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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힘이다 <13> 글쓰기가 경쟁력 ③ [중앙일보]

마을지기 2009.12.02 19:47 조회 수 : 5397

언어가 힘이다 <13> 글쓰기가 경쟁력 ③ [중앙일보]

글의 생명은 화려함이 아니다.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요즘은 쉽고 재미있으며 짧아야 읽는 사람이 좋아한다.

한 문장 60자 넘지 않게, 수식어 적게, 이해하기 쉽게 써야 좋은 글

 
 
 
 
 
 
글을 잘 쓰려면 문장력을 길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훌륭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고 문장력이 없으면 이를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없다. 문장력이 있는 사람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굴러가고, 읽는 사람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쏙쏙 와 닿는다. 읽은 뒤의 여운도 좋다. 그러나 문장력이 없는 사람의 글은 몇 줄을 읽어 내려가기 힘들다. 같은 표현이 반복돼 지루하게 느껴지고,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읽어 봐야 하는 등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는 결국 문장력에 달려 있다.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말은 대충 해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글은 말과 달라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어야만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된다. 적절한 단어로 하나의 완결된 문장 구조를 이루어야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말을 잘 하는 사람도 글쓰기에는 미숙한 것은 말과 글의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할 때는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불필요한 어휘를 사용하기도 한다.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글에서 이처럼 불필요한 어휘가 나오거나 복잡하게 표현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글로서의 가치가 없다. 군더더기가 많거나 복잡한 글은 경제성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은 문장을 만드는 첫 번째 비결이다.

① 군더더기 없애기  ~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다

 
글에서 군더더기란 없어도 되는 표현을 말한다.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 것을 뜻하는 사족(蛇足)과 같은 것이다. ‘~이다’를 ‘~라 하지 않을 수 없다’로 하거나 ‘~해’를 ‘~하는 과정을 통해’라고 하는 등 아무 의미 없이 글을 늘어지게 함으로써 볼품없이 만들고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군더더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글 쓰는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좋은 문장일수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예문]우리의 학교 교육은 지식이나 기술을 주입하는 것에 치우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인간이 지닌 자질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전인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설]‘~을 부인할 수 없으며’와 ‘~고 볼 수 있다’는 표현이 문장을 늘어지게 한다. ‘치우쳐 있으며’ ‘못하고 있다’로 단정적으로 써야 문장이 깔끔해지고 주장이 분명해진다.

[수정]우리의 학교 교육은 지식이나 기술을 주입하는 것에 치우쳐 있으며, 인간이 지닌 자질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전인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② 수식어 절제  ‘아주’ ‘상당히’ 남발하면 산만해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아주’ ‘상당히’ ‘많은’ 등 수식어를 마구 덧붙이는 경향이 있으나 수식어가 많으면 문장이 늘어지고 읽기 불편해진다. 문맥이나 글의 전체적 내용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야지 수식어를 많이 붙인다고 의미가 뚜렷해지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수식어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야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

수식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산만해져 글의 명료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말하는 것과 비슷해져 세련된 맛이 없어지기도 한다. 개인적 가치판단이나 감정이 개입된 수식어가 사용됨으로써 객관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러 개의 수식어가 한꺼번에 나열되거나 긴 수식어가 올 때는 따로 떼어내 별도의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 

[예문]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의 연인이 세상의 다른 어느 누구보다 멋있게 보이고 그가 하는 행동·말 등 모든 것이 정말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해설]의미를 강하게 하려는 의도로 수식어 ‘다른’과 ‘정말로’를 넣었지만 실제로는 말을 늘어지게 함으로써 간결성을 떨어뜨리고 세련된 맛을 없앤다.

[수정]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의 연인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멋있게 보이고 그가 하는 행동·말 등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③ 이해 잘 되게  거창하게 쓰면 무슨 뜻인지 몰라

쉽고도 간단하게 쓸 수 있는 내용을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글은 무게 있게 써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어려운 용어를 골라 쓰거나 단순한 내용을 장황하게 부풀려 쓰는 사람도 있다. 자기 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는 사람의 능력과 노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끔 쉬운 말로 간결하게 써야 한다.

특히 일상적인 글을 작성할 때는 어려운 용어와 그럴듯한 표현으로 품위 있고 거창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일상에서 쓰는 쉬운 말로 간결하게 작성해야 자기 생각을 정확하고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나 보고서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으므로 쉽고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예문]욕망의 상품화라는 필연성과 여성에 대한 처절한 폭력을 근절한다는 가능성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절제와 감춰진 용기밖에 없다.

[해설]‘욕망의 상품화’ ‘필연성’ ‘가능성’ ‘가능성의 관계’ ‘가능성을 현실화’ 등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처럼 어렵고 복잡하게 글을 써서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공감을 얻기 힘들다. 가능한 한 쉬운 말로 간결하게 써야 한다.

[수정]성의 상품화라는 필연성에 비해 여성에 대한 처절한 폭력을 근절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이러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절제와 감춰진 용기가 필요하다.

④ 문장은 짧게   호흡에 맞는 길이로 한 가지 내용만 담자

문장이 길어서 좋은 점은 거의 없다. 길면 구성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너저분해지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아무리 잘 짜인 문장이라 하더라도 길면 사람의 호흡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읽어 내려가기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한 문장은 딱히 몇 자가 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30~50자가 적당하며, 길어도 60자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자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경우 세 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 그렇다고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단조로우므로 길이에 적당히 변화를 주면서 리듬감 있게 써 내려가야 한다.

[예문]많은 수험생이 전공과 대학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인기학과나 소위 명문 대학을 중시해 진학하는 경향이 짙으며,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학과 선호도가 분명해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전공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례가 많다.

[해설]이처럼 문장이 길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 힘들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 읽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 수고를 끼칠 수 있다. 적당한 길이로 끊어 메시지를 나누어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정]많은 수험생이 전공과 대학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인기학과나 소위 명문 대학을 중시해 진학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학과 선호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전공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례가 많다.


다시 듣는 국어 수업 - 오늘날 명문의 조건

쉽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문장은 꼭 명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글 쓰는 일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옛날 얘기다. 오늘날 명문이란 멋진 단어나 미사여구를 아로새긴 문장이 아니다.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고,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글이 현대의 명문이다. 쉽고 재미있는 글이 아니면 요즘 세대는 아예 읽으려 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글을 쓴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글은 지식과 감정의 전달이므로 읽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우선이다.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읽는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작성해야 한다. 지나치게 어렵게 작성해 다 읽고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그 글은 쓰나 마나다. 도중에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글이나 읽히지 않는 글은 무의미하다. 굳이 미사여구를 동원해 미문을 쓰거나 어려운 단어를 들이대면서 어렵게 쓸 필요가 없어졌다.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논문 등 전문가들의 글이나 직장의 보고서 등도 쉽게 풀어 쓰는 추세다.

요즘 글은 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글이 오늘날 명문의 한 요소다. 모든 글이 재미가 있을 수는 없지만 요즘은 재미가 없으면 잘 읽으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흥미로운 내용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자기와 관련이 있거나 꼭 필요한 내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글이라면 몰라도 대부분은 읽다가 별 재미가 없으면 도중에 그만둔다.

가능하면 짧아야 한다

가능하면 짧게 쓰는 것이 좋다. 요즘은 글을 읽기 전에 전체 분량이 얼마인지를 보고 읽는 습성이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정도의 양이면 흔쾌히 읽어 보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긴 글은 잘 읽으려 하지 않는다. 속도의 시대, 축약의 시대에 긴 글은 맞지 않는다. 긴 글은 읽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예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글도 그렇지만 기획서나 보고서 등 공식 서류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짧게 써서 제출해야 읽는 사람이 좋아한다. 어쩔 수 없이 길어지는 경우 주요 내용을 간추려 앞에 내세우거나 따로 요약본을 만들어 보여 주는 것이 윗사람의 입맛을 맞추는 길이다. 사실 기획서나 보고서는 결론이 중요하므로 그 밖의 내용은 꼭 읽어봐야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거나 궁금한 사람만 읽어 보면 된다.

읽는 사람의 인내심이나 가벼움을 탓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고 정서인데 어찌하랴. 아무리 공을 들여 길게 써 봐야 읽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다. 특히 블로그 등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1000자 또는 1500자 정도가 적당하다. e-메일도 짧을수록 좋다. 자기 생각을 간단명료하게 글로 옮겨야지 주절주절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짧게 쓰는 것이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