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103
어제:
316
전체:
1,615,247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홍명보의 통로의 리더십

마을지기 2009.10.14 06:54 조회 수 : 7463

중앙일보  2009.10 . 14.
대학교 3학년 홍명보에겐 ‘우상’이 있었다. 이탈리아 빗장 수비의 간판이었던 프랑코 바레시다. 이유는 하나. 바레시의 “영리한 플레이가 좋아서”였다. 홍명보는 그를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리베로 베켄바우어에 견줬다. 홍명보는 바레시를 ‘축구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았다.

그런 나침반을 안고 홍명보는 달렸다. 결국 명선수가 됐고, 다시 명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유명한 선수도 없었다며? 그런데 어떻게 20세 이하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8강까지 올랐지?” “카메룬전에서 패했을 때는 주전을 5명이나 교체했다며?” “홍명보는 선수 때도 잘하고 감독 때도 잘하네. 비결이 뭐지?” 그래서 궁금해진다. 홍명보 선수가 말한 ‘영리한 플레이’의 핵심이 뭘까. 그 나침반의 정체는 뭘까.

#풍경1 : 2002년 월드컵 때 홍명보 선수에게 누군가 물었다. “히딩크 감독과 국내 감독들의 차이점이 뭔가?”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하프 타임 때 국내 감독들은 부족한 선수를 향해 질타를 한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말이다. 히딩크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개인이 아닌 팀 전체에 대해 지적했다. 그렇게만 해도 국가대표 선수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프 타임 때 질타를 당한 선수는 후반전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풍경2 :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은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선수들에게 존댓말을 썼다. 호칭도 “여러분”이라고 불렀다. 한국 축구계를 아는 사람들은 “충격이자 파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홍명보의 존댓말’에는 깊디 깊은 이유가 있다. 그가 궁극적으로 끄집어내고자 한 건 ‘단순한 존중’이 아니었다. 그 존중 너머에서 꿈틀대는 에너지였다. 강압적 지시에 의한 기계적 움직임이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창조적인 에너지였다.

#풍경3 : 홍명보 감독은 주전과 비주전 간 경계를 허물었다. 청소년대표팀에는 영원한 주전도 없었고, 영원한 비주전도 없었다. 그렇게 ‘홍명보 호’는 경쟁에 대해 열려 있었다. 그건 기회에 대한 열림이었다. 그 기회 앞에서 ‘내 안의 에너지’를 아끼는 선수는 없었다.

리더십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로의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장벽의 리더십’이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뭔가. 구성원이 자기 안의 에너지를 마음껏 끄집어 내고, 마음껏 쓸 수 있게 하는 ‘온전한 통로’가 되는 거다. 그게 바로 통로의 리더십이다. 잠자는 에너지는 깨워주고, 깨어난 에너지는 격려하고, 달리는 에너지엔 길을 터주는 거다. 그런데 오히려 선수들의 에너지를 가두고, 식히고, 짓누른다면 장벽의 리더십이 되고 만다.

홍명보 감독의 나침반은 ‘생각하는 축구’ ‘창조적인 축구’다. 대학생 홍명보가 반했던 바레시의 영리한 플레이, 그 뿌리도 실은 창조성(creativity)이다. 홍 감독의 리더십은 철저하게 그걸 위한 통로다. 그래서 ‘선수 홍명보’ 못지않게 ‘감독 홍명보’가 기대된다.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 이광한 감독-조직 철학 마을지기 2010.06.07 1193
83 미셀 리 교육감-학생을 가르치는 행위는 "예술(art) 만큼 신성하다. " 마을지기 2010.03.10 1249
82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다 마을지기 2010.01.21 1256
81 의사와 교사 마을지기 2013.04.24 1348
80 교단에 설 때 이런 교사가 되게 하여 주소서 마을지기 2013.01.13 1383
79 리더와 권력자의 차이 마을지기 2012.08.20 1821
78 책속의 명언 모음 file 마을지기 2010.06.13 1957
77 공부의 의미 마을지기 2013.02.19 2309
76 '상선약수(上善若水)' 마을지기 2012.07.22 2604
75 CEO 스트레스 관리 10계명....어처구니 없는 일 터지면 스물다섯까지 세어 보라 마을지기 2012.04.03 4401
74 창의와 효율 원한다면 함께 어울리는 공간 마련하되 일은 혼자서 할 수 있게 해야 마을지기 2012.01.25 4504
73 비관적이니까 생존이다-비관론자와 현실론자 마을지기 2011.12.30 4731
72 젊은 부부가 부자 되는 길 마을지기 2011.12.30 4776
71 과학이든 인문이든 글쓰기로 판가름나더라-최재천 교수 마을지기 2011.09.24 4808
70 총론만 늘어놓는 비전문가의 함정 마을지기 2011.08.08 5058
69 슬로건은 콤플렉스다 마을지기 2011.09.17 5080
68 민주주의에 대한 아이젠하워의 말 마을지기 2012.01.10 5274
67 LG경제연 ‘직장 내 화합’ 보고서 마을지기 2011.07.20 5772
66 스티브 잡스가 휼륭한 5가지 마을지기 2011.10.20 5810
65 법이란? 마을지기 2011.12.10 6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