건은 면역거부반응이다. 과학원은 이미 2009년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변형 미니돼지 ‘지노’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9월에는 건국대병원과 공동으로 형질변형 미니돼지의 심장과 각막을 필리핀 원숭이에 이식했다. 원숭이는 60일 동안 생존했다. 각막 이식만 한 경우는 1년 가까이 살았다.
 
황성수 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과 연구관은 “각막의 경우는 영장류 실험이 사실상 끝나 사람에 대한 임상 적용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동물의 각막을 이식하는 것은 아직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향후 3년 이내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장과 간·폐·신장 등 기능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장기는 향후 10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형질전환 미니돼지 개발을 위한 200마리 규모의 사육시설을 갖추고, 키메라 기법을 이용한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와 함께 신약개발을 위한 질환모델 개발 등 첨단생명공학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선욱 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은 “세계적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혁신과 미래 고부가가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바이오 인공장기
인간의 장기가 손상돼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생명공학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기를 말한다. 간·심장·폐·췌장 등 흔히 장기라 불리는 것 외에도 각막·연골·피부·혈관 등도 포함된다. 다른 종의 동물을 이용한 이종장기와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 기반 인공장기, 전자기기 인공장기로 구분된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키메라 장기·인공혈관·인공근육 ‘6백만불의 사나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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