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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힘이다 <24> 글쓰기가 경쟁력 ⑭

마을지기 2010.06.17 03:52 조회 수 : 8184

사회

언어가 힘이다 <24> 글쓰기가 경쟁력 ⑭

어려운 한자어 쓴다고 무게 있는 글 되나요? 쉬운 말로 쓰세요

일반적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 문장이 무겁고 딱딱해진다. 풍부한 어휘로 다양한 표현을 해야 하지만 쉬운 단어로 표현이 가능한데도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해 글을 딱딱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읽는 사람을 위한 배려에서도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쩔 수 없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는 경우 뜻을 알기 어렵거나 혼동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괄호를 이용,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자 남용은 거부감을 줄 뿐 아니라 문장의 흐름을 방해하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1. 가능하면 쉬운 단어나 순우리말로

우리말의 약 70%가 한자어라고 한다. 한자어도 우리말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어휘력을 기르고 단어를 다양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한자 공부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읽는 글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면 이해하기 힘들므로 쉬운 말로 바꿔 써야 한다.

어려운 한자어인지 아닌지는 사용 빈도가 높으냐 낮으냐로 따지면 된다. 다소 어렵다고 생각되는 한자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바꿔 쓰면 더욱 좋다.

예문 여러 사람이 일어서서 대동소이한 내용을 중언부언 되풀이해 정말 따분한 시간이었다.

해설 ‘대동소이’는 큰 차이 없이 거의 같다는 뜻이고, ‘중언부언’은 이미 한 말을 자꾸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문장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므로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게 낫다.

수정 여러 사람이 일어서서 거의 같은 얘기를 되풀이해 정말 따분한 시간이었다.


예문 협상 팀은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나왔으나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해설 ‘일체의 언급을 회피했다’는 한자어 표현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순우리말 표현이 쉽고 부드럽다.

수정 협상 팀은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나왔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졌다.


예문 노사는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해설 ‘총력을 경주하다’는 표현보다 쉬운 말인 ‘모든 힘을 쏟다’로 고치는 게 낫다.

수정 노사는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예문 경제주체들이 위기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기조를 수미일관하게 추진해야 한다.

해설 ‘수미일관하게 추진하다’는 쉬운 말인 ‘한결같이 밀고 나가다’로 고칠 수 있다.

수정 경제주체들이 위기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기조를 한결같이 밀고 나가야 한다.


예문 배식구와 퇴식구를 분리해 학생들에게 보다 넓고 쾌적한 식사 공간을 제공했다.

해설 ‘배식구’는 ‘밥(음식)을 내주는 구멍’, ‘퇴식구’는 ‘밥을 먹은 뒤 빈 그릇을 반납하는 구멍’이란 뜻으로, 간략한 용어이긴 하지만 쉽게 와 닿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다. ‘밥 타는 곳’ ‘식기 반납하는 곳’(또는 ‘식기 반납’) 등으로 풀어 쓰는 것이 한글세대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수정 밥 타는 곳과 식기 반납하는 곳을 분리해 학생들에게 보다 넓고 쾌적한 식사 공간을 제공했다.

2. 한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병기

[일러스트=강일구]
어려운 한자어를 항상 쉬운 말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어려운 한자어나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한글만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한자를 병기해 줘야 한다. 한글 표기는 같으나 뜻이 다른 한자어(동음이의어)가 나와 혼동의 우려가 있는 때에도 한자를 넣어야 한다.

그러나 한자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에까지 한자를 병기하면 거부감이 들고 읽기 불편해진다. 더구나 틀린 한자를 집어넣어 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한자를 쓰지 않는 게 좋다.

예문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는 고속철이 완공돼 역사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용산역과 광명역에서 출발하며 이들 역사는 고속철을 위해 새로이 지어진 것이다.

해설 이 경우 세 개의 ‘역사’는 한글 표기는 같으나 각각 뜻이 다른 단어다. 앞의 ‘역사’는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 다음 ‘역사’는 인류 사회의 변천 과정, 마지막 ‘역사’는 역으로 쓰는 건물을 뜻한다. 혼동할 우려가 크므로 한자를 넣어 이해에 도움을 줘야 한다. 아예 쉬운 말로 고쳐 쓰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수정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고속철이 완공돼 역사적(歷史的)인 운행에 들어갔다. 용산역과 광명역에서 출발하며 이들 역사(驛舍)는 고속철을 위해 새로이 지어진 것이다.

수정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는 고속철이 완공돼 역사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용산역과 광명역에서 출발하며 이들 역 건물은 고속철을 위해 새로이 지어진 것이다.


예문 출범 초 ‘친노 정권’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노사 대등주의를 지향하던 참여정부가 지난 6월 철도 파업을 공권력으로 진압한 뒤부터 급격히 ‘반노’로 돌아섰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해설 여기에서의 ‘친노’ ‘반노’는 ‘친노동자적’ ‘반노동자적’이란 뜻으로 친 노무현, 반 노무현을 뜻하는 ‘친노(親盧)’ ‘반노(反盧)’와의 구별을 위해 한자를 넣어야 한다.

수정 출범 초 ‘친노(親勞) 정권’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노사 대등주의를 지향하던 참여정부가 지난 6월 철도 파업을 공권력으로 진압한 뒤부터 급격히 ‘반노(反勞)’로 돌아섰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3. 억지 조어를 사용하지 마라

한자는 뛰어난 조어력을 가지고 있다. 한자를 적당히 조합하면 그럭저럭 뜻이 통하는 새로운 말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끔 신문의 제목에서 상황을 묘사하는 데 쓰이며, 광고에서도 한자 조어를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한자 조어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억지 조어가 문제다. 이상한 말을 만들어 내다 보니 우리말 체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 특히 어린이 등 한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억지 조어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문 ‘이번 상승장 믿어株?’ ‘코리안 돌풍 女길 보세요’ ‘40, 50대 성인 쇼핑몰愛 빠졌다’ ‘떠도는 돈 경매路 몰린다’ ‘선두 SK 성과급 富럽다’ ‘유럽 후궁 문화 꽃피운 性君’ ‘카메라 3D게임 TV까지 多된다’

해설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할 우려가 큰 감각적 제목으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은 것이다. 경박한 장난기를 재치와 감각인 줄 착각한 것으로 일반 글에서는 본받을 필요가 없다.


예문 정리해고 ‘男存女悲’, 주변이 ‘四面秋歌’, 세 사람 ‘同床三夢’

해설 신문 제목에서 사자성어 ‘男尊女卑’ ‘四面楚歌’ ‘同床異夢’을 각각 변형해 쓴 것으로, 이들 단어의 사용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글을 쓰다 보면 이처럼 사자성어를 변형해 멋있는 말을 만들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으나 가급적 피해야 한다.

예문 水준이 다르다!

해설 술 광고 문구에서 물이 다르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준’의 한자는 ‘水準’으로, 한자 표기를 하려면 두 글자 다 해야지 ‘水준’처럼 한 글자만 한자로 표기할 수는 없다. ‘수준’은 일정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어이지 물과 직접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문 연골 生生~, 관절 쌩쌩

해설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의약품 광고다. 힘이나 기운이 왕성하다 또는 생기가 있다는 뜻의 ‘생생’을 한자어로 생각하기 쉬우나 순우리말이다. 따라서 ‘生生’은 잘못된 표현이다. 뜻을 강하게 하기 위해 한자를 끌어다 사용했으나 이 역시 우리말 체계를 혼란시키는 일이다.

예문 이 글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은 논외(論外)로 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논내(論內)로 하겠다.

해설 논술 등 학생들의 글에서 ‘논내’라는 표현이 간혹 나온다. ‘논외’가 있기 때문에 ‘논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없는 말이다. 사전에 없는 말을 만들어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시 듣는 국어 수업 - 조사를 정확하게 사용하라

조사는 그 말과 다른 말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로, 크게 격조사·접속조사·보조사가 있다. “나는 공부한다”에서 ‘는’은 주격조사, “나를 따르라”에서 ‘를’은 목적격 조사다. ‘서울과 부산’ ‘사과며 배’에서 ‘과’와 ‘며’는 접속조사다. 이들은 문장에서 겉으로 드러난 의미 외에 실질적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별문제가 안 된다. 보조사가 문제다.

보조사는 문법적 구실보다는 단어의 섬세한 의미를 전달하는 조사다.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섬세한 뉘앙스를 간단하고도 함축적으로 표현해 내는 구실을 한다. 보조사는 아무 단어에나 자유로이 붙을 수 있으며 다른 보조사와 결합해 보다 넓고 섬세한 의미로 확장되기도 한다.

보조사는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므로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섬세하고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보조사의 쓰임새를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한다. 또 어법과 문맥에 맞게 적절한 보조사를 선택해 써야 한다. 보조사에는 ‘은’ ‘는’ ‘도’ ‘만’ ‘까지’ ‘마저’ ‘조차’ ‘부터’ 등이 있다.

예문 공부를 잘한다: 단순히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만 나타냄.

공부는 잘한다: 다른 것은 못하지만 공부 하나는 잘한다는 의미를 내포.

공부도 잘한다: 다른 것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의미를 가짐.


예문 공부를 잘했지만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다.

해설 ‘공부를’보다 ‘공부는’으로 표현해야 내용이 강조된다.

수정 공부는 잘했지만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다.


예문 공부를 잘했지만 다른 면에서도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해설 똑같이 잘했다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공부를’을 ‘공부도’로 하는 것이 낫다.

수정 공부도 잘했지만 다른 면에서도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예문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다.

해설 ‘생각할 수가’보다 ‘생각할 수조차’가 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임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수정 그녀와 헤어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예문 막내도 출가시키고 나니 몹시 허전하다.

해설 하나 남은 마지막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막내도’보다 ‘막내마저’가 적당하다.

수정 막내마저 출가시키고 나니 몹시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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