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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꼰대' 소리 듣는 이유 … 문제는 과잉간섭

[중앙일보] 입력 2013.12.03 00:38 / 수정 2013.12.03 13:42

자료출처 ;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3293321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⑭ 아이들의 미래- 심리학자 유미숙 교수

숙명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미숙 교수는 우리 아이들의 아픔에 주목한다. 그는 “심리학은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나와 타인의 관계까지 이해하기 위한 문고리다,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여는 고리인 아동심리학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떡하면 아이들을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모든 부모의 고민이다.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아동심리학의 고수에게 그 실마리를 물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숙명여대에서 만난 유미숙(아동복지학) 교수는 “심리학은 문고리다”고 운을 뗐다.

 유 교수는 현재 교양과목 ‘행복으로 가는 심리학’과 ‘아동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과목당 수강생이 1000명이 넘어 사이버 강의로 바꿨을 만큼 인기가 높다.

 - 어떤 문고리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고리다. 문고리가 없으면 어떤가.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모른다. 문을 열기도 어렵다. 심리학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문고리다.”

 - 아동심리학은 뭔가.

 “내가 어린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다들 자기 아이를 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가 아는 식으로 생각하고, 아는 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부모 자녀 관계가 어려워진다. 아동심리학은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여는 고리다.”

 유 교수는 아이 둘을 키웠다. 자신의 아이들을 ‘두 권의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제가 책을 읽고 논문을 쓰면서 아동심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게 아니다. 제 아이들을 키우고, 상담실로 오는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아동심리학에 대한 눈이 생겼다.”

 그는 ‘수용과 허용’ 이야기를 꺼냈다. 철길 앞 신호등에서 아이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오고 있다. 아이가 그걸 모르고 앞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대부분 부모는 아이 손을 확 잡아당길 거다. ‘기차가 오는데 앞으로 나가면 어떡해?’라고 야단을 친다. 여기에는 아이의 생각에 대한 수용 과정이 없다.”

 - 어떻게 해야 수용인가.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 된다. ‘으~응, 얼른 집으로 가고 싶구나. 그런데 기차가 오니까 지금 건너면 위험해.’ 우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엄마가 알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표현해 줘야 한다. 아이의 행동 밑에 깔려 있는 욕구를 읽어주는 거다. ‘네가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한다는 걸 엄마가 알고 있단다’라고.”

 - 그럼 무엇이 달라지나.

 “아이가 부모에게 신뢰감을 갖게 된다. 엄마·아빠가 내 마음을 아는구나.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이건 아주 중요하다. 어린 아이만 그런 게 아니다. 사춘기나 청년기의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네가 왜 그걸 하고 싶은지 부모가 알고 있다는 걸 표현하면 좋다. 그럼 서로 신뢰감이 생긴다.”

 -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수용과 허용이다. 아이의 욕구는 100% 들어준다. ‘아하, 네가 이런 이유 때문에 이걸 원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게 수용이다. 가령 할머니 생신 모임에 가려고 차를 타는데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한다. 그럼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그러지? 할머니께서 기다리시니까 지금은 가야 해’라고 말해야 한다. 수용은 하지만 허용은 하지 않는다.”

 - 왜 허용은 안 하나.

 “허용은 사회적 규범과 도덕, 윤리의 울타리 안에서 가능하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너와 나, 그리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유 교수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국민 담화를 한다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알고 있다는 걸 표현해 주면 된다. ‘이런저런 요구가 있다는 걸 제가 알고 있습니다’라고 드러내서 얘기를 하고, 그 다음에 ‘본인은 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합니다’라고 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들과 부모들을 각각 다른 방에 앉히고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댁의 자녀와 얼마나 대화가 됩니까. 의사소통을 얼마나 하고 있나요”를 물었다. 부모는 80%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녀는 80%가 “우리 집은 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 차이가 크다. 무엇이 문제인가.

 “부모는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부모가 물어볼 때 아이가 대답을 했으니 대화를 한 거다. 아이가 볼 때는 다르다.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만 했다.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안 했으니 대화를 안 한 것이다.”

 - 자녀와 대화가 어려운 가정이 꽤 있다.

 “청소년기에는 부모보다 더 잘 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다. 그래서 부모를 우습게 안다. 우리 엄마·아빠 자꾸 ‘꼰대’ 같아진다고 부모를 비하하며 자신이 올라가고 싶어한다.”

 -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해는 영어로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이다. 아래(Under)에 서서(Standing) 상대방을 봐야 한다. 청소년기는 내가 높아지려는 심리 때문에 이게 잘 안 된다. 그래서 수용과 허용을 통해 신뢰감을 쌓는 게 중요하다.”

 유 교수는 칭찬의 방식도 지적했다. 유교 사회에선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문화가 있다. 좋은 행동, 나쁜 행동의 범위를 정해두고 좋은 행동을 할 때 칭찬한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에겐 자신의 힘으로 선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부모가 기다려줘야 한다.”

 - 아이가 선택하는 훈련이 없으면.

 “인생을 선택하는 힘이 없어진다.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닌, 부모나 사회가 바라는 인생을 살게 된다. 자신의 선택,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서 사는 어른이 못 된다. 요즘 부모들이 과잉보호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과잉보호는 없다. 과잉간섭만 있을 뿐이다.”

 유 교수의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닐 때다. 누나의 자석필통과 동생이 받은 생일 선물을 서로 바꾸었다.

 “둘째가 막 울었다. 가서 보니 물건을 다시 바꾸고 싶다고 했다. 내가 물었다. ‘처음에 누나가 바꾸자고 했을 때 네가 좋다고 했니? 그래. 그런데 지금 다시 바꾸고 싶어? 그래서 속이 상했구나.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 대신 방에 들어가서 울어.” 아이는 한 시간쯤 울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을 보습학원 몇 개 더 보내는 게 중요하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선택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럼 아이가 자신의 선택에 신중해진다. 자신이 선택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회. 그게 선진국이다.”

 유 교수의 아이들은 둘 다 하버드대를 나왔다. 큰 아이는 혼자서 배낭 하나 메고 하버드대에 가서 “이 학교에 오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느냐”며 상의한 끝에 전 학년 장학금을 받아냈다.

 유 교수는 나름의 강의 전략이 있다. 첫 수업 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쓰게 한다. 학생들의 답은 대개 추상적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다들 꿈을 꾸라고 말한다. 틀렸다. 꿈은 꾸는 게 아니다. 꿈은 디자인하는 것이다.”

 - 꿈을 디자인한다. 무슨 뜻인가.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 어떻게 하나. 일단 땅이 있어야 한다. 기술도 있어야 한다. 지식도 있어야 하고, 정보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기본이 돼서 설계를 한다.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야 집이 100년, 1000년 간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라는 얘기다.”

 그는 학기말에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진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뭔가.’

 “그럼 학생들 대답이 달라진다. 행복을 정의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아주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는다. 수업을 듣고 자신의 전공을 바꾼 학생도 있고, 싫었던 전공이 좋아진 학생도 있다. 왜 그럴까. 스스로 꿈을 디자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꿈을 디자인하듯이, 행복도 내가 디자인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부모를 향한 조언도 곁들였다. “내가 생각한 대로, 내가 자란 대로 살면 아이는 결국 나밖에 안 된다. 나보다 더 뛰어난 삶을 살지는 못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를 살아가야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고 했다.

 “아이가 자신을 탐색할 수 있게끔,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돕는 일이다. 가끔 부모들이 묻는다. ‘무슨 학과가 앞으로 전망이 있나.’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이가 정말 행복해하는 일을 하는 게 전망이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미숙 교수=1956년생. 숙명여대 아동복지학 졸업. 동대학원에서 아동복지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상담심리학회 이사. 저서 『놀이치료의 이론과 실제』, 역서 『놀이치료-아동중심적 접근』 『끔찍한 것을 보았어요』 등.

유미숙 교수의 추천서 3권

유미숙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에는 ‘건강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정치권은 ‘내 목소리가 크냐, 네 목소리가 크냐’만 따진다. 힘의 논리만 있다. 거기에는 나도 있고, 상대방도 있다. 그러나 나와 상대방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 타자가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생각까진 못 간다. 관계에 대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비 브레인(존 메디나 지음, 최성애 옮김, 프런티어)=‘똑똑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동안 중점을 뒀다. 요즘은 ‘행복한 아이’를 이야기한다. 그 다음 단계는 ‘도덕적인 아이’다. 똑똑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 못지 않게 도덕이 자연스레 몸에 배는 아이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김원석 지음, 명진출판)=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청소년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책 제목에 명확하게 드러나듯 목표나 성취보다 과정과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다. 삶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혜를 준다. 아이를 지도하는 사람이나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해피어(탈 벤 샤하르 지음, 노혜숙 옮김, 위즈덤하우스)=하버드대에서 행복학 열풍을 일으켰던 인기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소소한 도움말과 숙제도 담겨 있다. 가령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행복했던 일 다섯 가지를 떠올리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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