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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든 인문이든 글쓰기로 판가름나더라-최재천 교수

마을지기 2011.09.24 07:07 조회 수 : 4807

[리더스 콘서트] "과학이든 인문이든 글쓰기로 판가름나더라"

자연과학·인문학 넘나드는 '統攝의 지식인' 최재천 교수
읽기·쓰기, 내 인생의 황금열쇠… 독서, 단순히 취미로 하지말고 모르는 분야 치열하게 읽어야
신문 꼼꼼히 보는 습관도 중요

"살아보니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결국은 '읽기'고 그다음이 '쓰기'입니다. 과학이든 인문이든 모든 일의 끝은 궁극적으로 글쓰기에서 판가름나고, 잘 쓰려면 역시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독서를 취미로 해선 안 됩니다."

최재천(57)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일갈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취미를 물으면 상당수가 등산 아니면 독서라고 답하지요. 독서를 취미로 한다고요? 그만두세요. 눈만 나빠집니다. 차라리 클럽 가서 춤추세요." 그는 "취미로 독서하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건 '해리포터' 정도일 것"이라며 "진짜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씨름하면서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고 했다.

22일 오후 부산대 본관 대회의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함께 마련한 신문 읽기 순회 특강 '리더스 콘서트'의 하반기 네 번째 강연자로 나선 최 교수는 '내 인생의 골든키, 읽기와 쓰기'를 주제로 열강했다. 부산대 등 대학생들과 주부, 직장인 등 청중 300여명이 100여분간 경청했다.

"양자역학 분야를 처음 읽는다고 칩시다. 한 권 뗐어요.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죠. 그럼 비슷한 책 한 권 더 읽고, 또 한 권 읽다 보면 어느새 책장이 넘어갑니다. 그러다 신문에 그 분야 이야기가 나오면 또 읽고, 그렇게 새로운 분야 하나를 알아가는 겁니다."

22일 부산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리더스 콘서트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독서는 취미로 하면 안 되고 씨름하듯 치열하게 해야 한다”며 기획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최 교수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統攝)'의 지식인. '과학자의 서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등 10권이 넘는 책을 썼다. 자신의 전문인 '통섭'에 대해서 그는 황병기 명인이 첼리스트 장한나에게 덕담한 신문 기사를 인용했다. "우리 옛말이라며 황 선생님이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고 하시더군요. 20세기까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따로 놀았지만 21세기는 여러 학문이 만나고 함께 넓게 파야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는 "우리는 숙제를 잘하는데, 출제는 잘 못하는 격"이라고 했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나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을 보세요. 왜 우리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큰 그림을 구상하는 사람이 적을까요? 스토리를 만들려면 과학도, 인문학도, 생태학도 알아야 하죠. 학문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 잡스와 캐머런 같은 인재가 나타나야 창조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그도 젊은 날엔 방황을 많이 했다. 재수하고도 의예과에 떨어져 동물학과에 2지망으로 들어간 후 바깥으로만 돌았다. "전공보단 인문학·철학 수업을 더 많이 들었다"며 "그 많은 방황의 순간마다 책이 내 옆에 있어줬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했다. "잘못하면 족집게 과외선생이 될 뻔했는데 책 한 권으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서점에서 우연히 프랑스 생물학자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Chance and Necessity)'을 발견했죠. 우연과 필연? 그 순간 '세상 모든 것을 전부 다 설명해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물학자가 쓴 책인데 그 안에 철학이 있더군요. 아, 나 이 학문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대학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독서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한 여학생에게 그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외국에 가면 하루 정도 꼭 빼서 제일 좋은 책방에 갑니다. 심리학 코너에 가서 책 제목을 모조리 훑어보고 흥미로운 거 있으면 빼서 펼쳐봅니다. 그걸 6개월 후에 또 하고, 얼마 뒤 또 하면 그 분야 흐름이 보여요. 어떤 책을 사야 하는지도 눈에 들어오죠. 물론 자기 전공 분야는 이렇게 하면 안 되고 논문을 읽어야죠."

신문 읽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문 두 개를 구독한다는 그는 "어떤 한 분야나 주제를 짜임새 있게 전달하는 기사를 주로 골라서 읽는다"며 "어르신들처럼 신문을 마루에 펼쳐놓고 1면부터 제일 끝면 끝까지 꼼꼼히 읽는 것도 굉장히 좋은 버릇"이라고 했다. "우리 세대는 대학 졸업하고 공부 안 해도 잘 살았지만 여러분은 100세까지 살아야 하니까 평생 직업을 대여섯 번 바꿔야 합니다. 정년제는 없어질 거고 모두 죽기 전까지 일하는 사회로 갈 건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독서가 제일 좋은 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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