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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훌륭한 지도자(리더)의 으뜸 조건은 ‘머리보다 성격’

 

입력 : 2017.04.09 09:25

대통령 리더십 연구자 월러 R 뉴웰 미국 칼턴대 정치학과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에 대한 온갖 여론조사와 분석 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온라인 뉴스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말만 그럴싸하고 실제 행동은 별로다’ ‘인품이 좋아 보인다’ 등 인물에 대한 평가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구매 후기같이 시시각각 달린다. 이 모든 게 다 ‘훌륭한 리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일 것이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 중 으뜸으로 쳐야 할 것은? 혹은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여기 한 의견이 있다. “머리보단 성격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러 R 뉴웰 미국 칼턴대 정치학과 교수가 그의 책 《대통령은 없다》(21세기북스)에서 리더의 자격 10가지를 제시하며 선두에 내건 조건이다. 뉴웰 교수는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며 현실 정치를 경험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 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와 런던 대학교 국제연합 사회개발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그는 정치 및 문화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뉴웰 교수는 이 책에서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을 평가하며 좋은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대통령의 조건》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가, 최근 개정판이 출간됐다. 뉴웰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인 유학생들로부터 한국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자유시장이 번영하고 민주적 자치가 살아 있는 요새(bastion)처럼 보인다”며 “국정 위기를 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모습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왜 성격인가?

“역사적으로 지능이 꼭 정치적 리더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서 밸푸어 영국 총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교육받은 사람이었다. 철학과 고전에 흠뻑 빠져 늘 책을 끼고 살았다. 그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외무장관으로 일하며 했던 일을 보라. 유대계 돈을 빌리려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약속했고, 이 ‘밸푸어 선언’은 두고두고 팔레스타인 재앙의 불씨가 됐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윈스턴 처칠은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 둘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한 지도자인가? 링컨은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대학도 못 나왔다. 대신 그는 셰익스피어를 읽었고, 어머니가 늘 들려주던 성경 말씀을 인생의 지혜로 삼았다. 용기와 자기 통제, 도덕적 규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등을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성격이 지적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친구 성격 알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지도자의 성격을 알 수 있는가?

“대중이 지도자들을 진짜 인간으로 느낄 때가 있다. 링컨과 처칠 같은 지도자들은 생생한 말하기 실력, 패션,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인상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중이 개인적으로 그들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링컨은 농담과 과장된 이야기를 즐겼고, 처칠은 언제나 시가를 입에 문 채 대담하고 서민적인 위트를 구사했다.”

과거 리더십과 현재 리더십에 차이가 있나?

“과거와 달리 ‘신비로운 아우라’가 없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비롯한 미 대통령들은 언론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고, 언론도 사생활을 비밀에 부쳤다. 루스벨트 재임 동안 미국 국민은 그가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언론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췄다. 당시 미국 국민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좌절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거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역시 백악관의 많은 성희롱을 숨겼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진실을 더 알길 원한다. 지도자와 대중과의 거리는 24시간 돌아가는 뉴스 채널로 완전히 좁혀져 버렸다. 빌 클린턴은 래리 킹 쇼에서 자기가 입은 속옷 브랜드를 공개했고, 버락 오바마는 매일 TV에 나와 소통했다.”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은 누구였나?

“링컨. 17세기 영국 정치가 조지 새빌이 만든 ‘트리머(trimmer, 잔디 다듬는 기계)’란 용어가 있다. 왼쪽과 오른쪽 극한을 오가면서도 중간 코스로 꾸준하게 잔디를 손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링컨은 노예제도에 반대했지만, 늘 전술적인 양보와 타협을 했다. 그러면서 결국 목표를 이룬 위대한 트리머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링컨을 늘 존경한다고 말한다. 링컨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정적들을 대통령 취임 후 국무장관, 재무장관 등에 임명하며 포용했던 방식을 따라해 최대의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링컨의 지상 과제는 결국 노예제 폐지였다. 그 장거리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그가 했던 일을 살펴보자. 그의 신념은 강철처럼 강했지만, 현실 세계에선 늘 자기 자신을 유연하게 ‘구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남북전쟁 이전, 링컨은 전략적으로 남부에서 노예제가 확산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만 쓰기도 했다. 당시 이 결정은 남부와 북부 양쪽에서 반발을 샀다. 남부 쪽에선 이 결정 자체를 싫어했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 쪽에선 “노예제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배짱 없는 타협론자”라고 그를 비난했다. 이런 결정이 노예제 폐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결국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성취했다. 미국 소설가 해리엇 비처 스토는 소설 《엉클 톰스 케빈(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생활과 운명을 그렸고, 이 책은 인기를 얻으며 노예 해방 운동에 불쏘시개가 됐다. 그녀는 백악관에서 링컨을 만났을 당시를 술회하며 “사람들은 링컨의 부드럽고 온유한 태도, 반대자들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보고 그를 ‘나약한 인간’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링컨의 내면은 사실 ‘강철’ 같았다”고 말했다. 링컨은 늘 정중한 태도로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자기 뜻을 관철해 나갔다. 링컨은 노예제 폐지라는 대의를 위해 반대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밀실 협상을 하기도 하고, 의원들을 관직으로 매수하기도 했다. 역사상 최고 리더로 일컬어지는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등도 뜻을 이루기 위해 비도덕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대의 혹은 선을 위해 때때로 폭력적인 마키아벨리적 수단을 쓰기도 했던 것이다. 정치란 매우 복잡한 퍼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떨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내 예상이 다 틀려서 판단하길 중지했다. 정치 커리어가 없기에 그의 성격을 아직 충분히 파악 못 했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건 말할 수 있다. ‘고립주의’ ‘원주민주의’ ‘보호주의’ 세 가지 주요 정책은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 정치 초기에 계속된 특징이었다. 트럼프 당선은 레이건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다. 미국의 노동·농촌 계급이 레이건부터 이어진 자유무역과 군사 개입을 더는 지지하지 않은 결과다.”

훌륭한 리더의 10가지 조건

① 머리보다는 성격이 좋아야 한다.
② 감동적인 수사법이 필요하다.
③ 도덕적 확신이 필요하다.
④ 리더는 시대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⑤ 두세 개의 주요 목표가 있어야 한다.
⑥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⑦ 역사가 지도자를 선택한다.
⑧ 위대한 지도자는 권력욕이 강하다.
⑨ 위대함은 사악함의 이면일지 모른다.
⑩ 위대한 지도자는 앞의 아홉 가지 교훈 모두를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1/20170301009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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