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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힘이다 <21> 글쓰기가 경쟁력 ⑪

마을지기 2010.03.11 23:09 조회 수 : 6227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글의 격이 달라진다. 특히 상투적인 표현이 나오면 글의 맛이 뚝 떨어진다. 상투적인 표현이란 판에 박은 듯한 말투나 흔해 빠진 표현을 말한다. 옛날부터 늘 써 온 표현으로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말을 가리킨다. 이런 것은 자주 들어 온 말이라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또 자기 생각 없이 누구나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늘어놓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글=배상복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상투적 표현 피하세요, 글 늘어지고 읽는 맛 뚝 떨어집니다

‘~라 아니할 수 없다’ 같은 낡고 낡은 표현


‘~를 연출했다’ ‘~라 아니할 수 없다’ ‘~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가 주목된다’ 등이 대표적으로 쓰이는 상투적 표현이다. 이런 표현은 너도 나도 너무나 자주 쓰기 때문에 신선감이나 독창성이 없어 진부하게 들리기 쉽다. 또 글을 늘어지게 함으로써 읽는 사람을 싫증나게 만든다.

[예문]

솔직한 대화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정]

솔직한 대화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예문]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은 안이한 행정의 표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수정]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은 안이한 행정의 표본이다.

[예문]

월드컵 4강 신화는 우리 자신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정]

월드컵 4강 신화는 우리 자신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쾌거다.

‘~에 다름 아니다’ 따위의 번역투 표현

일러스트=강일구
상투적 표현 가운데는 외국어의 서술 방식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것도 적지 않다. ‘~에 다름 아니다’ ‘~을 요한다’ ‘~에 가름한다’ ‘~에 값한다’ ‘~에 틀림없다’ 등은 일본식 표현일 뿐 아니라 말을 늘어뜨려 읽는 맛을 없앤다. ‘~을 필요로 한다’ ‘~이 요구된다’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도 영어식 표현에서 온 고리타분한 말이다.

[예문]

구조조정이란 그럴싸한 말에 감춰진 또 다른 의미의 대량해고에 다름 아니다.

[수정]

구조조정이란 그럴싸한 말에 감춰진 또 다른 의미의 대량해고나 다름없다.

[수정]

구조조정이란 그럴싸한 말에 감춰진 또 다른 의미의 대량해고다.

[예문]

이 영화는 한국 영상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에 값한다.

[수정]

이 영화는 한국 영상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예문]

남보다 앞선 투자로 경쟁자들에게 추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필요로 한다.

[수정]

남보다 앞선 투자로 경쟁자들에게 추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하였다’ 등 진부한 느낌의 문어체 표현

‘~하여’ ‘~하였다’ 또는 ‘~되어’ ‘~되었다’ 등 말로는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 문어체적 표현도 글을 늘어뜨리고 진부한 느낌을 준다. 법률·공문서·논문 등이 대부분 이런 투로 작성돼 있다. 일반 글에서도 이 같은 표현을 즐겨 쓰는 사람이 많다. 글에 무게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나 시대에 뒤떨어진 표현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형태인 ‘~해’ ‘~했다’, ‘~돼’ ‘~됐다’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

현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지를 논의하였다.

[수정]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논의했다.

[예문]

피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 되었다.

[수정]

피고의 상고가 기각돼 항소심 판결이 확정 됐다.

[예문]

이달 매출은 지난달에 비해 다소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두 자릿 수 증가세를 유지하였다.

[수정]

이달 매출은 지난달에 비해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두 자릿 수 증가세를 유지했다.

‘~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같은 글머리 표현

글의 첫머리에서 자주 나오는 ‘~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에 대해 고찰해 보자’ ‘~에 대해 서술하겠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등의 표현도 진부해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을 떨어뜨린다. 글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서두에서 틀에 박힌 표현이 나오면 읽는 이가 싫증을 내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이런 표현 없이 다음 문장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예문]

가정은 사회를 존속케 하는 기본 단위로 따뜻한 보금자리로서 안식처 기능을 하며, 유년기에 기본적 인성을 형성시키는 기능을 한다.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예문]

영어 조기교육이 유치원생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조기에 영어를 가르치면 국어 교육이 부실해진다는 등 반대도 만만치 않다. 조기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서술하겠다.

‘~것이다’처럼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

‘~것이다’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글의 내용을 강조하거나 무게를 주는 것으로 생각해 마구 쓰다 보니 입버릇처럼 몸에 뱄기 때문이다. ‘~것이다’가 어쩔 수 없이 쓰일 때가 있지만 불필요하게 사용하면 글이 늘어지고 어설퍼 보인다. 따라서 내용상 꼭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 한다. ‘~한다’ ‘~된다’ ‘있다’ 등으로 끝내도 될 자리에서는 ‘~것이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문]

‘사오정’ ‘오륙도’ 등의 말은 직장인들의 고용환경이 얼마나 불안한가를 대변해 주는 씁쓸한 유행어라 할 것이다.

[수정]

‘사오정’ ‘오륙도’ 등의 말은 직장인들의 고용환경이 얼마나 불안한가를 대변해 주는 씁쓸한 유행어다.

[예문]

수출입 기업들은 위안화의 평가절상 여부나 절상 폭이 어떻든지 사전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수정]

수출입 기업들은 위안화의 평가절상 여부나 절상 폭이 어떻든지 사전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다시 듣는 국어 수업 - ‘의’를 줄여 써라

우리말에선 원래 조사 ‘~의’가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가리키는 ‘나, 너, 저’를 예로 들면 조사 ‘ㅣ’가 붙어 ‘내, 네, 제’로만 사용됐다고 한다. ‘내 사랑’ ‘네 물건’ ‘제 자식’ 등 현재도 그대로 쓰이고 있는 형태다.

‘~의’가 붙은 ‘나의, 너의, 저의’ 형태는 조선 후기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개화기에는 흔히 쓰이게 됐다고 한다. 이는 일본어에서 여러 가지 문장성분으로 두루 쓰이는 조사 ‘の’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침실로’(이상화의 시), ‘나의 살던 고향’(이원수의 ‘고향의 봄’ 중)에서 ‘나의 침실’은 ‘내 침실’, ‘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 살던 고향’이 이전부터 내려온 우리말 어법이다.

일본어에선 또 명사를 나열할 때 반드시 우리의 ‘의’에 해당하는 ‘노(の)’를 집어넣는다. 그러나 우리말에선 ‘의’가 없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절제해야 한다. ‘의’가 많으면 읽기 불편하고 쓸데없이 문장이 늘어짐으로써 간결한 맛이 떨어진다.

일본어에선 ‘~과의’ ‘~와의’ ‘~에의’ ‘~에서의’ ‘~에로의’ 등처럼 부사어에도 ‘의’를 마구 붙이는 습성이 있다. 이들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우리도 흔히 사용하고 있으나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식 표현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문]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해야 한다.

[수정]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개발해야 한다.

[예문]

국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수정]

국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예문]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나라가 곧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 믿고 있다.

[수정]

대부분 사람은 우리나라가 곧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 믿고 있다.

[예문]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보다 해결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수정]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해결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예문]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다른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정]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다른 유통업체와 벌이는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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