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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와 효율 원한다면 함께 어울리는 공간 마련하되 일은 혼자서 할 수 있게 해야[중앙일보] 입력 2012.01.25 00:00

 

귀성과 귀경을 서둘러 마친 까닭에 설 연휴 중 하루는 모처럼 집에서 빈둥거릴 수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흥미로운 글 하나를 발견했다. 미국 작가 수전 케인이 뉴욕 타임스(1월 18일자)에 기고한 ‘신(新)그룹싱크의 부상(The rise of the New Groupthink)’이란 글이다. 꽤 길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여러 명이 그룹으로 일을 할 때보다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일을 할 때 창의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칸막이 없는 개방된 공간에서 여럿이 모여 함께 일을 하는 최근의 ‘그룹싱크’ 조직 문화에 반기(反旗)를 든 글이다.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케인은 몇 가지 실증적 사례를 제시한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티머시 리스터가 92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회사에서 일하는 600여 명의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경력이나 보수보다 조직 문화가 실적에 훨씬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수 수준이 낮고, 평균 경력이 짧더라도 개인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정착된 회사일수록 실적이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탁 트인 공간에 다수가 모여 일을 하는 조직에서는 남의 시선과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업무와 무관한 사회적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됨으로써 평균적으로 실수가 50% 늘어나고, 소요 시간도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집단 토론 방식인 브레인스토밍에 대해서도 케인은 이의를 제기한다. 브레인스토밍은 남에게 의견을 미루고, 동료 압력에 의한 동조 경향을 강화하고, 그룹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느끼는 ‘배척 공포(fear of rejection)’가 창의를 억제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각자 모니터 뒤에 숨어 편안하게 하는 ‘전자식 브레인스토밍’이라면 몰라도 대면(對面) 방식의 브레인스토밍은 문제 해결과 창의력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1975년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스티브 워즈니악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란 이름으로 그걸 사업화했을 뿐이다. 워즈니악은 “일은 팀이 아니라 혼자서 하는 것”이란 말을 남겼다. 피카소는 “고독 없이는 어떤 진지한 작업도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인간은 모순된 존재다.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면서도 프라이버시와 자율을 추구한다. 인간의 이중적 본성을 이해한다면 함께 어울리면서도 일은 혼자서 하는 ‘여럿이 혼자(alone together)’가 최선의 조직 문화일 수 있다. 창의와 효율이 중요한 조직일수록 여럿이 어울려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교 공간과 남 신경 안 쓰고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동시에 갖출 필요가 있다. 올봄 논설위원실을 옮긴다기에 괜히 해본 소리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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