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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안 되는 SW시범학교 “컴퓨터 없어 칠판 수업”

[중앙일보] 입력 2016.10.05 02:10   수정 2016.10.05 03:00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상> 한 발 늦은 공교육
#강원도 원주의 한 여자중학교. 올해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엔 컴퓨터실이 없다. 2018년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공교육 도입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보라고 정한 학교인데도 그렇다. 교육당국에서 올해 12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기자재를 살 수 있는 돈은 그중 30%(360만원)로 제한돼 있다. 컴퓨터 서너 대 사면 없다. 시범 수업을 맡은 임모(42) 교사는 “컴퓨터 없이도 가능한 사고력 증진 수업 위주로 일단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컴퓨터로 구현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 시범 실시 현장 가보니
“블루투스 연결해야 하는 로봇실험
자꾸 멈추니 학생들이 집중하겠나”
정부 컴퓨터 지원금은 360만원뿐

한 달 1시간뿐인 코딩 수업 왜
교과과정 개편 때 실과 교수들 주도
“자기 수업 줄까봐 코딩수업 확 줄여”
SW교육 해본 교사는 4.7% 불과

#지난해 가을 마무리된 2018년 초등학교 실과 교과과정 개편 작업. 초등학교에서 시작되는 코딩 교육이 처음으로 반영되는 중요한 작업이었지만 정작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수는 개편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큰 틀의 교육 범위를 정하는 1차 교과과정 개편 작업엔 전공 교수가 참여했지만 구체적인 수업 내용을 결정하는 2차 개편 작업에선 해당 교수가 빠진 채 논의가 진행됐다. 실과를 전공한 교수들이 모여 코딩 교육 내용을 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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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영리 코딩 교육 단체인 코드클럽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 코드클럽]

컴퓨터교육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초·중학교에서 코딩 수업 시간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실과·기술 수업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양쪽 교사들 사이에 알력이 심했다”며 “코딩 공교육의 수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교과과정 개편이 파행적으로 흘러간 것 모두 밥그릇 싸움의 결과”라고 전했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은 코딩 공교육. 하지만 “이조차 제대로 시행될 것 같지 않다”는 게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다. 2018년 공교육 도입을 앞두고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돼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10여 곳의 학교를 취재한 결과 곳곳에서 고충이 터져나왔다. 현장 교사들은 부족한 수업 시수(時數)와 열악한 컴퓨터실 환경, 전문성 있는 교사의 부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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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 수박 겉핥기식 교육만 하게 된다”는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나왔다. 2018년 공교육이 시작돼도 초등학생은 5~6학년 2년간 17시간, 중학생은 1~3년간 34시간 코딩을 배우게 된다. 한 달에 1시간 남짓이다. 만 5세부터 매주 1시간씩 코딩을 가르치는 영국은 물론 중학교 3년 과정 동안 70시간 교육을 의무화한 중국이나 중학교에서 55시간, 고등학교에서 70시간 동안 컴퓨터를 배우는 일본보다 훨씬 적다. 올 9월 공교육에 코딩 수업을 도입한 프랑스는 초등학생에겐 78시간, 중학생에겐 매주 최소 1시간 반 코딩을 가르친다.

이렇게 수업 시수가 적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코딩 교육이 강조하는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쌓기는커녕 기초 코딩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도 짧은 시간이란 지적이다. 한선관 경인교대 미래연구소장은 “2년간 17시간이란 시수는 실질적인 교육보단 이런 게 있단 걸 소개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조금씩 코딩 기초를 닦아나간 해외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를 활용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열악한 컴퓨터실 환경도 수업에 큰 걸림돌이다.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데도 간단한 프로그램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낡은 컴퓨터를 보유했거나 보안 등의 이유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무선 인터넷 시설이 없어 블루투스로 로봇을 조종했다. 로봇이 자꾸 멈추니까 아이들이 시시하다며 수업에 집중하질 못하더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생이 컴퓨터실을 돌려쓰니 늘 컴퓨터실이 부족하다”며 “10시간 수업을 하면 1, 2시간만 컴퓨터를 활용하고 대부분의 수업은 컴퓨터 없이 하는 사고력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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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확보도 비상이다. 지난해 교육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중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이는 4.7%뿐이다. 나머지 교사들은 15시간 안팎의 연수를 받고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 한 50대 초등학교 교사는 “컴퓨터 문서 작업도 버거운 나이인데 코딩을 가르치라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관련 기사
① 한국 6학년 코딩 처음 배울 때 영국 6학년 앱 만든다
② 코딩 학원 보름에 640만원…“SW 공교육 2배로 늘려야”


중학교의 경우 정보·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사가 따로 있지만 전국 2934곳 학교에 1217명으로 학교당 0.4명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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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코딩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계에 코딩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교육이 도입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로 보고 교육 시간과 예산을 늘려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코딩 교육’이란 표현엔 컴퓨터적 사고능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가르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이를 ‘소프트웨어 교육’이라 부르지만 워드·엑셀 등의 사용법을 가르치던 ‘소프트웨어 활용 교육’과 혼동될 여지 등을 감안해 본지는 코딩 교육으로 기재하기로 했다.

김경미·백민경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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