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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편적 복지 논쟁-중앙일보

마을지기 2010.10.27 05:05 조회 수 : 7446

[칼럼] 보편적 복지 논쟁-[중앙일보] 입력 2010.10.27 00:28

부유층 노인에게도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주는 게 옳은가. 최근 이 문제를 제기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보편적 복지론자들은 모든 노인에게 무임승차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노인에게만 허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측의 논리를 소개한다.

찬>  선택적 복지는 사회를 양분

보편적 복지란 복지제도상의 급여를 소득이나 자산 조사를 거치지 않고 필요한 이에게 지급하는 복지정책의 기조를 말하며 선별적 복지와 대조된다. 그간 우리나라의 저급한 복지제도는 공공부조 영역에서는 물론 사회복지시설 입소를 비롯해 장애인수당, 경로수당, 한부모가정수당, 보육료 등 대다수의 복지지원에서 가구 소득을 우선적으로 따졌다. 그 결과 최저생계비 수준 자체 또는 그 언저리 어딘가를 기준선으로 삼아 그 이상의 소득을 누리는 가구에는 복지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것을 상식으로 삼아왔다. 건강보험이나 연금과 같은 사회보험만이 여기에서 예외되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소위 중산층으로부터 ‘도대체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했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첫째 이유는 바로 중산층이라고 해서 생활상의 위기로부터 예외일 수 없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광풍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우리네 삶은 언제라도 해고와 도산의 위험에 놓여져 있다. 교육과 의료, 주거, 육아를 자신의 소득으로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둘째, 빈곤계층에 대한 집중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결국은 비용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빈곤계층을 가려내기 위해 조사하고, 끊임없이 이들의 자산을 추적하는 과정에 직·간접적 비용이 초래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들을 선별해낸다 해도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부끄러운 존재라는 낙인감을 덧씌우게 돼 이들의 문제조차 근본적으로 풀어내기 어렵게 된다.

 셋째, 선별적 복지로는 ‘받는 자’와 ‘주는 자’로 양분되는 사회를 만들게 되고, 결국 사회통합을 위해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또한 주는 자는 자신을 위한 지불이 아니므로 재원의 조달에 소극적이게 돼 복지재정은 확대되기 어렵고, 가급적 복지대상자를 철저히 선별하도록 주문하게 되며, 그것이 부메랑이 돼 스스로에게 복지 요구가 발생해도 받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골을 만들게 된다.

 넷째로 보편적 복지는 예방적·사전적 대응책이라는 측면에서 비용효과적이다. 결국 인간의 삶에 생겨난 생채기는 그 후유증이 깊고 길어 완벽한 치유가 불가하다. 한번 손상된 영혼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전적이고도 예방적인 접근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것이요 비용효과적이며 나아가 사회효과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모든 정책을 보편적 복지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나라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욕구에 대해서만 보편적 복지로 접근하면 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를 모두에게 주되, 소득에 따라 차별적으로 급여를 조정할 수도 있다. 또한 재원 걱정도 할 필요 없다. 결국 조세체계가 정상적으로 발동하면 여유 있는 계층에게는 과세를 통해 다시 환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못사는 노인에게 주지 나에게 왜 경로수당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독백하시는 어르신들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 정녕 못사는 동료 노인에게 낙인감을 주지 않게 되고 자신의 것은 세금의 형태로 다시 환수되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의 아이들이 ‘나는 복지국가의 자식’이라고 고백하면서 국가와 사회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그런 모습이 보편적 복지를 통해 가능하길 기대해 본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학교 교수



반>  젊은 세대, 저소득층 오히려 피해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 보편적 복지론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무상급식’을 내세워 재미를 본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당헌(黨憲)에까지 포함했다. 그러자 정부·여당도 이에 질세라 친(親)서민과 공정사회를 명분으로 빈곤층을 넘어 복지를 확대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어젠다의 영순위가 복지국가 이념인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 범위의 확대는 여러 가지로 걱정스럽다. 복지정책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세금부담을 늘리고 정부 부채의 증가를 부른다. 이는 경제의 침체를 야기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의 몫으로 남게 된다. 과잉 복지의 폐해는 그동안 이론과 경험이 또렷하게 입증됐다.

 복지이론가들은 보편적 복지의 근거로 사회적 기본권과 사회적 책임론, 공동체주의, 인간의 존엄 등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런 복지이념의 철학적·윤리적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책임론은 인류학적으로 매우 의심스러운 인간을 전제하고 있다. 개인의 경제적 실패를 모두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이 사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발전도 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사회적 기본권이란 것도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개념을 고안한 의도부터 온당하지 못하다. 정부의 구호 대상이 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니까 이를 떳떳한 일인 것처럼 꾸며서 개인의 존엄과 자긍심의 상실을 막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생산활동에 의존해 사는 것을 당당한 일이라고 믿게 하는 것을 어떻게 건전한 이념이라고 하겠는가. 사회적 기본권만으로는 복지수혜자의 자긍심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게 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개념이 보편적 복지다. 사회구성원 전부를 복지수혜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복지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마치 필요한 것처럼 ‘거짓 행동’을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론적 결함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사회통합이다. 거짓 행동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사회구성원을 복지수혜자와 복지비용부담자(복지 비수혜자)로 구분하면 사회가 분열되니까 사회가 분열하지 않으려면 복지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억지로라도 복지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멋진 개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논리가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공동체주의다. 모든 사람은 노령, 실업, 건강, 빈곤과 같은 위험에 똑같이 노출돼 있으므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주장은 오늘날의 거대한 열린 사회를 폐쇄된 소규모 사회로 착각하는 치명적인 우(遇)를 범하고 있다.

 이처럼 매우 취약한 윤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보편적 복지가 불러올 결과는 치명적이다. 즉 보편적 복지는 소중한 사회적 자본인 책임 의식과 독립심을 갉아먹고, 국가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려는 복지 의존심을 강화한다. 자기 책임감의 상실이야말로 영국병과 독일병으로 불렀던 복지국가의 대표적 병폐다.

 진화이론은 인류가 척박한 원시사회를 극복하고 오늘날 자유와 번영의 열린 사회를 이룰 수 있게 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자기책임으로, 의존심을 독립심으로 대체한 결과라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정치권은 이제 근거도 희박한 보편적 복지의 허상에 매달려 헤매지 말고,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복지 혜택을 집중하는 잔여적 복지가 바른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



다른 의견>  맞춤·융합의 한국형 복지 새 패러다임을

1960년대 초 이후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은 주로 일본의 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게 수정·도입하는 형태로 발전돼 왔다. 60년대 영세민을 위한 생활보호사업, 70년대 의료보험제도, 80년대 국민연금제도, 최근의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사회복지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물론 영국·네덜란드·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의 사례가 있으나 이들 국가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려면 조세 부담비율을 적어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적 사회복지 패러다임은 경제와 복지가 양립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복지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사회복지 패러다임으로 맞춤서비스, 융합서비스 그리고 혁신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이제까지 우리의 복지 정책은 취약계층에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류를 이뤄 왔다.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생활보호제도가 대표적 사례이고, 대다수의 노인 및 장애인 대책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급식과 보육서비스가 시급하지만 중산층 이상에는 공교육의 질 개선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보육서비스가 보다 중요한 욕구다. 이런 상황에서 한정된 복지 재정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모두 사용해 공교육과 보육서비스의 질 개선에 사용할 재정이 고갈 난다면 국민 전체의 복지 만족도가 개선됐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취약계층의 복지수요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사례 관리를 통해 복지 수혜자 각각의 처지에 적합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수혜자의 만족도와 복지 지출의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공급자 위주로 다기화(多岐化)돼 있어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둘째, 각종 복지 시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복지와 의료는 물론 고용 및 교육을 융합하는 사업의 추진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90년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가 추진한 ‘workfare’가 바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이를 채택했으나 아직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칸막이 행정’으로 인해 각종 복지사업을 관장하는 부처 및 부서 간 벽이 너무 두텁기 때문이다. 같은 부처에 속한 복지와 보건이 융합되지 못하고 있고, 부서가 다른 복지와 고용 및 교육사업이 완전히 따로 추진되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에서는 총리실과 청와대 차원의 통합조정 노력이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고 복지 정책의 시행 주체를 중앙에서 지방으로 넘겨 지방정부 책임하에 융합적 복지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복지 행정체계를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

 사회복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혁신을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사회복지는 대다수의 경우 국가 또는 특정기관이 독점 또는 과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혁신하려는 노력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키기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복지 종사자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 주는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 또 사회복지 분야의 지배구조를 보다 경쟁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아울러 전개돼야 한다. 바우처제도의 도입으로 복지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하고, 공공이 공급하던 사회서비스를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대행하게 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추진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풍토가 사회복지 분야에도 조성된다면 복지 정책과 재정의 효율성이 제고됨은 물론이고 국민의 복지 만족도 역시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서상목 경기복지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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