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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힘이다 (34) 글쓰기가 경쟁력<24>

마을지기 2011.04.27 13:38 조회 수 : 5416

언어가 힘이다 (34) 글쓰기가 경쟁력 [중앙일보] 입력 2011.04.27 00:12 / 수정 2011.04.27 08:59

“대책을 안 세워”→“대책을 세우지 않아” … 구어체 그대로 글 쓰면 어색하죠

말로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조리 있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글도 질서 정연하게 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말을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말을 그대로 옮긴다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은 대충 해도 되지만 글의 문장은 말보다 완전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높은 완성도로 세련된 맛을 살릴 수 있다.

배상복 기자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 하지만 말과 글이 같을 수는 없다. 글에서 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표현이 나온다면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어 신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말할 때는 ‘생각 안 한다(→생각하지 않는다)’, ‘숙제를 못 했다(→숙제를 하지 못했다)’ 등처럼 문장 성분의 일부가 생략된 형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근데’ ‘어쩜’ ‘내놨다’ 등처럼 줄임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글에서 이런 구어체적 표현이 나오면 맛이 뚝 떨어진다.

글은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져야 한다. 또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 총체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말로는 표현을 잘 하지만 글이 서투른 것은 말과 글의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과 글의 차이를 터득해야 글쓰기가 빠르게 개선된다. 말하는 것과 똑같은 표현은 글로서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자주 쓰는 구어체적 표현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안 한다, ~못 한다 → ~하지 않는다, ~하지 못한다

예문
  잘못을 인정 안 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수정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예문  언제나 안전하다고는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수정  언제나 안전하다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2. ~을 않겠다, ~를 못했다 → ~을 하지 않겠다, ~를 하지 못했다

예문
  상대와는 더 이상 접촉을 않겠다.

수정  상대와는 더 이상 접촉을 하지 않겠다.

예문  몸이 아파서 숙제를 못 했다.

수정  몸이 아파서 숙제를 하지 못했다.

3. 안 세운, 못 들어가면 → 세우지 않은, 들어가지 못하면

예문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미리 대책을 안 세운 때문이다.

수정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때문이다.

예문  이번에도 못 들어가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수정  이번에도 들어가지 못하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4. 니 → 네

예문
  니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수정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예문  니도 나이 들면 별수 없단다.

수정  너도 나이 들면 별수 없단다.

5. 내놨다, 털어놨다 → 내놓았다, 털어놓았다

예문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수정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예문  황당한 소문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털어놨다.

수정  황당한 소문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6. 자린데, 문제인데 → 자리인데, 문제인데

예문
  중요한 자린데 전문가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

수정  중요한 자리인데 전문가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

예문  안전과 관련한 문젠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정  안전과 관련한 문제인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7. ~거다. ~겁니다 → ~것이다, 것입니다

예문
  무엇보다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다.

수정  무엇보다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문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수정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8. ~걸, ~건지 → ~것을, ~것인지

예문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수정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문  개인적으로 할 건지, 공동으로 할 건지 결정해야 한다.

수정  개인적으로 할 것인지, 공동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9. 우릴, 어쩜, 보담은 → 우리를, 어쩌면, 보다는

예문
  시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수정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예문  어쩜 그리 답답할 수가 있을까.

수정  어쩌면 그리 답답할 수가 있을까.

예문  모순적이라기보담은 상호 보완적이다.

수정  모순적이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이다.

10. 해서, 없어서, 돼서 → 해, 없어, 돼,

예문
  너무 익숙해서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수정  너무 익숙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예문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금융비용이 부담이 돼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수정  기업들이 돈이 없어, 금융비용이 부담이 돼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11. 아랑곳 않고 → 아랑곳하지 않고

예문
  주변의 충고에도 아랑곳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

수정  주변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

12. 일로, 글로 → 이리로, 그리로

예문
  일로 가면 학교가 나올 것이다.

수정  이리로 가면 학교가 나올 것이다.

예문  서울역으로 가려면 글로 가시오.

수정  서울역으로 가려면 그리로 가시오.

13. 관두고, 놔두면 → 고만두고, 놓아두면

예문
  직장을 관두고 여행을 떠났다.

수정  직장을 고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예문  상처를 그대로 놔두면 빨리 낫지 않는다.

수정  상처를 그대로 놓아두면 빨리 낫지 않는다.

14. 넘 좋아 → 너무 좋아 → 정말 좋아

예문
  내가 넘 좋아하는 얼굴이다.

수정  내가 너무 좋아하는 얼굴이다.

수정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얼굴이다.

15. 어케 하란 말이야 → 어떻게 하란 말이야

예문
  그냥 가버리면 도대체 어케 하란 말이야.

수정  그냥 가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


다시 듣는 국어수업 - 문장이 같은 말로 끝나지 않게 하라

무심코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문장이 같은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문장이 같은 말로 끝나면 어색해 보일 뿐 아니라 글을 읽는 맛이 뚝 떨어진다. 써 내려가면서 같은 표현으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다 쓴 뒤에는 문장이 같은 말로 끝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잘 살펴봐야 한다.

‘말했다’ ‘생각한다’ ‘밝혔다’ ‘해야 한다’ ‘것이다’ 등이 주로 문장의 끝에서 반복되는 것들이다. 같은 말로 끝난 것은 내용상 차이가 없는 다른 말로 바꾸어 다양하게 표현하면 된다. 블로그나 트위터 댓글 등 극히 짧은 글에서도 문장이 ‘~요’나 ‘~다’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단조로워 보이고 리듬감이 없으므로 ‘~요’와 ‘~다’를 적당히 섞어 쓰는 것이 좋다.

예문  그는 이 제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철저한 분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설 문장이 모두 ‘말했다’로 끝나 어설프다.

수정  그는 이 제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철저한 분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문  나는 당장의 욕망이 아닌 이성이 수반된 충분한 판단과 감정에 대한 직시를 거친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이 아닌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성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이기에 결혼제도가 생길 수 있었고 이제껏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설 세 문장 모두 ‘생각한다’로 끝났다. 이런 경우 ‘생각한다’는 한 번으로 족하다.

수정  나는 당장의 욕망이 아닌 이성이 수반된 충분한 판단과 감정에 대한 직시를 거친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이 아닌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성의 산물이다. 그런 인간이기에 결혼제도가 생길 수 있었고 이제껏 유지될 수 있었다.

예문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봄인데도 날씨가 무척 덥군요. 들러 주셔서 고마워요.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해설 블로그나 트위트 등의 댓글에서도 짧은 문장이지만 가능하면 같은 말로 끝나지 않게 해야 단조로움을 피하고 리듬감을 살릴 수 있다. 이런 경우 ‘-요’와 ‘-다’를 적절하게 섞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정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봄인데도 날씨가 무척 덥군요.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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