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125
어제:
422
전체:
1,613,928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언어가 힘이다 <16> 글쓰기가 경쟁력 ⑥ [중앙일보]

마을지기 2009.12.02 19:51 조회 수 : 5839

언어가 힘이다 <16> 글쓰기가 경쟁력 ⑥ [중앙일보]

2009.10.28 00:10 입력

마련되어져야 한다? … 피동·이중피동 표현은 어색하고 힘이 없다

관련핫이슈

요즘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피동문이 늘었다는 점이다. 영어의 영향을 받아 피동형 문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는 동사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능동문과 피동문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데 익숙해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피동형을 쓰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또 행위의 주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뜻이 모호해지고 전체적으로 글의 힘이 떨어진다.

배상복 기자

일러스트 강일구
가급적 능동형으로

피동문이란 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을 말한다.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없는 무생물(무정물)을 주어로 한다. 우리말에서도 이 같은 피동형이 쓰이기는 하나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우리말 동사 자체에 피동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얘기할 때는 대부분 행위의 주체를 주어로 삼아 말하므로 문장도 능동형으로 써야 자연스럽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에서 보듯 피동형으로 문장을 쓰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글의 힘이 떨어진다. 또 피동형 문장은 주체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읽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다. 불가피하거나 완곡하게 표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능동형으로 쓰는 것이 좋다.

[예문]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 수급이 적절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해설] ‘조절되어야 한다’는 피동 표현보다 ‘조절해야 한다’는

능동 표현이 자연스럽고 힘이 있다.

[수정]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 수급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예문] 고득점 재수생이 선호하는 의예·한의예과 등은 재학생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해설] ‘선택이 요구된다’는 피동문으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선택해야 한다’는 능동 표현으로 바꾸어야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수정] 고득점 재수생이 선호하는 의예·한의예과 등은 재학생

들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예문] 인간에 의해 초래된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로 자연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다.

[해설] ‘~에 의해 ~되다’ 는 영어식 관용구(be동사+과거분사+by~)를 그대로 옮긴 듯한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경우 ‘~에 의해’를 쓰면 피동이 될 수밖에 없다.

[수정] 인간이 초래한 생태계의 인위적 변화로 자연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다.

[예문] 우승자에게는 1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준우승자에게는 5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해설] ‘주다’의 피동형인 ‘주어지다’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주다’ ‘받다’는 표현으로 충분하나 영어식 피동 표현인 ‘주어지다(be given)’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정] 우승자에게는 100만 원의 상금을, 준우승자에게는 50만 원의 상금을 준다.

[예문] 시험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 물의가 빚어진 바 있다.

[해설] ‘물의를 빚다’ ‘물의를 일으키다’는 자연스럽지만 피동형인 ‘물의가 빚어지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말썽이 빚어지다’도 마찬가지다.

[수정] 시험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중피동을 피하라

근래 들어서는 이중피동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중피동이란 피동을 겹쳐 쓰는 것을 말한다. ‘부르다’를 예로 들면 피동인 ‘불리다’에 피동을 만드는 접미사 ‘-지다’를 덧붙여 ‘불려지다’로 쓰는 것을 가리킨다. ‘보여지다’ ‘모여지다’ ‘되어지다’ ‘쓰여지다’ ‘짜여지다’ ‘바뀌어지다’ 등도 피동에 불필요하게 ‘-지다’를 덧붙인 형태다.

피동의 뜻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나 무의미하게 피동을 겹쳐 쓰는 것이다.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피동형 문장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마당에 한 발 더 나아가 이중피동을 마구 사용한다면 좋은 글로 평가받기 어렵다. 가급적 피동형 문장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중피동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문] 모여진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여

질 것으로 보여진다.

[해설] ‘모여진’ ‘쓰여질’ ‘보여진다’는 모두 이중피동이다.

[수정] 모인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예문] 한국이 동북아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해설] ‘마련되어져야’는 이중피동이며, 능동인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가 자연스럽다.

[수정] 한국이 동북아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예문]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정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어져야 한다.

[해설] ‘수립되어져야’는 이중피동이며, 능동인 ‘수립해야 한다’가 글의 힘을 더한다.

[수정]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예문] 미래를 지향하는 국가 운영의 마스터플랜이 새로 짜여져야 한다.

[해설] ‘짜여져야’는 이중피동이다. 능동인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한다’로 고치는 게 낫다.

[수정] 미래를 지향하는 국가 운영의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한다.

[예문] 당국에 의해 자연이 훼손되어지는 무분별한 녹지개발 사업이 되풀이되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해설] ‘훼손되어지는’ ‘되풀이되어져서는’은 이중피동이다. 전체적으로도 피동 표현으로 문장이 어색하고, 글의 힘이 떨어진다.

[수정] 당국은 자연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녹지개발 사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듣는 국어 수업-구별해 써야 할 말

일절·일체

일절(一切)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그는 일절 연락을 끊었다’ ‘일절 간섭하지 마라’ ‘출입을 일절 금합니다’ 등처럼 부정적인 내용과 어울려 쓰인다. 일체(一切)는 ‘모든 것’ 또는 ‘모두 다’를 뜻하며, ‘일체의 책임을 지다’ ‘재산 일체를 기부하다’ ‘지나간 일은 일체 털어 버리자’ 등과 같이 사용된다. 한자는 같으면서도 ‘일절’과 ‘일체’로 차이가 나는 것은 ‘切’이(가) ‘끊을 절’ ‘모두 체’의 두 가지 뜻으로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예문] 안주 일절, 외상 일체 사절!

[수정] 안주 일체, 외상 일절 사절!

부문·부분

문화·예술·학술 분야 등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분류해 놓은 것은 ‘부분’이 아니라 ‘부문’이다. ‘부분’은 전체를 이루는 작은 범위를 뜻한다.

[예문]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작품상 등 최다 부분을 수상했다.

[수정]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작품상 등 최다 부문을 수상했다.

조종·조정

조정(調整)은 알맞게 정돈할 때, 조종(操縱)은 기계를 다루거나 어떤 것을 자기 의도대로 쥐락펴락할 때 쓰인다. ‘시세조종’ ‘배후조종’ 등 좋지 않은 일에는 ‘조종’을 쓴다.

[예문] 검찰은 시세조정 혐의로 증권사 직원 4명을 구속했다.

[수정]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로 증권사 직원 4명을 구속했다.

운영·운용

운영(運營)은 조직이나 기구·사업체 등을 경영하는 것이며, 운용(運用)은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리는 것이다. 정책·제도·법·인력 등에는 ‘운용’이 어울린다.

[예문] 경제정책 운영이 일관성이 없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수정] 경제정책 운용이 일관성이 없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시험·실험

시험(試驗)은 주로 행위를 뜻하는 명사 앞에 붙어 시험 삼아 무엇을 해 볼 때 쓰인다. 실험(實驗)은 행위를 뜻하지 않는 명사 앞에 붙어 과학 부문에서 어떤 현상을 조사·관찰하거나 새로운 방법·형식을 사용해 볼 때 사용된다.

시험운전, 시험발사, 시험조업, 시험비행, 시험결혼, 시험갈이, 시험매매

실험과학, 실험극장, 실험동물, 실험소설, 실험학교, 발사실험, 화학실험

[예문]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발사했다.

[수정]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결제·결재

결재(決裁)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해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것이다. 결제(決濟)는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이다.

[예문] 카드를 결재하지 못해 사용이 정지됐다.

[수정] 카드를 결제하지 못해 사용이 정지됐다.

참석·참가·참여

‘참석’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모임이나 회의에 함께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행사·대회 등 규모가 큰 것에는 ‘참가’가 어울린다. ‘참여'는 ‘현실 참여’ '경영 참여’ 등처럼 어떤 일에 끼어들어 관계하는 것으로, 추상적인 형태의 활동까지 포함한다.

[예문] 이번 행사에는 2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석했다.

[수정] 이번 행사에는 200여 명의 예술가가 참가했다.

차선·차로

차선(車線)은 자동차 도로에 그어 놓은 선이며, ‘차선을 지키다’ ‘차선을 침범하다’ 등과 같이 쓰인다. 차로(車路)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좌측 차로로 무리하게 끼어들다’에서처럼 사용된다.

[예문] 이 구간에서는 오전 7시부터 전용차선제가 실시된다.

[수정] 이 구간에서는 오전 7시부터 전용차로제가 실시된다.

주인공·장본인

장본인(張本人)은 부정적인 곳에, 주인공(主人公)은 긍정적인 곳에 잘 어울린다.

[예문] 행운의 장본인이 누구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수정]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당사자·주역

당사자(當事者)는 ‘어떤 일이나 사건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 사람’이란 뜻이며, ‘당사자 이외 출입 금지’ ‘당사자가 처리해야 할 문제’ ‘피해 당사자’ 등과 같이 쓰인다. 주역(主役)은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사건 해결의 주역들’ ‘그는 팀이 우승하는 데 주역이 되었다’ 등에서처럼 사용된다.

[예문] 그는 이번 사건을 해결한 당사자다.

[수정] 그는 이번 사건을 해결한 주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