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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교 여교사에게 생긴 일

마을지기 2010.07.14 12:16 조회 수 : 7013

[조선데스크] 어느 초교 여교사에게 생긴 일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대우
초보 여교사가 있었다. 서울 초등학교 5학년을 맡은 이 교사는 3~4년차 교사 특유의 열정과 사랑으로 가르쳤다. 말썽 부리는 학생이 있으면 손을 꼭 잡고 타일렀다.

지난해 5월 수업시간에 한 남학생이 과자를 꺼냈다. "나중에 먹으라"고 해도 듣지 않자 과자를 빼앗았다. 학생은 갑자기 "먹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말하며 교사를 때리기 시작했다. "우리 선생님 죽어요"라는 말을 듣고 옆반 여교사가 달려왔지만 힘을 당하지 못했고, 남자 교사가 와서야 겨우 사태가 진정됐다. 여교사는 우울증으로 휴직하고 6개월 동안 병원을 다녔다.

지난해 서울 A고 남학생의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유포, 경기도 의정부 중학교에서 학생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한 사건 등이 보도됐다. 두 사건은 그래도 중·고교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빨리 성숙하고 여교사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 초등학교에서도 교사가 폭행·폭언을 당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지난 5월 교총이 발표한 2009년 교권침해사건 중에는 이런 사례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휴대폰을 크게 틀어놓고 수업을 방해해 담임이 휴대폰을 압수하자 학생은 '×××아! 남의 휴대폰 왜 가져가? 내놔! ×××아!'라고 욕하면서 담임의 팔·가슴을 의자로 폭행해 옆 반 교사가 겨우 진정시킴."

교총은 지난해 학생·학부모에 의한 초·중·고 교사 폭행·폭언 사례를 108건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고 상당수 교사가 폭행을 당하고도 학교의 무마로, 또는 스스로 너무 창피해 쉬쉬하고 넘어가고 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해마다 연초 초등학교에서는 5~6학년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과 학교가 승강이를 벌인다. 꼭 수모를 당하지 않더라도 덩치 큰 5~6학년이 눈을 흘기며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요"라고 반항하면 위압감을 넘어 겁이 난다는 것이 여교사들의 얘기다.

문제는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징계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서는 큰 잘못을 저질러도 정학이나 퇴학 처분을 할 수 없다. 몇몇 초등학교 '학교생활규정'을 보니 징계는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밖에 없었다. 한 교사는 "지금 학교 제도는 교사들에게 무조건 사랑으로 가르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학생인권도 중요하지만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고, 잘못에는 징계가 따른다는 점도 배워야 하는데, 초등학교의 경우 반성문 쓰게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구타한 학생을 겨우 설득해 반성문을 쓰게 했더니 '병원으로 보낼 수 있었는데…'라고 써서 교사들을 경악하게 했다. 현실성 있는 가장 강한 처벌은 전학을 보내는 것이지만 학부모가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요즘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얼마 전 교총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선 교원 10명 중 7명 이상이 '학교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면서 93.4%는 '학교 질서와 기강이 무너졌다'는 데 동의했다.

자기 자식이 최소한의 윤리도 무너진 학교에 다니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초보 여교사 사연을 들으면서 학생인권조례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교권(敎權)조례, 현실성 있는 학생 징계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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