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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퓰리처상…그 사진기자가 카메라 안 들고 다니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10.23 14:43

업데이트 2022.10.23 15:50

김경훈 로이터 일본지국 사진기자. 평소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카메라 없이 등장했다. 사진을 꼭 찍어야 할 경우에는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경훈 로이터 일본지국 사진기자. 평소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카메라 없이 등장했다. 사진을 꼭 찍어야 할 경우에는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카메라를 잘 안 가지고 다닙니다."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로이터 사진기자는 평소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느라 앞사람과의 대화를 자꾸 끊게 되는 게 미안해서라고 했다.

지난 12일 만난 김경훈(48) 로이터 일본지국 기자는 2018년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을 떠나는 카라반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2019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가 최근 출간한  에세이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다산초당)는 기억에 남는 취재기와 사진 찍을 때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 이후 사진에 관한 일반론 책은 두 권 냈지만, 자신의 사진과 생각을 풀어낸 건 처음이다. 그는 "재난이 발생하면 전 세계로 출장 다니는 삶을 살았는데, 코로나19로 출장이 막혀 일본에만 있었기 때문에 내 사진을 들여다보고 고르고, 내 생각을 쓸 시간이 생긴 덕"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발 묶인 3년… 재난 취재 대신 소외된 전통 담았다

김경훈 기자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7월 찍은 일본 80대 원로 게이샤 이쿠코와 그의 수제자 코이쿠의 사진들은 일본은 물론 해외에도 주목을 받았다. 분장을 마친 제자 코이쿠를 근접촬영한 이 사진은 김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관련 기사 썸네일로 쓰여 시선을 끌었다. 로이터가 선정한 2020년 올해의 사진(Picture of the year)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김경훈 기자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7월 찍은 일본 80대 원로 게이샤 이쿠코와 그의 수제자 코이쿠의 사진들은 일본은 물론 해외에도 주목을 받았다. 분장을 마친 제자 코이쿠를 근접촬영한 이 사진은 김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관련 기사 썸네일로 쓰여 시선을 끌었다. 로이터가 선정한 2020년 올해의 사진(Picture of the year)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현장을 찾아 사진에 담는 사진기자에게는 더욱 답답한 3년이었다. 심지어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도 경기장 밖에서만 취재해야 했다. 코로나19에 밀린 카메라를, 그는 오히려 다른 코로나19 현장으로 돌렸다. 코로나19에 가장 타격을 받는 영역 중 일본 전통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면 공연을 하는 고급 요릿집의 원로 게이샤와 프로 스모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어린이 선수의 공간과 시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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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선 '게이샤가 얼마나 콧대가 높은데 사진 취재에 응하겠냐'며 불가능할 거라 했는데 웬걸, 이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오던데요?" 김씨는 "게이샤는 일본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집단인데, 공연 못 하는 코로나19 시기를 어떻게 버티고 있나 궁금했다"며 "80세가 넘는 원로 게이샤에게 메일로 의도를 설명했더니 '솔직히 지금 우리가 힘들긴 한데, 그런 의도라면 협조하겠다'고 답이 와서 만났다"고 말했다. "사진 기자의 기본은 매너"라는 그는 '진심'이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80대 게이샤·어린이 스모 선수… "일본의 속살 본 느낌"

김경훈 기자가 촬영한, 80대 원로 게이샤 이쿠코가 집에서 가발을 손질하는 모습. 이쿠코가 게이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의 일터인 요릿집에만 400명의 게이샤가 있었지만, 2020년에는 20명만 남을 정도로 줄었다.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더 줄어들고, 전통 예인이 가진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가 없어 걱정하는 원로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일본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김경훈 기자가 촬영한, 80대 원로 게이샤 이쿠코가 집에서 가발을 손질하는 모습. 이쿠코가 게이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의 일터인 요릿집에만 400명의 게이샤가 있었지만, 2020년에는 20명만 남을 정도로 줄었다.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더 줄어들고, 전통 예인이 가진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가 없어 걱정하는 원로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일본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제자 게이샤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 스승인 80대 게이샤 이쿠코(검은 옷)에게 절을 하는 모습.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제자 게이샤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 스승인 80대 게이샤 이쿠코(검은 옷)에게 절을 하는 모습.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섭외에 성공한 김씨는 원로 게이샤가 수제자들을 교육하는 장면, 분장 등 공연을 준비하는 장면, 집에서의 일상까지 담았다. 일본 내에서도 거의 공개되지 않은 장면들이었다. 그는 "일본의 속살을 본 느낌이었다"고 했다.

스모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어린이 선수 규타를 6개월간 따라다니며 찍은 사진도 기억에 남는 취재 중 하나다. 김씨는 "6개월 사진 찍는 동안 아이가 쑥쑥 크는 게 보였다. '시간을 담는' 사진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취재여서 즐거웠다"며 "그 친구와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낼 정도로 애착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2021년 전일본 초등학교 스모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하는 초등학교 스모 선수 규타(사진 왼쪽).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전일본 초등학교 스모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하는 초등학교 스모 선수 규타(사진 왼쪽).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전일본 초등학교 스모대회에 출전한 규타(사진 오른쪽).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전일본 초등학교 스모대회에 출전한 규타(사진 오른쪽).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프로 스모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도 하루에 2700~4000 kcal를 섭취해야 한다. 규타는 2년 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체중 20kg를 더 찌워야 한다고 했다. 그 정도 체구가 되지 않으면 스모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고 한다.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프로 스모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도 하루에 2700~4000 kcal를 섭취해야 한다. 규타는 2년 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체중 20kg를 더 찌워야 한다고 했다. 그 정도 체구가 되지 않으면 스모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고 한다. 사진 김경훈, 로이터=연합뉴스

퓰리처상 11명도 모두 다른 국적, "다양한 시각 중요"

2019년 퓰리처상 사진부문(Breaking News Photography)을 수상한 로이터 팀 기자들. 뒷줄 오른쪽에 김경훈 기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퓰리처상 위원회, Eileen Barroso

2019년 퓰리처상 사진부문(Breaking News Photography)을 수상한 로이터 팀 기자들. 뒷줄 오른쪽에 김경훈 기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퓰리처상 위원회, Eileen Barroso

한국인이지만 영어로 기사를 쓰는 외신 기자로, 일본어를 쓰는 사회 안에서 취재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김씨는 외국인 기자여서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재에 더 잘 응해주는 면이 있고, 외부인의 시각으로 일본 사회를 들여다봐서인지 새로운 사진이 나오는 것 같다"며 "중국에 3년 반을 있었는데, 그때도 첫 1~2년 사진이 가장 새롭고 좋았다"고 덧붙였다.[코로나19] 신규확진 2만6256명…일주일 전보다 4800명 늘어

2019년 그에게 한국인 첫 퓰리처상을 안긴 사진 현장은 전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50여명의 사진기자가 1년 동안 취재하던 곳이다. 김씨는 "큰 재난이 터지면, 현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위해서 인종·국적·종교가 다른 전 세계 기자들이 파견된다"며 "로이터 사진부로 함께 상을 받은 11명 기자 모두 국적과 배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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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고 싶다"던 '퓰리처상 사진' 아이들

2018년 11월 25일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김경훈 기자가 찍은 사진. 2019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11월 25일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김경훈 기자가 찍은 사진. 2019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그의 '퓰리처상 사진'은 2018년 11월 멕시코 티후아나 출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미국 국경을 넘기 위해 중남미 캐러밴(여행자)이 몰려드는 현장을 취재하던 중, 최루탄을 피해 기저귀를 찬 두 아이를 손에 잡고 뛰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는 "찍었을 땐 이거다! 했는데, 지금 다시 보면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사진"이라며 "그 가족과 현장에 있는 동안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다. 떠나기 전 꼭 한번 밥을 같이 먹고 싶었는데 마침 아이들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KFC 치킨을 사 먹었다"고 돌이켰다. 현지에서는 치킨을 파는 레스토랑 가운데 KFC가 가장 좋은 곳이었다고 했다.

"제 사진 한장이 세상 바꿀 거라 생각 안 해"

김경훈 기자는 "요즘은 스마트폰이 좋아져서 카메라가 없어도 급하게 사진을 찍을 일에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를 인터뷰한 날에도 그는 카메라 없이 나타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경훈 기자는 "요즘은 스마트폰이 좋아져서 카메라가 없어도 급하게 사진을 찍을 일에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를 인터뷰한 날에도 그는 카메라 없이 나타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퓰리처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진 게 없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9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로이터 사진기자로 서울·베이징·도쿄 등지에서 활동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2011년 동일본 쓰나미는 책에서도 여러 번 반복해 언급할 정도로 큰 충격을 남겼고, 현장에서 동료 사진기자를 잃은 일도 겪었다. 재난과 불행을 기록하는 일을 하며 처음엔 현장의 슬픔에 전염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이 사람들은 나보다 더 힘든데, 내가 슬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난·재해 현장에서 사진기자는 특종을 쫓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장을 해결하는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을 깨달은 뒤 고민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고 했다.

그는 "홈런 타자보다는 꾸준하게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오래간다는 사진기자 초년병 시절 선배의 말을 되새기며 산다"며 "내 사진 한장이 미학적으로 완벽하다든가 세상을 바꾸길 바라진 않는다.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면 내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사진은 모두가 다루는 '언어'가 됐다. 그래서 언어 이상의 가치 있는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며 "요즘은 양극화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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