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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자료출처 : 중앙일보 http://joongang.joins.com/article/532/16151532.html?ctg=

 

“곰팡이가 핀 책이 아니라 명상에서 진리를 찾아라. 달을 보기 위해선 연못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라.”

 경전의 한 구절이냐고요? 페르시아의 오래된 속담입니다. 기나긴 세월 속에서도 이 속담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통하는 이치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너도 나도 ‘통찰력’을 찾습니다. 옛날에는 가진 정보가 많고, 가진 지식이 많으면 통찰력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 웬만한 정보와 지식은 스마트폰 몇 번만 두드려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보의 양과 지식의 축적이 더이상 통찰력으로 직결되진 않습니다.

 그래서 다들 묻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통찰력을 키울 수 있을까?” “어떡해야 통찰의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사람들이 주로 내놓는 답은 ‘책’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세상에 책만큼 생각을 키워주고, 안목을 넓혀주는 게 어디 있나?”

 저는 목숨을 건 듯이 책 읽는 사람도 여럿 만났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사람도 있고, 1년에 100권을 읽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떤 가톨릭 신부님은 “지금껏 성경책만 1000번을 읽었다”고 하더군요. 참 어마어마한 독서량입니다.

 그런데 뜻밖입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이들도 통찰력은 제각각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통찰력이 더 강한 것도, 책을 적게 읽는다고 통찰력이 더 약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 달에 열 권 읽는 사람보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사람의 통찰력이 더 번득일 때도 있더군요. 그래서 더 유심히 살폈습니다. 강한 통찰력의 소유자들. 그들은 대체 무엇이 다를까. 공통점이 있더군요. “어유, 내가 통찰력은 무슨…”하면서도 꼭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책을 많이 읽기보다, 책을 깊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아하! 싶더군요. 창고에 오래 묵혀둔 책에서만 곰팡이가 피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손에 들고 내가 읽는 책에서 곰팡이가 필 수도 있더군요. ‘명상’이 생략된다면 말입니다. 좌선한 채 고요히 앉아 있는 게 명상이 아닙니다. 깊이 묻고, 깊이 생각하고, 깊이 궁리(窮理)하는 게 명상입니다.

 독서를 할 때는 책과 내 마음이 마주 앉습니다. 책에는 문고리가 있습니다. 온갖 정보와 지식, 저자의 경험이 담긴 창고를 여는 문입니다. 독자는 그걸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게 다는 아닙니다. 독서에는 또 하나의 문고리가 있습니다. 그건 책과 마주한 내 마음의 문고리입니다. 그 문고리는 책만 읽는다고 잡히진 않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 깊이 묻고 궁리할 때 비로소 잡히는 문고리입니다.

 책에도 길이 있고, 내 마음에도 길이 있습니다. 책에 난 길을 걸을 때 ‘지식’이 쌓입니다. 내 마음에 난 길을 걸을 때 ‘지혜’가 생겨납니다. 책 속에 난 길도 걷고, 내 마음속 오솔길을 향해서도 깊숙이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내 안에 ‘길 눈’이 생깁니다. 길을 보고, 길을 알고, 길을 내는 눈. 그게 통찰력입니다. 어찌 보면 “성경책을 1000번 읽었다”는 건 안타까운 고백입니다. ‘1000번을 읽어도 모르겠더라’는 절규가 깔려 있으니까요. 차라리 성경을 한 구절만 읽고, 거기에 대해서 1000번 묵상(명상)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럼 내 안에 성경을 보는 ‘길 눈’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페르시아 속담을 다시 읽어봅니다. ‘달을 찾으려면 연못이 아니라 하늘을 보라.’ 통찰력도 똑같습니다. 책에 나 있는 길만 따라가면 ‘지적인 사람’이 됩니다. 책에 난 길을 보며 내 마음에도 길을 낼 때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그게 통찰력입니다. 우리의 삶을 헤쳐가는 ‘길 눈’입니다.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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