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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은퇴 뒤 재취업하기 쉬운 직업은

기자
라정주
 
[더,오래] 라정주의 50+를 위한 경제학(2)

미시 경제에 관심 많은 거시 경제학자. 내가 연 가게는 왜 늘 파리만 날릴까? 4차 산업혁명이 되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주변 사람 이야기만 듣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보다 큰 그림의 경제를 바라보고 현재 자신의 입장을 다시 살펴보자. 경제학, 거대하고 차가운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삶에 연결해 이해하면 소박하고 따뜻하기 그지없다. <편집자>

 
장년층이라면 은퇴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된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창업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시 직장인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 은퇴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기에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고령층을 받아 주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주로 단순노무 종사자(25.3%), 기능·기계조작 종사자(23%), 서비스·판매 종사자(21.7%)가 된다. 
 
은퇴 후 재취업한 고령층이 건물 청소원, 아파트 경비원, 가사도우미, 건설 관련 종사자 등으로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중앙포토]

은퇴 후 재취업한 고령층이 건물 청소원, 아파트 경비원, 가사도우미, 건설 관련 종사자 등으로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중앙포토]

 
은퇴 후 재취업한 고령층이 건물 청소원, 아파트 경비원, 가사도우미(단순노무 종사자), 건설 관련 종사자, 하수처리 관련 종사자, 택시 운전사(기능·기계조작 종사자), 음식 서비스 종업원, 간병인, 전단지 영업원, 가판대 판매원(서비스·판매 종사자) 등으로 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현재 은퇴 후 일자리들, 로봇이 대체
이들 중 건물 청소원, 아파트 경비원, 전단지 영업원, 가판대 판매원은 대부분 반복적인 일을 한다. 반복적인 일은 알고리즘을 만들어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로봇의 가격이 비싸서 상용화가 어려웠지만,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으로 자동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
  
가사도우미, 택시운전사, 음식서비스 종업원, 간병인은 반복적이지 않지만, 정신적인 지능보다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비반복적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사전에 입력된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 어렵다. 은퇴 후 재취업 유망 업종으로 이러한 일자리를 염두에 둘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은 비반복적이면서 육체적 노동이 필요한 일자리도 로봇으로 대체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 빅데이터와 센서링 기술이 크게 향상돼 기본 알고리즘만 입력된 로봇 스스로가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머신 러닝’ 기술이 발달돼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과 다른 핵심적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로봇 또는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영역이 3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반복적인 업무에만 한정되어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비반복적인 업무까지 확대되고 있다.
 
<표1> 직무유형 분류.

<표1> 직무유형 분류.

 
반복적이지 않으면서 분석적이고, 불규칙적이면서 사람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는 응용소프트웨어 설계자, 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의사, 심리치료사 등이 있다. 이러한 업무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이 진행되더라도 쉽게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 어렵다.
 
최근 연구를 보면 반복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더라도 육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로봇에 의해 대체돼 많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복적이지 않으면서 지능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향후 20년 내에 약 33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림1>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 변화 예측(향후 20년 내). [자료 김강현 외 2명(2017), ’제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파이터치연구원, TOUCH 20/20 2017-03]

<그림1>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 변화 예측(향후 20년 내). [자료 김강현 외 2명(2017), ’제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파이터치연구원, TOUCH 20/20 2017-03]

 
여기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은퇴 후에 어떠한 일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다. 반복적이지 않으면서 지능적인 일을 하면 된다. 이러한 일을 하는 노동자는 크게 전문가와 관리자로 구분된다. 전문가는 응용소프트웨어 설계자, 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의사와 같이 반복적이지 않으면서 분석적인 일을 하는 반면 관리자는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일을 한다.
 
현재 고령층에 제공되는 전문가와 관리자 관련 일자리는 많지 않다. 55~79세 전체 취업자에서 전문가·관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월 기준 9.7%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연령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1.5%다. 고령층에서 이렇게 전문가 및 관리자 비중이 작은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은퇴 전 회사에서 획득한 노하우를 은퇴 후엔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습득한 전문적인 기술 및 지식, 조직관리 능력 등에 대해 나이가 많고 은퇴했다는 이유로 구직대상자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고용하더라도 은퇴 전에 받던 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대우할 뿐만 아니라 정규직이 아닌 1~2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조적·예술적 지능 요구되는 일자리 늘어날 듯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문가 및 관리자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하는 시점에서 고령층을 위한 전문가 및 관리자 관련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밖에 없는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0년 또는 20년 이후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장년층은 이러한 전문가 및 관리자 관련 일자리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일자리에 재취업하기 위한 창조적·사회적 지능이 요구된다.
 
<표2> 비반복적 인지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능.

<표2> 비반복적 인지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능.

 
창조적 지능은 남이 한 번도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다. 기업의 생산 공정에 필요한 특허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기, 노래 만들기, 글쓰기 등의 재능을 포함한다. 기업의 생산 공정에 필요한 특허를 개발하는 일은 모험 정신이 요구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 은퇴한 고령층보다는 젊은 층에 적합하다.
 
은퇴 전 평상시 틈틈이 취미로 준비해두었던 예술적 능력을 은퇴 후 본격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시기에는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영역 중 하나가 예술적 재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적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사회적 지능은 사회적 통찰력, 설득 능력, 협상 능력 등을 말한다. 사회적 통찰력은 기업 및 기관의 중간 및 고위 관리자, 전략 설계자 등에 필요한 능력이다. 설득 및 협상 능력은 거래처를 발굴하거나 중요한 거래조건을 이끌어내는 등의 일에 필요한 지능이다.
 
이러한 사회적 지능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으로 청년층보다는 은퇴 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고령층이 유리하다. 사회적 지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꾸준히 이런 능력을 기르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기울인 장년층은 은퇴 후에도 재취업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고령층이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매우 제한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이런 지능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ljj@pi-touch.re.kr


[출처: 중앙일보] 4차 산업혁명시대, 은퇴 뒤 재취업하기 쉬운 직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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