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79
어제:
298
전체:
1,613,460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외계어 같다고 대화 안할쏘냐?

마을지기 2017.04.22 20:59 조회 수 : 520

“외계어 같다고 대화 안할쏘냐?”

아빠 : 시험은 잘봤지?
딸 : 시망했어요.
아빠 : 시험이 어쨌다고?
딸 : 아니, 시험이 어쨌다는 게 아니라 시원하게 망했다고.
엄마 : 초영이는 잘하잖아.
딸 : 초영이? 초영이 극혐이지. 혼자서 개이득 봐서, 인생점수 쳤잖아.

한 방송사에서 과거 방영된 ‘안녕 우리말’이란 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모와 딸의 짧은 대화이다. 실제 인물들의 조금 어설픈 재연 이후 아빠는 “이런 불필요한 단어를 배우고 씀으로써 스스로의 품격을 낮추는 것 같다”고 평했고, 딸은 “우리 나름대로는 재미있고 입에 붙으니까, 어쩌다 부모님 앞에서도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시망, 극혐, 개이득, 인생점수….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현상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아래 단어의 뜻도 무엇인지 한번 맞혀보자.

①개이득 ②세젤웃 ③1.2㎏ ④병맛 ⑤심쿵 ⑥이욜 ⑦취저 ⑧멘붕 ⑨존예 ⑩오키도키 ⑪띠로리 ⑫노답

멘붕, 노답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심쿵까지도.
개이득, 1.2㎏, 병맛, 존예, 취저, 오키도키는 감은 오는데 맞는 뜻인지는 확신이 안 선다. 개이득은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 병맛은 병에 든 음료수 맛? 존예는 존경과 예의? 오키도키는 설마 워키토키?        
세젤웃, 이욜, 띠로리. 이건 뭐 감조차 안 온다.

요즘 아이들이 일상어로 쓰는, 어쩌면 이미 철 지났을지도 모를 위 단어 12개의 뜻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정답률 또한 더 낮아질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세대차이의 대표적 현상으로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언어단절이 꼽히기 시작했고, 대다수의 기성세대는 ‘외계어’와도 같은 아이들의 은어와 비속어를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무시된 채 무문별 하게 만들어진 신조어’라 간주하며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봤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비단 요즘 아이들만 유별나게 그러는 것일까?
‘셤, ㅎㅎㅎ, 뽀대난다, 헐…’
위 표현에 대한 정답률은 조금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다름 아닌 2005년 교육부가 ‘인터넷 언어가 국어를 파괴하고, 학생들의 문법 실력을 떨어지게 하며, 세대 간 단절을 가져온다’는 우려 아래 전국 일선 학교에 배포한 ‘인터넷 언어 순화 지도안’에 나온 사례들이다. 물론 이 외에도 ‘저놔(전화), 띰띰하다(심심하다), 음야(지루하다, 졸리다), p~(한숨)’과 같은 사례도 실렸지만, 언제 그런 게 있었나 싶다.
시간을 좀 더 내려와보자.

‘귀요미, 낚시글(질), 베프, 볼매, 솔까말, 안습, 지못미, 지름신, 차도남…’
개중에는 반가운 단어들도 보인다. 2010년 언저리에 사용되던 것들로, 지금 현재 살아남은 건 살아남았고 사라진 건 사라졌다. 구력(?) 좀 되는 표현들은 과도한 우려나 극한 거부감 없이 회자되곤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아이들의 ‘외계어’ 또한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생성과 소멸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 말이다. 다만 여기서 기성세대가 할 일은 극단으로 치달은 나머지 다소 거북스러운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걸러주는 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 또한 ‘안냐세요, 어솨요’ 하며 PC통신 채팅방에서 인사 나누던, ‘8282, 1004, 1010235(열열이 사모해), 7942(친구사이), 2241000045(둘이서 만나요)’로 삐삐 치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4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쌤톡해요’ 캠페인도 이러한 의도에서 기획됐다. 무작정 ‘계몽’과 ‘훈계’로 다가가기 보다는, 조금 느슨한 잣대 아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또 다른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카카오톡 이모티콘 12개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한다. 앞서 아리송했던 12개의 단어는 바로 이모티콘으로 제작된 단어들이다. 플래시로 제작돼 단어와 그 뜻을 함께 볼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12개 단어의 뜻을 알아보자.

①개이득 - ‘많이’라는 뜻의 접두사 ‘개-’와 이득이 합쳐져 아주 큰 이득을 봤다는 의미. ‘개-’의 경우 ‘개살구, 개꿈’이 아니라 ‘개웃겨, 개피곤’처럼 쓰인다. 
②세젤웃 - 세상에서 제일 웃겨.
③1.2㎏ - 한 근은 600g, 두근두근. 
④병맛 -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 내용이 허술한 만화에서 유래.
⑤심쿵 - 심장이 쿵쾅쿵쾅 거린다.
⑥이욜 - ‘이야+욜’이란 뜻의 감탄사. 
⑦취저 - 취향 저격. 본인 마음에 드는 취향 또는 스타일과 꼭 맞는 상황.
⑧멘붕 - 멘탈(mental) 붕괴. 큰 충격에 얼이 나감.
⑨존예 - 정말 예쁘다. ‘존맛(맛있다), 존못(못생겼다)’ 등도 쓰인다.
⑩오키도키 - OK 보다 긍정·적극적 의미를 지님. 
⑪띠로리 - 맙소사! 절망, 좌절의 의미. 바흐가 작곡한 ‘토카타와 푸가’의 첫 소절을 표현.  
⑫노답 - ‘No 답’. 하는 짓이 변변치 않거나 어이없을 때 사용한다. 더 강한 표현으로 ‘핵노답’이 있다. ‘노잼(재미없음)’도 있다.

 

-한국교직원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마을지기 2015.12.03 317
20 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마을지기 2015.04.03 317
19 효도와 한국의 미래 마을지기 2016.04.16 311
18 “학생참여 수업이 무조건 좋다?…교사가 상황에 맞게 정해야” 마을지기 2016.08.06 310
17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마을지기 2016.05.15 292
16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마을지기 2018.05.09 284
15 교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마을지기 2015.03.26 277
14 교육은 따뜻해야 합니다-선물과 촌지의 의미 마을지기 2015.03.25 254
13 “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마을지기 2016.05.21 233
12 加 앨버타주, 20년 만에 교육과정 바꾼다 마을지기 2016.08.06 228
11 삐뚤빼뚤 악필… 연필 쥐는 법부터 가르쳐요 마을지기 2016.08.02 228
10 자녀 경쟁력은 수능시험에서 나오지 않는다 마을지기 2016.08.26 218
9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마을지기 2018.05.12 217
8 전교 꼴찌→司試 18등… 고교 야구선수의 '14년 집념' 마을지기 2017.05.09 208
7 [분수대] 예일대의 행복 수업 마을지기 2018.05.08 186
6 “아이에겐 클래식? 부모가 좋아하는 음악 함께 즐기는 게 최고 마을지기 2017.06.20 186
5 고도원과 4차 산업혁명 마을지기 2016.09.23 182
4 '2016 교육여론조사'의 주요 내용 마을지기 2017.02.11 181
3 4차 산업혁명, 세계 5룡만 살아남는다 마을지기 2016.07.30 167
2 인공지능 시대 이렇게 바뀐다 마을지기 2018.01.13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