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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힘이다 <26> 글쓰기가 경쟁력<16>

마을지기 2010.08.28 08:47 조회 수 : 7205

주어·목적어·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하면 읽는 사람이 헷갈려요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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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나 목적어 등 문장성분을 지나치게 생략해 의미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문단 안에서는 동일한 주어나 목적어가 이어질 경우 이들을 어느 정도 생략해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문장성분을 생략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대화에서는 주어나 목적어뿐 아니라 주격조사나 목적격조사 등 문장성분을 생략하는 예가 많지만 글의 문장은 완결성을 갖추어야 하므로 지나치게 줄이거나 빼지 말아야 한다.

글=배상복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시·소설·수필 등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글에서는 간결성·압축성 등을 위해 문장 성분의 일부를 생략, 여운을 줌으로써 표현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생략하면 문맥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라도 문장성분을 지나치게 생략하지 말고 완전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주어의 지나친 생략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거나 이해의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 “다녀왔습니다”고 인사하는 아들에게 “많이 늦었네”라고 엄마가 묻는다면 아들은 “예. 늦게 끝나서요”라고 답할 수 있다. 이 경우 무엇이 늦게 끝났는지 주어가 없다. 주어는 학교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다.

뻔한 주어여서 이렇게 얘기해도 무엇이 늦게 끝났는지 상대가 이해한다면 의미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대가 대상을 알지 못한다면 이 자체로는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사항이어서 이해가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어를 생략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가 늦게 끝나서요” “영화가 늦게 끝나서요” 등과 같이 주어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예문 새로 선임된 사장이 7월 중순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설 전체 문장의 주어가 없어 누가 밝혔는지 알기 어렵다.

수정 새로 선임된 사장의 취임식을 7월 중순에 열기로 했다고 회사 측이 밝혔다.

예문 상반기에 이익을 많이 내고 하반기에는 계절적 영향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해설 ‘감소하는’의 대상이 ‘이익’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생략으로 불완전한 문장이 됐다.

수정 상반기에 이익을 많이 내고 하반기에는 계절적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예문 어찌나 길이 막히던지 내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끝난 뒤였다.

해설 서술어 ‘끝난 뒤였다’에 해당하는 주어가 없다. 짐작은 할 수 있지만 ‘행사가’를 넣어야 완전한 문장이 되고 의미가 분명해진다.

수정 어찌나 길이 막히던지 내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행사가 이미 끝난 뒤였다.

2. 목적어의 지나친 생략

블로그에 누가 “요즘 열심히 하고 있어요”란 댓글을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주어와 목적어가 없다. 주어는 글을 남긴 사람이라고 가정해도 무엇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런 경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기가 쉽지 않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인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인지 목적어를 넣어 상대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주변 상황으로 짐작이 가능한 경우에도 목적어를 분명하게 밝혀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문은 따지고 의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문장은 ‘따지고 의심하다’에 해당하는 목적어가 없다. 목적어가 ‘학문’이라는 짐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학문은 그것을 따지고 의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처럼 가급적 목적어를 넣어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예문 우리 모두는 그분을 존경했고 그분 또한 사랑했다.

해설 ‘사랑했다’는 타동사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수반해야 하는데 목적어가 없다. 목적어인 ‘우리를’을 넣어 주어야 한다.

수정 우리 모두는 그분을 존경했고 그분 또한 우리를 사랑했다.

예문 청소년은 이 나라의 주역이 될 기둥이므로 우리는 잘 선도해야 한다.

해설 ‘선도해야 한다’는 서술어에 해당하는 목적어가 없다. ‘청소년’이라는 짐작은 가능하지만 가급적 목적어를 밝혀 적는 것이 좋다.

수정 청소년은 이 나라의 주역이 될 기둥이므로 우리는 그들을 잘 선도해야 한다.

예문 국산품과 수입품의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가급적 애용하도록 하자.

해설 ‘애용하도록 하자’의 대상이 국산품이라는 짐작은 가능하지만 목적어의 생략으로 불완전한 문장이 됐다. 서술어에 해당하는 목적어를 넣어 주는 것이 의미를 분명하게 한다.

수정 국산품과 수입품의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가급적 국산품을 애용하도록 하자.

3. 조사의 지나친 생략

주격조사나 목적격조사는 없어도 의미 전달이 가능한 경우 생략할 수도 있다. 특히 말할 때는 ‘나이 많은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처럼 주격조사나 목적격조사를 생략하고 짧게 표현하는 예가 많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나이가 많은 사람’ ‘공부를 잘하는 사람’처럼 조사를 분명하게 밝혀 적어 온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술격조사인 ‘~이다’를 생략하고 ‘~하는 것’ 등과 같이 명사로 문장을 끝내는 경우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간결성을 살려 여운을 좋게 하거나 글의 멋을 내기 위해 이처럼 ‘~이다’를 생략하는 예가 있으나 가능하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기획서·제안서·보고서·논술문 등 공식적인 글에서는 문장성분을 생략하지 말고 완전한 문장을 구성해야 한다.

예문 성격 꼼꼼하고 책임감 강하지만 아량이 넓지 않다.

해설 주격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해 읽기 불편하다. ‘성격이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으로 하는 것이 낫다.

수정 성격이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아량이 넓지 않다.

예문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인생에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해설 목적격조사인 ‘를’을 넣어 ‘공부를 잘하는’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정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인생에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문 이러한 결과가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해설 서술격 조사인 ‘~이다’를 생략하고 명사로 문장을 끝내 어설프다.

수정 이러한 결과가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4. ‘하지’의 지나친 생략

‘접촉을 않겠다’(→접촉을 하지 않겠다),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등과 같이 ‘~를 하지 않다’ 또는 ‘~를 하지 못하다’ 형태에서 ‘하지’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나 글에서는 완전하게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랑곳 않다’는 표현도 종종 쓰이나 ‘아랑곳하다’가 한 단어이므로 ‘아랑곳하지 않다’고 적어야 한다.

예문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

해설 말할 때는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고 짧게 표현하기도 하나 글을 쓸 때는 완전한 형태인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로 적는 것이 좋다.

수정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예문 실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화와 접촉을 않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해설 ‘접촉을 않겠다’는 ‘접촉을 하지 않겠다’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

수정 실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예문 그는 사업에 실패한 뒤 주위의 충고에도 아랑곳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

해설 ‘아랑곳하다’가 하나의 단어이므로 ‘아랑곳하지 않고’로 해야 한다.

수정 그는 사업에 실패한 뒤 주위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



다시 듣는 국어수업 - ‘~중이다’를 줄여 쓰자

우리말에서는 영어처럼 특별히 진행형이 있는 게 아니다. 상태나 진행을 뜻하는 ‘있다’가 ‘~고 있다’ 형태로 진행형을 대신한다. ‘가다’를 예로 들면 ‘가고 있었다(과거진행)-가고 있다(현재진행)-가고 있겠다(미래진행)’가 된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체계를 무시하고 영어의 ‘~ing’를 공부하면서 배운 ‘~중이다’가 마구 쓰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 중이다” “실질적 혜택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무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행사 참가를 고려 중이다” “실패 원인을 파악 중이다”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기다리는 중이다” “그동안 써 놓은 글의 출판을 생각 중이다” 등과 같이 서술어가 ‘~중이다’ 투성이다.

우리말의 ‘~중’은 ‘영웅 중의 영웅’처럼 ‘~가운데’, ‘수업 중, 공부 중, 그러던 중’처럼 ‘~하는 동안’, ‘임신 중, 수감 중’처럼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등의 뜻으로 쓰일 때 잘 어울리는 말이다. 물론 이런 의미에서 ‘상태’나 ‘~동안’을 나태내는 “수업 중이다” “공부 중이다” “임신 중이다” “식사 중이다” 등의 표현이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은 ‘~하고 있다’가 적절하다. ‘계획 중이다→계획하고 있다’ ‘검토 중이다→검토하고 있다’ ‘추진 중이다→추진하고 있다’ ‘조사 중이다→조사하고 있다’ ‘고려 중이다→고려하고 있다’ ‘출판을 생각 중이다→출판을 생각하고 있다(→출판할 생각이다)’ 등이 정상적인 우리말 표현 방식이다.

‘~중이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계획하는 중이다”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등처럼 영어의 진행형을 더욱 흉내 낸 듯한 표현도 많이 쓰이고 있다. 모두 “계획하고 있다”가 정상적인 말이다. “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와 같이 ‘~중에 있다’는 어설픈 표현도 흔히 사용된다.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가 적절한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는 예문이 나오니 한심한 노릇이다. “차를 기다리고 있다”가 적절한 표현이며, 너그러이 보아줘도 “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정도면 충분하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는 진행이나 상태를 지나치게 강조한 영어식 표현이다. ‘~ing’를 배우면서 ‘~하고 있는 중이다’가 입에 밴 탓이다.

영어의 ‘~ing’를 가르칠 때 무턱대고 ‘~중이다’ ‘~하는 중이다’ ‘~하고 있는 중이다’ 등으로 주입하지 말고 우리말 체계에 맞게 ‘~하고 있다’로 익히게 해야 원천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이미 ‘~중이다’에 익숙한 사람은 글을 쓸 때 가능하면 ‘~하고 있다’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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