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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chosun] 교사 잡는 일본 학부모 '몬스터 페어런트'

마을지기 2008.11.17 00:24 조회 수 : 8308

도쿄 신주쿠구립초등학교 신임 여교사 A(23)씨.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교사가 된 그녀는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일본 교육계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랐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한 달에 근무 외 시간만 100시간에 이르는 과중한 업무량도 힘들었지만 극성스런 학부모가 더 문제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심야 시간에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뭔가를 항의했고 알림장을 통해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자 결국 그녀는 우울증에 걸려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교단에 선지 불과 2개월 만인 2006년 6월의 일이었다. 사후 두 달이 지나 발견된 유서엔 “무책임한 저를 용서하세요. 모두 제가 무능력해서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해 12월 니시도쿄 시립초등학교에서도 젊은 여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여교사 역시 이기적이고 극성스런 학부모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려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일본에선 교사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이런 학부모들을 가리켜 ‘몬스터 페어런트(monster parent)’라 부른다. 2007년 일본의 10대어(語)에 오르기도 한 몬스터 페어런트는 올해 일본 KTV의 드라마 소재로도 등장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일본 사회에 지속적인 충격을 던지고 있는 괴물 같은 학부모는 왜 꾸준히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 2006년 6월 몬스터 페어런트에 시달리던 여교사가 자살한 도쿄 신주쿠 구립 초등학교
일본의 몬스터 페어런트는 한국의 일부 문제 학부모처럼 교사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어떤 일본인은 “차라리 한국 학부모처럼 교사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치는 수준에서 끝난다면 뒷감정은 덜하겠다. 몬스터 페어런트는 수법이 비공개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음침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성적 만능 교육세대였던 30~40대가 대부분
황폐했던 학창시절이 교육에 대한 불신 불러

일본에서 몬스터 페어런트의 불만은 ‘클레임(claim)’이라 불린다. 원래 영어의 클레임이 ‘타당한 불만사항’을 일컫는 용어인 반면, 몬스터 페어런트의 클레임은 ‘너 때문에 내가 피해를 받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는 수동적이고 이기적인 피해의식이 깔려있다. 그래서 이들에겐 배려나 양보는 고사하고 타협도 찾아보기 힘들다. 

몬스터 페어런트의 연령층은 30~40대가 압도적이다. 대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몬스터 페어런트 역시 일본 교육제도의 피해자”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쓰쿠바학원 대학학장인 가도와키 아츠시(門脇 厚司)는 2007년 6월호 ‘아동심리’에서 “학교 클레임의 주역이 된 젊은 학부모의 큰 문제점은 교권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라고 발표했다.

▲ 도쿄의 한 초등학교 교실

몬스터 페어런트 세대가 청소년 시기를 보낸 학교는 비인간적인 황폐한 공간, 그 자체였다. 일본사를 통틀어 소년 범죄가 특히 심각했던 시기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전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30대 중반~40대 전반에 이르는 연령대의 학부모가 ‘황폐한’ 초·중학교 시절을 보낸 시기라는 설명이다.
  
이 시절에는 성적만이 유일한 가치평가 기준이었고 적절한 놀이가 인정되지 않는 과정에서 교내폭력이 빈번히 발생했다.

학교 측에선 학생들을 제압하기 위해 엄격한 교칙과 체벌을 만들어내기 바빴고 교사집단은 강압적으로 학생들을 억눌렀다.

그 속에서 교사의 눈을 교묘히 따돌리며 스트레스 발산으로 야기된 것이 학생들끼리의 음험한 이지메였다.

이처럼 일그러진 학창 시절을 보낸 대다수 청춘들이 훗날 성장해 교육제도에 강한 불신을 품게 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문제가 문제를 낳는 악순환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 교권은 심각하게 실추된 지 오래다.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쉰내 나는 사어(死語)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TV드라마에 고등학생들이 여교사를 강간하려는 암시 장면이 있을 정도다. 


“내 아이가 최고” 극단적 자기중심 사고
 극렬 항의… 불만이 뭔지도 알 수 없어


물론 황폐한 학창시절을 보낸 청춘들이 모두 몬스퍼 페어런트로 둔갑하는 건 아니다. 몸에 밴 자기중심적 사고와 내 아이 위주의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이들에겐 전통적 일본 교육관의 뿌리인 ‘메이와쿠(迷惑·민폐)’도 의미 없는 단어에 불과하다. ‘타인에게 메이와쿠를 끼치지 말라’는 전통적 가르침도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못하고 한 치의 양보도 허락 못하는 몬스터 페어런트의 이기심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간혹 배타적 시각에서 비롯된 특이한 몬스터 페어런트도 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국제 교류차 와 있는 아시아계 유학생이 자신에게 연하장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주소를 알려준 일이 있었다. 그러자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개인정보인 주소를 가르쳐주다니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유학생이 주소를 알려줘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소가 적힌 연하장이 외국인한테 전해지는 게 불안하고 못마땅했던 것이다. 근거 없는 편견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심각한 몬스터 페어런트는 대체 뭐가 불만인지 도저히 파악하기 힘든 경우이다.

이들이 위험한 이유는 집요하고 유치하게 교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퍼뜨리거나 한 달 이상 매일 교실로 찾아와 말없이 수업을 경청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 및 학교를 노이로제 상태로 몰아가는 게 이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2003년 후쿠오카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후쿠오카 살인교사 사건’은 이 같은 병적인 몬스터 페어런트가 원인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은 후쿠오카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사 B씨가 한 남학생을 혼혈이라는 이유로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수시로 가했다고 보도했다. ‘혼혈은 더럽다’ ‘너 같은 건 뛰어내려서 죽어버려’라는 폭언까지 일삼았다는 게 주된 보도 내용이었다. 분개한 남학생 부모는 B를 고소, 위자료를 요구했고 사건은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논픽션 작가인 후쿠다 마스미가 이 사건에 의문을 품고 조사한 결과, 언론 보도 내용은 한 몬스터 페어런트의 날조였다는 놀랄 만한 사실들이 드러났고 결국 사건은 피고인인 교사 측의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교사 출신의 저명한 교육 관련 저자인 기이레 가츠미(喜入 克)는 몬스터 페어런트가 출현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학부모의 소비자 의식’을 꼽기도 한다. 학교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인식하는 학부모들이 내 아이 담임 교사의 경력, 학벌, 평판 등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는 것을 용납 못한다는 얘기다.


버블경제 붕괴로 인한 후유증도 원인
사회에 대한 불만을 교사에게 집중 표출


버블경제의 붕괴 후유증도 학부모의 소비자 의식을 몰고 온 한 원인이 됐다. 199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승자(살아남은 자)와 패자(퇴출당한 자)의 구분이 뚜렷해지자 내쫓긴 패배자들의 불만이나 분노는 국민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관 및 공무원을 향했다. 특히 직접 대면하기 쉬운 교사가 이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성실한 납세자를 자부하는 학부모들은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인데 왜 급식비를 지불해야 하느냐”는 항의까지 거침없이 했다.

몬스터 페어런트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교사와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부)은 구체적 몬스터 페어런트 대책안이나 ‘교직원을 위한 학부모클레임 대응 매뉴얼’ 등을 내놓고 있다.

대형보험회사의 ‘교직원을 위한 소송비용 보험’도 몬스터 페어런트를 대비한 강력한 방어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불법행위를 한 학부모에 대한 개인배상책임과 더불어 만에 하나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 경우 일체의 비용을 부담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작년 7월 12일자 마이니치신문에 의하면 도쿄의 교사들 중 이 보험의 가입자 수는 2000년 1300여명에서 2007년 2만1800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도쿄에는 노이로제에 걸린 교사를 위한 전문정신치료클리닉마저 존재한다. 사이타마현의 보육소장이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분신 자살한 사건 이후 올해 1월부터 우울증은 산재로 인정되고 있다. 

40여년을 교육계에 종사해 온 야타가이(65)씨는 날로 힘들어지는 교사들의 처지에 대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옛날엔 교사들의 재충전이자 연구기간으로 방학이 활용되었는데 요새는 그것마저 이해 못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월급을 받으면서 왜 쉬느냐’고 토를 단다.

그래서 딱히 할 일이 없어도 방학 중에 출근하는 교사들이 있다. 교사회의도 사라져가는 추세다. 교장이나 더 높은 곳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교사들이 움직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부모로부터 말이 나올까 봐 운동회 때 실력이 비슷한 애들끼리 조를 지어서 달리게 하고 똑같은 상품을 준다. 차별 없는 교육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런 게 평등일까. 불만이 쌓여도 일개 교사들은 의견 제시는커녕 그냥 따를 수밖에 없으니 문제다.”


일본 교사들이 지적한 몬스터 페어런트 사례
-담임을 좀더 미인으로 바꿔달라고 요구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급식비를 낼 수 없다고 주장
-경비원 태도가 불쾌하다며 교육위원회(한국의 교육청)에 불만 접수
-매일 학교에 찾아와 자녀와 싸운 애를 내놓으라고 행패
-심야에 술 취해 불만 전화
-학교 때문에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니 생활비를 지불하라고 요구
-자녀 말만 듣고 공적 모임에서 교사의 수준을 비하
-자녀가 자격증 시험을 보는 날과 학교 행사가 겹치니 학교 측에서 날짜를 변경하라고 요구 
-애가 학교에서 다쳤으니 나을 때까지 통학 택시비를 지불하라고 요구
-우리 애를 유급시키면 국회의원이나 교육위원회에 알리겠다고 협박



몬스터 페어런트의 특징


-대체 뭐가 불만인지 원인을 전혀 알 수 없다.
-교사에 대한 감정이나 평가가 돌변한다. ‘가장 신뢰한다’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분이 상해서 비하하며 ‘저질교사’라고 평한다.
-학교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위원회·교육부 등으로 문제를 비화한다.
-치료비·생활비·위자료·손해배상 등 비합법적 청구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나중엔 상대를 바꿔서 계속 전화한다.
-명백한 협박을 한다.(담임 때문에 내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똑같이 갚아주겠다 등)
-교사 간 불신을 조장한다.
-담임이나 교장에 대한 중상모략.(성추행 당했다, 숨겨둔 애가 있다, 불륜 저질렀다 등)
-자신은 절대적으로 올바르며 주장도 모두 타당하다고 확신한다.
-불만 내용이 피해의식과 망상에 가득 차 있다. (담임이 우리 애만 차별한다, 안 보는 데서 폭력을 휘두른다, 우리 애만 급식이 다르다, 담임이 미행·도청하거나 부모 험담을 퍼뜨리고 다닌다 등)
-‘고소하겠다’ ‘매스컴에 퍼뜨리겠다’ ‘내가 아는 국회의원이 있다’ ‘이미 변호사와 상담 중이고 위자료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아는 언론인에게 벌써 얘기해 놨다’ 등의 표현을 잘 쓴다.
출처:‘몬스터 페어런트의 정체’(야마와키 유키코 지음) 중에서

몬스터 페어런트 

일본의 몬스터 페어런트는 미국의 ‘헬리콥터 페어런트’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헬리콥터 페어런트는 자녀의 학교 주위를 마치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간섭하는 병적인 학부모를 지칭한다.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와 좀더 위협적이고 적대적인 뉘앙스로 변한 게 몬스터 페어런트다. 몬스터 페어런트는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학교에 대한 자기중심적이고 터무니없는 요구와 항의로 발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헬리콥터 페어런트라는 말에는 ‘자녀를 부모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의미가 강한 반면 몬스터 페어런트는 ‘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비합리적인 불만을 터뜨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헬리콥터 페어런트가 사회문제시 된 건 1991년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의 몬스터 페어런트가 회자된 건 1990년대 후반부터이며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자료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14/20081114010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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