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조직을 개인보다 앞세워… '和' 깨뜨리는 감정표현 금기시
[日국민, 왜 차분한가] 수많은 자연재해에 내성… "통곡하느니 내일을 대비"
'거듭된 자연재해로 재난에 대한 내성(耐性)이 생긴 일본인', '조직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체질화된 국민성'.
이번 대지진 사태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차분하고 질서 있는 방식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가운데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의 문화·역사적 배경을 짚어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자연재해가 일본인들에게 재난에 대한 내성을 길러줬다는 것이 일차적인 분석이다. '일본 문화 읽기', '일본인의 논리구조' 등의 책을 쓴 정형(58) 단국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일본인들은 에도 시대부터 주기적으로 큰 지진을 겪어왔다"면서 "일본인들은 땅을 치고 통곡하느니 마음을 비우고 다음 위기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모든 걸 물에 흘려보낸다'는 일본 속담이 있다"면서 "기왕 일어난 일은 하늘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다는 일본적 사고를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했다.
조직의 안위를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 하는 일본인이 조직의 평형을 깨뜨릴까 봐 감정을 내보이는 것을 억제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화인류학자인 임경택(51) 전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일본인은 남 앞에서 노골적인 감정 표현하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데, 개인적인 감정 표출이 조직의 평형상태인 '화(和)'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금의 일본은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평형(social equilibrium)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이런 팽팽한 긴장이 외부에서 볼 때는 아름다운 질서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 전문가로 일본 사회 분석서 '일본재발견'을 쓴 이우광(59)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2차대전 직후 GDP(국내총생산)가 전쟁 전의 30%로 추락한 상황에서도 일치단결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저력이 있다"면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표현할 만큼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어왔던 일본이지만 단결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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