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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과학의 본질

마을지기 2009.10.29 06:19 조회 수 : 10088

오피니언

[과학 칼럼] 과학의 본질 [중앙일보]

2009.10.29 00:22 입력

근대 이후 급속도로 발달한 과학과 기술은 우리 인간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풍요와 함께 새로운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과학의 발전 속도는 최근 너무나도 빨라져 과학자들 중에서도 모든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과학 발전의 원동력은 관측과 실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이 경험으로 얻은 사실과 결과들이다. 간혹 사람들이 사실과 이론의 차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와 달리 후자는 바뀔 수 있다. 행성들이 태양을 타원 형태로 돈다는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만유인력의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새로운 관측 결과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던 시점에 상대성이론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바다. 어쩌면 이론은 그 이전까지의 사실들을 설명하는 체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차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굴드가 명쾌한 비유를 해 준 바 있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에 대해 뉴턴의 주장이 맞느냐 아니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맞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사과는 둘 중 어느 것이 맞느냐를 기다렸다가 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우리는 먼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을 세운다. 가설이 이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실험과 관측 결과들이 거기에 부합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확한 관측이라도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관측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한돼 있다. 아무리 지구 내부를 잘 알고자 해도 지구 중심까지 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오차를 고려하고서라도 보편적인 현상과 사실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맞아떨어지던 이론이라도 어느 날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예외가 발견되면 불가피하게 수정되거나 때로는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이처럼 이론은 철저히 그 당시까지 알려진 사실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는 가끔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에게 과학자와 변호사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다. 둘 다 논리적으로 자기의 뜻을 펼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변호사의 경우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증거들을 찾아가는 반면 과학자의 경우 증거를 토대로 결론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과학의 경우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결론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또 설령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문제이더라도 계속적인 증거 찾기 노력을 통해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이로 인해 집단마다 자기 이해에 맞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로 그럴싸한 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이 먼저 한발 물러서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마음을 비우자고 하면서 상대방이 먼저 비우기를 기다렸다가 자신의 생각을 그 빈 곳에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정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앞서 결론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사실들을 끼워 맞추기보다 객관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학자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묵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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