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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취업맘' 자책은 금물, 뻔뻔하고 대범해져야
약간 방임하는 것도 아이에겐 藥…
21세기 최고 경쟁력은'헝그리 정신'

새 학년이 시작된 3월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아무개 어머니, 아무개 담임입니다. 아무개가 아직 구구단을 외지 못합니다. 구구단은 2학년 때 배우는 과정입니다. 수업에 지장이 많사오니 가정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마녀',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냈다. '선생님, 아무개 엄마입니다. 저는 성실히 세금 납부하여 선생님 월급을 드리고 있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선생님의 의무지 저의 의무가 아닙니다. 학생이 공부를 못하면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터인데 왜 제게 책임을 물으시는지요? 아무개가 구구단을 제대로 욀 때까지 A/S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보수집'차 엄마들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이프'라는 사이트에 들어간 영란씨. 저 해괴한 글을 발견하고 한밤중 컴퓨터 앞에서 혼자 배꼽을 쥐었다. 세상에 이런 통배짱 엄마가 있었어? '마녀들의 수다'라는 문패가 붙은 코너에는 이 글 말고도 불순한 엄마들의 목소리가 와글와글했다. '엄마, 아이 캔 스픽 잉글리시가 뭔 뜻이야?' 묻는 중1 딸에게 '영어 못하는 것도 대한민국에선 개성이지' 하고 낄낄대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이번 시험에 낙제했으니 부진아 학습을 시키겠다'고 통지해온 선생님께 '우리 애는 명문대학 갈 의사가 전혀 없사오니 그냥 집에 보내달라'며 호기를 부리는 엄마도 있다. 황당해진 담임, 아이를 불러 '니네 엄마 계모니?' 했다는 대목에서 또 깔깔 웃은 영란씨는, '계모'도 좋고 '마녀'도 좋으니, 나도 통배짱 엄마 되어 이 험난한 교육 전장(戰場)을 뚫고 나가리라 다짐하였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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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통배짱이 시험대에 섰다. 반찬 값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출산 전 다니던 회사에 파트타임으로 나가 일하는 영란씨. 한 달에 기십만원 하는 학원비가 벅차 겨울방학 동안 학교가 시행한 방과후수업에 3학년 아들 녀석을 등록했던 것인데, 하필 영어는 오전에, 수학은 오후에 있어 도시락을 싸서 보내게 되었다. 한데 퇴근길 동네 수퍼에 들렀더니 같은 학교 학부형인 주인 아주머니가 혀를 찬다. "에이그, 우리 애 데리러 학교에 갔더니 그 댁 아들이 차가운 학교 계단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습디다." "진짜요?" 사실 확인차 집으로 뛰었다. 아들내미 왈, 도시락 먹으러 제 교실로 갔더니 자물쇠로 잠겨 있고 다시 영어 수업했던 교실로 돌아오니 그 사이 문이 잠겼더라고 했다. 그래서 계단에 앉아….

이튿날 열일 제쳐놓고 학교로 달려갔다. 교무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당직 선생님 앉아 계신다. "어쩐 일이세요?" 나이 오십줄에 밝게 웃는 여교사와 눈이 마주치자 영란씨 잠시 흔들렸지만 애써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아이가 찬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도시락을 까먹을 때 선생님들은 뭘 하고 계셨습니까. 그렇잖아도 다른 애들처럼 풍족하게 뒷바라지 못해 피눈물이 나는데요, 흐억…." 설움에 북받친 영란씨, 잠시 숨을 골랐다 다시 쏟아부을 태세인데, 선생님 그녀의 손을 덥석 잡는다. "일단 앉으시지요, 추운데 차 한 잔 드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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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라 수업 없는 교실들은 문이 잠겼을 테고 당직 서는 교사들 한둘뿐이니 미처 못 봤을 테지요. 보았다면 그렇게 놔둘 리 없지요. 저희도 자식 키우는 사람인데요." "그러니까 서운하다는 겁니다. 솔직히 일하는 엄마 애들은 뒷전이고 찬밥 아닌가요? 남편 월급만 갖고 살 수 있다면 저도 학교 봉사 열심히 할 수 있다 이겁니다. 아이 손에 열쇠 쥐여주고 집 나서는 심정, 선생님은 모르시잖아요." "재미난 얘기 해 드릴까요? 30년 교직에 있어도 우리 애 선생님 뵈러 갈 땐 심호흡을 했지요. 담임이 까마득한 20대 후배교사인데도 허리 굽혀 인사하게 되데요. 저도 죄 많은 취업맘 아닙니까." "……" "아이 몸에 열이 펄펄 끓어도 학교로 나서야 하는 날엔 남의 집 아이들 잘 키우려고 내 아이를 이렇게 버려둬도 되나 하는 죄책감에 눈물 뚝뚝 흘리며 등교했지요." "……" "재미난 얘기 또 해 드릴까요? 5학년 딸아이가 구구단을 못 외니 그 책임을 선생에게 엄중히 묻는 어떤 어머님 글이 인터넷에 떴더라고요. 뜨끔하고도 통쾌했지요. 우리 딸도 4학년 되도록 구구단 못 외웠거든요. 흐흐!" "…근데, 그 따님 대학은 갔나요?" "가다마다요. 엄마 믿었다간 밥 굶고 대학도 못 간다 싶었는지 알아서 밥 차려 먹고, 알아서 병원 가고,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사윗감 물어오고. 그러니까 돈 워리(Don't worry)! 21세기 최고의 경쟁력은 '헝그리 정신'인 거 아시죠? 그거 하나는 제대로 길러준 셈이에요, 하하!"

 

[김윤덕 기획취재부 차장대우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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