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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커너히의 졸업 축사

마을지기 2015.06.13 20:23 조회 수 : 470

[똑똑한 금요일] 매커너히의 졸업 축사 … 1억5000만원짜리 ‘마지막 수업’

[중앙일보] 입력 2015.06.12 01:51 / 수정 2015.06.12 01:54

그들이 대학 졸업식에 간 이유
대학엔 졸업생 기부 이끌어 내고
학교 이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
연사 30% 연설료 받아 … 명예학위도

                                 
지난달 22일 뉴욕대 졸업식에서 ‘욕설 축사’를 하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 [뉴욕 AP=뉴시스]

“삶은 공정하지 않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희생양이라는 감정의 덫에 빠지지 말라. 여러분은 희생양이 아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그런 감정과 잘 지내라.”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대 졸업식. 지난해 영화 ‘인터스텔라’에 출연한 배우 매슈 매커너히가 축사 연사로 나섰다. 매커너히는 세상이라는 정글로 뛰어드는 졸업생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강조했다. 연설은 훌륭했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곧 논란에 휩싸였다. 휴스턴대가 매커너히에게 연설료 13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와 여행경비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하는 행사가 졸업식이다. 이런 행사에서 연설했다고 돈을 받았으니 논란이 된 건 당연했다. 졸업식장까지 오고 가는 데 드는 실비를 주최 측이 부담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축사 대가로 거액을 주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논쟁이었다.

 연설료를 받은 건 매커너히만이 아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도 매사추세츠주립대 앰허스트 캠퍼스에서 15분가량의 연설료로 2만5000달러를 받았다. 보스턴 글로브는 “매사추세츠주립대의 3개 단과대에서 연사들에게 각각 2만5000~3만5000 달러의 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매커너히 논란은 그가 운영하는 재단에 연설료를 기부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졸업식 연사(演士)가 축사를 하고 거액을 받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타임은 화려한 졸업식 축사의 이면에 있는 경제적 동기를 지적했다. 타임은 “미국 대학은 신입생의 관심을 끌고 졸업생과 동문의 기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졸업식 연사 선정에 공을 들인다”고 보도했다. 학교의 이익을 위해 초청한 연사이기 때문에 연설료를 지급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분석이다. 타임은 “축사 연사의 30%가량은 연설료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돈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축사를 한 연사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줘 구설에 오른 학교도 있다. 지난달 17일 조지워싱턴대 졸업식 축사를 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는 2009년 졸업식 연사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대학 입장에서 언론이나 세간의 주목을 받는 졸업식 축사는 학교의 이름을 알리고 관심을 끄는 홍보 전략의 일환이다. 졸업식 축사로 학교가 알려지면 동문 또는 유력인들로부터 기부금도 유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축사의 대가로 연설료를 지급하거나 명예학위를 주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


 ◆올해의 축사 … “졸업생 여러분, X됐다”=연설료와 학위수여 논란에도 미국 대학의 졸업식 축사는 세간의 시선을 끄는 주요 연례 행사다. 주요 언론이 ‘올해의 축사’를 선정해 보도할 정도다. 졸업생을 비롯한 유명 인사가 졸업식 축사를 하는 건 미국 대학의 오랜 전통이다.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선 젊은이를 향한 격려와 충고·조언으로 가득해 졸업식 축사는 ‘마지막 수업’으로도 불린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졸업생에게는 삶의 좌표를 일러주는 나침반의 역할도 한다. 영어에서 ‘졸업식(Commencement)’이란 단어에 ‘시작’이라는 뜻도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껏 가장 알려진 졸업식 축사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1955~2011)의 2005년 스탠퍼드대 연설이다. ‘갈망하라. 무모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문구로 널리 알려진 이 연설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졸업식 축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에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치인, 영화배우와 감독 등 유명인이 인구에 회자할 만한 빛나는 축사를 남겼다.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세상에 맞서 싸울 만한 단단한 의지와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뉴욕대 예술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여러분, 너희는 X됐다”는 ‘욕설 축사’로 화제에 올랐다. 앞으로 수많은 오디션 등에서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세상과 맞서라는 메시지를 코믹하게 표현했다. 2011년 영화 ‘블랙 스완’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거머쥔 내털리 포트먼은 모교인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자신의 성공이 정당한 노력이 아닌 다른 사람을 속여 얻어졌다는 불안 심리)’을 겪었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상투적인 졸업식 문구의 파도 속에도 위트와 지혜, 진심 어린 충고를 담은 축사가 많았다”고 했다.

 한국 대학의 졸업식 축사는 그동안 총장이나 해당 대학의 교수 등이 해왔다. 경찰대 졸업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매년 축사를 했다. 최근에는 저명 인사가 축사 연사로 나서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12년 김종훈 당시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이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 축사를 했다. 오히려 입학식 축사에 외부 인사가 많이 초청된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3년 모교인 서울대에서 축사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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