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좋은 글마당

오늘:
340
어제:
319
전체:
1,618,486
Since 1999/07/09

평범한 선생님은 말을 하고, 좋은 선생님은 설명을 하며, 뛰어난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님은 영감을 준다

[경제 view &] 자녀 경쟁력은 수능시험에서 나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6.08.25 00:01   수정 2016.08.25 11:24

좋은 대학, 인생 마라톤선 작은 차이
출신학교·외모로 줄세우지 말아야
공부만 잘하는 사람은 창의력 한계
충분히 잠자고 즐길 행복 돌려줘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며칠 전 어느 젊은 기자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들은 이야기다. 29살 청년에 관한 내용이다. 그 젊은이는 중고등학교 시절 게임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상당한 게임 실력을 자랑해 게임을 통해 생활비를 벌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은 가지 못했다. 그랬던 청년은 자신의 게임 실력을 바탕으로 창업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받았다. 그 상금을 바탕으로 창업 자금을 마련하고 사업을 시작해 6년 후 300억원에 회사를 매각했다는 성공담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힘든 요즘 같은 세상에 많은 용기를 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제는 정반대의 슬픈 소식을 접했다. 어느 지인의 두 딸, 자매에 관한 이야기다. 큰딸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렇지 못한 둘째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도 초등학교 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위의 두 이야기를 보면 우리의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우리 나라 교육은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공부만이 전부 인양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낭비한다. 친구와 협력해야 하는데 친구를 이기라는 교육을 받는다. 수능시험이 인생의 전부인 듯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모든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붓는다. 부모들은 은퇴 자금을 사교육비에 다 쓴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한다.

최근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의 행복도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뉴스를 봤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에서 사교육 열풍이 줄었다는 소식은 없다. 부모들의 잘못된 자녀 교육관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수능시험 점수를 위해 아이들의 행복을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의 미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계는 너무도 빨리 변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으로 착각한다. 이미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나. 좋은 대학교가 좋은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부에 올인하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충분히 잠을 자고, 스포츠를 즐기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학생이 할 일이다. 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것들을 생략하고 공부만 잘하는 사람은 좋은 인재가 되지 못한다. 사회에도 이로운 사람이 되지 않는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가야 편안한 삶을 누리는 시기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인생을 마라톤으로 비교했을 때 약 10m의 차이도 없다.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녀들에게 행복을 돌려주어야 한다. 점수로 학생들의 서열을 세우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자녀의 경쟁력은 수능시험에서 오지 않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게 창의성을 길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주고 성적보다 잠재력을 보고 학생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서열을 세우는데 익숙해져 있다. 학교·키·외모·학력·출신학교 등으로 등수를 매긴다. 이제 이런 문화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서열을 따지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소외된다. 일등이 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비용과 노력을 쏟지만 그에 비해 생산성은 아주 낮다.

잘못된 교육시스템은 출산율의 감소로 이어진다. 자녀가 지금과 같이 치열한 경쟁에 휘말리게 되고, 행복하지도 않다면 어느 누가 아이를 가지려고 하겠는가.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다. 한국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아이들을 서열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행복을 돌려주어야 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 전면 주5일 수업, 부작용 최소화하려면 마을지기 2011.04.21 5187
20 [교단에서]주5일수업 전면시행에 앞서 마을지기 2011.04.21 5880
19 교육의 어려움... 교육자의 고민.. '빈곤한 철학'이 만든 괴물 서남표, 그도 희생양이다!" 마을지기 2011.04.13 5928
18 빌 게이츠-Bill Gates on mosquitos, malaria and education 마을지기 2011.03.22 5999
17 [중앙시평] 대학을 생각한다 (이 글을 교육 또는 학교를 생각한다로 바꾸면 어떨까?????) 마을지기 2010.04.14 6850
16 [기고] 스마트폰에 보이는 1% 교육의 벽 마을지기 2010.07.16 6963
15 어느 초교 여교사에게 생긴 일 마을지기 2010.07.14 7013
14 [시론] 교육, 더 늦기 전에 근본으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마을지기 2009.10.29 7148
13 ‘방학’에 충실한 일본의 여름방학 [중앙일보] 마을지기 2010.07.31 7418
12 [칼럼] 보편적 복지 논쟁-중앙일보 마을지기 2010.10.27 7446
11 '잘 가르치는 학교' 100곳 살펴보니… 아침 15분 스스로 책읽기… 점심시간엔 공연(100대 교육과정) 마을지기 2011.01.30 7670
10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교육개혁을... 마을지기 2009.05.09 7685
9 성과 높이려면 외부 인재 영입보다 내부 출신을 리더로 키우는 게 낫다 마을지기 2010.10.27 7705
8 수석 교사 마을지기 2010.01.20 7718
7 [시론] 학교 자율화 부작용 최소화하라 [중앙일보] 마을지기 2009.05.12 7805
6 한국의 교사들은 왜 자기효능감이 낮을까? 마을지기 2009.09.09 8112
5 [기고] 한국교사 실력에 감탄하는 오바마 교육 참모 마을지기 2011.02.26 8119
4 사교육 해결의 4가지 방향 마을지기 2009.05.19 8564
3 학교 폭력 예방법... 마을지기 2009.05.09 8683
2 [송호근 칼럼] 반갑고 심란한 무상복지 마을지기 2011.01.18 9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